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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실록(제도개선등)/김형오의 말말말

"야당은 미디어法 헌재결정에 승복해야"



미디어법 헌재 결정 이후 문제에 관한 김형오 국회의장 기자간담회 모두발언(2009. 11. 6.)

저는 지난 10월 29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미디어법을 둘러싼 모든 논란에 최종적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매일같이 국회의장에게 인신공격성 비난을 하고 있고 그것이 도를 넘어 의장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입장을 정리해 밝히는 바입니다.

야당은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번 헌재의 심판은 야당 스스로 제기한 소송이었고 야당은 거기서 패소했습니다. 다시 말해 야당은 지난 7월 22일 처리된 미디어 관련법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고 국회의 일을 헌재에 가져갔으나 기각당한 것입니다.
따라서 야당은 누구보다 이 헌재의 결정에 겸허히 승복할 의무가 있습니다. 야당은 헌재 결정에 승복하는지 여부부터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헌재는 신문법과 방송법 처리과정에서 일부 하자가 있었으나 이것이 법 통과자체를 무효화시킬 만큼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과거 국회가 제소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에서 ‘위법은 인정되나 대통령직을 박탈할 만큼은 아니다’고 한 것과 논리적으로 똑 같습니다.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무죄의 판단이듯이 이번에도 법의 유·무효에 대한 판단이 본질이었습니다. 그 종국적 결론으로 가는 중간과정으로서 절차적 문제를 사안의 본질인양 호도하는 것은 국민의 법 감정을 오도하고 착시를 불러일으키려는 행위입니다.

나아가 야당은 헌재 결정문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국회의장의 위법상태 시정 의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헌재 재판관 중 소수(3인)가 “권한침해로 인하여 야기된 위헌, 위법상태의 시정은 피청구인(국회의장)에게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거나, “사후조치는 오직 국회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의해 해결할 영역에 속한다”고 한 바 있습니다. 그 취지는 국회 내지 국회의장 스스로 시정여부를 판단하라는 것이지, 시정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나아가 이는 헌재가 법안통과를 무효·취소할 정도가 아님을 전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야당은 국회의장이 헌재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책임을 위배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며, 헌재결정문의 내용과 취지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헌재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을 기속한다’는 헌법재판소법 제67조 제1항을 근거로 하여 마치 국회의장이 시정여부가 있는 양 주장합니다. 헌법재판소법 67조1항은 의장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야당에게 헌재 결정에 따르라는 근거가 됨을 밝힙니다.

부당한 정치공세에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헌재는 이번에 미디어법 처리는 무효가 아님을 확인하고, 국회의장의 미디어법 직권상정에 대해서도 적법한 권한행사였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표결과정에서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되었다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여 앞으로 더 인내심을 갖고 절차의 위법이 없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야당은 헌재 결정 중 야당의 법률안 심의표결권 침해만을 부각시키고 있으나 사실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다수인 여당 의원들은 투표권행사가 소수 야당에 의해 저지당했고, 심지어 국회의장의 회의장 출입과 사회권마저 원천봉쇄 되었습니다.
그처럼 7월 22일 미디어법 처리 당시엔 야당의 권한침해만이 아니라 여당 및 의장의 권한침해도 벌어진 만큼, 여야는 앞으로의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해주길 바랍니다. 미디어 관련법 재개정 여부는 여야 간 협상에 달린 것이지, 국회의장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저는 앞으로 부당한 정치공세에는 굴복하지 않고, 우리 국회의 정상화와 선진화를 위해, 국회의장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로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더 이상 폭력과 억지로 국회를 이끌려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국회의원이 국회의장을 비난, 모욕하는 것은 자신의 인격수준을 나타내고 결국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킨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다수나 소수 모두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해선 안됩니다.

‘미디어법 전쟁’처럼 소모적 논쟁과 충돌을 우리 국회에서 추방하려면 불합리하고 불비한 제도의 개선부터 이뤄져야 합니다. 의장 자문기구가 제도개선안을 제출한 지가 1년이 되어갑니다. 여야는 하루빨리 국회법 개정안 논의에 나서주길 촉구합니다.

국회의장 김형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