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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29 희생 없이는 감동도 미래도 없다

희생 없이는 감동도 미래도 없다

김 형 오

안철수 현상에 정치권이 휘청거리고 최루탄 사건으로 국회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새로운 정당들이 깃발을 들려한다. 총선이 다가왔다는 증표다.
그러나 또 지금과 같은 식으로 흘러간다면 여전히 정치불신은 가중될 것이다.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할 때의 가벼운 마음을 되찾기 위해 간단히 소회를 피력코자 한다.


한국정당의 위기가 왔다. 모두 다 인정한다. 정당정치의 위기는 어디서 오는가. 안철수 현상은 왜 나타났는가. 본질은 무엇인가.

국민은 현재의 정당이 싫은 것이다. 정당의 막강한 힘이 엉뚱한 곳으로 발휘되는데 분노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 정당정치의 위기는, 한국정치를 국민이 외면하고 불신하는 이유는 정당의 힘이 압도적으로 세기 때문이다. 공산·독재국가를 빼고는 이렇게 힘센 정당이 존재하는 곳이 없지 않는가. 대화와 토론의 정치가 실종되고 양보와 타협의 전통, 관행을 수립하지 못하는 것은 국회의원을 압도하는 정당의 위력 때문이다. 국회에서 심층적으로 논의할 것도 없이 당론대로 하면 된다. 당론이면 만사형통이다. 당론을 어겼을 때는 엄청난 정치적 불이익을 각오해야 한다.

공천권도 당이 장악하고 있다. 당내에는 출세가도를 위한 유혹의 덫들도 많다. 소통은 국민과 하고 지역구민과 나눠야 하는데 당의 명령만 잘 받들면, 즉 당과 소통만 잘하면 성공한다. 이래서 국민이 싫어하는 것이다. 당의 힘을 빼라. 당사를 국회로 옮기고 야권대통합에 사활을 걸고 보수대연합을 하더라도 정당의 힘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압도하고 있는 한 정치발전은 없다. 나는 급한 김에 우선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한나라당을 비롯한 한국정당은 해체수준으로 살을 도리고 뼈를 깎아내야 한다. 이것이 여야 모두 사는 길이고 한국 정당정치가 사는 길이다. 우선 정당 내 대표, 최고위원, 각종 위원장 등 그 많은 자리들을 없애야 한다. 당원은 있되 당대표 등 군림하는 기구 기관은 없애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정당 민주화의 첫 걸음이다. 선거 때 한시적·전국적 조직은 필요하더라도 평시에는 최소의 실무진만 있으면 된다. 이렇게 될 때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자기책임 하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헌법상 가장 앞자리에서 역할을 해야 할 국회와 국회의원이 그 보조기관인 정당에 눌려있다. 정당의 눈치를 보느라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200년 이상 된 미국 정당들은 힘은 없지만 훌륭한 인물과 정책을 내놓는다. 반면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한국정당은 10~15년도 못 넘긴 채 문을 닫는다.
 
확실한 원내정당으로 가야 한다. 국회 중심, 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고 정당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국회내외 모든 행사는 원내대표와 소속위원회가 주관해야 한다. 의원으로서의 역할과 활동에 대해선 엄정한 평가시스템을 도입하여 차기공천 기준으로 삼음은 물론 지역유권자들에게도 투명하게 알려 줘야 한다.
 
둘째, 공천권은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위해 박차를 가하자. 총선이 코앞이라서 완벽한 준비가 안 된다면 최대한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자. 여야 모든 정당들이 동시에 실행한다면 한국정치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 참신한 신인이나 경륜 있는 인물은 여전히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제한된 영입, 전략공천을 실시하자. 공천심사위원회는 당에서 객관적, 중립적으로 구성하되 공심위는 선거관리위의 역할에 한정돼야 한다. 영입인사를 위한 전략공천은 공명정대하고 투명하며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셋째, 여당, 집권당 의식을 버려야 한다. 여당이 아니라 제1당이다. 더 이상 대통령, 청와대, 행정부의 방패막이, 돌격대, 거수기 등으로 비춰져선 안 된다. 또 힘겨루기를 하거나 밀어붙이기 식으로 해서도 안 된다. 한나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대통령부터, 그리고 힘 가진 모든 사람들이 이 대열에 솔선수범 동참하여야 한다. 한나라당은 더 이상 여당이 아니라 단지 원내1당으로서 국민과 역사 앞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나라당의 문호를 과감하게 개방해야 한다. 왜 젊은이들이 한나라당을 싫어하고 왜 30~40대가 절망하는가. 뼈 속 깊은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차기총선에 승리하느냐 패배하느냐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정치가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근본이유는 정치권의 오만과 무딤 때문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대신 과감한 인재영입은 한나라당이 취해야 할 방안이다. 자유, 민주, 시장경제, 복지, 인권의 가치를 함께하고 종북좌파만 아니라면 누구든지 영입할 수 있어야 한다. 보수세력은 물론 진보세력에게도 손을 내밀어 한나라당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 지금은 이념의 시대가 아니다. 가치의 시대다.
 
한나라당의 가치를 확립해야 한다.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그것에 답하고자 한다.
 
오늘의 나는 나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의 결과물임을 인정하는가?
나는 남(또 다른 나)을 위해 어떤 희생과 솔선수범을 하였는가?
살아남은 나(또는 남)는 그 희생의 눈동자를 잊지 않고 있는가?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목숨이 사라졌다. 가치를 구하고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일이라면 스스로 희생, 헌신해야 한다. 희생과 헌신이 없는 삶은 감동도 소통도 미래도 없다.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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