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동로마 최후의 날 빛난 두 군주의 품격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김형오 지음, 21세기북스504쪽, 2만8000원
1453년 5월29일에 대한 미시사다. 동서문명의 교차로인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튀르크에 함락되고 동로마로도 불렸던 비잔티움 제국(330~1453)이 1123년 만에 명맥이 끊어진 날이다. 오스만의 술탄 메흐메드 2세(1432~1481, 재위 1444~1446, 1451~1481)가 비잔티움 마지막 황제인 콘스탄티누스 11세(1405~1453, 재위 1449~1453)가 버티고 있는 천년 고도를 점령하기 위해 50여 일간 벌인 사생결단의 기록이 세밀화처럼 묘사된다. 비잔티움의 몰락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벽돌 삼아 군주의 리더십 비교라는 건축물을 지었다. 이 책은 2012년 출간된 『술탄과 황제』의 개정증보판이다. 지은이(김형오 : 전 국회의장)는 “초판은 주로 서양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면 개정판에는 터키 사료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균형잡힌 시각으로 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상상을 가미한 독특한 형식은 여전하다.
술탄은 광야의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다. 8만의 오스만군은 체계적으로 공격전에 투입됐다. 1악장에선 비정규군인 아잡과 바쉬보주크를 먼저 보내 적에게 타격을 줬다. 유럽 기독교 지역 출신이 태반인 이 부대는 급여를 받기 위해 지원한 용병으로 이뤄졌다. 이들의 뒤로는 용병들의 퇴각을 막기 위한 독전대가 배치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이 허름한 장비의 보병 뒤로 뛰어난 무장을 갖춘 비밀경찰인 NKVD(내무인민위원회) 부대를 배치해 후퇴하는 병사를 사살한 잔학극의 원형이다. 2악장으로 소아시아 지역에서 모집한 아나톨리아군과 유럽 지역에서 데려온 루멜리군이 투입됐다. 경쟁관계인 두 부대는 죽기살기로 싸웠다. 마지막 3악장에선 술탄 근위대인 최정예 예니체리가 나섰다. 정복지 기독교인 가정에서 어린이를 데려와 무슬림으로 개종시키고 교육해 군인으로 기른 엘리트 부대다.
정복자 술탄 메흐메드 2세의 초상화. 이슬람 학자풍 의상·터번을 애용했다.
[사진 21세기북스]
비잔티움 마지막 황제인 콘스탄티누스 11세는 나라를 잃은 군주가 어떻게 최후를 맞아야 하는지를 보여줬다. 그는 군주임을 나타내는 모든 표식을 버렸다. 한 명의 병사가 된 그는 말에 박차를 가해 오스만군의 한복판으로 돌격했다. 곁을 지키던 부하들도 최후를 함께했다. 이들은 목숨으로 명예를 지켰다. 술탄과 황제의 이야기는 긴 여운을 남긴다.
[S BOX] 안에서 무너진 비잔티움, 황제의 동생까지 적과 내통
자신을 지킬 힘이 없는 나라에 외교란 무의미한 연명치료일 뿐이다. 비잔티움이 이를 잘 말해준다. 몰락 직전의 비잔티움은 오스만튀르크에 조공을 바치는 것은 물론이고 술탄이 원정에 나서면 군대까지 제공해야 했다. 황제 요한네스 5세는 술탄이 소아시아의 잔존 기독교 세력을 몰아내는 토벌전을 벌이자 병력을 보내 도울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모자라 아들 마누엘을 술탄 무라드 1세의 궁전에 볼모로 보내기까지 했다. 비잔티움의 정체성은 열정의 기독교 신앙도, 로마의 영광도 아니었다. 오로지 생존이었다.
심지어 황족 분쟁으로 차기 황제를 결정하지 못하자 술탄에게 지명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황제의 동생 데메트리오스는 1442년 오스만 군대를 빌려 콘스탄티노플로 진군하기까지 했다. 무너지는 나라는 안부터 썩어 문드러지는 법이다. 비잔티움 몰락의 교훈은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심지어 황족 분쟁으로 차기 황제를 결정하지 못하자 술탄에게 지명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황제의 동생 데메트리오스는 1442년 오스만 군대를 빌려 콘스탄티노플로 진군하기까지 했다. 무너지는 나라는 안부터 썩어 문드러지는 법이다. 비잔티움 몰락의 교훈은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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