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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헤드라인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비판에 대한 댓글

<졸저 비판 리뷰에 대한 댓글>



안녕하세요. 김형오입니다.
우선 제 책을 꼼꼼히 읽어주신 citybard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제대로 읽지도 않고 선입견에 사로잡혀 비평 비판을 하는 분들과는 다르군요. 그래서 이런 댓글을 쓰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현역 시절 저와 견해가 다른 사람들과 몇 차례 인터넷 토론을 한 적이 있습니다. 또 몇년 전까진 특정 이슈를 놓고 밤을 새우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포기했습니다. 시간 낭비에 극심한 체력 소모를 주체하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는 실로 오랜만에 이렇게 답글 형식으로 댓글을 씁니다. 저와 의견을 달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다양성이지요. 그러나 몇 마디는 다른 이들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 참고삼아 여기에 남겨두어야겠군요.
순서대로 보겠습니다.

우선 저의 "성찰과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에 공감"을 표시해주어 고맙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곳에 대한 비판은 늘 조심스럽고 쉽지 않습니다. 아끼고 사랑하는 현직 의원들이 눈에 밟히지만 이들이 좀 더 잘하라는 뜻으로 한 말입니다. 이들이 깊이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네요.
그러나 제 글이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둔갑시켰다"거나, 님이 "프랑스나 독일 시위는 이보다 더 격렬하다"고 한 부분은 납득이 안 됩니다. 저는 분명 시위대의 과격 폭력성을 지적했고 '평화 시위'를 약속대로 하지 않은 이유 등을 따졌습니다. 다만 이런 시위 사태에 온 경찰력이 매달려 쩔쩔매는데 진짜 테러리스트들이 와서 장난친다면 어찌 할까 하는 염려를 담았습니다(북한이나 IS 쪽 요원이나 첩자가 침투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요). 정말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가 한국 시위대보다 더 격렬할까요? "경찰의 과잉 진압"이라 하셨지만 서구 각국의 시위 진압 방법이 얼마나 철저한지 모르시나요? 불법과 약속 위반에 대해선 어떤 선진국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시리라 믿습니다.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불평불만을 행동이나 시위로 표현할 자유와 권리는 민주 국가에선 보장받아야 하지만 그것을 다 들어주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더구나 폭력만큼은 절대 안 됩니다. 한국은 그동안 폭력에 너무 관대했습니다. 정권의 정통성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국민적 저항이 (당연히) 있었지만 이제 제도적 민주주의는 이뤄졌습니다. 제도는 완벽할 수 없으니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저처럼 수없이 제도 개혁을 주장하지만 좀처럼 안 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여 이렇게 책으로 낸 것입니다.

제가 지난해 일어난 일 중 가장 분개했던 면세점 허가 취소 건에 대해선 굉장히 너그러운 편이더군요. 제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면서 "어차피 대기업들만 입찰했고 롯데 면세점이 몇 군데 탈락했다고 깊이 충격을 받을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했는데 바로 이 점입니다. 우선 '롯데가 몇 군데 탈락'한 게 아니라 시내 면세점은 롯데와 SK가 탈락하고 다른 몇개 업체가 서울 등지에서 허가권을 따냈습니다. 과도한 허가권을 쥐고 기업(재벌)을 옥죄는 정부 행태부터가 후진적이지만 이것을 대기업의 땅따먹기 싸움으로 보는 시각은 더 문제였습니다. 이런 일로  대기업이 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재벌들은 분을 안으로만 삭이고 있겠지요. 그러나 여기에 종사하고 생계를 이어가는 수천 명이 바로 직장을 잃고 맙니다. 납품 운송 보관 관리 등 수많은 관련 업체에 직격탄이지요. 이들 역시 바로 힘없고 빽없는 중소기업이며 시민이요 서민이 아니겠습니까. 신설되는 곳으로 옮기면 그만이라고요. 이는 한국서 살기 어려우면 일본 가서 살라는 식입니다. 명품 취급하는 시내 면세점은 저 역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 면세점이 한국의 새로운 관광산업이 되고 세계가 벤치마킹할 정도로 노하우를 쌓아왔는데 하루아침에 높으신(?) 관료들이 이유도 없이 허가를 취소해버리는 일이 한국 말고 다른 어떤 나라에서 있을 수 있을까요. 이런 사태에 대해 무덤덤한 언론과 여론은 또 어찌된 일입니까? 점점 한국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져 앞으로가 걱정인데 그나마 잘나가던 것마저 없애버리고 전혀 경험 없는 업체에 허가를 주니 도대체 어찌 하겠다는 건지? 이런 한국 정부의 행태가 못미더워 외국 유명 브랜드들이 신설되는 업체에 입점을 망설인다는데 명품 없는 면세점에 외국 관광객이 들어올까요? 이 엉터리없는 결정에  저를 비롯한 수많은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가 또다시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말이 길어질 것 같아 줄이려 합니다만 재벌도 서민도 억울하면 억울하다고 해야 합니다. 수천 억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사업체를 한순간에 잃고도 항변 한마디 못하는 것을 보며 한국 정부 관료의 엄청난 힘을 느낍니다. 법치주의는 평등 공정 엄격할 때 이루어집니다. 관료의 획일주의, '갑질근성'을 혁파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발전도 없습니다.

