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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5 서울경제] 文정부, 정책은 실험·정치는 퇴화

“文정부, 정책은 실험·정치는 퇴화…‘권력 5년 주기설’로 당겨질 수도” [청론직설]


◆ 김형오 전 국회의장

지난 4년 극단적 편가르기·포퓰리즘으로 국론분열 증폭
탈원전은 ‘바보 같은 정책’으로 세계의 웃음거리 될 것
野, 정권 교체 이루려면 견제·선거 중립 감시 기능 중요
대선 최대 화두는 공정…언론재갈법, 세계적 유례 없어


20대 대선이 7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일자리 쇼크는 계속되고 집값·전셋값과 물가는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까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자영업자 등 서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여당 대선 주자들은 위기 극복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나랏돈을 퍼주는 포퓰리즘 공약 경쟁에만 매몰돼 있다. 난국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자 정계 원로인 김형오(74) 전 국회의장을 찾았다. 김 전 의장은 4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정치가 퇴화했다”면서 “극단적인 편 가르기 정치와 실험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민들의 삶이 더 힘들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 교체 가능성에 대해 “현 정부가 스스로 정권의 수명을 줄이다 보니 당초 알려졌던 ‘권력 10년 주기설’이 ‘5년 주기설’로 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권력에 대해 끽소리도 하지 말라는 언론 재갈법”이라며 “이런 식으로 성공한 경우는 공산 독재뿐이었고 그것도 일시적이었다”고 비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극단적으로 편을 가르는 바람에 정치가 증오와 국민 분열을 증폭시켰다"고 말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정계 원로로서 여야 입장을 떠나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진단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가 경영 철학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젊은이들에게 꿈과 미래 비전을 내놓지 못했다. 과거를 파헤치는 데 주력했고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대책만 제시했다. 극단적인 편 가르기와 증오의 정치로 국민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켰다. 결국 정치가 퇴화해버렸다. 정치를 오래 했던 사람으로서 참 부끄럽다. 4년 동안의 국정 운영을 평가하면 역대 정권 중 가장 박한 점수를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았는데.

△학문적으로도 정립돼 있지 않은 실험적인 내용을 국가 정책으로 만들고 밀어붙였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한 측면만 보고 다른 측면은 무시해버렸다. 그러다 보니 정책 집행에 따른 피해나 부작용을 완전히 등한시했다. 결국 현금을 살포하는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정권이 돼버렸다.

-지나치게 이념에 치우친 정책을 밀어붙인 것 아닌가.

△이 정권의 이념이 뭔지 잘 모르겠다. 진보도, 철저한 좌파도 아니다. 이념이라고 포장만 했지 실제로는 지향하는 가치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가져왔다는 비판이 있는데.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10년가량 활동한 적이 있기 때문에 탈원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현 정부는 한마디로 우매의 극치를 보여줘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가장 잘하고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을 못 짓게, 못 팔게 하는 정권은 역사상 유일무이할 것이다. 이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원자력은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었다. 화력·수력발전소도 조그마한 사고가 다 있었다. 탈원전으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우리 원전 전문가들이 하나씩 자리를 잃고 도태하고 있다. 가장 바보 같은 정책을 실행한 것으로 세계 역사에서 꼽힐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우리의 외교 안보 라인이 중국과 북한의 눈치를 너무 본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 정권이 가장 잘못한 분야 중 하나로 외교 안보를 꼽을 수 있다. 우리는 분단돼 있고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다. 우리는 지혜롭고 치밀한 외교 안보 정책을 통해 나라 주권과 안보·국익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우선순위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렸다. 북한을 포기할 수 없는 중국에 굴종적인 자세를 취하다 보니 중국이 한국을 우습게 보고 북한도 우리를 조롱하는 상황이 됐다. 구한말의 권력자들이 국제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참 불안하고 불편하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벌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외교에 대해 조금이라도 짚어봐야 할 것이다.

-현 정권의 ‘내로남불’ 행태가 4·7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의 참패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현 정권의 도덕 불감증이 참패 원인이었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 잘못으로 치러지는 재보선에는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당헌을 편법으로 고쳐 후보를 내보냈다. 절대 과반 의석을 갖고 있어서 교만해지고 국민을 우습게 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공천 불가’를 수없이 외쳤는데 이번에는 비겁하게 침묵을 지켰다.

-여당이 과도한 징벌로 진실을 추구하는 취재를 위축시킬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하고 있다.

