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로그 | 미디어로그 | 방명록  


4월 7일 서울시장 선거 후보등록 마감일인 어제(3월19일) 오세훈, 안철수 양 인은 각기 따로 후보등록을 마쳤다. 그동안 반드시 단일화를 등록 전에 하겠다던 수차례의 공언이 무색해졌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두 후보는 연이어 상대방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양보 선언'을 했다.


야권 단일후보를 앞세워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폭주를 심판하고, 공직자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을 뿌리뽑고, 당헌까지 뜯어고쳐 내지 않아야 할 후보를 버젓이 내는 후안무치한 행태에 국민의 분노를 담아내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시간이 흐를수록 옅어지려한다.

민심의 싸늘한 동요를 느꼈는지 두 후보는 늦게나마 자신의 주장을 양보하고 단일화 방식의 이견에 종지부를 찍었다. 나는 흠이 많은 사람이므로 두 사람에 대해 쓴소리는 더이상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안철수와 오세훈은 그릇이 큰 사람으로 알고 있다. 크게 보아야 한다. 기회를 이용해 단순히 서울시장 자리에 앉아 보려 나온 사람들이 아니다. 정권심판을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사람이 단일후보가 되고 본선에서도 여당 후보를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양보 선언으로 원론 총론에 이어 각론까지 확정됐으므로 지엽적인 세부 사항만 합의하면 된다. 그런데 5분이면 합의할 사항을 밤을 새워도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또 수계산인가. 실무자들의 오기인가.


두 사람은 단일화를 신속하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 더이상 지연 시켜서도 지연시킬 수도 없는 사안임을 명심해야 한다. 승리냐 패배냐, 상생이냐 공멸이냐는 두 사람의 마지막 태도에 달렸다. 나는 이제 제안한다. 실무자가 발표할 일인데 내가 이러다니 나도 자괴감이 든다.

"내일과 모레 즉, 일요일과 월요일 동안 자신들이 양보한 대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늦어도 23일 화요일에는 단일후보를 발표하라."

 


정권 심판을 바라는 시민들의 애타는 목소리에 부응하고, 정권 교체의 희망을 살리는 ‘공생과 대도의 길’ 임을 깊이 새기길 바란다.
더 이상의 수싸움이나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시간을 지연시키는 쪽이 패배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 누가 그러는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게 되어 있다. 단일화라는 단순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어 일을 꼬이게하고 여권에게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실망하는 국민이 늘고 있지 않는가.

두 후보가 '양보경쟁'을 통해 단일화의 불씨를 살렸듯이 이제는 '속도경쟁'으로 단일화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정권심판을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오세훈, 안철수가 되길 바란다. 그러리라고 굳게 믿는다.

3월 20일 아침 김 형 오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서을시민 2021.03.20 1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계 원로의 충정 어린 직언을 안철수, 오세훈 두 후보는 즉각 받아들여야 합니다. 안 그러면 필패고, 당신들은 정계 퇴출을 넘어 역사의 죄인이 되고 맙니다.

  2. 안태공 2021.03.20 15: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씀대로 '속도경쟁'이 시급합니다.
    더이상 지연되면 둘다 공멸입니다.

총선이 대참패로 끝난 그날부터였다. 낙선한 후보들의 얼굴이, 그 눈빛이, 유권자를 향한 그 절절한 몸짓이 선연히 다가오면서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꼬박 일주일을 거의 한숨도 자지 못했다. 이대로면 그냥 몸뚱이가 사그라들 것 같다는 지경까지 왔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아니 이런 정권, 이런 여당을 상대로 한 선거인데도 표를 받지 못한다면 대체 어디 가서 표를 얻겠단 말인가! 나는 용기를 내서 일어났다. 차분히 이번 사태를 정리해둘 필요성을 느꼈다. 승리 보고서는 많아도 ‘실패 보고서’는 드물지 않은가. 다시는 이런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기록물을 남겨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패잔병처럼 식어가고 있는데 의욕과 의지가 쉽게 살아나지 않았다. “장본인의 얘기니 변명거리 면책용으로 치부해버릴 텐데, 해서 뭐하겠는가” 하는 생각을 떨쳐내는 데 또 시간이 필요했다. 몸을 추스르는 한편 잡념과 상념을 쫓으려 명상과 반추의 시간을 가졌다.

 

_ 본문 중에서

 

 


 


 

책 갈피갈피에 전문서적이나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는 정치의 속살을 어느 정도 드러냈다. 그러나 정치와 정치인이 워낙 비난받는 세상이라 공동체에 대한 사랑과 바른 정치에 대한 염원이 제대로 전달될지 자신 없다. 오랜 망설임 끝에 나 하나 불쏘시개가 되어도 좋다는 생각에서 출판을 결심했다. 인간인지라 최선을 다한다 하더라도 실수도 있고 잘못도 있다. 여러 가지로 불비했고 부족했다. 이 책은 패배한 선거의 공천 책임자로서 사심을 버리고 써내려간 고백기이자 참회록이다. 또한 불출마의 결단을 내려준 의원들, 아까운 낙천·낙선자들, 그리고 정치인과 정치 신인들에게 드리는 나의 반성문이자 정치 발전에 대한 소망기이다.

 

_ 머리말 중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실패 원인으로 분석한 여러 요인을 고려하면 국민의 지지가 눈물겹도록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또한 공천 과정에서도 희망의 샘물을 보았다. 살신성인의 결단을 보여준 중진의원들의 중후한 품격, 소장파 의원들의 강단 있는 기개, 공천 결과에 승복하고 후보자를 도와준 대승적 자세의 의원들, 컷오프를 자청한 유력 정치인의 감동적인 은퇴 선언, 당선 보장 지역구를 마다하고 험지에서 산화한 당 대표급 인물, 자신보다 당을 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선택한 수도권 중진 출마자들, 통합의 기치를 들고 당당히 도전한 중도 성향의 후보자들, 한 유망한 청년 후보의 호남 도전기…….

 

_ 본문 중에서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총선이 대참패로 끝난 그날부터였다. 낙선한 후보들의 얼굴이, 그 눈빛이, 유권자를 향한 그 절절한 몸짓이 선연히 다가오면서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꼬박 일주일을 거의 한숨도 자지 못했다. 이대로면 그냥 몸뚱이가 사그라들 것 같다는 지경까지 왔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아니 이런 정권, 이런 여당을 상대로 한 선거인데도 표를 받지 못한다면 대체 어디 가서 표를 얻겠단 말인가! 나는 용기를 내서 일어났다. 차분히 이번 사태를 정리해둘 필요성을 느꼈다. 승리 보고서는 많아도 ‘실패 보고서’는 드물지 않은가. 다시는 이런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기록물을 남겨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패잔병처럼 식어가고 있는데 의욕과 의지가 쉽게 살아나지 않았다. “장본인의 얘기니 변명거리 면책용으로 치부해버릴 텐데, 해서 뭐하겠는가” 하는 생각을 떨쳐내는 데 또 시간이 필요했다. 몸을 추스르는 한편 잡념과 상념을 쫓으려 명상과 반추의 시간을 가졌다.

                                            _ 본문 중에서

 

 

 

책 갈피갈피에 전문서적이나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는 정치의 속살을 어느 정도 드러냈다. 그러나 정치와 정치인이 워낙 비난받는 세상이라 공동체에 대한 사랑과 바른 정치에 대한 염원이 제대로 전달될지 자신 없다. 오랜 망설임 끝에 나 하나 불쏘시개가 되어도 좋다는 생각에서 출판을 결심했다. 인간인지라 최선을 다한다 하더라도 실수도 있고 잘못도 있다. 여러 가지로 불비했고 부족했다. 이 책은 패배한 선거의 공천책임자로서 사심을 버리고 써내려간 고백기이자 참회록이다. 또한 불출마의 결단을 내려준 의원들, 아까운 낙천·낙선자들, 그리고 정치인과 정치 신인들에게 드리는 나의 반성문이자 정치 발전에 대한 소망기이다.

_ 머리말 중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실패 원인으로 분석한 여러 요인을 고려하면 국민의 지지가 눈물겹도록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또한 공천 과정에서도 희망의 샘물을 보았다. 살신성인의 결단을 보여준 중진의원들의 중후한 품격, 소장파 의원들의 강단 있는 기개, 공천 결과에 승복하고 후보자를 도와준 대승적 자세의 의원들, 컷오프를 자청한 유력 정치인의 감동적인 은퇴 선언, 당선 보장 지역구를 마다하고 험지에서 산화한 당 대표급 인물, 자신보다 당을 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선택한 수도권 중진 출마자들, 통합의 기치를 들고 당당히 도전한 중도 성향의 후보자들, 한 유망한 청년 후보의 호남 도전기…….

_ 본문 중에서

 

 

Posted by 김형오
TAG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번역가 두 분이 직접 써 준 자기소개와 번역과정을 요약하여 블로그에 올립니다.  말미에 원본도 추가하였습니다.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터키어판 이미지

 

번역자의 말 (요약본)

 

안녕하십니까?

김형오 전 국회의장님의 저서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를 터키어로 번역한 괵셀 튀르쾨쥬와 하티제 쾨르올루 튀르쾨쥬입니다. 저희는 부부이자 한국어문학의 발전을 위해 같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학문적 동반자이기도 합니다.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라는 작품은 공동으로 번역한 첫 작품입니다.

 

저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괵셀 튀르쾨쥬(남편, Göksel Türközü)

앙카라 대학교에서 한국어문학과 학부 과정을 마치고 동과에서 연구 조교로 일 년 간 근무했습니다. 그리고 1995년에 한국에 가서 1996년 9월부터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서 한국 국비 장학금으로 석사과정을 마쳤고, 동 학과에서 터키 국비 장학금으로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2004년에 터키인 1호 박사로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2006년에 에르지예스대학교 동양어 학부장을 맡으면서 에르지예스 대학교로 옮겼습니다. 지금까지 학부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어문학과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2020년에 개소된 유라시아 한국학연구소 소장도 맡고 있습니다. 교육 활동 외에 한국학 연구와 문학 번역도 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 한국에서 대통령 표창장을 받았고 2017년 한국문학번역원의 최우수 번역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하티제 쾨르올루 튀르쾨쥬(부인, Hatice Köroğlu Türközü)

1992년 앙카라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 입학했고, 1999년 앙카라대학교 한국어문과에서 <김소월의 생명 및 문학계와 시>로 석사 학위를 마쳤습니다. 2010년에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나혜석과 파트마 알리예 하늠의 소설에 나타난 여성의 근대적 자아 연구>로 박사 학위를 마쳤습니다.

