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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과 황제

20. 처녀의 탑(크즈 쿨레시) =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185쪽 참고

처녀의 탑(크즈 쿨레시)

Maiden’s Tower(Kız Külesi, Tower of Leandros)



개요

보스포러스 해협 아시아 쪽 연안(지금의 위스크다르)에서 200미터쯤 떨어진 작은 섬에 있는 탑. 터키어 명칭은 키즈 쿨레시(Kiz Külesi)’이며, 일명 레안드로스 타워(Tower of Leandros)’라고도 불린다. 알렉시우스 1세 콤네누스 치세기인 1110년에 건립. 비잔티움(콘스탄티노플)을 소재로 한 여러 그림에 등장한다. 뾰족 지붕을 인 발코니가 있는 정육면체 석탑이며 등대(23m×9m)가 있다.

  





역사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알키비아데스가 키지쿠스 해전에서 승리한 후 흑해로부터 돌아오는 배들을 위해 크리소폴리스(Chrysopolis ; 위스크다르) 앞의 작은 바위섬에 표지석을 세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1110년 알렉시우스 콤네누스 황제가 석벽으로 주위를 에워싼 뒤 목탑을 세웠다. 1453년 정복 전쟁 당시 연합 해군총사령관을 맡았던 베네치아인 가브리엘 트레비사노 제독이 지휘하는 비잔티움 수비대가 일부 주둔했으며, 술탄 메흐메드 2세의 정복 이후에는 감시탑으로 사용되었다.

이 탑은 종종 헤로(Hero)와 레안드로스(Leandros)의 전설이 깃든 레안드로스 탑으로 잘못 알려지고 있다.(실제로는 고대 헬레스폰트(다르다넬스 해협)에서 있었던 전설이다.)

1509년 지진으로 파괴, 1721년 화재로 소실. 그 이후엔 등대로 이용되었다. 1731년부터 주변 보수를 시작, 1763년 석재를 사용해 재건했다.

  



전설

여러 전설이 전한다. 터키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전설에 따르면, 황제가 사랑하는 딸이 16세 생일 때 독사에 물려 죽을 거라는 신탁이 있었다. 황제는 공주의 요절을 막기 위해 뱀이 올 수 없는 보스포러스 해협 입구의 작은 돌섬에 탑을 지어 공주가 16세까지 머물도록 했다. 오직 황제만이 이따금 딸을 보러 갔다. 공주의 16세 생일날, 황제는 저주스런 예언을 막아냈다는 기쁨에 들떠 진귀한 과일로 가득 찬 바구니를 들고 공주를 찾아갔다. 그러나 바구니에 숨어 있던 맹독성 뱀(아스프 ; Asp)에게 물려 공주는 신탁의 마지막 날, 사랑하는 아버지인 황제의 품에 안겨 예언대로 죽고 말았다. 그래서 이 탑을 처녀의 탑이라 부른다.



레안드로스 탑의 전설은 별개로, 고대 그리스의 헤로와 레안드로스가 그 주인공이다. 헤로는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비너스)의 여사제. 헬레스폰트(다르다넬스) 끄트머리인 세스토스(Sestos) 섬에 살았다. 해협 건너편 아비도스(Abydos)에 살던 청년 레안드로스가 그녀와 사랑에 빠져 매일 밤 헬레스폰트를 헤엄쳐 만나러 왔다. 헤로는 밤마다 탑 위에 올라가 연인을 위해 등불을 밝혔다. 레안드로스의 달콤한 속삭임에 매혹된 헤로는 처녀성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잊은 채 남몰래 사랑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폭풍우 치는 겨울 밤, 바람이 헤로의 등불을 꺼버렸다. 사나운 파도를 헤쳐 오던 레안드로스는 길을 잃고 익사하고 만다. 헤로는 슬픔에 잠겨 탑에서 바다로 몸을 던진다. ‘처녀의 탑은 아마도 이 고대 설화에서 비롯된 듯. 다르다넬스와 보스포러스가 가까이 있고 비슷한 까닭에 레안드로스 이야기는 실수로 이 탑에 붙여진 것 같다.  

  



현재

제임스 본드007 시리즈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 1963, 숀 코너리 주연),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 1999)를 비롯해 여러 영화의 촬영지로 쓰이며 유명해졌다. 내부에 아름다운 바깥 풍광을 볼 수 있는 레스토랑(1)과 카페(꼭대기 층)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