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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희망탐방

잊혀지는 해전~ 잊어선 안 될 기억~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신 적 있나요?

북한 병사가 지뢰를 밟은 남한 병사를 구해준 것을 계기로 싹튼 인연은
초코파이를 나눠먹고 김광석 노래를 공유할 만큼 남북을 초월한 형제애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우정은 오래 가지 못하고 분단이란 현실에 부딪혀 슬픈 종지부를 찍고 말죠.

영화 속에서마저 짧은 낭만을 즐길 틈조차 허락되지 않는 분단의 현실이 가슴 아픕니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어쩌면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냉엄하고 서슬퍼런 현실.
그것을 고스란히 담은 역사의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 2함대 도착~!

우선 의장님과 저희 일행은 연평해전의 기억을 담은 2함대 사령부로 향했습니다.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안팎으로 달리자 2함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의장님께서는 2함대 관계자측의 안내를 통해 지휘통제실에서 간단히 보고를 받으신 뒤
곧바로 제 1 연평해전 전승비로 자리를 옮기셨습니다.

▲ 바로 이 곳이 2함대 사령부 건물입니다.


# 제 1 연평해전 전승비 방문~

우선 1차 연평해전을 간략히 설명하겠습니다.

1차 연평해전은 1999년 6월 15일에 발발했으며, 교전은 약 14분간 이뤄졌습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워진 북한이 정세 돌파를 위해 무모하게 시도한 교전이었습니다.
한 편으로는 북한 영해와 NLL(북방한계선) 무실화의 목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9시 28분경 북한 경비정이 우리 고속정에 대해 소형기관포로 선제 공격을 한 것이 시발점이었습니다.
우리 해군의 즉각적인 대응으로 남북한 함정이 각각 10척씩 대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결과, 우리 해군은 사망자 없이 경미한 피해를 입은 채 완승을 거뒀습니다.
반면, 북한 해군은 경비정 1척 침몰, 5척 대파의 피해을 입고 패주했답니니다.

▲ 제 1 연평해전 전승비를 보면, 함정의 선두로 적선을 공격하는 '밀어내기 작전'이 떠오릅니다.

▲ 당시 북한의 기습공격에 대항해 남한 해군이 밀어내기 공격으로 응수하는 장면이 자세히 묘사됐네요.

1차 연평해전 밀어내기 작전을 치르면서 드러난 에피소드 2가지를 전합니다.

[에피소드 하나]
교전이 일어나고 우리 해군의 밀어내기 작전에 당황한 북한 해군은 
배에 있는 모든 물건을 집어들어서 던졌다고 하네요.
심지어는 무 같은 채소도 날아다녔다고 하니, 그들 입장에서는 꽤나 다급했던가 봅니다.

[에피소드 둘]
우리 해군이 북한 해군을 상대로 밀어내기 작전을 하던 남한 배가 들이받다가
북한 배에 꽂히는 일이 있었는데, 반대편에서 들이받아서 간신히 빠져나왔다고 합니다.


#  제 2 연평해전 추모비 앞에서~

제 1 연평해전 전승비를 둘러본 의장님과 우리 일행은 제 2 연평해전 전적비를 향했습니다.

▲ 제 2 연평해전 전적비

햇살을 마주하며 밝게 서있던 제 1 연평해전 추모비와는 달리
그늘 져 어둡게 서 있는 제 2 연평해전 전적비를 보니 슬픔이 앞을 가립니다.
아무래도 당시의 비극이 떠올랐기 때문이겠죠?

이 자리에 참석한 일행 모두 한층 숙연해진 듯, 의장님의 헌화식이 거행되는 동안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 의장님을 포함한 모두가 제 2차 연평해전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을 위해 묵념했습니다.

헌화식이 끝나자 2차 연평해전에 대한 설명이 계속됐습니다.

제 2차 연평해전은 1차 연평해전 이후, 약 3년만에 벌어진 전투였습니다.
제 1차 연평해전 도발 목적에 1차 연평해전 대패로 인한 보복의 성격이 더해졌다고 합니다.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이던 때에 비보를 듣게 되었지만
월드컵의 들뜬 분위기에 이 참사가 묻혀 버렸죠.
월드컵 그 기쁨에 도취되어 깊이 헤아리지 못한 저 자신부터 부끄럽습니다.

지난 2002년 6월 29일 10시 25분경에 시작된 전투는 31분간 이어졌습니다.
비록 북한이 경비정 1척을 대파했고 30여명의 사상자 발생했지만
우리 해군도 이 전투에서 전사 6명, 부상 18명의 비극을 맞이했습니다.

