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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의 Deep Read]

이준석 리스크에도 ‘보수 리더십 체인지’ 시동…정권·시대교체 이뤄야 완성


■ 野 ‘이준석 체제’ 평가와 과제


공정·경쟁 화두로 2030 관심 얻으며 ‘이준석 현상’ 만들어… 조율되지 않은 언행 따른 ‘리스크’ 부담도

취임 후 변화의 한 달, 대선까지 격랑의 여덟 달… 정권교체 위한 대권주자 영입·야권통합·경선관리 핵심과제


순항하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한 달여 만에 역풍을 맞았다. 일부에서는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고, 또 일부에서는 신선한 행보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을까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이준석 체제’의 성공과 실패 여부는 바로 당 지지도와 직결되며 나아가 정권교체 여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패기와 개인기는 살리되 실수와 미숙함에 대한 보완책을 세워야 한다.

이준석은 취임 후 ‘변화의 한 달’을 겪었고, 대선까지 ‘격랑의 여덟 달’이 남아 있다. 보수정치의 리더십 교체에 시동을 건 그가 세대교체를 넘어 정권교체와 시대교체로 나아갈 때 진정한 정치 업그레이드가 이뤄진다.

◇보수에 몰아닥친 변화


불과 열흘 전 그의 첫 작품, ‘나는 국대다’ 토론 배틀은 큰 국민적 관심을 끌었고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과정과 절차의 공정성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공정에 대한 이슈를 국민적 차원으로 확산시켰다.

특히 정치 분야의 공정성은 ‘넘사벽’이나 다름없다. 위선과 가식, 무능과 부도덕이 빚어내는 높고 단단한 기득권의 벽은 정치를 몇몇 이익 공유 집단의 전유물로 만들어버렸다. 정치가 불신의 대상이 되고 국민의 조롱거리가 된 이유다. ‘이준석 체제’는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등장했다.

‘이준석 체제’는 국민의힘 얼굴을 확 바꾸었다. 대표를 포함, 선출직 최고위원 6명 중 30대가 3명이다. 초선 2명에 원외 인사가 4명이고, 성별로는 여성 3명, 남성 3명으로 역대 어떤 지도부보다 젊고 파격적이다.

이준석의 등장이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파는 만만치 않다. 국회의원 선거에 세 번 연속 떨어진 원외 정치인, 세계적으로 드문 30대 당 대표, 대통령 피선거권조차 없는 나이, 특정 계파도 영남지역 출신도 아닌 비주류, 25세에 정치 입문해 당 비상대책위원 외에는 두드러진 경력이 없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이런 인물이 보수진영의 당 대표가 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과연 가능한 일인가. 쟁쟁한 인물들을 뒤로하고 왜 민심과 당원은 이준석을 선택했을까.

◇‘현상’과 ‘리스크’


그를 택한 당원들은 그동안 전통처럼 지켜왔던 3대 원칙을 미련 없이 던져버렸다. 먼저 서열과 권위를 따지고 위원장의 성향에 따라 투표하는 전통 방식을 깨버렸다. 1970년대 김영삼·김대중·이철승의 ‘40대 기수론’ 이후 새 모습이다. 둘째는 그동안 보수진영이 중시하던 ‘안보와 성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연이은 패배를 통해 깨달았다. 이준석의 ‘공정과 경쟁’을 새롭게 받아들였다.

셋째는 구태선거와의 결별이다. 당의 선거는 조직과 금품이 위력을 발휘해온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준석은 ‘무(無) 캠프·조직·차량’으로 선거비용을 줄이고, 백팩을 메고 대중 친화적 방법으로 홀로 선거운동을 했다. 예전 같으면 꼴찌를 면하기 어려웠을 텐데 당당히 대표로 당선된 것이다.