△사탕발림으로 군소 야당을 유인해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을 강행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자기들에 유리하게 재개정했던 밀어붙이기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당하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유신 때 긴급조치 강행이 결국 정권 붕괴를 재촉했다는 점을 되돌아봐야 한다.

-여당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을 어떻게 보는지.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치열한 경선을 하는데도 지지율이 별로 올라가지 않는다. 국가를 어떤 식으로 책임지고 끌고 가겠다는 비전과 경륜을 보여야 하는데 자기들끼리 물고 뜯고 하다 보니 국민이 실망하는 것이다.

-야권 대선 주자들의 경쟁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야권이 정권 교체를 이루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여당의 경선 양상을 반면교사로 삼아 당내 경선을 엄정하게 관리하고 성공시켜야 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체제는 대선 후보 경선을 잘 관리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후보들도 비전과 정책을 펼치면서 국민의 마음속에 다가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둘째,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야권이 제대로 견제해야 한다. 현 정권은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정치적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인물을 앉히려 하고 있다. 지난 1987년 체제 이후 지켜온 선거관리위원회의 엄정하고 중립적인 관리가 지난해 4월 총선 때부터 무너졌다. 정권에 가까운 인사가 선관위 상임위원에 배치된 뒤 선거가 편파적으로 관리돼 엉망이 됐다. 또 선거 관리와 관련된 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도 여당 정치인 출신이다. 엄정한 선거 중립을 촉구해야 할 야당은 입도 벙긋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야당은 당내 자정과 쇄신 노력도 열심히 해나가야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이 야권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는 데 대해 여권은 “배신했다”고 공격하는데.

△자신들이 쫓아내놓고는 도망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적반하장이다. 문 대통령과 장관들, 여당의 충성스러운 의원들이 윤석열과 최재형을 대선 주자로 키운 셈이다. 지도자나 큰 인물은 핍박 속에서 자라난다. 박정희 정부 시절에도 박정희가 김영삼·김대중을 키웠다는 말이 있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이준석 대표 체제 등장 이후 청년 지지 기반은 확대됐으나 정권 비판·견제 기능은 크게 약화했다는 두 갈래 평가가 나오는데.

△두 지적이 모두 옳다고 본다. 이 대표가 들어오면서 당에 대한 젊은 층의 기대치가 확 올라갔다. 하지만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고 내로남불을 일삼는 현 정권에 대해 사명감을 갖고 따끔하게 지적해야 한다. 야당은 본래 비판하고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 체제 이후 10년 단위로 정권이 교체돼왔는데.

△문재인 정권이 끊임없이 ‘적폐 청산’을 부르짖고 편 가르기 정치를 하면서 국론 분열을 증폭시키다 보니 스스로 권력의 수명을 줄였다. 본래 10년 주기설이었는데 5년 주기설로 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 대선은 어떤 구도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가.

△대선 후보 경선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결국은 여야 후보 중심의 대결로 갈 것이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공정, 경제성장, 국민 통합 등이 모두 중요하지만 공정이 제일 큰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현 정권이 공정을 내세워 집권했지만 너무 불공정했기 때문이다. 경제도 엄청 중요한데 두 가지만 지적하겠다. 우선 현 정부가 경제문제에서도 적과 동지, 선과 악 등으로 편을 가르다 보니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모든 경제주체를 감싸안는 정책을 펴야 한다. 다른 하나는 현 정부가 미래 세대가 담당해야 할 빚을 잔뜩 늘려놓았다는 점이다. 빚을 내더라도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키웠어야 했는데 오히려 짓밟아버렸다. 크게 보면 무능과 부도덕이 판치는 세상을 만들지 않겠다는 구호가 국민의 호응을 얻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튼튼한 안보 체제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꿈과 희망과 미래 비전이 있는 나라 만들기가 대선의 주요 이슈가 돼야 한다. 유권자들도 재난지원금 몇 푼 더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어떤 지도자가 차기 정부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책임과 헌신의 자세가 중요하다. 지도자는 던질 때는 던지고 앞장서야 할 때는 앞장서고 동료를 위해 정치적 생명을 걸어야 할 때는 뛰어들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 사회가 따라간다.

He is …

1947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경남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동아일보 기자와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원을 거쳐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1992년 제14대 총선에서 민자당 후보로 부산 영도에서 공천받아 당선된 뒤 내리 5선을 기록했다. 한나라당 사무총장·원내대표를 거쳐 제18대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경남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부산대 석좌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술탄과 황제’ ‘백범 묻고 김구 답하다’ 등이 있다.

[2021-08-05  서울경제] 기사원문  >바로가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