이토록 아군의 타격이 컸던 원인은 북한의 악의적인 기습 선제공격에 치명타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기습이 워낙 치밀한 계획 하에 집중포화로 이뤄졌기에 우리 해군이 대항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즉각적인 대응이 이어지며 북한의 도발도 결국에는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 의장님께서는 유가족에 대한 보상에 대해 궁금해 하시며, 보다 나은 처우가 이어지길 바라셨습니다.

2함대 측의 설명에 따르면 제 2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영웅들의 이름을 따서
윤영하함, 조천형함, 한상국함이 각각 만들어졌는데,
이 중 윤영하함은 실전배치 됐으며, 조천형함, 한상국함은 지난 9월 23일 진수됐습니다.

이후 황도현-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의 이름을 딴 군함들도 건조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서해를 지킨 영웅이 다시 영해 수호의 선봉에 선다는 마음에 감개무량하네요.

그럼 다음 이동지로 가보실까요?

▲ 저 배가 무엇인지는 곧 밝혀집니다. 개봉박두~



# 역사의 현장~ 참수리357호에 승선하다~

이곳은 바로 제 2 연평해전의 산증인인 참수리357호 고속정 앞입니다.
이 고속정은 우리의 영웅과 함께 끝까지 함께 했죠.

참수리357호는 침몰된 것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요.
실제로 전투 중 침몰된 것이 아니라 인양하는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입어 물 속으로 가라앉은 거라고 합니다.
북한군의 기습 집중포화에 우리 해군이 항전한 흔적들을 참수리357호는 말 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참수리357호의 상처를 통해
당시의 처절했던, 그리고 참혹했던 순간으로 잠시 돌아가보겠습니다.

▲ 바로 이 배가 제 2차 연평해전의 산증인인 참수리357호 고속정입니다.

▲ 참수리 357호의 옆면입니다. 빨간 페인트로 칠해진 곳은 모두 총탄, 포탄 자국들입니다. 어휴~

▲ 당시 故 조천형 중사가 임무를 수행했던 21포(20mm 발칸)입니다. 총포탄 자국들이 선명하네요.
(지금은 전면에 유리가 씌워져 있지만 당시에는 집중포화를 맞고 남아있는 유리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 헉~ 구멍이~ 엄청 크네요. 당시의 순간을 떠올리니 끔찍하네요.

▲ 여기는 조타실로 故 한상국 중사가 임무를 수행하던 곳입니다. 온통 붉은 자국 투성이군요. 
(쇳덩이들도 이렇게 뚫리는데 전면 유리는 오죽했을까 싶네요.)

▲ 참수리 357호 내부 옆면인데요. 배 안이 이 지경이었으니~ 그저 할 말이 없습니다.

▲ 이 구멍 좀 보세요.

▲ 확대해 보니 이렇습니다. 헉~!!!

총포가 군함을 관통한 자국들을 볼 때마다 당시가 얼마나 살 떨리고 긴박한 순간이었는지 느껴집니다.


# 마지막 코스~ 다시 태어난 우리의 영웅~

이제 우리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바로 윤영하함이었습니다.
제 2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참수리 357호 정장 故 윤영하 소령의 이름을 따서 만든 유도탄 고속함입니다.

고성능 레이더,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고, 전자전에도 대비가 가능할 정도로 첨단 장비가 즐비하다네요.
또한 76mm포, 40mm포, 4기의 유도탄을 탑재했습니다.

▲ 제 2 연평해전 전적비에서 찍은 윤영하함의 모습입니다.

▲"윤영하함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눈에 띄네요.

▲ 의장님과 우리 일행을 맞기 위해 해군 병사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입니다.

▲ 윤영하함 내부에서 밖을 살펴본 광경입니다.

▲ 의장님께서 윤영하함에 오르신 뒤, 방명록에 무슨 말씀을 쓰고 계셨을까요? 가까이 다가가 보겠습니다.

▲ "그대의 눈물, 겨레의 혼불되다." 국회의장...


윤영하함에 오르신 의장님께서는 제 2 연평해전 헌화식 이후
당시의 아픔을 잊지 못하시고 
방명록에 이렇게 적으셨습니다.

"그대의 눈물, 겨레의 혼불되다." 

실로 국민 모두가 공감할 소감이라 생각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제 1~2 연평해전은 잊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국인이면 잊어서는 안 될 기억입니다.
나라를 지켜온 여러분들, 당신들이 있기에 우리도 있습니다.

더불어 남북한의 젊은이들이 더 이상 피 흘리는 일이 없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끝으로 제 2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참수리 357호의 영웅들.

정장 故 윤영하 소령
조타장 故 한상국 중사
병기사 故 조천형 중사
병기사 故 황도현 중사
내연사 故 서후원 중사
의무병 故 박동혁 병장

우리의 안녕에는 당신이 있었음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Posted by 칸타타
                                              (국회의장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