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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2 동아일보] 탄핵 가결 이후 / 원로에게 길을 묻다

“여야정 ‘촛불’ 뛰어넘어 협치 나서라”



탄핵 가결 이후… 김진현 허영 김형오 김황식 원로 4인에 길을 묻다
촛불 민심은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 희생과 헌신 보여야
명예혁명-파국 갈림길… 갈등 조장 선동땐 국회도 탄핵감


 9일 국회가 압도적 찬성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면서 대한민국은 전환점을 맞았다. 새로운 도약이냐, 끝없는 추락이냐의 갈림길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불안정하고, 조기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은 정략적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있다. 동아일보는 11일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80)과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80), 김형오 전 국회의장(69), 김황식 전 국무총리(68·이상 나이순) 등 국가 원로 4명을 한자리에서 만나 ‘탄핵 그 이후’ 대한민국의 진로를 모색했다.

 김 이사장은 “촛불 민심에는 박 대통령의 국정 농단을 넘어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가 녹아 있다”며 “지금부터 기득권층이 어떤 희생과 헌신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정치권부터 촛불에 의존하는 정치가 아니라 촛불을 극복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이 명예혁명을 이루느냐, 파국으로 내몰리느냐가 정치권에 달렸다”고 했다.

 허 교수는 “정치 지도자들이 탄핵안 가결 이후 국민에게 ‘법적 절차는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이제 생업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할 줄 알았다”며 “하지만 정치 지도자들이 여전히 광장에서 같이 시위를 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어겼다며 박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 국회가 대중 선동에 앞장선다면 이 역시 탄핵감”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정치권이 탄핵안만 밀어붙이느라 과도내각을 세우지 못한 것은 큰 실책”이라며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시킨 건 박 대통령이 아닌 야당인 만큼 공동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가 사회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갈등을 조장해 온 게 촛불 민심으로 나타났다”며 “우리 사회가 어깨동무를 하고 같이 갈 수 있다는 연대의식을 보여주는 게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라고 주문했다.

 
 국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원로들의 주문과 관련해 야권은 황교안 체제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각각 ‘국회·정부 정책협의체’(더불어민주당)와 ‘여야정 협의체’(국민의당) 구성을 경쟁적으로 제안하고 나섰다.

 여야는 12일 원내대표 회담을 열어 12월 임시국회 일정 협의를 시작으로 국회 주도의 국정 운영 체제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역사 국정 교과서 등 박근혜표 정책의 집행을 당장 중단하라”며 ‘국가 대청소’를 주장하는 등 현 정부 정책 뒤집기에 나설 태세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송찬욱 기자



[2016-12-12 동아일보] "여야정 '촛불' 뛰어넘어 협치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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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의존하는 정치 멈추고
질서있는 명예혁명 이끌어야”

정치권을 향한 제언

국가 원로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위기의 대한민국호를 두고 “촛불에 의존하는 정치가 아닌 촛불을 극복하는 정치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는 11일 김황식 전 국무총리, 김형오 전 국회의장,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왼쪽부터)와 긴급 방담을 갖고 나라를 위한 제언을 들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사진 촬영에 응한 원로들의 뒤편으로 청와대가 희미하게 보인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두 달 가까이 타오르고 있는 ‘촛불 민심’을 국가 원로들도 엄중하게 받아들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농단에 대한 분노를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광장에 응집해 있다는 것이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과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 김형오 전 국회의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대한민국은 수십 년간 쌓인 적폐를 청산해야 할 전환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정계 관계 법조계 언론계 등 각자의 경험에 따라 인식과 판단, 전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이번에야말로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열띤 논의 속에 좌담회는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 “혁명의 마그마 끓고 있어”
 ▽김진현=올해 1월 초 혁명의 마그마가 불타고 있다고 썼는데, 촛불 전에 혁명의 마그마가 돼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가 왔을 때 박정희 스타일의 체제를 제거했어야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확실히 (과거 체제를) 청산했어야 했다.
 ▽허영=국회는 대오각성(大悟覺醒)해야 한다. 촛불의 원인은 대통령이지만 촛불을 키운 건 국회다. (국정 혼란 상황에서) 제때 대응 안 하고 말을 바꾸며 혼란을 키우니 국민은 짜증이 났다. 나중에는 촛불이 청와대가 아니라 국회로 향했다고 봐야 한다.

 ▽김황식=우리가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뤘다고 자랑하지만 진정한 민주화가 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행태를 보여 (국민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사회 곳곳에서 나타난 법치주의 파괴 현상에 분노한 것이다.
 
