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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서 만난 추억의 만화영화와 70년대 만화가게.

어렸을 때 저는 참 잠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일어나지 못하는 저를 깨워 학교에 보내기 위해 부모님은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 했었죠.

이렇게 잠이 많은 저도 단 하루, 일요일 아침에는 누가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일찍 일어났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일요일 아침에 하는 ‘일요특선만화’를 챙겨보기 위해서였는데요.

아침마다 스스로 일어나 잠옷차림으로 TV앞에 앉아 있는 저를 볼 때마다 엄마는 정말 속이 터졌다고 하시더라고요.

학창시절을 지나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저의 만화 사랑은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난 토요일, 미키마우스부터 도날드 덕, 아기공룡 둘리, 태권V, 달려라 하니, 아톰, 스머프 등등 내가 사랑하는 만화 캐릭터들을 한 자리에서 모두 만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곳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다녀왔습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만화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 속 추억의 만화여행을 지금부터 출발합니다. ^^

▲시내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 위치한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

1층과 2층으로 구성된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
관람료는 어른 4000원, 어린이 3000원이고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1000원만 추가로 내면 우리나라 최초의 애니메이션 전용상영관인 아니마떼끄에서 상영하고 있는 만화 영화('명탐정 코난 칠흑의 추적자'를 상영하고 있더군요. ㅠ ㅠ)도 관람할 수 있지만 저는 시간이 없어 패스했습니다.
 
본격적인 전시관이 아닌 박물관 안 로비부터 다양한 조형물들이 관람객들을 반기고 있습니다.

▲엄청 큰 아톰이 팔짱을 낀 채로 위풍당당하게 서 있네요. 원래는 쪼끄만 놈이...

▲우리나라 토종 캐릭터인 둘리와 홍길동도 나란히 나란히~~ 둘리의 혓바닥은 여전하군요.

자 그럼, 본격적인 전시관 관람을 시작해 볼까요?

▲영화 렌즈 통으로 된 입구. 마치 딴 세상으로 들어가는 터널처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들어가자 마자, 우리를 반기는 것은 어느 나른한 오후 만화를 그리다 잠에 빠진 애니머이터의 모습입니다.
꿈을 하나 하나 이어붙이는 작업을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꿈나라로 간 애니메이터의 모습, 보기만 해도 나른해 집니다.

 ▲어느 애니메이터의 나른한 오후.

1층 전시관은 애니메이션의 기원과 탄생, 발전 과정 등 애니메이션의 역사 소개와 함께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특히, 국내 최초의 장편만화 영화인 '홍길동'을 찍었던 카메라와 영화필름, 각본 등은 물론 그 당시 나왔던 장난감 등 너무나 진귀한 자료들은 만화를 좋아하는 분들 뿐만 아니라 그 당시를 살았던 분들의 추억을 자극하기에도 충분해 보였습니다.

한 마디로 눈이 즐거운 전시관이라고나 할까요. ^^

▲국내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을 촬영한 카메라. 카메라 앞에 놓여 있는 동글동글한 최초의 홍길동 캐릭터가 보이시죠?

▲철인28호, 고질라, 보트를 탄 밀림의 왕자 레오 등 정말 신기한 피규어들이 즐비합니다.

▲황금박쥐는 들어봤는데 황금날개는 처음 봅니다. 황금날개 필름과 각본.

▲소파 방정환 선생님의 '77단의 비밀'을 원작으로 한 만화영화. 홍길동은 본 기억이 있는데 '77단의 비밀'은 기억에 없네요. ㅠ ㅠ  혹시 보신 분 계신가요?

1층 전시관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옛날 6.70년대 풍경을 그대로 재현한 거리인데요.
70년대 만화가게부터 옛 종로3가 극장(단성사)의 모습, 사진관과 작은 담배가게까지...
정말 작은 것 하나 꼼꼼히 신경 썼다는 것이 느껴지는,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6.70년대 만화가게와 극정 거리가 재현된 공간입니다. 극장에서는 홍길동이 상영되고 있군요.

만화가게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주판 알을 튕기며 돈 계산에 여념이 없는 주인 아저씨. 손님이 왔는데 전혀 아는 척을 하지 않으시네요.

▲난로 위에 놓여 있는 철도시락통들은 겨울철 난로가의 빠질 수 없는 풍경입니다.

자, 무엇을 볼까~가게 안을 한번 둘러 볼까요?

▲긴다리 아저씨는 우리가 흔히 아는 키다리 아저씨겠죠? 돌려88돌이는 무엇일까요?

▲돌려88돌이가 여기에도 있네요. 당시 한 인기했던 책인가 봅니다. 

▲'최고봉! 너의 꿈은 뭐냐?'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만화 제목입니다. 내용이 정말 궁금하지만 읽어 보지는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런 추억의 만화들을 박물관이 아닌 곳에서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만화 가게 안에서 만화책 쌓아놓고 보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풍경이네요.

▲만화 가게 옆 은하 사진관.

1층 전시관이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소개한다면 2층 전시관은 일본과 미국, 유럽을 비롯해 중국, 북한 등 제 3국의 애니메이션까지 전세계 애니메이션 자료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세계의 애니메이션. 세계 만화캐릭터들로 꾸며진 지구본입니다.

▲지구본을 자세히 보면 애니메이션 캐릭터들로 이뤄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토마스도, 곰돌이 푸우도 있네요.

▲북한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는 북한관. 북한의 어린이들도 만화를 보면서 꿈을 키우겠죠?

▲일본관 입구를 지키는 타이거 마스크.

▲춘천시의 캐릭터들로 꾸며진 춘천관이 따로 마련돼 있네요. 애니메이션 박물관부터 오는 2010년 개교하는 애니메이션 고등학교까지. 앞으로는 춘천 하면 닭갈비가 아닌 애니메이션이 떠오르는 날이 오겠죠?  

▲미국관에서 만난 다양한 미키 마우스. 저 봉제인형은 1930년에 만들어졌으니 거의 80살 된 할아버지입니다.

이외에도 특별 기획전으로 '만남과 소통의 player -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만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임으로 너무나 유명한 리니지 2의 캐릭터들과 제작 과정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국내 최초의 애니메이션 전문 박물관인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기존의 딱딱한 박물관이 아닌 직접 캐릭터도 만들어보고 체험해 볼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즐거운 박물관이었습니다.

단지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미국과 일본의 경우 일찍부터 만화산업이 발달한 만큼 오랜 세월 사랑 받아 온 캐릭터와 이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장난감 뿐만 아니라 만화캐릭터가 새겨진 전화 카드 등)이 전시 된 반면 우리나라는 절대적으로 캐릭터 제품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만화 대여점과 만화책을 멸시하는 분위기 등으로 많은 만화가들이 자신의 생업인 만화를 접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만큼 이러한 현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만화에 대한 역사부터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 볼 수 있었던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
너무나 즐거운 이 박물관에 우리나라 캐릭터들이 '꽉꽉' 차는 그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바로가기☞ 춘천애니메이션 박물관

Posted by 포도봉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