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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만성'의 여배우 나문희의 성공비결 3가지

지난 27일 <무릎팍도사>에 배우 나문희가 출연하여 자신의 연기 인생에 대해 털어놨습니다.
연기인생 49년만에 예능 프로그램 첫 출연이라고 하니 감회가 남달랐을 것입니다.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국민어머니'라고 하면 
누구에게나 알려진 김혜자나 강부자, 정혜선, 여운계와 같은 배우를 떠올리기 마련이죠.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 이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여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나문희입니다.

그녀는 현재 충무로가 원하는 어머니 역 배우 0순위로 꼽힙니다.

'대기만성'이란 단어가 딱 어울리는 그녀의 성공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 나문희가 평소에 꼭 같이 연기해보고 싶었다는 김윤진과 힘을 모은 작품 <하모니>


절제력과 성실함

"비록 작은 역이었지만 내가 아니면 아무도 소화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물론 '저 역할은 내가 하면 좋겠다'며 주연배우를 부러워한 적이 있지만,
곧 '저 배우가 나보다 연기를 잘하기 때문에 맡긴 것이다'라고
마음을 고쳐먹었기 때문에 좌절하지 않았어요." <여성동아 2008년 9월호 중>

배우라면 누구나 주인공이 되기를 꿈을 꿉니다.
나문희라고 욕심이 없었을까요?

그러나 긴 연기 인생동안 거의 조연으로 살아온 그녀가 존경받는 배우로 자리잡게 된 것은
과욕을 부리지 않고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는 절제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우직하게 노력한 것은 훗날의 성공을 위한 초석이 되었습니다.

그녀의 어느 인터뷰를 통해 40여년의 연기 인생 속의 성실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본을 50번은 봐야 안심이 됩니다."

이를 증명하듯이 <열혈남아>에서 함께 연기했던 설경구가
나문희의 대본을 보곤 자신의 대본이 깨끗했던 것이 부끄러웠다고 이야기했었다죠.


▲ 나문희가 황정민의 순수한 연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한 영화 <너는 내 운명>


관찰력과 해석력

<무릎팍도사>에서 그녀는 주변 인물을 많이 참고한다고 고백했습니다.

목소리가 좋다는 평을 받고 MBC 공채 성우 1기로 뽑힌 그녀는
'주말의 명화'에서 마르린 먼로의 전담 성우로 활동하며
학교에서 못한 훈련을 방송국에서 경험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좋은 영화를 보며 성우로서 경험을 쌓아갔던 것은
그녀가 TV 연기자로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조연으로서 55세의 나이에 KBS 연기대상을 안겨준 '이북사투리 할머니' 역시
그녀의 주변 인물에서 따온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주변 인물에게서 얻을 수 없다면, <인간극장>, <아침마당> 혹은 다큐멘터리를
참고한다고 이야기하더군요.

나문희는 "내가 참고한 주변 인물에겐 로열티를 준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는데,
주변 인물의 특성을 적시적소에 뽑아서 연기로 표출했던 것이 성공의 비결이 됐습니다.

노희경 작가는 나문희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이렇게 떠올렸습니다.

'너무 잘난 사람들하고만 어울려 놀지마. 희경 씨.'
'버스나 전철 타면서 많은 사람들을 봐. 희경 씨.'
'재래시장에 많이 가. 희경씨.'
'할머니들 손을, 주름을 봐봐. 희경씨. 그게 예쁜 거야'
'골프 치지 마. 희경씨. 대중목욕탕에 가. 희경씨'

나문희의 연기가 자연스러울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관찰력만 뛰어나서가 아니라
주변 인물의 특성을 자기화할 수 있는 해석력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어찌 보면 오랜 조연생활에서 갖는 노하우가
주변 인물을 잘 활용하게끔 바뀌게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조연급 등장인물들은 일상적이고 인간적인 캐릭터가 많으니까요.


▲ 나문희가 "이 영화가 끝나면 죽어도 좋다"고 했던 영화 <열혈남아>


진솔함과 인간미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책에서
노희경 작가의 나문희에 대한 평가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누가 배우 나문희를 한 마디로 답하라면, 저는 세상에서 가장 욕심 많은 배우라 말할 겁니다.
그리고, 또 누가 인간 나문희를 한마디로 답하라면 이렇게 말할 겁니다.
화면에 단 한 컷도 거짓이었던 적이 없었던 인간이라고요."

그녀의 연기에 시청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연기가 화려하게 치장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혀 없는 캐릭터를 억지로 만들어내기 보다는 일상의 캐릭터를 상황에 맞게 응용함으로써
오히려 더 실감나는 연기로 승화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내의 어머니와 자식, 할머니와 손주의 관계에 있어서
그녀가 동료 연기자들을 실제로 자식 같이, 손주 같이 생각하려고 애썼다며
고백한 부분은 인상깊게 다가옵니다.

이런 꾸밈 없는 그녀의 연기가 시청자들로부터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비결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 비결 속에는 동료 연기자를 아끼고 신뢰하는 그녀의 인간미도 숨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득 영화 <주먹이 운다>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녀는 부모를 잃고 소년원에 있는 손자(류승범 분)를 뒷바라지하는 할머니 역을 맡았었는데
천신만고 끝에 권투 신인왕에 오른 피투성이 손자를 껴안고 함께 울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 나문희의 할머니 역 연기에 류승범의 열연이 더해지며 더욱 짠한 감동을 줬던 영화 <주먹이 운다>



지금까지 나문희의 성공비결에 대해 꼽아봤습니다.

혹시 당장에 목표한 무언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내시는 분들 계십니까?

30~40년을 무명 배우, 조연 연기자로 세월을 보내다
최근 새로운 어머니 상을 개척한 나문희.

'대기만성'의 그녀를 보고 힘을 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