이준석은 특유의 신선한 감각과 솔직함으로 종전의 딱딱한 당 대표 시대를 종식했다. 대구에서 박근혜 탄핵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광주에서 5·18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리스크’도 생겨났다. 당 지도부와 조율되지 않은 발언이 튀어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대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사실상 합의한 게 그렇다.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해체론도 사려 깊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표를 의식하지 않는 태도에서 한편엔 기대심리가 있지만, 다른 한편엔 불안감이 도사린다. 즉문즉답 식 반응보다는 때로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그의 등장이 그동안 투쟁과 타협 사이에서 명분과 타이밍을 잡지 못했던 당 노선에 충격과 활력을 주는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세대교체’를 넘어


무엇보다 당 대표로서 우선순위 1호, 이 대표의 지상과제는 ‘대선 승리’이며 정권교체다. 국민과 당원들이 “오직 정권교체를 하라”고 그를 선택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라의 운명과 직결되는 대선이 불과 8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넘어야 할 고비가 한둘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권 후보 영입과 야권 통합, 그리고 경선관리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범야권 단일후보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정하고 엄정한 경선관리가 전제돼야 한다. 현재의 당 소속 후보만으로 대선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범야권의 잠룡들을 모두 무대 위에 올려야 한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국민의힘 자체 후보만으로 이길 수 있다는 오만한 자세는 버려야 한다. 누가 뭐래도 서울시장 탈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요인은 야권 통합과 단일화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패배한다는 원칙은 정치판의 진리다.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다. 보자기는 클수록 좋다. ‘DJP 연합’으로 두 야당이 거대 여당을 누르고 정권을 잡은 1997년 대선의 교훈도 있지 않은가. 거듭 말하자면 당 밖 인물들을 얼마나, 어떻게 참여시키느냐에 따라 정권교체의 절반이 판가름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음은 경쟁 과정에서의 과열 문제다. 한 사람만 살아남는다는 절박감에서 경선은 과열되고 극심한 부작용을 낳는다. 검증과 토론은 치열하되 한계를 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국민의 마음을 돌리게 하는 ‘더티 플레이’는 공멸이요 이적행위다. 흥행 성공과 후유증 없는 경선은 양날의 칼이며 이는 오로지 지도부의 몫이다. 이 대표의 정치 역량을 검증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해야 할 일이 또 있다. 야당 대표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대선 중립의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선거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정안전부 장관, 법무부 장관, 방송통신위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의 당적 보유나 정치적 편향성 문제를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

◇전환기의 갈림길


문재인 정권 4년은 야당으로서 힘든 시절이었다. 그런데 4·7 재·보선과 ‘이준석 체제’ 출범으로 정권교체 불씨가 살아났다. 물론 많은 국민과 당원은 여전히 이준석 리스크를 염려한다. 내년 3월 대선은 나라의 명운과 국민의 생존은 물론, 야당의 존립과 이준석의 미래를 결판낼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대교체를 넘어 정권교체와 시대교체로 나아가는 대전환기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준석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주도할 것이냐, 쓸려갈 것이냐.

김형오 전 국회의장


■ 세줄 요약

보수에 몰아닥친 변화 : 세 번이나 국회의원 선거에 낙선한 원외이자 MZ세대 30대 당수인 이준석의 등장이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파는 만만치 않음. 취임 후 ‘변화의 한 달’을 겪었고, 대선까지 ‘격랑의 여덟 달’이 남아 있음.

‘현상’과 ‘리스크’ : 당원들은 연공서열과 구태선거 문화 등을 던져버리고 이준석의 공정과 경쟁을 택함. 이런 가운데 ‘이준석 리스크’도 생겨남. 기대심리와 불안감이 도사리지만, 보수정당에 충격과 활력을 주는 건 확실함.

‘세대교체’를 넘어 : 이준석의 지상과제는 대선 승리이며 정권교체임. 대권 후보 영입과 야권 통합, 공정 경선관리가 핵심. 과열 경쟁을 막고 대통령의 중립을 끌어내며 세대교체를 넘어 정권교체와 시대교체로 나아가야 함.


■ 용어 설명

‘40대 기수론’은 1971년 야당의 대선 후보지명전에 나섰던 김영삼이 당을 젊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주창한 논리. 당시 김대중·이철승이 이에 가세했고, 이후 정치권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언어가 됐음.

‘이준석 리스크’는 당을 이끌어야 할 대표가 오히려 당을 위험에 빠트린다는 의미로 쓰인 말. 하지만 이는 반대파가 그의 등장에 따른 긍정적 의미인 ‘이준석 현상’을 부정하려는 시도로도 쓰임.


이준석(오른쪽) 대표 등장으로 보수정당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 5일 ‘나는 국대다’ 토론 배틀에서 선발된 대변인단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0-07-15  문화일보] 기사원문 바로가기 클릭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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