 ▽김형오=국민이 왜 전국 각지에서 들고 일어났나.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압박감,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투명함이 복합적으로 맞물렸다. 박근혜 정부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제시하지 못했다.

○ “시민이 끌고 정치권이 뒤따라”
 ▽김형오=정치권이 (여론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시민이 끌고 정치권이 뒤따랐다. 표에 굶주린 정치권으로선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느 시기보다 리더십이 부재했다. 대통령 리더십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권 리더십도 없었다. 당장 대권에는 눈을 밝히지만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리더십은 보이지 않았다.

 ▽김진현=촛불을 녹아내는, 촛불을 수용하는, 촛불을 승화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촛불에 의존하기만 했다. 이런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면 명예혁명으로 갈 것이고, 끊을 수 없다면 파국으로 갈 것이다. 야당에 유리하다, 여당에 불리하다가 아니라 ‘혁명의 마그마’를 질서 있는 명예혁명으로 승화시킬 수 있느냐가 과제다. 1960년 4·19혁명 이후 1년여 만에 5·16군사정변이 일어났다. 1987년 6월 혁명은 누구한테 바쳤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싸우느라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됐다. 과연 정치인이 촛불 민심을 명예혁명으로 이끌 수 있을지 아직은 물음표다.

 ▽허영=진짜 민심은 침묵하는 다수다. 촛불이 대한민국 국민 전체 민심을 대변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본다. 선거를 하면 침묵하는 다수 의사가 표로 나타난다. 그러니 여론조사가 늘 틀리는 것이다. 언론도 침묵하는 국민 의사를 살펴봐야 한다.

 ▽김황식=다이아몬드 원석을 캐다가 정치권에 가져오면 다 다듬고 가공해서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정치권의 몫인데, 그저 여론이 하자는 대로 쫓아가는 정치는 지양해야 한다.

○ “촛불 민심 담은 제도적 장치 논의해야”
 ▽허영=탄핵안이 가결된 뒤 (정치권이) ‘헌법재판소를 믿고 기다리자, 생업에 종사하자’고 호소할 줄 알았는데 (거리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어겼다며 박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 국회가 선동에 앞장선다면 역시 탄핵감이다. 광장 여론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해야지, 직접 광장에 뛰어 나가려면 국회가 왜 필요한가.

 ▽김형오=정치권이 국민 여론을 담아내 새로운 제도를 만들거나 정책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정치권이 둘 다 할 생각이 별로 없다. 국민이 촛불을 들고 나오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치권이 서둘러 논의해야 한다.

 ▽김황식=박근혜 정부의 여러 가지 문제점 중 사회 통합을 이뤄내지 못한 게 가장 크다. 세대나 계층별로 통합하는 노력보다 자기 나름대로 목표를 세워 밀고 가다 보니 소외된 사람들에게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김진현=우리나라는 근대화에 성공했지만 근대화의 신화와 기적에 갇혀 있다. 이제 ‘박정희 체제’도, ‘1987년 체제’도 막다른 골목에 있다. 촛불이 상징하는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를 다스리려면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희생하고 헌신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2016-12-12 동아일보] "촛불 의존하는 정치 멈추고 질서있는 명예혁명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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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신속하되 시류 휩쓸리지 말아야”


“빠르고 공정하게” 한목소리
“국민도 결론 예단이나 압박 말고 결정 기다리는 성숙한 자세 필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해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모든 것이 과도적이고 불안정하니까 모든 게 확실해질 수 있도록 불안정한 기간이 짧으면 좋겠다”면서도 “헌재가 국민의 여론에 의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면 국가 장래에 불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에 남는 일이기 때문에 아주 실용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더 큰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들도 헌법 절차에 따라 결론을 예단하지 말고, 압박하는 행동을 하지 말고 헌재에 맡겨놓고 있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헌재가 시간 단축을 위해 전체 탄핵소추안 항목 중 2개 정도만 판단해도 심판을 내릴 수 있느냐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물음에 허영 석좌교수는 “탄핵심판은 형사소송 절차가 준용되기 때문에 탄핵 의결서에 들어간 내용을 다 판단해야 한다. 섣불리 한두 개만 갖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헌정사에 중요한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헌재는 시류에 휩쓸려서 빨리빨리 하려 하면 절대 안 되고 신속하지만 공정하게 해야 하는 사명을 가졌다”고 밝혔다. 
 김 전 의장은 “헌재가 언제쯤 (심판 절차를) 끝낼 수 있다는 일정을 밝혀주면 예측 가능해지고 국민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고 (정치권은) 차기 대선 프로그램도 짤 수 있게 되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이에 허 교수는 “박한철 소장 퇴임 후에 (탄핵 심판) 한다고 하면 시위 군중은 소장이 퇴임하기 전에 빨리 하라고 나올 것이고, 만일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로 날짜를 밝히면 왜 그때까지 가느냐고 할 것”이라며 “헌재가 ‘최대한 빨리 하겠다’고 추상적으로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진현 이사장은 “재판관들이 매일 밤새워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박한철 소장도 몸이 망가지도록 일하다 퇴임해야 한다. 빨리 하려고 애를 썼다는 공감이 가야 한다”고 했다.