국정 교과서 강행에 대한 우려는 이미 언급한대로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현행 교과서 편향 문제는 "뉴라이트 주장과 차이가 없다"고 하셨는데 뉴라이트 주장이 뭔지 모르지만 옳은 주장이면 뉴라이트든 뉴레프트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또 "교학사판 역사 교과서를 단 한 학교도 채택하지 못하게 만드는 책임을 왜 떠넘기려 하는 걸까"라는 부분은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군요. 아시다시피 교학사판은 극소수의 학교가 채택하려 했지만 반대 시위와 협박으로 결국 모두 포기하지 않았나요? 자기 견해와 다른 의견은 수용하지 않는 것을 넘어 제거하고야 마는 경직되고 획일화된 사고방식과 행동 양태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뜻있는 사학 교수와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를 듣지 못한 걸까"라고 지적하셨는데 충분히 듣고 있고 또 공감하기에 획일화된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것입니다. 다만 그 '뜻있는 분들'은 왜 그 반대 목소리는 듣지 않는 걸까요.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것은 없습니다. 현행 역사 교과서가 그렇게 완벽하다면 왜 이렇게 많은 문제를 지적하고 오죽하면 국정 교과서까지 무리해서 만들겠다고 하는 건가요. 왜 조금도 양보하지 못할까요. 현행 교과서 집필자들과 관련 업체가 자기 순결의 우물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거나 아니면 어느 일각의 주장처럼 교과서 발간으로 생기는 엄청난 이권 때문인가요?

"아이러니하게도 여러 쓴소리를 하지만 권력을 쥔 자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하셨는데 제가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도 권력이라면 하나의 권력이겠지요. 저는 지금 자유의 숨결을 만끽하는 제 위치를 소중히 가꿔나갈 생각입니다. 국민으로부터 은혜를 입고 정계를 무탈하게 마친 것만도 명예스러운 일인데 인생의 후반부에 무슨 권력 욕심이 있겠습니까. 다만 "부록에서 우리 삶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혁명가"라고 "낯간지러운 자화자찬"을 했다는 지적은 읽는 순간에도 낯이 화끈거리군요. 제 글이 아니고 어느 교수님의 글인데 이것도 제법 줄인 것입니다. 제가 정치권을 물러나 어떤 삶을 살았느냐는 것을 보여주기에 적합할 것 같아 실었는데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따끔한 지적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 교수님께도 송구한 마음입니다.

"김영삼 김대중을 박 대통령 쪽에서 키워준 측면도 적지 않다"는 대목에 "어리둥절"했다는데 그렇게 이해했다면 제가 글을 잘못 쓴 탓이겠지요. 두 분을 조금 아는 사람으로서 한국 민주화를 위한 고난의 투쟁을 선도해온 두 분의 행적을 조금이라도 폄훼할 의도가 없다는 것은 글을 읽으면 더 잘 알 것입니다. <위인은 위기에서 역량을 발휘한다.>는 말이 있듯이 박 정권 시절의 엄혹한 탄압을 뚫고 나온 그분들의 용기를 치하하는 한편 정권의 어리석은 짓으로 더욱 영웅적인 모습이 돋보이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글을 다시 읽으면 오해가 없을 것입니다.

"최근 언론에 기고된 글들을 취합하여 논평을 다는 방식"이어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빅데이터 인터넷 시대에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데 2년 전이라면 까마득하지요. 문제는 불과 2-3년 전의 일도 우리는 잊어먹고 비슷한 사건이 터지면 어찌할 바를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제발 다시는 그런 모습 보이지 말자는 뜻에서 재작년의 세월호, 작년의 메르스 사태를 값비싼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에서 낸 것입니다.


"중요한 치부의 근원까지 파고들지 못하고 표피적인 형태로만 전하는 메시지에서  한국 정치가 바뀌지 않는 이유가 그대로 드러난 책"이라고 한 부분도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마음에 안 들었다면 그것은 저의 한계입니다. 그러나 부족한 저로서는 심혈을 기울였고 밤잠을 줄여가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썼다는 점을 밝힙니다. 또 문제를 다루는데 의도적으로 회피한 부분이 없다는 점, 청와대, 국회, 여야 정치인, 정부, 관료, 노조, 지식인, 시민단체 등 어디든 저는 애정어린 비판을 했습니다. 그분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을 줄 압니다. 그러나 이처럼 다방면으로 솔직 담대하게 접근한 글과 책은  드물지 않을까 합니다.


한마디만 하며 긴 댓글 마치려 합니다. 저는 세상이 좋아지는 것은 보수가 진보가 되는 것도, 진보가 보수로 변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문제점을 알고 부단히 스스로 개혁해 나갈 때 세상이 나아지는 것입니다. 보수와 진보는 절대 가치도 아니며, 상호 모순도 아닙니다. 각도의 차이일 뿐입니다. 이념 노선 진영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 포용 겸손 노력이 아닐까요. 감사합니다.


저자 김형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