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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도, 지하철도 속수무책, 지옥같던 출근길.

"출근길, 모두들 안녕하셨나요?"

2010년 경인년 새해 첫 출근길, 정말 전쟁터를 방불케했습니다.
9년만의 폭설로 도로는 물론 지하철까지 마비된 출근길 대란.

서울에는 오히려 도로에 차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버스만 나홀로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거의 4시간만에 간신히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요.
새해 첫 주의 지옥같은 출근길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 6시 50분,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섬.

평소 저희 집에서 직장까지의 거리는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입니다.
눈이 내린다는 얘기에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지난주 눈이 왔을때 2시간 정도 걸렸던 것을 감안해 6시 50분 쯤 집을 나섰고 7시에 버스를 탔죠.
 
저는 버스에 타서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눈을 감고 잠을 자기 시작했습니다.(장거리 직장인들은 이해하시죠? 이제는 버스에서 서서 잠을 자는 신공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버스가 종점이기 때문에 맘 놓고 잠을 자고 있는데 한참을 자다가 눈을 떠보니 시계는 8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더라고요.

평소 30~40분이면 종점에 도착하지만 눈이 내리거나 차가 많이 막히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이 정도면 도착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내릴때가 됐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장갑을 끼고 내릴 준비를 하는데  나오는 버스 안내 방송.

"다음 내리실 정거장은 00 정류장입니다."

순간 저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 8시 30분, 10분 거리를 1시간 30분 만에 돌파.

1시간 30분 동안 버스는 딱 한 정거장을 왔습니다.
즉, 이 얘기는 평소 10분 걸리는 거리를 1시간 30분만에 온 것입니다. ^^;
(내가 걸어와도 더 빨리 도착했을 시간인 것이죠.)

자다가 일어난 주위 승객들도 이 어이없는 상황에 바로 직장에 전화하기 시작하더군요.
엉금엉금도 아니고 버스는 그냥 제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웃긴 상황은 그 상황에서 어디선가 나타난 군인들이 열심히 삽으로 눈을 치우고 있었습니다. ㅠㅠ
군인들이 삽으로 길을 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군인들이 눈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고 '하늘에서 내리는 0 덩어리'라고 부르는 이유를 직접 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

군인들의 삽질 덕택에 버스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10시 드디어 종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 눈 오는 날, 지하철은 만사 OK?

10시, 버스에서 내린 저는 이제 지하철을 타면 된다고 한시름 마음을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도 순진한 생각이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입구로 다가가는 순간 지하철도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지하철 승강장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ㅠㅠ

'승강장이 혼잡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안내방송과 함께 직원분들은 아예 입구를 막고 있었습니다.
직원에게 물어보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입구를 하나만 개방해 놓았다고 하더군요.
힘들게 입구를 찾아 승강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인파에 쓸려서 들어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올해 전 지하철역에 스크린 도어가 설치됐다고 하던데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많이 몰리다보니 사고의 위험도 높아 보였습니다.

저와 함께 지하철을 탄 승객 중 한 커플은 공항에 가는 길이라며 비행기 시간 때문에 발을 동동 굴렀는데요. 사무실에 도착한 후 뉴스를 확인해보니 9년 만에 김포공항 운행 중지됐네요.
막 뛰어가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구청에서 나오셨는지 아저씨 두 분이 인도에 쌓인 눈을 치우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많이 온 눈에 두 분이 치우시기에는 벅차 보였습니다.


힘들게 힘들게 약 4시간만에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지옥 같던 출근길이었습니다.
지금도 밖에는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습니다.
힘들게 출근해 사무실에 도착하니까 이제는 퇴근길이 걱정입니다.

눈 오는 날 대중교통 이용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하지만 오늘 내린 폭설에는 대중교통도 속수무책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가지 않는 버스와 오지 않는 지하철에 속수무책으로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던 하루였습니다.
만약 오늘 같은 날, 아주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면 어찌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는데요.

폭설로 인한 고생길로 시작한 2010년 새해 첫 주.
하지만 이를 계기로 앞으로는 갑작스러운 기상재해에도 철저히 대비하는 우리나라가 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Posted by 포도봉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