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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반환점’ 정치분야

 

김형오 “전쟁터로 변한 정치판, 통합의 리더십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전반기 내내 야당과 불화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5195당 신임 원내대표들과 만나 여야정 국정상설 협의체 구성을 제안해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협의체는 지난해 11월 회의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문 대통령이 개헌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야당과 멀어졌고, 적폐청산 수사는 그 정당성과 별개로 대야 관계 악화를 불렀다. 패스트트랙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장외로 뛰쳐나갔다.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공들여 대하기보다 촛불 민심이 반영되지 않은 마지막 남은 적폐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지적한다.

 

협치에 관한 한 문 대통령은 야당 복이 없는 편이다. 협치 부재와 관련해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과)야당의 당대표 등 지도부가 의회정치를 이끌어본 경력이 적은 것,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것에 원인이 있다문 대통령의 전반기 정치는 평화롭지도 생산적이지도 않았다. 야당 대 청와대의 대결만 극명한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김형오 전 국회의장

 

지난 2년 반 동안 진정한 의미의 정치는 없었다. 정치판을 전쟁처럼 죽고 살기로, 적군과 아군 간의 대결장으로 만들었다. 포용이나 화합, 대화는 사라지고 승리냐 항복이냐의 이분법적 행태가 지배했다. 역대 어느 때보다도 심한 국민 갈등과 국론 분열을 겪고 있다. 정치가 이를 부추겼다. 국민의 신뢰가 추락한 정치판을 복원하는 데 정치인의 자세 변화와 국민적 자각이 더 엄청나게 요구될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문재인 정부에 가장 아쉬운 점은 책임감과 헌신성의 결여다. 외교 안보와 경제 문제가 아쉬움을 넘어 위험한 지경이다. 국정을 책임진 사람답지 않은 태도로 일관하는 데서 나라 장래에 두려움마저 느낀다. 더구나 이런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다.

 

내각이나 청와대 인사를 보면 우리나라에 이렇게도 사람이 없나 하는 느낌을 준다. 일부를 제외하면 그 분야에 정통하거나 도덕적 권위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니 내각은 청와대 눈치나 보고, 청와대는 폐쇄적이고 경직적인 행태에서 못 벗어난다. 시대가 엄청난 속도로 변하는데 우리만 뒷걸음치는 듯하다.

 

앞으로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은 마음을 비워야 한다. 정치는 국회에, 행정은 내각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회복되고 행정부가 돌아간다. 비판과 반대를 증오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대화를 기피하지 말라. 그때야 비로소 극심하게 갈라진 국론 분열상도 완화될 것이다. 대통령은 업무의 총괄감독관으로서 최종 책임을 진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지금부터 대통령은 뜨는 해가 아니라 지는 해다.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무리하다가 역대 단임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했다.

 

 

[2019-11-08 한겨레신문] 기사 ☞전문보기☜ 클릭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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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나라’ 만들어…지향점 몰라 불안”

 

■ 김형오 전 국회의장

 

▲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개인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단풍이 든 가로수 길을 걸으며 가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신창섭 기자

 

 

文, 진영의 시각으로 사태보니
집권 반환점 눈앞인데도
아직도 국정철학·방향 불분명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
안보, 6·25이후 가장 불안한데
국론분열은 정부수립후 가장 심각

제대로 땀흘린적 없는 86세대
경륜·지혜 부족한데 기득권세력화
시대고민 풀지못해 외면당해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오는 11월 9일 집권 반환점을 도는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며 “미지수 정부”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경제는 외환위기(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가장 안 좋고, 외교·안보는 6·25전쟁 이후 가장 불안하며 국론 분열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가장 심각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집권 기간 절반이 지났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이 무엇인지, 나라를 어디로 어떻게 이끌어갈지 지향점이 불분명하다”며 “그래서 국민은 불안하고, 자각 있는 사람들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임금인상 정책으로 경제 체질이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졌다”며 “기업을 도둑놈 취급하며 적대시하는 바람에 기업의 활력과 의욕이 다 사라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 등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지난 2년 반 동안 ‘적폐청산’의 앞잡이로 삼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터지자 검찰을 개혁하자고 나오는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며 “공수처는 옥상옥이자, 대통령 직할 부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전 의장은 “보수 정당이 대통합을 하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보수 대통합이 성공하려면 유권자의 강한 압력이 작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 이슈는 누가 더 공정하고 정의롭고 공평하며 도덕적이냐는 싸움이 될 것”이라며 “이는 조 전 장관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5년 단임제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권력을 국회와 당, 정부에 넘겨야 한다”며 “청와대가 강할수록 더 불행해진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25일 김 전 의장의 마포 개인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11월 9일이면 문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돕니다. 문 대통령의 지난 2년 반을 평가한다면.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이고 이 나라를 맡아서 어떤 책무를 하고 가겠다든지, 맡은 동안 이 나라를 어떤 식으로 향상시키겠다든지, 이런 걸 찾아보기 힘든 정부입니다. 역대 어느 정부와 정말 다릅니다. 딱히 내세우는 것도 없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 등 이런 레토릭(수사적) 차원의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정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나라’ ‘미지수 정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를 비롯해 외교·안보, 사회, 정치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총체적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외교·안보 분야는 6·25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경제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좋지 않습니다. 그럼 사회는 어떠냐. 4·19혁명이나 6·10항쟁 때처럼 국민적 분노와 불안, 불평이 들끓고 있습니다. 정치는 해방 이후 좌우가 극렬하게 대립했던 것처럼 국론 분열이 극에 달한 상황입니다. 현 정권은 적을 만들어 공격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적을 눌러 희열감을 느끼는 식의 정치를 해 왔습니다. 순간순간 단기전에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라가 파편 조각처럼 부서지고 있습니다. 국민이 나라 걱정을 어느 때보다 많이 합니다.”

