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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정보마당

달마가 교회에 간 까닭은?

구레나룻이 유행하던 시기에는 저를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구레나룻이 있으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이게 얼마나 귀찮은 존재인지..
6살부터 구레나룻이 자라기 시작한 제게, 조금만 자라도 머리가 지저분하게 보이게 하는 구레나룻은 참으로 귀찮은 존재입니다.

어느 날, 길어진 구레나룻을 정리하려고 면도기를 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정리하지 못하면 친구들에게 '루저'라고 놀림 받을수 있기 때문에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면도를 시작했습니다.

왼쪽을 깎고 보니, 오른쪽이 길어 보이고,
오른쪽을 깎고 보니, 왼쪽이 길어 보이고.
어느새 구레나룻은 사라지고, 무엇에 홀린 듯 머리카락까지 면도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망. 했. 다.'

'1,000분의 1초를 위하여!!'


순간, 어릴 적 스포츠음료 광고에서 보았던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전기면도기의 구레나룻 정리하는 칼날을 사용하여 구레나룻을 다 없애고 옆머리까지 올라갔는데 그만! 전기면도기의 배터리가 다 되어버렸습니다.

'이 모습으로는 집 밖으로 한발짝도 나갈 수 없다!'


우선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면서 가위를 사용해 길이로 짧게 잘랐습니다.
화장실이 머리카락으로 어지럽혀졌지만, 이른바 '땜통' 하나 없이 말끔하게 면도(?) 해서 꽤 뿌듯했습니다. 물론 부모님께 무척 혼이 났지만요.



그 당시 저는 교회에서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 반 아이들조차 저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슬금슬금 피하기 바빴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저를 신기하게(?) 쳐다보았지요.

부담스러운 시선을 느끼며 아이들을 집에 보내는데, 저를 구경하려 몰려든 아이들 틈에서 한 여자 아이가 쭈뼛거리며 제게 다가왔습니다.

"선생님, 물어볼 게 있는데요~"

저는 그날 처음으로 말을 걸어준 아이가 고마워서 반갑게 되물었습니다.

"응, 뭔데?"

"있잖아요~ 스님도 교회 선생님 할 수 있어요?"

"음.. 선생님 머리가 이상해서 그래?"

"네~ 스님 같아요~"

그러자 아이들은 앞다투어 '저도 어디 갔을 때 스님 봤어요' 같은 이야기를 쏟아 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스님은 아니고, 그냥 머리를 많이 짧게 깎은 거야."

"아~ 전 선생님 스님 된 줄 알았어요~"


"미안하다...사랑한다..."

'야, 스님 아니래' 웅성거리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돌아오던 길에 구레나룻이 어찌나 원망스럽던지..
전 그 이후로 절대 집에서 구레나룻을 깎지 않는답니다.

영구제모는 아플까요? 요즘은 레이저제모가 유행이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