2000년부터 에르지예스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학과를 설립한 이후부터 한국어문학과 과장을 맡고 있습니다. 가르치는 일 외에 번역 작업도 합니다.

 

 

번역 과정에 대하여

저희는 이 책을 2013년에 알게 되었습니다. 김형오 의장님이 터키에 오셨을 때 이스탄불에서 뵙게 되었고, 그때 이 도서를 번역하기로 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과 터키의 유명한 역사서 전문 출판사인 Timas 간의 MOU 체결이 이루어졌고, 번역이 끝나면 이 출판사가 책을 출간하기로 했습니다.

 

역사서 및 소설 형식의 작품이기 때문에 번역하는 과정에서 이스탄불 정복과 관련한 많은 터키 역사서들을 읽었습니다. 번역을 완성한 후에는 에르지예스대학교 터키어과 교수님 Hulya Argunsah(휠야 아르귄샤흐)의 윤문을 거쳤고, 번역과 관련해서 터키어문학 박사 이난아 선생님 또한 도움을 주셨습니다.

 

『술탄과 황제』가 픽션이라 해도 역사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된 작품이기에 번역 과정에서 저희도 역사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역사 속에서 인용된 부분들 가운데 몇 사례는 서양 서적을 참고로 하여 기술되어서, 터키 역사학자들이 동의하지 않은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번역가로서 작가님께 말씀드렸고 작가님은 저희 말씀에 귀를 기울이시고 터키의 문헌들을 연구해 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작가님은 철저하게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를 두고 세심하게 작품에 반영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희는 이 작품을 번역하면서 작가님 덕분에 역사 속에 숨겨져 있는 지식과 정보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서양인이 아닌 동양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역사와 그 역사를 해석하는 방식이 저희를 놀라게 하면서도 기쁘게 했습니다. 비잔틴제국과 오스만제국 사이의 긴장감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고대로의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번역을 마친 후 책을 출간하기로 한 티마시(Timas) 출판사에 제출했는데 책의 장르에 대해 의문이 있다면서 출판을 못 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출판사를 찾는 중에 김형오 의장님으로부터 이 책을 다시 쓰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2016년에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가 나오자마자 수정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수정과 다시 번역하는 작업이 수월하지는 않았습니다. 바뀐 내용을 현재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Ender Ucak(엔델 우작)이라는 제자와 같이 검토하였습니다. 수정되거나 바뀐 부분들을 세세한 작업으로 찾은 후 다시 번역을 했습니다. QR 코드가 바뀐 것들을 찾아내는 것 또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도라든가 사진 등을 원문 그대로 사용하기 위해 일일이 작업을 했습니다.

 

결국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의 재번역을 2020년이 돼서야 마치게 되었고 터키에서 한국학 도서를 많이 출간한 Lotus 출판사에 번역본을 제출했습니다. 로투스 출판사가 이 책을 아주 멋지고 세련되게 출간해 주어서 매우 기쁩니다. 터키 독자들이 아주 흥미를 가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의 터키어 번역본이 한국에서처럼 터키에서도 재인쇄되어 김형오 의장님께서 이런 계기로 터키를 자주 방문하실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앞으로도 인내와 세심한 연구,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이 발휘된 작가님의 또 다른 작품들을 기대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괵셀 튀르쾨쥬, 하티제 쾨르올루 튀르쾨쥬

 

 


 

 

번역자의 자기소개 및 터키어 번역과정 (원본)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터키어 번역가 소개

안녕하십니까?

김형오 전 국회의장님의 도서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를 터키어로 번역한 괵셀 튀르쾨쥬와 하티제 쾨르올루 튀르쾨쥬입니다. 저희는 부부입니다. CC였다고 해도 되는데 결혼은 둘 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야 할 수 있었습니다. 부부로써 한국어문학과의 발전을 위해 같이 힘을 쓰고 있으며 공동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라는 작품은 공동으로 번역한 첫 작품입니다. 각자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하티제 쾨르올루 튀르쾨쥬라고 합니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 소아과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터키에서 대학입학시험 시스템은 한국과 동일합니다.) 그때는 의대 입학 점수가 너무 높았고 시험을 2번 봤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점수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언어 분야로 향했습니다. 어떤 대학에 어떤 어문과가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극동 언어 중 특히 한국어는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한국에 대해 좀 더 조사해보니 Gokturk(돌궐)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국은 저에게 더욱 더 흥미로워졌습니다. 그래서 한국어를 공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992년에 앙카라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 입학했고1999 년에 터키 앙카라대학교 한국어문과에서 <김소월의 생명 및 문학계와 시>를 주제로 석사 학위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2010년에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나혜석과 파트마 알리예 하늠의 소설에 나타난 여성의 근대적 자아 연구>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마쳤습니다. 현재는 2000년부터 에르지예스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학과를 설립한 이후부터 한국어문학과 과장을 맡고 있습니다.  가르치는 일 외에 번역 작업도 합니다.

 

저는 괵셀 튀르쾨쥬라고 하고1972년생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 전쟁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88 서울 올림픽을 TV를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널리 알려졌듯이 88 올림픽 때 터키 역도 선수 나임 쉴레이만올루가 세계 쳄피언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가난하고 전통을 잘 지키는 나라로만 생각했던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고 놀랐고 많이 기뻤습니다. 그래서 대학 입학 시험 후 한국어문학과에 지원했습니다. 앙카라대학교 한국어문학과 학부 과정을 마친 후 동과에서 연구 조교로 근무하기 시작했습니다. 일 년 후, 즉 1995년에 한국에 가서 1996년9월부터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국비 장학금으로 석사를 마치고 나서 터키 국비 장학금으로 동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2004년에 터키인 1호 박사로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2006년에 에르지예스대학교 동양어학부장을 맡으면서 에르지예스 대학교로 옮겼습니다. 2012년에 한국에서 대통령 표창장을 받았고 2017년 한국문학번역원의 최우수 번역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현재 에르지예스대학교 동양어학부장이며 한국어문학과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2020년에 개소된 유라시아 한국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교육 활동 외에 한국학 연구나 문학 번역도 하고 있습니다.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터키어 번역 과정

저희는 이 책을 2013년에 알게 되었습니다. 김형오 의장님이 터키에 오셨을 때 이스탄불에서 만나 뵙게 되어 이 도서를 번역하기로 했습니다. 그때 한국문학번역원과 터키의 유명한 역사서 전문 출판사인 Timas간의 MOU 체결이 이루어졌고, 번역이 끝나면 이 출판사가 책을 출간하기로 했습니다. 

 

역사서 및 소설 형식의 이 작품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이스탄불의 정복과 관련해서 터키어로 쓰여진 여러 역사서를 읽게 되었습니다. 

터키의 유명한 역사학자 Halil İnalcık(할릴 이날즉) 교수의 『Kuruluş ve İmparatorluk Sürecinde Osmanlı(건국 과정에서 제국으로의 오스만 제국)와 Osmanlılar: Fütuhat, imparatorluk, Avrupa ile ilişkiler(오스만 민족: 정복, 제국 및 유럽과의 관계)』, Feridun Emecen(페리둔 에메젠) 교수의 『Fetih ve Kıyamet(정복과 종말)』, İlber Ortayli 교수의 『Son Imparatorluk Osmanli(최후의 제국 오스만)』, Okay Tiryakioğlu(오카이 티르야키) 교수의 『Kuşatma 1453(포위 작전 1453)』, Mustafa Armagan(무스타파 아르마안)의 『Ufuklarin Sultani Fatin Sultan Mehmet(지평선의 술탄, 정복자 술탄 메흐메드)』,등의 여러 역사서를 독학했습니다. 

 

번역을 완성한 후 에르지예스대학교 터키어과 교수님 Hulya Argunsah(휠야 아르귄샤흐)의 윤문을 거쳤고, 번역과 관련해서 터키어문학 박사 이난아 선생님 또한 도움을 주셨습니다. 

 

『술탄과 황제』가 아무리 픽션이더라도 역사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된 작품이기에 번역 과정에서 저희도 역사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역사 속에서 인용된 부분들 가운데 몇 사례는 서양서적을  참고로 기술되어서, 터키 역사 학자들이 동의하지 않은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번역가로서 작가님께 말씀 드렸고 작가님은 저희 말씀에 귀를 기울이시고 터키의 문헌들을 연구해 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작가님은 철저하게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를 두고 세심하게 작품에 반영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작품의 번역 작업을 통해서 역사 학자가 아닌 저희들은 작가님 덕분에 역사 속에 숨겨져 있는 지식과 정보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서양인이 아닌 동양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역사와 그 역사를  해석하는 방식이 저희를 놀라게 하면서도 기쁘게 했습니다. 작품을 번역하면서 비잔틴제국과 오스만제국 사이의 긴장감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고대로의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한편, 책을 번역할 때 역사적으로 시기가 안 맞는 몇 가지 내용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초판에서 토마토에 대한 부분이 있었는데 토마토는 오스만 제국에 18세기에 들어왔고, 또한 이스탄불 정복자 술탄 메흐멧은 말뚝 형벌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 등입니다. 

 

번역을 마친 후 도서를 출간하기로 한 티마시(Timas) 출판사에 제출했을 때, 출판사에서 책의 장르에 대해 의문이 있다면서 출판을 하지 못 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출판사를 찾고 있는데, 김형오 의장님이 책을 다시 쓰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가 나오자 마자 수정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수정과 다시 번역하는 작업이 수월하지는 않았습니다. 저희는 한국어문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학교에서 맡은 강의가 많아서 바뀐 내용을 현재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Ender Ucak이라는 제자와 같이 검토하였습니다. 수정되거나 바뀐 부분들을 세세한 작업으로 찾은 후 다시 번역을 했습니다. QR 코드가 바뀐 것들을 찾아 내는 것 또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도라든가 사진 등을 원문 그대로 사용하기 위해 일일이 작업을 했습니다.

 

결국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의 재번역을 2020년에 완성하고 터키에서 한국학 도서를 많이 출간한 Lotus 출판사에 번역본을 제출했습니다. 로투스 출판사가 이 책을 아주 멋지고 세련되게 출간해 주어서 매우 기쁩니다. 아직 출판된지 얼마 안 되어서 독자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수 없지만, 터키 독자들이 아주 흥미를 갖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의 터키어 번역본이 한국에서 처럼 터키에서도 재인쇄되어 김형오 의장님께서 이런 계기로 터키를 자주 방문하실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앞으로도 인내와 세심한 연구,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이 발휘된 작가님의 또 다른 작품들을 기대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괵셀 튀르쾨쥬, 하티제 쾨르올루 튀르쾨쥬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문청 2021.02.08 07: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우, 제가 감명 깊게 전율을 느끼며 읽었던 작품의 터키어본이 나왔다 해서 무척 반가웠는데 번역 및 출판 과정에서도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었군요. 난산으로 태어난 옥동자가 터키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빋기 바랍니다.

