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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2 한국일보] 한동훈 장관 총선 차출이 여권에 유리할 것


[김성환의 질문]

김형오 전 국회의장 “한동훈 장관 총선 차출이 여권에 유리할 것”

정권심판 성격 총선, 야당심판 될 수도
수도권 위기론, 여야 모두 해당
윤 대통령, 인사 중요성 인식 재정립해야
영수회담보다 국회 협치가 우선돼야


편집자주
첨예한 이슈를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22대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총선에서는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위성정당까지 합쳐 180석을 차지하는 전례 없는 압승으로 헌정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하지만 총선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민주당은 2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 지방선거까지 패했다. 반면 총선에서 패한 국민의힘은 지난해 정권교체에 성공한 뒤 지방선거까지 연이어 승리했다. 총선→ 대선 → 지선으로 이어지는 2년간의 숨가쁜 혈투 끝에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적 리더십과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휘둘린 채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1년 4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다수당 지위를 지켜야 하는 민주당도 절실하지만, 윤석열 정부 3년의 남은 임기 동안 레임덕 상태가 이어질 수 있는 국민의힘에 내년 총선은 더 절박하다. 2020년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을 지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듬해 당시를 복기한 ‘총선 참패와 생각나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통해 패배 원인을 비교적 상세히 분석했다.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패장의 '공천 징비록'으로 주목을 받았던 김 전 의장은 6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권심판 성격의 내년 총선이지만 야당심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인 동시에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 표심을 받은 민주당에 대한 평가도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김 전 의장은 여권을 향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내년 총선에 차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치가 실종됐다는 평가를 받는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 상황에 대해 20년 정치 경력 중 10년 여당, 10년 야당을 경험한 김 전 의장이 던지는 메시지를 들어봤다.

안 좋은 경제 상황도 표심에 분명 반영돼

김형오(왼쪽 두 번째) 전 국회의장이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2020년 2월 공천 면접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2대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총선 민심을 가를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시대정신이라는 용어 자체가 19세기 민족주의나 제국주의 배경 하에서 민족 정신을 고양시키기 위해 등장했다. 지금은 시대 상황이나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적 갈등과 분열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결국 갈등을 조장하고 거짓 선동을 했느냐에 대한 국민적 판단이 내년 선거에서 내려질 것이다. 갈등과 분열 세력이 승리하면 대한민국 미래는 상당히 암울해지겠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쪽이 승리하면 치유의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총선은 어떤 구도에서 치러질 것으로 전망하는가.

“정치적으로는 윤석열 정부 2년에 대한 심판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제 1년에 대한 평가로 전개될 것이다. 그리고 최근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이 너무 안 좋다. 경제 상황이 안 좋으면 반드시 선거 결과에 반영된다. 여당은 어떤 식으로 노력했고, 야당은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어떤 대안을 제시했느냐가 선거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선거에서 구도 못지않게 중요한 게 인물이다.

“인물은 크게 공천과 선거를 이끄는 리더십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선거 초반에는 당연히 공천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당의 경우 용산과의 거리가,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일변도 여부에 국민적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현역 국회의원 중에서는 의정활동에 충실한 사람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 의정활동에 자신있는 사람들은 용산이나 이재명 눈치 안 보고 일한다. 그런 공천 개혁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선거를 이끄는 리더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재명 대표가 사실상 원톱으로 뛸 민주당에 맞서는 국민의힘에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 레임덕으로 이어진다.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모두 나와서 집단 리더십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지난 총선 때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가 종로에 묶이면서 사실상 다른 후보들 지원에 못 나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 가능한 모든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 선거를 이끌어야 한다.”

한동훈(오른쪽)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차출설도 꾸준히 제기된다.

“장관 된 이후에 국회에서 야당 국회의원들하고 대거리를 하는데 말본새가 좀 있는 것 같더라. 검사라고 다 그런 건 아니니까 더 아껴둬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하지만 경중이나 완급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에 내년 총선만큼 중요한 선거가 없다. 앞으로 한동훈 장관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는 미래를 볼 게 아니라 내년 총선에 투입하는 게 여권 전체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본다.”

-여권에서는 벌써부터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의 출마 채비가 들려온다.

“민주당은 사실상 이재명 대표가 최대 실세라 공천을 좌우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상징인데 직접적으로 공천에 개입하면 논란이 될 것이다. 공천은 당을 중심으로 이뤄지겠지만 여권 전체가 긴밀하고 기술적으로 해야 한다. 국민의 상식 수준에서 눈 밖에 나지 않을 적정선을 잘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 총선은 사실상 코로나19 이슈로 뒤덮였는데.

