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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큰놈이의 비밀, 조선시대 슬픈 자화상

지난 목요일 추노 10화, 대길이는 꿈에서도 잊지 못했던 자신과 부모의 원수,  큰놈이를 드디어 찾아내는데요.
그냥 자신을 죽이라며 자결하려는 큰놈이에게 대길이는 편한 죽음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오직 이날을 위해 대길이는 저작거리에서 악착같이 추노질을 해왔습니다.


큰놈이에게 자신과 똑같은 상처를 낸 후 대길이는 언년이의 행방을 묻습니다.

자신을 찾아낸 대길이에게 큰놈이는 자신이 이럴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출생에 대한 비밀을 이야기합니다.


죽음마저 허락하지 않는 악귀로 변한 대길이에게 큰놈이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바로 대길이와 큰놈이가 배다른 형제라는 사실이죠.

자신의 노비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큰놈이가 결국 자신과 아버지가 같은 배다른 형제였다는 이야기에 대길이는 큰 충격에 빠집니다.

큰놈이가 자신의 배다른 형이었다는 사실을 듣고 충격에 빠진 대길이.


이를 믿지 못하는 대길이에게 큰놈이는 말하죠.

"우리 어미가 그대 아버지 씨를 받아 나를 낳았네. 그 후에 다른 노비와 혼인하여 언년이를 낳았으니 그대는 배다른 형제이고 언년이는 씨다른 남매인게지. 이런 사연이 한 집 건너 두 개씩이니 양반이란 참으로 우스운 존재들 아닌가."

씨다른 남매인 언년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이자 대감마님에게 무릎 꿇고 사정한 큰놈이.


죽어가는 동생, 언년이를 살리기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감마님이 아닌 아버지에게 무릎 꿇고 사정한 큰놈이.
하지만 아버지는 너무도 매정하게 큰놈이를 노비로 대할 뿐이죠.
그 날 큰놈이는 자신이 직접 자신의 아버지를 마음 속에서도, 현실 속에서도 죽입니다.
 

이 모든 사실을 밝히고 큰놈이는 마지막으로 대길이를 도련님이 아닌 아우라고 부르고 자결하는데요.

이 장면을 보면 떠오르는 고전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홍길동전'입니다.


"소인이 대감의 정기를 타 당당한 남자로 태어났사오니 이만한 즐거움이 없지만 평생 서러워하기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옵고 형을 형이라 못하여 상하 노복이 다 천히 보고 친척과 오랜 친구도 손가락질하며 아무의 천생이라 이르오니 이런 원통한 일이 어디에 있사오리까?”

이어 대성통곡하니 대감이 마음에 가엾게 여기시나 만일 그 마음을 위로하면 이것 때문에 방자할까 하여 꾸짖어 말하기를

“재상의 천비 소생이 너뿐 아니다. 자못 방자한 마음을 두지 마라. 앞으로 다시 그런 말을 번거로이 한다면 눈앞에 용납치 못하리라.” -허균의 '홍길동전 中'


실제로 홍길동은 허균이 자신의 스승인 이달이 서얼차대의 벽에 부딪혀 불우한 일생을 보내는 것을 보고 지은 소설이라고 합니다.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고 형제를 형제라 부르지 못하는 슬픔은 허균의 스승인 이달의 슬픔이자 홍길동의 슬픔, 그리고  추노 속 큰놈이의 슬픔 등 조선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서얼(노비)들의 슬픔인 셈이죠.

우리에게 너무나 충격적이었던
대길이와 큰놈이의 출생에 얽힌 비밀.
추노 속 이 비밀은 조선시대의 너무나 일상적인 슬픈 생활상이었던 것입니다.

                                                                                                                       Posted by 포도봉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