김형오 전 의장 (출처:중앙일보)

 

김형오(74) 전 국회의장이 2016년 출간한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가 터키에서 출간됐다. 출판사 21세기북스는 “지난해 11월 말 터키의 출판 그룹 로투스가 이 책을 출판했다”며 “터키에서 한국 소설이 번역된 적은 있지만, 인문·역사서가 터키어로 번역·출판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터키서 『다시 쓰는 술탄과…』 출간

메흐메드2세, 콘스탄티누스11세

두 군주의 리더십·심리 정밀 묘사

인문·역사서 터키어 출판은 처음

 

2008~2010년 국회의장을 지낸 김 전 의장(5선)은 2012년 불출마 선언 후 『술탄과 황제』를 출간했고 4년 후 전면 개정판을 냈다. 그는 19일 전화 통화에서 “이 책과 동행에 8년이 흘렀다”고 말했다.

 

책은 1453년 54일간의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을 묘사하고 있다. 이 싸움에서 승리한 21세의 젊은 술탄 메흐메드 2세와 반대편에서 패배하고 산화한 비잔티움 최후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가 주인공이다. 두 군주의 리더십과 심리를 정교하게 그렸다. 김 전 의장은 “서양·기독교 문명이 동양·이슬람 문명에 정복된 후 중세에서 근세가 시작된 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수많은 사료를 탐독하고 정리했다”고 했다.

 

시작은 우연이었다. “2008년 이스탄불 군사박물관을 방문했는데 배가 산을 넘어가는 그림이 있더라. 어떻게 가능하냐고 했더니 가이드가 유명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했다. 역사에 대해 안다고 자부했던 사람인데 자존심도 상하고 해서 한국에 돌아와 이 사건에 집중했다. 그러다 스물한 살짜리 술탄에 매료돼 2년 동안 각종 책을 읽고 2년은 집필 구상에 바빴다.”

 

터키판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출처:21세기북스)

 

거대한 군사와 함께 배를 끌고 산을 넘어와 콘스탄티노플을 포위해버렸던 메흐메드 2세에 관한 자료는 한국에 많지 않았다. 그는 “아마존을 뒤져 전 세계 서적을 찾고, 터키도 수시로 방문했다”고 말했다.

 

개정판에는 더 많은 사료가 쓰였다. “초판에서 영어로 된 자료를 주로 봤기 때문에 시각이 왜곡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터키어로 된 자료로 다시 4년을 파고들었다.” 이스탄불에 있는 한국인 학자, 한국어 강사 등을 찾아 번역을 부탁했고 터키의 역사 학자,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터키 출판은 쉽지 않았다. 배경에는 역사에 대한 터키의 자부심이 있다. 김 전 의장은 “오스만 제국에 대한 자부심 덩어리가 현재의 터키이고, 그 영화의 첫발을 디딘 사람이 메흐메드 2세다. 그 영웅인 술탄을 망해가던 나라의 황제와 동일시한 것을 터키인들은 쉽게 허락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외교학을 전공한 김 전 의장은 신문 기자, 정치인을 거쳐 작가로 나섰다. 2018년 『백범 묻다, 김구 답하다』를 펴내며 역사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잘 다뤄지지 않았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 하나를 지금도 손에 잡고 있다. 세계사에 들어있었던 이야기인데 이 역시 매혹적이라 얼마전부터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생각보다 진도가 빠르진 않지만 언젠가 하나 내놓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2021. 1. 21. 중앙일보(20면, 원본)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시티즌 2021.01.22 01: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배가 산을 넘어가는 터키 그림이 영감을 불러일으켜 불멸의 명작이 탄생했네요. 터키뿐만 아니라 세계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국위 선양하시길 바랍니다.

[월간 조선 2월호]

 

사 람 들

 

 

 

터키에 터키 역사 ‘逆수출’한

김형오 前 국회의장

 

 

  정치인이 쓴 역사책이 해외로 ‘수출’됐다. 바로 5선 의원이자 당 사무총장, 원내대표,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전 의장이다.

 

사진 조선DB

 

  2012년 김 전 의장은 ‘세계 무대에 한번 내보겠다는 심정’으로 비잔틴 제국과 오스만 제국이 최후 격돌하는 순간을 《술탄과 황제》에 담아냈다.

  이 책은 동서양 양대 문명을 대표하는 두 명의 군주가 보여준 치열한 리더십과 역사의 전환점이 된 그날의 현장을 입체감 있게 묘사했다. 종군기자가 써내려간 듯한 치밀함과 세밀함이 엿보인다.

  2016년에는 개정판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를 써냈다. 김 전 의장은 좀 더 흥미롭고 완벽한 내용을 담기 위해 다시 터키로 날아갔다. 책 구성을 바꾸고 기존 내용을 과감하게 삭제하고 보완했다.

 

 

사진 21세기 북스

 

  김 전 의장은 “문명의 운명을 건 최후의 순간에 두 지도자가 보인 리더십을 통해 코로나19시대에 활용할 수 있는 교훈을 찾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말 터키 유수의 출판그룹 로투스가 전격 출간한 이 책은 현지 언론과 평단의 주목 속에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그동안 터키에서 한국 소설 등이 번역된 바 있지만, 인문·역사서가 터키어로 번역·출판된 것은 김 전 의장이 처음이다.

 

 

 

글 이경훈 기자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술탄물탄 2021.01.16 20: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굿뉴스, 빅뉴스, 톱뉴스네요. 역발상의 정치인 출신 작가 김형오가 터키 역사를 소재로 한 인문학적 가공품을 역수출하다니... 술탄과 황제의 열혈 독자로서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건투와 건필, 행운을 빕니다.

코로나 펜데믹 시대의 필독 역사 교양서!

작가로 전향한 김형오의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터키 역수출!

인문·역사 분야 화제의 베스트셀러, 이제 ‘술탄’의 나라로 가다!

터키 로투스 출판그룹(LOTUS YAYIN GRUBU) 전격 출간!

 

“세계 무대에 한번 내보겠다는 심정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 김형오

세기의 정복자 오스만 술탄 vs. 비잔티움 마지막 황제

위기 속에서 자신을 던지는 두 군주의 포용과 희생의 리더십!

 

 

터키 LOTUS YAYIN GRUBU 출판사의 번역본(왼쪽)과 21세기북스의 국내 출간본(오른쪽)

 

■ 책 소개

정치인에서 작가로 전향한 김형오의 책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가 2020년 11월 터키어로 번역 출판됐다. 그동안 터키에서 한국 소설 등이 번역되기는 했지만 인문·역사서가 터키 독자를 대상으로 출판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간 당시 언론에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인문·역사 분야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2012년 초판, 2016년 개정판)는 이제 국내 독자들을 넘어 터키 본토의 독자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번역서는 터키 로투스 출판그룹(LOTUS YAYIN GRUBU)이 출간을 맡았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 『모순(양귀자)』을 터키어로 번역한 바 있는 ERCIYES 대학교 괵셀 튀르쾨즈 교수와 부인이 공동으로 번역하여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초판과 개정판 집필 시 터키를 수없이 오가며, 그야말로 ‘피로 써 내려가듯’ 혼신의 집필을 했던 저자 김형오는 “세계 무대에 한번 내보겠다는 심정으로 이 책을 썼다”고 전한다. 이 책은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는 날을 중심으로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드 2세와 비잔티움 최후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 두 제국 군주의 리더십과 그 내면을 밀도 있게 파헤쳤고, 전쟁의 배경과 과정은 물론 삶과 죽음, 승리와 패배, 그리고 그들의 인간적 고뇌까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복원했다.

김 전 의장은 “자국 역사에 자부심이 강한 터키에서 제3국인인 한국 작가가 오스만 제국의 역사를 다룬 책을 출판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미 국내 5만 명 이상의 독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과 지적 경험을 선사한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가 터키 독자들에게는 어떤 특별한 감동을 안겨줄지, 이번 번역 출간서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기의 정복자 오스만 술탄 vs. 비잔티움 마지막 황제

언론과 평단이 극찬한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이 책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는 2012년 출간되자마자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고, 삼성경제연구소 추천 도서로 선정된 베스트셀러 『술탄과 황제』의 전면 개정판이다. 초판이 나온 이후 4년 동안 저자는 다시 터키를 수차 방문하여 자료보완과 재검증을 까다롭게 했다. 완성된 개정판은 저자가 첫 페이지에서부터 마지막까지 대대적으로 손질하여 분량이 대폭 늘어났다. 총 3부로 구성되었던 초판을 전면 개정하여 2부로 재구성하여 주목도를 높였으며, 초판과 개정판의 변화를 살피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을 둘러싼 오스만 제국 술탄과 비잔티움 제국 황제의 전쟁 이야기를 초판보다 더 깊이 있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치밀하게 증보했다.

1453년 5월 29일, 세계사의 흐름을 한순간에 바꾼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이 철저한 고증을 통한 사실 탐구와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 책은 동서 문명의 교차로인 이스탄불에서 종군기자의 심경으로 써내려간 50여 일간의 격전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전쟁의 주역이었던 술탄과 황제, 두 제국의 리더십에 대한 치열한 기념비적 탐구이다. 콘스탄티노플 공방전 이후 568년이 지난 오늘 인류는 또 다른 공포와 불안, 고통에 직면해있다.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가 던지는 질문과 답변을 통해 코로나 펜데믹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독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어떻게 살고, 어떤 모습으로 죽을 것인가?”

술탄과 황제, 두 영웅과 함께 부활한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의 기록!

수많은 배를 이끌고 산을 넘어간 사나이가 있다.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드 2세이다. 그는 철벽수비로 막힌 바닷길을 뚫기 위해 해발 60미터에 이르는 험한 산등성이와 비탈진 언덕을 기상천외한 작전으로 돌파한다. 여기에 맞선 또 다른 사나이가 있다. 승산이 없어 보이는 싸움에서 끝까지 항복을 거부한 채 자신이 사랑하는 제국과 신민과 신앙을 위해 장렬히 산화한 비잔티움 최후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이다. 오스만 튀르크에 의한 콘스탄티노플 함락은 1400년간 지속된 로마 제국 최후의 날이라는 기념비적인 사실을 뛰어넘어 동양ㆍ이슬람 문명에 의해 정복된 서양ㆍ기독교 문명이라는 점, 이 사건을 전환점으로 중세에서 근세로 시대가 바뀌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깊다. 1453년 5월 29일,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는 날을 중심으로 50여 일간 사생결단의 전쟁을 치른 두 제국 군주의 치열한 여정을 그려내면서 또한 그들의 리더십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당시 전쟁의 ‘종군기자’가 된 듯 극도로 정교하고 치밀한 묘사로 역사의 한순간을 실감나게 되살려냈다.