“선거 때마다 여당은 조직과 세력으로, 야당은 바람으로 승부를 한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코로나19로 조용한 선거를 하겠다는 여당 전략에 말려 패배를 자초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재난지원금에 갈팡질팡하다가 제대로 된 전략도 구사 못 하고 진 것이다. 이번에는 코로나19 같은 대형 이슈가 없기 때문에 어느 정당이 유권자들에게 와닿는 이슈를 발굴하고 선점해서 치고 나가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도층 공략 위해서는 미래비전 제시해야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최근 여권에서 수도권 위기설이 불거졌다. 실제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수도권 121석 중 16곳을 차지하는 데 그쳤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국정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에서 그런 주장이 나오는 건 제대로 된 인식이라고 본다. 하지만 수도권에서는 압도적 의석수를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의 여당이다. 국민의힘도 여당 책임론을 피해갈 수 없지만,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을 사실상 싹쓸이한 야당 책임론도 제기될 것이다. 수도권 위기론은 여야 모두에 있다는 얘기다. 결국 위기의 본질을 빨리 깨닫고 여기에 적절한 대응책을 찾아내는 쪽이 승리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이 총선 전초전 양상으로 진행됐다. 선거 전 판세는 야당에 유리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때아니게 판이 커졌다. 통상 여당은 '조용한 선거', 야당은 '떠들썩한 선거'를 원한다. 야당의 정부비판 무대를 한껏 만들어준 선거판이었기에 야당은 총선 전초전으로 활용을 잘했다. 여당은 이겨도 본전인 선거다. 때문에 여권 지도부는 지금부터 총선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해, 전략적이면서도 지혜로운 방식으로 선거에 접근해야 한다. 죽었다 사는 게 정치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30%의 고정 중도층이 존재한다. 선거 승리를 위해 중도층 공략이 필수인데.

“중도층의 상당수를 중산층으로 전제한다면, 이들이 원하는 것은 안정과 변화, 희망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극단의 정치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중도층을 향해 이를 극복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걸어야 한다. 동시에 중도층은 안정적 변화를 원한다. MZ세대가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중도층이 호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제일 강조하고 싶은 게 희망이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 국가에서 우리는 중장기 미래 비전을 설계하지 못하는 나라가 됐다. 삼성 같은 대기업 몇 곳에 의존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표를 얻기 위한 차원뿐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도 확실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대통령 지지율도 선거를 가늠할 큰 변수로 꼽힌다. 자유민주주의와 반국가세력 척결을 강조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넘지 못한다.

“자유민주주의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문재인 정부 5년은 아슬아슬했던 시기다. 그런 사람들에게 윤 대통령의 진정성이 느껴질 것이다. 검사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직설적이라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대통령의 언어는 더 정제되고 세련돼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진정성이 스며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참모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인사도 썩 잘했다는 평가를 못 받는 게 사실이다. 시스템 차원이 아닌 인사의 중요성에 대한 근본적 인식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민주주의 위기 초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대화가 단절돼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영수회담이라는 용어 자체가 사실 구시대적 유물이다. 실제 성과를 내야 하는데 역대로 그런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당시 야당의 이회창 총재와 영수회담을 했지만, 만난 뒤에 오히려 상황만 더 악화했다. 최종적으로 영수회담을 한다고 해도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고 과정과 절차를 거쳐 진행돼야 하는데 무턱대고 영수회담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너무 속 보이는 정치적 행위로 비친다. 국회에서 먼저 협치를 하고 행정부에 요구하는 게 순서다. 이 대표가 국회에서는 일방적으로 법안 처리 등을 밀어붙여 놓고 행정부에 협치를 요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원로들이 여야 대표회동을 주선했다고 들었다.

“지난 제헌절에 여야 출신 전직 국회의장을 비롯해 정치원로 11명으로 구성된 삼월회가 출범했다. 이후 여야 대표 회담을 주선하기 위해 내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정대철 헌정회장이 이재명 대표를 설득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응했는데 이 대표 쪽에서 반응이 없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후폭풍이 여전하다.

“이 대표가 큰 정치인이 되려고 마음먹었다면 애초부터 사법리스크에 당은 개입하지 말라고 했어야 했다. 혼자 이 길을 뚫고 나갔어야 했다. 정치적 퇴행이며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정치를 안 해야 할 사람이었다고 본다. 우리는 각 분야의 성공한 사람들이 국회를 구성하고 있는데 선진 국회라는 말을 못 듣는다. 그 이유는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기 때문 아닌가 생각한다.”

-문재인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활동을 재개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특정 정치 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라면 퇴임한 전직 대통령으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재임 중 과(過)에 대한 반성이 먼저 있고 그다음에 할 말을 해야 하는 게 도리라고 본다. 건전한 의미에서 모든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에 의해 경호까지 받고 있는 것 아닌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노태우 정부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14대 총선에서 부산 영도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뒤, 내리 5선을 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사무총장과 원내대표를 역임했고,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지만, 막판 공천 잡음 속에 사퇴했다. 국회의장 퇴임 이후에는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을 다룬 ‘술탄과 황제’라는 책을 써 화제가 됐다.



[2023-10-12 한국일보]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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