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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사건'파헤친 PD저널리즘의 근성


여기 석 장의 영화 포스터가 있습니다. 

<그 놈 목소리>, <살인의 추억>, <이태원 살인사건>


 ▲ 해결되지 않은 살인사건은 이렇게 영화로도 만들어집니다. 억울한 죽임을 당한 이들의 한 때문일까요??


눈치채셨겠지만, 이 세 영화에는 누구라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맞습니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범죄사건을 다룬 영화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피해자는 있지만 범인(가해자)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미해결사건(미제사건)을 다룬 영화라는 점
이지요.

<그놈 목소리>는 어린이 유괴살해사건을 다룬 영화로 2007년 개봉한 영화입니다. 유괴사건에서 흔히 나타나는 패턴대로, 범인은 수차례 전화를 걸어 가족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며 목소리의 흔적(지문이 아닌 성문과 녹음된 목소리)을 남겼지만, 끝내 잡히지 않았습니다.

<살인의 추억>은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을 다룬 너무도 유명한 영화이지요. 송강호,김상경의 열연으로 흥행에도 성공한 이 영화 덕분인지 경기도 화성에는 그동안 없었던 경찰서가 설립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범인은 아직까지도 오리무중입니다. (심지어는 외계인의 소행이라는 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지요..)

끝으로 <이태원 살인사건>입니다. 약 12년전인 1997년 4월, 서울 한 복판 미군 부대 주변인  용산구 이태원 햄버거 가게에서 무참히 살해당한 대학생 故 조중필씨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올해 9월에 개봉했지만, 그다지 대중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습니다. 역시나 이 사건 또한 범인이 누구인지를 아직까지 가려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故 조중필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다음 세상에서는 힘있고 빽있는
               집에서 태어나길 간절히 기원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 중 하나가 범인임이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
               에서도 우리나라 수사당국은 진범을 가려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진- 영화의 한 장면)


피해자의 가족들은 대부분 죽은 이의 넋을 달랜다는 의미로 끝까지 범인을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해자 故 조중필씨의 어머니 또한 마찬가지이지요.

억울한 죽임을 당하거나 한을 품은 혼을 우리는 '원혼'이라고 부릅니다. 흔히 원혼은 제 갈길을 가지 못하고 구천에 떠돈다고 하지요.  즉, 이런 사건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우주의 법칙까지 동원되어 그 해법을 갈구하기 마련입니다. '구천에 떠도는 원혼'이란 말은 일상적인 의미를 훌쩍 뛰어넘는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 수사당국의 노력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의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역지사지>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살아있는 사람들의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사담당자들도 나름대로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특히, <이태원 살인사건>의 경우에는 둘 중 하나가 범인이라는 '상식'의 토대 위에서 수사가 진행되었음에도 사건발생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진범을 가려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아쉬움이 마침내 올해 9월 영화로 만들어져 세상에 선을 보였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TV 방송국에도 전달되어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에 이르렀습니다. 10년도 넘게 지난 <이태원 살인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전파를 탄 게 바로 며칠 전 주말저녁이었습니다. (12월 19일 밤)


            ▲ 둘 중 하나는 분명 범인입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아직까지 미제사건으로 남아있습니다. 왜??
 

PD저널리즘의 약화 또는 실종을 아쉬워하던 많은 시청자들이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그것이 알고싶다>의 문제제기에 크게 공감하고 나섰습니다. 저 또한 그 중의 한 명입니다.

초창기 sbs라는 상업방송국의 이름을 널리 알린 효자 프로그램이기도 했던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의 노력과 끈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90년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JMS 정명석 사건>을 끝까지 물고늘어져 마침내 2009년, 정명석씨에게 징역 10년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도록 이끈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의 근성을 다시 보는 것 같아 든든함이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이 꼭 밝혀져서 '구천에 떠도는 원혼'이 제 갈길을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12년전 사건 당시 법정에서 오갔던 대화를 일부 옮기며 마무리합니다.


1997년 9월 20일, 서울지방법원 319호 법정

(재판관은 피고인석에 앉은 두 명의 10대 피고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여기에 앉아있는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범인인 것은 맞습니까?”
알렉스(가명) : 네
피어슨(가명) : 네

“알렉스에게 묻겠습니다. 조중필씨를 살해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알렉스 : 제 옆에 앉아있는 피어슨입니다.

“피어슨에게 묻겠습니다. 조중필씨를 살해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피어슨 : 제 옆에 앉아있는 알렉스입니다. 




여러분은 둘 중 누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분명히 둘 중 하나는 범인이 아닐까요?

(사정이 이런데도) 아직까지 범인을 밝혀내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수사기관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요?

이른바 '영구미제사건'을 모조리 영화와 PD저널리즘의 '고군분투'에만 맡겨둬야 할까요?

판단은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놓겠습니다.



*[뱀발]
최근, 유명한 남녀 탤런트 연루설로 세간의 관심을 끈 <광주 H수련원 >사건이 떠오릅니다. 이른바 '엽기수련원'으로도 알려진 이곳에서는 신도들에게 마약성분의 약을 먹게한 뒤 집단성관계를 갖게 하는가 하면, 이를 동영상으로 남겨 해당신도들을 옭아맸다고 알려져있습니다. 또한 7명의 여성들의 집단 동성애 동영상도 발견되었다는 최근 보도는 소식을 접한 모든 이들을 경악하게 합니다. 탤런트 한 사람도 연루되어있어 그 호기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JMS 정명석 사건>과 유사한 <광주 H 수련원> 원장 살해기도 및 성폭행,집단성관계,마약 투약, 동성애동영상 등에 얽힌 이 사건에 대해서도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의 카메라는 포커스를 맞추고 있을 것 같네요. 
세상을 어둠을 밝히는 <PD 저널리즘>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져가는 요즈음입니다.

                                                                                                                          


                                                                                                                        posted by 백가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