 

더 흥미롭고 완벽하게, 기존 역사서를 뛰어넘는 감동과 깊이!

철저한 고증을 통한 사실 탐구와 인문학적 상상력의 결정체!

저자는 술탄과 황제, 두 영웅의 숨 막히는 혈투와 고뇌에 찬 리더십을 과감한 삭제와 보완을 통해 더욱 깊이 있고 정밀하게, 박진감 넘치게 그려냈다. ‘비잔티움은 왜 멸망했는가’에 대한 과정과 교훈을 방대한 자료 및 인터뷰 등을 기반으로 개정판에서 더욱 보강된 부록과 QR코드 등 독특한 구성과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설득력 있게 융합했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전개는, 콘스탄티노플 함락 전쟁을 다룬 책의 ‘완결판’이라 불릴 만하다.

1장에서는 마지막 총공세를 기점으로 한 나흘간의 이야기를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재현해냈다. 전쟁의 과정, 동원된 병력, 사용된 무기, 전략과 전술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콘스탄티노플 함락 이후 일어났던 혼란까지도 그려냈다. 특히 2장의 토대가 되는 황제의 일기를 발견하는 과정을 저자가 이스탄불에서 자료 조사를 하며 우연히 만나게 된 하나의 모티브를 기반으로 하여 창조했다. 2장에서는 황제가 1453년 4월 2일부터 5월 29일까지의 일을 기록한 일기장과 이에 대한 술탄의 비망록이라는 구성을 통해, 전쟁을 치르는 두 리더의 전략과 전술, 통치 이념, 종교관과 사생관, 인간적 고뇌 등을 섬세하게 담았다. 비록 가상의 기록이지만, 실제 있었을 법한 사건을 일기와 비망록 형식, 그리고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해 읽는 이들의 역사적 이해도를 높였다.

콘스탄티노플 함락에 대한 기존의 방대한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제공하는 것은 이 책만의 또 다른 장점이다. 삼중 성벽의 구조와 최후의 공성전 과정,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장졸들을 독려하는 술탄과 황제의 연설문 등 다채로운 부록은 읽는 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에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QR코드와 각주 등을 통해 스토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부족할 수 있는 정보와 배경 지식, 역사적 사실 등을 도판과 지도, 사진 등으로 정리했다. 기존에 출판된 어떠한 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빈틈없는 자료들을 통해 인문학적 사료로서의 가치를 높였다.

 

팬데믹 시대, 우리에겐 어떤 리더가 필요한가?

시공을 초월한 포용과 희생의 리더십!

1453년 비잔티움 제국의 멸망은 새로운 유럽이 등장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스만 튀르크와 비잔티움, 두 제국의 흥망성쇠는 오늘날 세계사적 관점에서 재해석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특히 위로와 희망에 목말라 있는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포용과 희생의 리더십은 묵직한 감동을 던진다. 이제 독자들은 술탄과 황제 두 영웅의 삶과 죽음, 승리와 패배, 그리고 인간적 고뇌를 통해 진정한 리더십과 생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서지정보

 

 

 

 

 

김형오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발행일 20161024

분량 504

28,000

분야 역사>서양사

판형 152*225 (양장)

ISBN 978-89-509-6737-6 (03900)

 

 

 

 

 

 

 

 

 

 

 

■ 저자 소개

김 형 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나와 기자・공무원・정치인의 삶을 살았다. 국회의장을 끝으로 정계를 떠나 오래 유보해 두었던 제3의 길을 걷기 위해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다. ‘읽는 이’에서 ‘쓰는 이’로, 역사에 대한 탐구자로 본격적인 방향 전환을 했다.

『술탄과 황제』는 작가가 4년 남짓한 산고 끝에 완성한 집념과 열정의 산물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작가는 1453년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 정복 전쟁의 한복판으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전쟁의 무대였던 터키 이스탄불을 수차례 다녀왔고, 현지에 머물면서 취재 및 연구 활동을 했다. 이스탄불 유수의 대학과 연구소에 틀어박혀 수백 권의 책들과 씨름했으며, 수십 명의 학자・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인터뷰를 했다. 밤잠을 줄이고 휴일도 반납한 채 오로지 진실 추구에 매달렸고, 안경알을 여러 번 바꾸고 흰 머리를 늘려가면서 피를 찍어 잉크로 쓰듯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책이 발간되었을 때, 국내 거의 모든 언론 매체와 평단에서 찬사를 아끼지 않은 바 있다.

작가는 이에 머물지 않고, 초판을 대폭 수정한 전면 개정판인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를 야심차게 내놓았다. 새로운 사실을 보완하고 객관적 시선으로 검증하여 초판보다 더 깊이 있고 충실한 책으로 엮어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이미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초판을 38쇄로 절판하고 1년 6개월 만에 사실상 새로운 책인 개정판을 선보이게 되었다. 이 책은 독자들을 세계사의 전환점이 된 1453년 비잔티움 제국 최후의 날로 데려가, 리더의 고뇌가 살아 숨 쉬는 치열한 격전의 현장을 눈앞에 펼쳐놓을 것이다.

지은 책으로는 『돌담집 파도소리』 『엿듣는 사람들』 『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 『이 아름다운 나라』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백범 묻다, 김구 답하다』 등이 있다.

▶ 블로그 주소 http://hyongo.com

 

 

■ 추천사

아마 저자의 이름을 가리고 읽는다면 어느 젊은 작가가 쓴 실험소설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만큼 역사적인 주제의식을 참신한 문체와 다양한 형식 속에 용해하고 있다. 역사·문화·종교·지리 등 인문학적 향취가 가득한 소재를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QR코드까지 동원해 파헤치는 솜씨는 내가 일찍이 주창한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적 글쓰기의 멋진 구현이다. 오로지 팩트를 추구하고 기술하기 위해 작가가 읽었을 수백 권의 책들과 고심의 흔적이 페이지마다 서려 있다.

복잡한 사건들을 쉽고 재미있고 발 빠르게 전개함으로써 한번 잡으면 놓지 못하게 한다. 영화감독이라면 그 놀라운 드라마투르기(시네마투르기)에 끌려 한 편의 영화로 옮기려고 하지 않을까.

이어령_전 문화부 장관,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정치는 짧고 저작은 영원하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저술로 지성의 세계에 기여한 인물로 이만한 이가 또 있을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역저 『술탄과 황제』는 평생 대학에 기대어 산 필자를 부끄럽게 만든 수작이다. 스토리의 전개 방식, 생생한 묘사, 다양한 관점, 균형 잡힌 서술, 저자가 전하려고 하는 역사적 교훈, 이 모든 면에서 동일 주제를 다룬 선행 저술을 압도한다.

개정판은 더욱 놀랍다. 깊이와 무게감은 물론 읽는 재미로도 초판을 훌쩍 뛰어넘는다. 우리 문단과 학계는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걸출한 정치인 출신 작가와 작품을 얻게 되었다.

안경환_전 국가인권위원장,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명예교수

 

이 책은 황제와 술탄의 각기 다른 목소리를 현대적 시각으로 풀어나감으로써 역사적 도시 ‘이스탄티노플’을 보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저자는 기독교 유럽과 이슬람 동양이 만나고 부딪치는 이 숙명적 도시에서 동서양 공존과 화해의 가능성을 읽어내며, 아직 아무도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독창적인 글로벌 문화 교양서가 탄생했다.

김성곤_한국문학번역원장,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문학적 표현, 정확한 고증, 가능한 모든 역사적 사실의 나열, 신선한 역사 인식 등에서 콘스탄티노플 함락 전후사를 다룬 지금까지의 저서 중 단연 최고의 작품이다. 다양한 이론과 주장, 논점을 집약하여 서로 비교 분석한 후 자신만의 독특한 견해를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전문적 역사를 이토록 친절하게, 정확하게, 재미있게 묘사한 책은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5월 29일 새벽부터 시작된 콘스탄티노플 함락 전쟁 묘사는 참으로 압권이다. 눈앞에서 전쟁이 막 펼쳐지고 있는 듯한 박진감 넘치고 절절한 장면들은 영화보다도 더욱 실감나고 역사보다도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 역작이 국내 독자는 물론 번역되어 동서양 독자들에게 널리 읽힐 수 있기를 바란다.

이희수_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는 우리 학계와 문화계에 주는 일종의 경종이자 충격이다. 내용의 새로움과 치밀함은 손쉬운 주제와 방법의 매너리즘에 빠진 학자들에 대한 경종이고, 역사서와 소설을 뛰어넘는 실험적 서술 방식은 학술과 문학 모두에 있어 충격이다.

김병준_국민대 교수, 전 청와대 정책실장

 

 

■ 언론사 서평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의 옷을 입혀 두 사나이의 사생결단 리더십을 손에 잡힐 듯 그려낸다. 충분한 개연성을 갖춘 가상의 일기와 비망록이 건조한 역사적 사실에 피를 돌게 한다. _<조선일보>

 

타임머신을 타고 세계사의 물줄기가 바뀐 시점인 콘스탄티노플의 철옹성 테오도시우스 성으로 들어가 현장을 눈앞에서 펼치듯 생생하게 그려낸다. _<동아일보>

 

역사 현장을 찾고 자료를 뒤져가며 동서 문명 충돌을 객관적으로 조명했다. _<중앙일보>

 

역사의 디테일을 다루는 저자의 솜씨와 개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역작. 세계적 작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을 연상케 한다. _<문화일보>

 

역사적 사실과 방대한 자료,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성공한 정치인의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관심사에 뛰어들어 용기를 보여준 인생의 노작이다. _KBS <한국 한국인>

 

 

■ 차례

 

저자의 말 개정판에 부친다: “왜 다시 썼는가.”

초판 서문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추천의 글 이어령_전 문화부 장관,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안경환_전 국가인권위원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김성곤_한국문학번역원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이희수_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일러두기

 

프롤로그 비잔티움과 오스만, 두 제국의 약사

Ⅰ부 1453년 5월 29일~6월 1일, 콘스탄티노플

Ⅱ부 황제의 일기와 술탄의 비망록

에필로그 “왜 나는 그곳에 있었는가.”