[2016-12-12 동아일보] "헌재, 신속하되 시류 휩쓸리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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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원로 허영, 김황식이 제안한 개헌 방법은…
허영 석좌교수 “19대 대통령 취임1년내 개헌안 회부 조항 두자” 
김황식 前총리 “총리 임면권 떼어내 대통령 권력독점 차단”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선상에까지 오게 한 것이 (현행) 헌법”이라며 “헌법에 주어진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없어서 국정 농단까지 오고 권력 사유화에 대한 자각이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선 전 개헌은 1% 가능성밖에 없지만 대선 후보들은 개헌을 제1공약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아직 (대선 전 개헌에) 희망이 있다”며 “대통령의 권력 집중과 독점을 제어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도 헌법 개정을 하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회를 통한 대통령 견제는 충분하다. 그런데 행정부 내에서 대통령 권력 독점을 막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최소한 총리 임면권을 대통령 손에서 빼내는 걸 상정할 수 있다.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대선 과정에서 총리도 같이 선출하는 러닝메이트가 됐든…”이라고 덧붙였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개헌을 반대하는 사람도 찬성할 수 있는 ‘원 포인트’ 정도를 논의할 수 있다”며 “현행 헌법 부칙에 ‘19대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이내에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개헌안을 마련해 국민투표에 회부해야 한다’, ‘대통령이 이 개정 헌법 내용을 어길 경우 6개월 이내에 후임 대통령 선거를 한다’는 조항을 넣으면 된다”고 제안했다. 차기 대통령의 개헌을 법적으로 강제한다는 것이다. 이에 김 전 의장은 “제가 본 안 중에 가장 탁견인 거 같다”고 했고, 김 전 총리는 “탁견인데, (개헌) 시한을 정해놓으면 압박이 되겠지만 혼란도 걱정이 된다”며 “(총리 임면권을 대통령 손에서 떼어내는) 최소한의 장치를 만들자는 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반대하긴 쉽지 않을 거다. 문 전 대표 본인이 ‘권력 독점’을 선언하는 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은 “각 당의 중립적인 사람으로 비상국정회의를 구성해 전권을 줘서 개헌까지 포함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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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황교안 대행체제와 공동운명체…
국정 리더십 보여줘야”
 

야권을 향한 제언


 국가 원로들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국내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를 두고 큰 우려감을 나타냈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좌담회에서 “한국 안보의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의 ‘트럼프 리스크’일 수 있다. 촛불 민심과 상관없이 세계의 ‘패러다임 시프트’(근본적 전환)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시에 ‘황교안 체제’는 촛불 민심이 상징하는 기득권층에 대한 불만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중대한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황교안 체제가 너무나 취약하다는 점이다. 

