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헤드라인

[2017-07-24 아나톨리아 오디세이 심포지엄 축사] "자유와 역사적 연대를 넘어서"

[아나톨리아 오디세이 심포지엄: 축사]

 

 

 

“자유와 역사적 연대를 넘어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

 

 

 

동족상잔의 6.25 전쟁이 발발한 지 7년이 지나고 한국과 터키는 국교를 수립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60년 전이었습니다. 이틀 후인 7월27일은 지긋지긋한 전쟁을 잠시 중지하기로 합의한 휴전협정을 맺은 지 64년이 되는 날입니다. 

정식 수교국도 아니며, 터키의 국민과 젊은이들이 들어보지도 못하였던 알지도 못하는 나라와 사람들을 도우려, 함께 싸우고 피 흘리며 목숨을 걸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터키로서도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고려 요소가 있었겠지만 나는 여기서 두 가지만 말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자유’입니다.

모든 면에서 연약하기 짝이 없는 신생국 한국은 이제 그 국민이 그나마 누려왔던 자유마저 잃게 될 위기였습니다. 이데올로기가 생명과 자유보다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집단에 의해 나라가 없어지고 국민이 사라지게 될 상황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외세의 개입으로부터 피 흘려 나라를 지켜왔고, 또 주권 국가의 국민으로서 당당한 자유를 힘들게 누리게 된 터키로서는 한국민의 자유가 유린되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터키군은 한국전에서 힘들고 어려운 전투에 어느 나라보다 적극적으로 나섰고, 그리하여 미국·영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냈습니다. 그리고 자유를 지켜냈습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에는 그들의 고귀한 희생과 신념이 묻어있고 그들이 흘린 피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역사적 연대감’입니다.

첫머리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나라”라고 말했습니다만, 우리는 1300년 전 강한 역사적 연대를 형성한 적이 있습니다. 터키는 지금부터 2천 년도 더 전부터 중앙아시아의 주인이었습니다. 가장 넓은 대륙에서 가장 오랜 기간 푸른 초원을 지배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 고구려와는 사신 왕래를 비롯,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였습니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역사적 연대는 한국전을 통해 피로써 다져지고, 터키 지진 사태 때는 땀으로 적시고, 2002년 월드컵 때는 양국기를 함께 흔들며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응원을 하였습니다. 승리와 패배를 가리기 위한 축구 시합이 아니라 우정과 신뢰의 기반 위에 양국 모두의 승리를 위한 탑을 쌓아올린 것입니다.

그날 이후 오늘까지도 두 나라 국민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나라를 손꼽으라면 한국에선 터키, 터키에선 한국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이런 역사적 연대감이 뿌리에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수교 60년간 두 나라는 엄청나게 변하고 발전했습니다. 경제·문화적 교류는 더욱 활성화되고, 인간적 신뢰는 더욱 두텁게 쌓였습니다.

한국, 동양적 세계관에서 60년이란 일생, 한평생을 말합니다. 한 생이 끝나고 새로운 생이 시작되는 의미에서 ‘환갑 또는 회갑’이라 부르며 중요하게 여깁니다.

한·터키 관계에서 ‘첫 번째 국가 일생(the first nation’s lifetime)’인 60년은 매우 의미가 깊었습니다. 다가올 새로운 제2의 국가 일생은 더욱 의미 깊게 승화·발전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특히 양국 간의 학술적·문화적 교류와 협력이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더욱 심화·발전되리라 기대합니다. 정기적이고 지속적이며 심도 있는 연구가 다방면에서 진척된다면 세계적 수준의 협력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과 터키 기업이 함께 건설하는 ‘1915 차낙칼레 대교’공사가 막 시작되었습니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세계 최고·최장의 현수교가 터키공화국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23년 개통될 때, 이 다리처럼 두 나라의 협력과 기술 수준, 우의는 더욱 발전하고 굳건해질 것입니다.

그때쯤 우리는 오랜 숙원인 남북의 평화 통일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해 봅니다. 그리하여 아시아 대륙의 한 쪽 끝에서 다른 한 쪽 끝까지 광범위한 문화 공동체가 오래 전 1500년 전에 우리 조상들이 했던 것처럼 구축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혈맹이며 형제이며 함께 가야 할 영원한 동지입니다. 세계를 위하여 응분의 역할을 해야 할 나라이며 국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며 축사에 갈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