 

부록Ⅰ 역사의 진실과 흐름

1 지도로 보는 최후의 공성전(1453년 5월 29일)

2 정복 이후 비잔티움 교회들의 운명

3 어떤 성벽이기에 천년을 버텼는가

4 마지막 공격을 독려하는 술탄의 연설문(1453년 5월 27일)

5 결사 항전을 호소하는 황제의 연설문(1453년 5월 28일)

6 최후의 순간, 결단의 시기에 보인 리더십(술탄의 고뇌와 황제의 최후)

 

부록Ⅱ 정복자 술탄, 그 실체를 찾아서

1 준비된 정복자 메흐메드 2세

2 정복의 전초기지 루멜리 히사르

3 쇠사슬은 어디에 설치했고, 배들은 어떻게 언덕을 넘었나

4 술탄의 스승들

5 정적(政敵) 할릴 파샤를 위한 변명

6 함락 이후의 정복 약사&술탄의 죽음

 

연표

1 비잔티움 제국 황제 연표(324~1453년, 라틴 왕국 포함)

2 오스만 제국 술탄 연표(1299~1922년)

3 연대기로 정리한 술탄과 황제, 그들의 시대

 

약간의 서평을 곁들인 참고 문헌

각주 리스트

QR코드 목록

육지 성벽 상세도 & 제국의 흥망성쇠 지도(별지)

 

 

■ 본문 중에서

이 책을 처음 세상에 내놓은 지 4년 만에 전면 개정판을 내게 되었다. 말이 개정판이지 새로 쓴 책이나 다름없다. 골격만 놔두고 나머지는 죄다 뜯고 고치고 새로 입혔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의 초판이 나오는 데도 4년이 걸렸다. 그 첫 2년은 이 역사적 사실에 매료되어 책 읽기에 바빴고, 나머지 기간은 구상과 집필에 매달렸다. 2009년 1월부터 시작된 『술탄과 황제』와 나의 동행은 이렇게 8년 세월이 흘렀다.

첫 출간과 함께 찾아온 관심과 성원은 고맙고 놀라웠다. 국내 거의 모든 언론 매체와 평단 그리고 학계에서까지 몸 둘 바 모를 찬사를 보내주었다. 덕분에 책도 잘 팔리고 이곳저곳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했다. 쌓였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고 어깨가 으쓱했지만, 한편으론 걱정을 동반한 책임감이랄까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겨났다. (11쪽, ‘저자의 말’)

 

그렇다, 종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1453년 4월,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드 2세는 거대한 군사를 이끌고 제국으로 쳐들어와 콘스탄티노플을 완전히 포위해버렸다. 급기야 그해 5월 29일 화요일, 54일 동안의 치열한 전투 끝에 난공불락의 철옹성은 무너지고 오스만 깃발이 하늘 높이 나부꼈다.

이로써 21세의 젊은 술탄 메흐메드 2세는 오스만 제국의 역대 술탄 가운데서 유일하게 ‘파티(Fatih: 정복자, The Conqueror)’라는 존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바야흐로 ‘파티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비잔티움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은 ‘세계 모든 도시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가 지켜주는 도시’라는 찬사를 접고 오스만 제국의 수도로 새롭게 탄생하면서 이스탄불로 바뀌었다. 기독교 신앙의 전당이었던 하기아 소피아 역시 아야 소피아(Ayasofya)란 이름의 이슬람 모스크로 거듭났다. 콘스탄티누스 대제로 시작한 이 제국은 개국시조와 이름이 똑같은 콘스탄티누스 11세에 이르러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리스도가 재림할 때까지 영속하리라 믿었던 제국의 역사는 그렇게 마침표를 찍고 말았다. 동시에 그 자리엔 인종도, 언어도, 종교도, 문화도, 생활 방식도 전혀 다른 오스만 세력이 지배하는 새로운 제국이 등장했다. (34쪽, ‘프롤로그’)

 

술탄은 프란체스의 손에서 열쇠를 빼앗아 금고문을 열었다. 몇 개의 타일 벽이 동시에 앞으로 움직였다. 호위병들의 시선이 일제히 금고 안으로 집중되었다. 다음 순간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가득 찼던 그들의 눈빛은 단숨에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술탄도 예상 밖이라는 듯 놀란 표정이었다. 이것이 비잔티움 제국의 현실이란 말인가. (…) 술탄은 한참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자정 무렵, 천막의 휘장을 걷고 멀리 별빛이 켜진 밤하늘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세계 정복을 꿈꾸는 오스만 제국의 술탄으로서 나 또한 황제의 일기에 답하고 그의 오판과 어리석음도 깨우쳐줄 비망록을 적겠노라. 두 제국의 지도자가 어떠한 철학과 신념으로 전쟁에 임하였는지를 후세에 가감 없이 전하겠노라.” (92~94쪽, 1부 ‘1453년 6월 1일’)

 

경이롭고 불가사의한 일이다. 하늘 아래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 술탄의 함대가 갈라타 언덕을 넘어 금각만 바다로 진입하였다. 최소한 해발 60미터에 이르는 그 험한 산등성이와 비탈진 언덕을 수많은 배를 끌고서 넘어갔다니!

이거야말로 기원전 5세기경 크세르크세스(Xerxex: 페르시아 제국 제4대 왕, 재위 BC 486~465년)가 험준한 아토스(Athos) 산(해발 2033미터)을 피해가기 위하여 대규모 토목 공사로 아토스 곶(岬)의 지협(地峽)에 운하를 판 뒤 함대를 이동시킨 것과 견줄 일이 아닌가.

그 많은 자재, 엄청난 장비, 그 어마어마한 인력과 동물을 어떻게 조달하고 운용하고 통제하였단 말인가. 이 모두가 불과 이틀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이 기막힌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우리는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두 눈을 버젓이 뜨고서도 말이다. 대대적인 육지 성벽 공격을 막아내느라 정신이 팔려 대명천지에 그런 황당한 작업이 자행되고 있는 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195~196쪽, ‘황제의 일기’)

 

1451년, 선친의 서거로 다시 술탄이 된 내가 가장 먼저 완수하여야 할 중차대한 목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콘스탄티노플 정복이었다. 증조부인 바예지드 1세가 이루고자 한 꿈은 티무르의 훼방으로 무산되었다. 선친 무라드 2세는 전염병과 연합군의 배후 침공 가능성 때문에 부득이 회군하였다. 그러나 나는 다르다. 모든 것을 철저히 준비하였다. 그리하여 나 지금, 선대 술탄들의 미완성 과업인 제국의 원대한 미래와 오스만 중심의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하여 여기 콘스탄티노플 성벽 앞에서 잠 못 이루고 있는 것이다. (263쪽, ‘술탄의 비망록’)

 

괴물이 등장하였다. 사다리 구조를 지닌 거대한 공성용 탑이다. 후방 어딘가에서 만들어져 밤중에 소리 없이 메소테이키온 쪽 해자 부근까지 운반하여 온 모양이다. 망루를 지킨 병사들조차 전혀 눈치를 못 채었다. 여러 개의 튼튼한 바퀴들이 그 큰 몸체를 이동시키고 있었다. 해자를 메우고 그 위에 도로를 낸다면 금방이라도 성벽 앞까지 돌진하여 올 기세였다. 그야말로 움직이는 참호 겸 요새요, 병기고 겸 발사대였다. 해군 선의(船醫)인 바르바로조차 이것들이 불과 4시간 만에 만들어졌다고 떠드니 도성 시민과 군사들은 얼마나 놀랐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

주께서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 하셨습니다. 극복하지 못할 시련은 주지 않는다 하셨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저 괴수를 무너뜨릴 지혜를 주옵소서.

“사람이 감당할 시험밖에는 너희에게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린도전서 10장 13절) (289~290쪽, ‘황제의 일기’)

 

이 도시의 정복은 나에게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다. 세계 제국 건설을 위한 첫걸음이요, 시금석이다. 나 이후에도 오스만의 꿈을 이어받은 술탄들에 의해 정복 과업은 계속될 것이다.

이 도시는 두 대륙과 두 바다를 하나로 묶어 연결하는 구심점이요, 중심축이다. 나는 이 도시를 육지와 바다 가림 없이 제국의 영토를 넓혀나가기 위한 본거지로 삼을 것이다. 오스만 제국 수도이면서 세계의 수도, 종교와 인종과 국경을 초월한 도시로 새롭게 탄생시킬 것이다. 이민 장려 정책을 통하여 종교와 민족, 언어와 국적 구분 없이 양질의 인간들이 평화롭게 모여 사는 정치·경제·군사·행정·법률·교통·건축·교육·문화·예술 등 모든 분야의 핵심 도시로 만들 것이다. 그리하여 풍요롭고 활기 넘치는 도시, 지상의 천국 이스탄불로 거듭 태어나게 할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황제여,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겠노라. 알라와 선지자 무함마드, 꾸란과 나의 검에 걸고 맹세하겠노라. 비록 자발적인 항복으로 그대의 도시를 차지하지는 않았으나 나는 이 도시를 발전시킬 것이다. 200여 년 전 십자군이 저지른 만행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창조를 위한 파괴를 할 뿐이다. 피폐한 이 도시를 융성시켜 각양각색 문화와 문명이 만발한 세계의 수도로 새롭게 발돋움하도록 만들 것이다. (346쪽, ‘술탄의 비망록’)

 

바다와 만 쪽에 있는 두 해안 성벽은 외겹(한 겹)인데 반해 육지 쪽 성벽은 해자·외성·내성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삼중 성벽이다. 이것이 천년 이상 수많은 외침을 막아온 철옹성이다. 지금은 성벽과 성문 사이로 자동차와 사람이 다니는 길이 나 있다. 560년 전, 한쪽은 이 문들을 지키기 위해 죽어갔고, 또 한쪽은 돌파하기 위해 목숨을 던졌다. 모든 문에는 저마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피어린 역사가 있다. 그리스어·라틴어로 된 명문들이 성벽과 성문의 역사를 아프게 증언한다. 문자를 모르는 길손이라도 누구나 가슴이 뭉클해진다. 두 제국의 역사가 명문보다 더 깊이 성곽 곳곳에 아로새겨져 있어 이중으로 된 성문 앞뒤 쪽을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역사 속으로 빨려들게 하기 때문이다. (367쪽, 부록 ‘어떤 성벽이기에 천년을 버텼는가’)

 

 

 