○ “황교안 체제와 야당은 공동운명체”
 ▽김형오=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허약한 정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황 권한대행 자신이 임명권자(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바뀔 뻔했다. 총리 다음 대통령 권한대행 승계자인 경제부총리도 바뀔 위기다. 법무부 장관은 공석 상태다. 더욱이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당시엔 노 대통령 개인 문제(공직선거법 위반)였지만 이번에는 국가 권력을 사유화한 국정 농단 사태라 총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핸디캡(약점)투성이 정부인 셈이다.
 ▽허영=솔직히 말해 황교안 체제의 운명이 매우 위태로울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운명도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시점에서 가장 호소하고 싶은 것은 야권 지도자들의 인식 변화다. 탄핵안이 가결된 만큼 이제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날 때까지 최소한의 국정이라도 유지될 수 있도록 야권이 황교안 체제에 협조해야 한다.
 ▽김형오=하지만 야당은 황교안 체제를 계속 흔들 거다. 흔들려고 (황교안 체제를) 유지시킨 것 아니겠느냐.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황교안 체제를 유지시킨 건 박 대통령이 아니라 거국내각 구성을 거부한 야당이라는 점이다. 야당을 향해 ‘너희가 세워놓고 너희가 흔드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압박해야 한다. 황교안 체제와 야당은 대결선상에 있는 게 아니라 공동운명체라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
 ▽김황식=김형오 전 의장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 관점에서 야당이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가 정치적 수사(修辭)에 그쳐선 안 된다.
 ▽김진현=우리나라의 혼란이 가중되면 가장 기뻐하는 사람이 누구겠나. 김정은이겠지. 그 다음이 시진핑(習近平)이고 세 번째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아닌가. 이런 각도에서 어떻게 이 사람들을 기쁘지 않게 할 것인지,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구체적인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정치개혁까지 해야 한다. 
 ▽허영=야당이 여야정 협의체를 제안했지만 속내는 다를 거다. (야권은) 황 권한대행의 국정 운영에 사사건건 반대해 결과적으로 정국 혼란을 계속 끌고 가고 싶을 거다. 그래서 최종 책임을 박 대통령에게 돌려 차기 대선을 유리한 국면으로 만드는 게 야권의 진심이 아니겠느냐. 하지만 야당 지도자들이 잘 판단해야 한다. 지금은 야당이 국정을 충분히 잘 끌고 갈 수 있다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도 앞으로 야당에 나라를 맡길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 “여야정 협의체로 ‘협치 모델’ 만들어야”
 ▽김진현=어차피 국정 운영의 비상기구가 필요한 만큼 황 권한대행과 여야 정당이 추천하는 대표들로 ‘비상국정회의’ 같은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곳에 국가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전권을 줘야 한다. 각 정당 대표들은 정당의 이익이 아닌 오로지 국가 이익만을 고민해야 한다. 이게 실패하면 결국 파국으로 가는 거다. 비상기구의 성공 여부가 현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느냐의 리트머스시험지다. 이를 위해 여야가 신사협정을 맺어야 한다.
 ▽김황식=김진현 이사장 말씀에 충분히 수긍이 가지만 법적 틀에서 만든 회의체가 아니니 전권을 부여하긴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그동안 (여야 정치권이) 강조해온 협치를 실제로 실험하면서 이번 기회에 하나의 ‘협치 모델’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허영=결국 (야권이) 황교안 체제를 인정하고 황 권한대행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김형오=야당이 황교안 체제에 협력하려면 황 권한대행도 중요한 안건일수록 국회와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안보 분야의 국가 기밀사항도 보안 약속을 확실히 받아 놓고 야당 지도부와 공유할 필요가 있다. 또 황교안 체제가 과도내각이라는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장기적 현안만 챙겨야 한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처럼 서로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문제는 차기 정부에 맡겨야 한다. 교과서 국정화를 미룬다고 나라가 죽고 사는 게 아니지 않나. 그래야만 야당의 협조를 얻을 수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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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 “탄핵 모면用 사임 안돼” 김형오 “혼란 줄이는 길”


'헌재 결정前 하야' 다른 견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도중 박근혜 대통령의 자진 사퇴 주장에 대해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주장”이라며 “국회법 134조 2항에는 대통령이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자기 자신은 탄핵을 면하기 위해 미리 사임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일부 학자는 대통령은 임면권자가 없어서 가능하다고 하는데 지나친 해석”이라며 “자진 사퇴의 법적 효과와 파면의 법적 효과는 하늘과 땅이다. 사임할 수 없다고 단정한다”고 했다. 허 교수는 “야당이 대통령을 빨리 하야시키는 방법은 (청와대와의 합의를 전제로) 야당이 탄핵을 취하해 사임할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자칫 탄핵 심판 기간이 오래갈 경우 이 기간을 촛불민심이 인내하지 않을 것 같다. 예상치 못한 급박한 상황이 몰아칠 것 같은데 아나키즘(무정부주의) 상태로 혼란의 극치가 오면 나라에 존망의 위기가 올 것 같다”며 “탄핵 심판이 오래간다면 도중에 (박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이 ‘마지막 애국’에 가까운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은 “박 대통령이 ‘정치인 박근혜’는 실패했다고 자인하고, ‘인간 박근혜’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 국민에게 마지막으로 호소해야 자신도 살고 부친도 살고 이 나라 정치도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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