21세기 북스  http://www.book21.co.kr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제영 2021.01.14 2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어 이 분야의 필독서로,
    최고의 권위서로 우뚝 서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2. 물탄술탄 2021.01.15 06: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초판과 개정판을 흥미롭게, 감명 깊게 읽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터키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나라와 중국, 일본, 프랑스 등 지구촌 곳곳으로 번져 세계인의 교양서, 21세기의 고전으로 자리매김되기를 바랍니다. 터키어판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몰아치는 추위와 미세먼지 속에 코로나가 맹위를 떨친다. 집값은 계속 오른다. 전국의 땅값이 들썩인다. 대통령 지지도는 40%에서 턱걸이하고 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쪽이 훨씬 높아진 지는 오래됐다. 정책 실패의 주요인으로 누구나 부동산 문제·아파트 대책을 꼽는다. 이 정권 들어 24번이나 대책을 발표했지만 그때마다 실패했다. 24전 24패, 전패다. 이순신 장군은 23전 23승이라는 찬연한 기록으로 세계사에 빛나지만, 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대표적인 정책 실패기로 역사에 남지 않을까 싶다. 뒤늦게 장관을 바꾼다고 했지만 집값·땅값은 계속 오른다. 장관 교체가 해답이 아니라는 반향이 이미 나왔다. 자질과 품성에 문제가 드러나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지 의문이다. 이쪽을 틀어막으니 저쪽이 튀고, 저쪽을 봉쇄하니 또 다른 곳에서 문제가 불거진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고3 때 비염 수술을 잘못 받아 얼굴 일곱 구멍에서 피를 쏟은 적이 있다. 한쪽 코에 아기 주먹만 한 솜뭉치를 쑤셔 박으니 다른 쪽으로 피가 쏟아졌다. 양쪽 코를 다 막으니 입으로 쏟아지고 두 눈과 두 귀로까지 흘러나왔다. 좀비나 저승사자 모습이 따로 없었다. 그때 당황하던 의사와 간호사 모습이 반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도 아련하다. 몸무게가 20kg이나 빠지고 학교를 4달간 못 갔다. 죽음의 계곡을 건너며 여러 가지 상념에 잠겼다.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죽음의 골짜기에 들어섰다. 내 비염 수술처럼 잘못 건드린 결과다. 비염 수술은 요즘으로 치면 수술 급에도 들지 않을 만큼 간단하지만, 아차 실수하면 동맥을 건드리거나 코뼈를 망가뜨릴 수 있다. 두 가지를 다 겪은 나는 만성 비염으로 평생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 정책, 곧 아파트 문제는 삶의 기본이고 중심이다. 사람으로 치면 얼굴이고 그 중에서도 코에 해당한다고 할까. 소중할수록 기본을 잘 지켜 가꾸어야지 억지로 무리수를 두면 탈이 나거나 망가진다. 의식주(衣食住)는 인간의 기본욕구이다. 수십 년간의 눈부신 성장 발전으로 외형상·수치상으론 이 세 가지가 해결되거나 해소됐다. 누구 말대로 오천 년간의 가난으로부터 벗어났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생활 수준이 나아질수록 욕구는 더 커진다. 그러므로 의·식·주 이 세 가지는 결코 완전히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며 영원히 인류와 함께 가야 할 문명(文明) 혹은 운명(運命) 그 자체다. 맞는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고 다스리려고 하면 스텝은 꼬이고 망가진다. 특히 주거 문제는 더하다. ‘내집 마련’은 슬로건이 아니라 이룰 수 있는 현실이 돼야 한다. 이것이 허망한 꿈이 돼버린 것은 전적으로 잘못된 정책 탓이다. 실수요자의 다양한 욕구는 뒷전인 채 오직 공공·공익성·관주도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발연대 시절 노상 듣던 레퍼토리의 반복이다. 입은 요란한데 머리는 비었고 가슴은 식었다. 20-30대, 1-2인 세대, 신혼부부, 40-50대 가정, 노인세대의 주거문제를 이들의 입장에서 다양하고 특별하게 접근해야 한다. 청와대나 국토부, 주택공사의 탁상공론이 답이 될 수 없다. 내 입맛에 맞으니 너희도 맛있게 먹어야 한다는 주입식 공급 대책은 이미 실패했고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경 (출처:조선일보)

 

도대체 아파트 값은 왜 오르는가. 누가 올려달라고 했는가.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가격이 뛰지 않는가. 세금으로 부동산 정책을 바로 잡겠다는 생각은 어디서 나왔는가. 재산세는 기본이고 종부세 폭탄에 건강보험료까지 인상되니 살던 집을 팔아 세금을 내야 하는가. 그러면 또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는가. 서민은 집을 가지면 안 되는가. 춘향전의 변학도는 남원골에서만 수탈하였지만 지금은 정부가 앞장서 총체적 세금징수를 하니 백성의 눈물이 땅을 적시고 원망소리가 하늘까지 다다를 지경이다(민루낙 원성고 民淚落 怨聲高). 춘향전의 작가가 나타난다면 전국적 가렴주구(苛斂誅求) 현상이라며 새로운 이몽룡의 등장을 노래하지 않겠는가.

 

중산층의 척도는 ‘내집’에서 출발한다. 자가(自家)냐 아니냐가 아니라 ‘내집’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중산층이 강해야 민주주의는 성숙한다. 민주주의 정부일수록 중산층 육성에 힘을 기울인다. 우리만 그 반대로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정부가 ‘내집 마련’의 꿈을 짓밟는 이면에 중산층 해체라는 무서운 이념이 도사리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민주주의의 기반인 중산층이 맥을 못 추고 젊은이는 꿈을 잃게 될 것이 틀림없다. 인간의 욕구를 다스리겠다는 정부가 세상에 어디 있나. 그것도 규제 일변도와 세금 징수책으로 밀어붙이니 반발하고 실패하는 것이다. 열린 마음과 따뜻한 가슴 대신에 경직된 사고와 오기(傲氣) 정책 때문이다.

 

 

정부의 아파트 정책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무엇이, 어떻게, 왜 잘못된 걸까. 문제는 아직도 이 정권 들어 아파트값이 폭등하는 이유를 모르니(아니 모른 체하니) 답답하다. 전 정권, 전전 정권 탓을 하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아파트값은 이 정권이 올렸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가면 계속 오른다. 경제는 더욱 왜곡되고 서민 대중은 몰락의 길로 몰리게 된다. 비염 수술처럼 가장 편하게 하면서 고통을 근절시킬 수 있는 정책이건만 가장 어렵게 하면서 엉망으로 만들었다. 잘못된 수술로 평생을 고생하는 나처럼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전 국민이 고통과 불안에 휩싸이게 되었다. 더는 이 불행이 후대로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한마디로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아파트 정책, 부동산 대책은 실패한다. 정책이 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는지를 아래에 나열해 본다.

 

 

【때문에 실패한다】

 

아파트·부동산 문제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전국의 집값·땅값을 계속 끌어올려 서민 대중은 물론 온 국민을 불안케 하고 경제를 망쳐가는 이유는?

 

- 투기자본과 산업자본을 구분하지 못한 채 가진 자를 ‘죄악시’하기 때문

  * 집값 안정에 기여하는 주택 공급자,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아 공급이 위축되고 집값이 오른다는 사실을 모른 체하기 때문

* 진짜 투기자본은 손대지 않고 오히려 조장하는 듯한 것은 능력 부족인지 다른 속사정 때문인지...

 

- 집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정부가 마음대로 조절·관리할 수 있다는 사회주의·전체주의적 망상 때문

   * 시장의 자율 조정기능을 ‘몰각(沒却)’함으로써 정부가 부추기는 풍선 효과와 반시장적 두더지 잡기식의 규제가 반복되기 때문

 

- 민간과 기업의 자본 투자와 창의성을 유도하는 대신 획일적·경직적 지시와 명령을 일삼기 때문

  * 관 주도, 공공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주거 정책은 실패하기 때문

 

- 내집 마련의 꿈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실수요자를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확실한 비전과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

  * 내집 마련용이나 더 나은 집으로 가겠다는 사람에게도 자금줄(전세자금 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을 틀어막고 있기 때문

 

- 도심 공동화(空洞化)와 환경 위생을 위협하는 재개발·재건축 대상을 전 정부 정책이란 이유로 기피하기  때문

  * 지하주차장, 헬스센터, 보육시설을 갖추고 바퀴벌레, 쥐새끼 소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적 욕구마저 투기와 집값 상승요인으로 몰아붙여 시장의 불확실성만 가중시키기 때문

 

- 강북을 강남 같은 곳으로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어설프게 강남을 억제하려 들다 집값만 부추겼기 때문

  * 마찬가지로 지방을 서울처럼 만들겠다는 균형감 있는 종합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

 

- 좁은 국토를 잘 관리하여 후손에게 물려줄 생각은 않고 개발연대식 사고로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어 신도시 개발을 한답시고 국토를 파헤치고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기 때문

   * 실수요와 동떨어진 조악한 인조 도시를 급조하겠다면 책임질 사람은 없고 정권으로부터 칭찬만 받기 때문

 

-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신조어 신개념을 속출시켜 전세 품귀현상을 빚고, 내집 마련이라는 꿈의 징검다리를 붕괴시켰기 때문 

 * 분양가 상한제 같은 땜질 처방으로 소수 당첨자는 횡재요, 다수 낙첨자는 박탈감이라, 전 재산이 걸린 아파트를 로또 복권처럼 다루기 때문

 

- 단속, 세금 징수 등 징벌적 수단으로 부동산 정책이 변질되었기 때문

  * 보유세 부과기준(공시지가)은 지역별로 들쭉날쭉 재량권을 남용하고, 종부세를 연 300% 까지 과잉 적용하는 등 "내 사랑하는 국민"이라 하면서 쥐어짜는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

 

- 1가구 1주택 등 건강한 주택 보유자에게까지 혜택이나 긍지 대신 사회적 열등감을 조장하기 때문

 

- 핵심 측근들의 부동산 투기·보유는 묵인·방조함으로써 정책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

 

- 돈은 마구 풀면서, 기업과 산업에는 규제를 강화해 돈이 갈 곳을 잃었기 때문

 

- 능력과 소신 있는 정책 전문가 대신 ‘충성심’을 잣대로 기용하기 때문

 

- 임대/임차, 전/월세, 자가/비자가, 아파트/연립/단독/다가구/주상복합/빌라/오피스텔..., 평수/위치/학군..., 강남/강북, 서울/수도권/지방 등 나누고 쪼개고 분열하고 대립시켜 갈등과 불안감을 조성하기 때문 

 

-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이 믿을 만한 중장기 대책이 전혀 없기 때문

 

 

대충 짚어봐도 이런데 전문가들이 보면 얼마나 할 말이 많겠는가. 거듭 말하지만 부동산 정책은 선(善)한 마음으로 임하면 길이 보인다. 인간의 본능을 증오와 질투심으로 다루려 하지 않기 바란다. 열 명 중 여덟아홉 명은 선한 사람이다. 나쁜 사람에게 적용할 제재를 대다수 선한 사람에게 적용하니 정책이 뒤죽박죽되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바꿔라. 국민은 개돼지도 아니지만 야수도 아니다…

 

끝으로 나의 바보 같은 아파트 이야기를 한 토막 전하고자 한다. 넋두리로 들릴 수 있기에 읽지 않아도 된다.

 

결혼하면서 아파트 생활을 했다. 40여 년 전 아담한 아파트를 구입해 신혼살림을 한 사람은 당시로선 드물었다. 뭇 친구들의 부러움 속에 다시 얼마 후 강남으로 평수를 늘려 이사갔다. 얄팍한 봉급으론 감당이 안 돼 부모님께 한번 더 손을 벌렸다. 유산 미리 주는 셈 치시라며 뻔뻔스럽게 말이다. 강남에 한창 개발 붐이 일던 40년 전 일이다. 그 뒤로도 아파트 생활은 계속됐다. 이른바 서울서도 살기 좋다는 강남·강동·서초구와 국회가 있는 여의도를 오갔다. 물론 지역구인 부산 영도에서도 20여 년간 전세로 아파트 생활을 했다. 지역의 수많은 힘든 사람들을 생각하며 자신에게 다짐했다. 정치하는 동안 집 한 칸, 땅 한 평 사지 않겠다고. 그 약속을 지켰고, 정치인 치고는 비교적 깨끗한 삶을 살았다는 평을 들었다. 평생을 집 한 채로 살고, 40년 전 아파트나 지금이나 면적도 그대로다. 시세 차이를 노려 팔거나 산적은 없다. 다른 건물이나 부동산도 없다. 결혼 후 한번도 집 없이 살아보지 않았고, 집으로 치부(致富)하지도 않았다. 훌륭한 선배 정치인의 뒤를 따른다는 은근한 자부심도 배었다. 나와 비슷한 월급쟁이나 공직자 중에 집도 없이 살다가 몇십 년 만에 대단한 부동산 소유자가 된 걸 보면 겉으론 부럽다고 했지만 속으론 결코 존경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들어 나는 바보 같은 공인이며 가장(家長)이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자식들에게 재산은 물려주지 못해도 명예만큼은 간직시키겠다며 살아왔다. 이 정권 들어 치솟는 부동산으로 서민들의 꿈을 앗아가는 정책에 실망하지만, 반면에 정권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눈부신 부동산 투자(?) 능력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젊은 사람들이 어쩌면 이렇게 이재에 밝을까. 참 머리가 잘 돌아가는구나. 정책 관련자, 권력 주변 인사가 돈을 벌거나 정책이나 정보로 이득을 챙기는 것은 소인배들의 짓이라고 폄하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그들의 뻔뻔스런 태도는 올곧고 정직하게 살고 있는 수많은 공직자들을 바보 멍청이로 취급한다. 오랫동안 불문율처럼 이어왔던 공직의 도덕적 규범이 깨지고 있다. 대통령부터 노후 거처를 챙기는 마당에 어떤 공직자인들 흔들리지 않겠는가. 40여 년간 지녀왔던 자부심도 명예도 흔들린다. 그러나 몰라서 그렇지 수많은 공직자·공무원들이 금도를 지키며 안분자족하는 삶을 산다고 믿고 싶다. 일부 철새 무리들이 물을 흐리고 있을 뿐이다. 오늘도 나의 거소에서 스스로를 위로한다. 공인으로서 공직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이 추위에 불편한 거처에서 꿈을 잃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겸손하고 미안해하고 배려하고 감사하며 살아가자고 거듭 다짐해본다. (♣)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청년보수 2020.12.22 13: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학창시절 엄청난 고통을 겪은적이 계시군요.. 그런 고통을 통해 현재 나라를 비유하시다니, 표현이 참으로 제 마음에 와닿습니다..

    나라를 이지경으로 만들고 국민의 의식주 모든 것에 정부가 개입을 하니 수많은 국민들이 지쳐만 갑니다..
    저는 비록 20대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할 때도 있네요..

    하루빨리 정권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뀐다고 해도 그들이 망쳐놓은 나라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빨리 바뀌면 좋겠네요...

  2. 이제영 2020.12.23 07: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일이 옳은 지적입니다.
    참 대책없는 인간들입니다.
    다른 모든 것도 그렇지만 특히 주택정책은 24번의 정책 입안과 집행이 순리를 벗어나서 억지와 허황된 전제 위에서 수립하니 올바로 될 리가 있겠습니까?
    일부러 나라를 망하게 하려고 의도하지 않는 한 이런 억지스러운 정책을 계속 펼 수가 없는 법입니다.
    이제까지 살아 오면서 가졌던 생각은 사람이 바뀌지 않아도 생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 정권을 보고 느낀 점은 사람이 바뀌어야 생각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좋은 뜻의 '초지일관'이라는 한자 성어가 문정권에는 '악수고집(惡手固執)초지일관'으로 바뀌어서 온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사람을 바꾸는 수밖에는 백약, 백수(百手)가 별무효과입니다.

  3. 열혈청년 2020.12.23 1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며칠 전 대통령에게 전한 고언에 깊이 공감하고 감명을 받았는데, 이번 칼럼 역시 탁월한 고견에 무릎을 치게 됩니다. 다음 대선 나오시면 적극 지지하고, 주위에도 강추하겠습니다. 나이는 70대지만 생각이 젊고 패기가 넘치시면서 경륜과 혜안이 돋보이셔서 정계 은퇴를 늘 아쉽게 생각했었습니다.

  4. 부동산난민 2020.12.23 1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의장님은 하시는 이런 생각을 저들은 못하는 걸까요? 아니, 반대로 가는 걸까요? 정치를 20년 넘게 하신 분이 집한 채로 평생을 지내시고, 또 신혼살림 아파트나 지금 아파트나 면적이 같다니 감동입니다.

  5. 까망베르 2020.12.23 1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의장님 말씀 공감이 가는군요. 어쩌다 국민들이 저들에게 180석을 몰아줬는지ㅠㅠ 집단 체면에 걸리고, 저들은 집단 망상에 사로 잡혀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잘못된 선택으로 망해가는 나라가 보입니다.

  6. Vision 2020.12.23 1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간의 본능을 증오와 질투심으로 다루려 하지 않기 바란다. "
    깊이 공감합니다.

  7. 얀댕이 2020.12.23 12: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들은 나라와 백성을 놀이터내지는 실험용 마루타 정도로생각하는것 같습니다. 속시원한 의장님 말씀 모든국민들이 공감 할듯합니다.

  8. 서가 2020.12.23 1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까망베르님의 글 공감합니다 ㅜㅜ

  9. 봄보리 2020.12.25 2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의장님. 지난 총선 기간, 관련된 모든 분들이 선거 중이라 모든 말씀 가슴에 묻고 물러나신 것 짐작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하고싶은 말, 그래서 묻었습니다.
    다 헤아리지 못한 분들의 독설, 제가 다 섭섭하지만 대응하지 않으시는 뜻 헤아리며 저도 말을 아낍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메리크리스마스!

  10. 허허 2021.01.06 15: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선이라함은 쉽게얘기해서 겉으로만 착한척을 한다라는 말로 그말이 가장 잘 적용되는 사람들로 사람들은 흔히들 정치인을 꼽을수 있을것이다.
    허나, 사람은 가까이에서 겪지 않으면 모르는법 정치인이라고하여 꼭 위선적인것은 아닐테지만 윗 글을 보고있자니 토가 쏠려 참을수가 없다.

    사람은 무릇 신뢰감이 있어야하는법 위선으로 보이지 않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바로 신뢰라고 할것이다.
    위의 글을 쓰신 전 국회의장 김형오님께서는 그런 신뢰가 있으신분인지 다시한번 여쭤보고싶다. 어떻게 양심의 소리가 나올지 심히 궁금하다. 토가 쏠리려 한 이유는 그 대답을 듣고선 얘기하도록 하겠다.

[조선일보]

김형오 “문대통령님, 조선 왕조 임금님보다 막강하지 않습니까” [단독]

 

 

“나라 정치가 너무 어지러워 펜을 들었다”

 

 

 

김형오 제18대 국회의장이 11일 “‘대통령'이라 부르고 ‘님’자까지 붙이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착잡한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면서 ‘추미애 사태’ 등 각종 문제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본지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이대로 있으면 여야를 떠나 그간 수십년간 쌓아온 대한민국의 정치가 무너지고 나라가 위기에 처할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어 고심 끝에 펜을 들었다”면서 이날 페이스북에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께’라는 200자 원고지 17매가 넘는 글을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의장은 또 통화에서 “나는 문 대통령에게 악감정이 없고 이 분과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라면서 “정치가 어지러운데 이걸 책임질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니고 대통령이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글을 쓴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글에서 “(대통령은) 어제 말 많은 공수처법을 개정 통과시켰다”면서 “며칠 후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해임하겠지요, 만만한 야당을 상대하니 이제 거칠 것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만 자르면 만사형통인가요, 아니면 ‘새로운 시대’로 가기 위한 진입 장벽을 제거한 건가요”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탄생한 이후 역대 가장 힘센 대통령이 되셨다”면서 “아마도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어느 한 시점, 그리고 박정희 유신 말기 때를 제외하면 이처럼 강력한 권한을 쥔 대통령이 이 땅에는 없었을 것”이라고했다. 그러면서 “입법·행정·사법의 삼권은 말할 것도 없고 권한과 영향력을 미치는 모든 조직·세력·기구도 모두 친여 친청와대 친문재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김형오 전 의장은 “오백 년 조선 왕조의 어떤 임금님보다도 막강하지 않습니까”라면서 “그런 제왕적 권한을 가졌는데도 대통령의 표정은 밝지 못합니다. 뭔가 불안해 보이고 과거의 선한 모습도 제 눈에만 안 보이는 걸까요. 나라와 국민을 위한 노심초사인가요. 아니면 무슨 다른 이유가 있나요”라고 했다.

 

그는 “최근 추미애 장관의 행태는 참으로 가관”이라면서 “보기에 민망하고 이 나라 국민으로서도 부끄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눈 하나 깜짝 않고 헌법과 법률, 관련 규정을 무시하거나 편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면서 “처음엔 대통령의 뜻이 숨어 있다고 생각했지만 광풍을 휘몰아치니 이제는 호랑이 등에 탄 형국이 되어버렸다. 달리는 호랑이가 절벽에 떨어지기 전까지는 내릴 수 없는 신세 말이지요”고 했다. 그는 “절제를 모르는 권력의 종말이 어떠하다는 건 잘 아실 것”이라며 “문득문득 유신 말기 상황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어 “충신 세 명만 있어도 백제는 망하지 않았고, 의인 열 명이 없어서 소돔과 고모라는 잿더미가 되지 않았던가요”라고 했다.

 

김 전 의장은 “검찰개혁이 도대체 뭔가”라면서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엄정한 수사를 하라고 대통령 스스로 말하지 않았던가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람을 내쫓거나 헌법에도 없는 조직을 만들어 헌법기구가 힘을 못 쓰게 하는 것이 정의롭고 공정한 일인가요. 공수처법을 강제로 제정하더니 이제는 만천하에 웃음거리가 되는 방식으로 다시 개정했다”고 했다. 또 “국민 앞에 수없이 한 공언을 스스로 뒤집고, 시행도 해보지 않은 채 서둘러 고쳐야 할 절박한 사정이 세간에 회자되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인가요. 공약하신 대통령 측근이나 친인척 비위를 다룰 특별감찰관은 지금까지도 임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대신 공수처를 통해서 정권에 ‘삐딱한’ 판사·검사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여권이 최근 자주 사용하는 표현인 ‘민주적 통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윽박지르는 것이 민주적 통제이냐”면서 “어느 사전에도 없는 짓을 스스럼없이 해대는군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설마하니 공산주의자들이 이와 유사한 말을 간혹 쓰는 것을 빌려온 것은 아니겠지요”라며 “선출된 사람(권력)이 임명된 사람(권력)보다 우위에 있다면 법무장관 역시 임명된 자이므로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안하무인 격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데 제동을 걸지 않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인가요”라며 “선출된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자기가 임명한 장관에게 끌려가는 듯한 모습은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민주적 통제가 고장났음을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통령이 장관 눈치를 보고, 누가 대통령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떠도는 것은 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검사 윤석열을 졸지에 유력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야당입니까, 추미애입니까. 만약 청와대에 유능한 참모가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그녀를 벌써 해임했을 것입니다. 또 대통령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국회에서 해야 함에도 국회는 청와대의 부속품으로 취급당하고 있습니다. 민주적 통제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국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러스트=조선일보 이철원

최근 국회 상황이 ‘일당 독재’와 같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3년여 전 대통령은 국민의 41% 지지로 당선됐다. 금년 총선에서 야당은 또 국민의 41% 지지를 받았다”면서 “의석수는 여당과 두 배 가까이 차이나지만 득표율은 8% 남짓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41%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41% 야당은 무엇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서 “최근의 국회 모습은 일당독재와 다름없다”고 했다. 합치도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같은 득표율을 받은 대통령께서 상련(相憐)까지는 아니더라도 야당을 야당으로 취급해주어야 한다”면서 “야당 생활을 해보지 않았습니까. 헌법 법률과 제도 때문에 그렇다고 치부해버리지 마십시오. 그런 생각에 잡혀있는 한 곧 낭패를 당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결국 추미애 쇼는 대통령 리더십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면서 “대통령의 어정쩡한 태도가 이를 부추기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이로 인해 권력누수 현상(레임덕) 없는 후반부를 구가하려다 엄청나고도 급격한 레임덕을 맞이하게 됐다”며 “퇴임 후의 안정을 확보하려 이런 모험들을 감행했지만 그마저 보장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이제 정기국회가 끝나고 윤석열을 아웃시킨 후 추미애도 해임할 것”이라며 “장관 몇 더 얹혀서. 그리곤 개혁의 일 단계가 완료되었다고 공표하겠지요. 추미애 행태는 한마디로 국민을 짜증나게 했습니다. 정권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게 했습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잠시 어리석은 것 같지만 결코 어리석지 않습니다. 결정적 시기에 국민은 매우 냉정하고 현명하니까요”라고 했다.

 

그는 글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대통령 개인의 나라도, 청와대나 문빠나 보이지 않는 검은 세력의 나라가 결코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라 노심초사가 클 줄 압니다. 이제는 하나씩 내려놓을 때입니다. 권력의 하향점에선 곡선이 아니라 직선으로 내려갑니다. 이 나라의 자랑스러웠던 많은 부분을 훼손시킨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노석조 기자)

 

 

[2020-12-11 조선일보] 기사원문 ☞ 바로가기 ☜ 클릭

 

 

[중앙일보]

김형오의 직언 "추미애쇼, 文의 어정쩡한 태도가 부추겼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중앙포토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추미애-윤석열 사태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언했다.

 

김 전 의장은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께'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통령이라 부르고 님자까지 붙이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착잡한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며 "정치 일선에서 진작 물러난 사람이 벌써 세 번째 드리는 글"이라고 적었다.

 

그는 "조국을 절대로 법무장관에 임명해선 안 된다는 글과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 영결식에 조문을 건의 드렸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 일로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기조에 의문과 실망이 컸다"고 밝혔다. 김 전 의장은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간 갈등을 본격적으로 언급하면서 "윤 총장만 자르면 만사형통인가,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윽박지르는 게 민주적 통제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추 장관의 행태는 참으로 가관이라 보기에 민망하고 이 나라 국민으로서 부끄럽다"며 "눈 하나 깜짝 않고 헌법과 법률, 관련 규정을 무시하거나 편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추미애쇼는 대통령 리더십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며 "대통령의 어정쩡한 태도가 이를 부추기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두고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엄정한 수사를 하라고 대통령 스스로 말하지 않았던가"라며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람을 내쫓거나 헌법기구가 힘을 못 쓰게 하는 조직을 만드는 게 정의로운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전 의장은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어느 한 시점과 박정희 유신 말기를 제외하면 이처럼 강력한 권한을 쥔 대통령이 이 땅에는 없었다"며 "입법·행정·사법 삼권은 말할 것도 없고 권한과 영향력을 미치는 모든 조직·세력·기구가 친여 친 청와대 친 문재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백 년 조선 왕조의 어떤 임금님보다도 막강한 제왕적 권한을 가졌는데도 대통령이 뭔가 불안해 보이고 과거의 선한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며 "나라와 국민을 위한 노심초사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대통령 개인의 나라도, 청와대나 문빠나 보이지 않는 검은 세력의 나라가 결코 아니다"라며 "권력의 하향점에선 곡선이 아니라 직선으로 내려가니 이젠 하나씩 내려놓을 때"라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2020-12-11 중앙일보] 기사원문 ☞ 바로가기 ☜ 클릭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지극히 비정상적인 일이 세상을 뒤덮고 있어 정상적인 사람들은 우울한 요즘입니다. 법원의 윤석열 직무정지 부당결정은 지극히 정상적인 판단인데도 사람들은 사법부의 판단에 경의를 표하고 감사하고 안도합니다. 대법원장을 필두로 사법부가 권력의 눈치를 봐왔다는 염려를 뒤로하고 실로 오랜만에 정상적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검찰개혁이라면서 검찰과 검사를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고, 정권의 비리는 덮고, 바른 검사는 내쫒거나 한직으로 보냅니다. 누가 봐도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법치주의에 역행하는 이런 조치를 개혁이라 부르짖고 있으니 그들의 뻔뻔함과 몰역사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시중에서는 지금의 권력자들이 그토록 미워하는 유신독재를 닮아 간다고 말합니다. 아니 그보다 더 하다고 합니다.

요즘 권력을 보면 개악을 하면서 개혁이라 부르짖고, 부정·불공정·불공평을 정의·공정·공평이라고 우깁니다. 밤낮으로 소통하겠다 해놓고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통합과 관용을 내세우면서 네편 내편으로 갈라치고 네편에 대해서는 엄혹하기 짝이 없습니다. 권위주의 시대에서 권력층은 맹목적 우국충정에 목맨 자들과 출세욕에 사로잡힌 몇몇 고시파들로 채워졌고 결국 그들이 정권을 망친 장본인이었습니다. 지금 권력층은 애국심도 부족하고 무능하면서 오직 권력 유지에만 핏발을 세우고 있습니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사익추구를 공익인 줄 알고, 아부와 아첨을 나라에 충성하는 줄 착각합니다. 반대파를 배제하고 묵살하는 것을 협치나 공존이라며 지록위마를 서슴지 않습니다. 온갖 규제로 기업과 자영업자를 옥죄어 경제를 구렁텅이로 내몰면서 이를 경제민주화라 합니다. 국가 장래가 어떻게 되든지 표만 되면 무슨 일이든 다합니다. 포퓰리즘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다음 선거, 다다음 선거에서는 제2, 3의 재난지원금으로 또 얼마나 많은 돈을 뿌릴 건가요.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백척간두에 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한꺼번에 터지고 있습니다. 행정, 입법, 사법에 헌재와 선관위까지 5부를 사실상 장악하고 적절하게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국정원 등이 독립성을 상실하고 전문가 대신 권력 해바라기들로 채우는 것이 개혁인양 호도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도 한국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부러워 할만 하겠지요. 그러니 충신은 사라지고 나팔수와 전위대가 판을 치고 있는 거겠지요.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제왕적 대통령은 구중궁궐에 파묻힌 처럼 모든 판단을 유보한 채 바른 말을 못하는 대통령이 돼버렸습니다.

 

그런데도 야당은 국민을 답답하게 합니다. 정의가 유린당하고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목소리도 행동도 처절함도 끈기도 없어 보입니다. 권위주의 시대에서는 재야인사는 물론 야당 지도자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습니다. 독재에 철저히 대항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무너뜨렸고 무너졌습니다. 지금 야당과는 달라도 사뭇 다릅니다. 2년 후면 대통령이 물러나는데도 레임덕도 없고 청와대 눈치보기가 계속되는 건 야당이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야당이 숫자가 많으면 좋겠지만 적다고 못 싸우는 건 아닙니다. 지금 민주당이 야당시절 100명도 안 되는 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정국을 주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지도자가 나서야 합니다. 지금 비상시국이라 하여 비대위 아닙니까.

 

야당이 제 역할을 못 할수록 이 나라와 국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이 나라 아닙니까. 더 늦기 전에 지금 나서야 합니다. 서울·부산 시장선거니, 대선이니 하는 정당적 차원을 떠나 이 나라를 정의롭고 공정하고 희망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야 합니다. 투쟁 없는 정의는 없습니다. 법원도, 야당도, 지성인도 양심을 걸고 모두 나서서 나라의 정의를 세울 때입니다.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어이없네 2020.12.08 1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의 장미빛 이상에 치우친 공천의 결과가 얼마나 대한민국을 후퇴시켰는지 돌아보고 앞으로는 절대 앞으로 나오지 말고 자중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보수를 이토록 말살시켜놓고 도대체 나라꼴이 이게 멉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