―공정 요구와 함께 사회 주류층을 형성한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셉니다.

“86세대는 완전 기득권 세력이 됐습니다. 86세대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 성공하면서 4·19세대나 6·3세대 등 다른 어떤 세대보다 투쟁에 비해 많은 수확을 얻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고민하고 고뇌하며, 연구하고 고통스러워한 기간이 짧다보니 시대 정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경험, 경륜, 지혜가 부족하다 보니 시대의 고민과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권력핵심 86세대의 특징은 제대로 땀을 흘려본 적이 없다, 제대로 된 전문가가 없다, 확고한 국가관이 없다는 겁니다. 나라의 중심에 이런 사람들이 앉아 있으니 교체론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올 경제 성장률이 2%를 넘기 힘들다는 전망이 많을 정도로 경제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우리가 지금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미래에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엄청난 국가적 재난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재정 확대가 현금 살포식 정책과 근로시간 단축, 임금인상, 고용 경직성으로 흘러 근로의욕이 상실되고 국가 경쟁력은 떨어지며 결국 미래를 잃게 됩니다. 일자리가 창출되는 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없어지게 되는 겁니다. 외환위기보다 더 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제 위기가 도래할 수 있습니다.”


文대통령, 공정 앞세워 대입제도 개편 요구
정시확대?… 백년대계 교육정책 호떡처럼 만들어
임기동안 뭔가 하려 하지 말고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기업을 도둑놈 취급…기업활력·투자의욕 사라져
의장시절 3분마다 의사봉… 지금 국회, 너무 일 안해
보수 대통합? 유권자 압력 작용해야 가능

 

 

▲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개인 연구실 창가에 서서 차를 마시며  “핵무기를 가진 북한에 더 이상 조롱을 당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정부는 경제 위기를 정책 실패보다는 미·중 무역 분쟁 등 외부의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경제적 입장에서 보면 이 정부의 경제 정책은 ‘4무(無) 정책’입니다. 첫째, 모든 면에서 그렇지만 특히 중장기적인 방향이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시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경제가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이냐에 대한 중장기 경제 방향이 없습니다. 둘째는 기업의 활력이 없습니다. 셋째는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없습니다. 넷째는 노사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없습니다.”

―기업들이 국내를 버리고 해외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경제 체질이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졌습니다. 경기는 정부가 일으키는 게 아니라 기업이 일으켜야 합니다. 정부가 기업의 활력을 잃게 만들고 기업을 적대시했습니다. 한마디로 도둑놈 취급을 했다고 봅니다. 정부가 규제를 통해 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훼손하면서 기업 의욕이 떨어졌고, 관(官) 주도 경제가 강화됐습니다. 관 주도, 관치 경제도 경제 관료가 하는 게 아니라 청와대 오더로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청와대 경제사령탑들이 민간 경제를 이끌 만한 능력이나 경험, 경륜이 있느냐. 그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그 사람들이 반(反)시장주의 성향을 띠는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낍니다.”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공정’을 언급하며 대입 제도 개편을 주문했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문 대통령이 교육전문가란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교육부 장관이 국회에서 ‘정시 확대는 답이 아니다’라고 말한 지 24시간도 안 돼 대통령이 정반대 주문을 하는 것은 교육부가 교육정책에서 ‘왕따’라는 얘기입니다. 교육은 백년대계입니다. 백년대계를 하루아침에 호떡 장수가 호떡 만들듯 이런 식으로 해선 안 됩니다. 교육 정책이야말로 정권에 관계없이 만들어야 합니다.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반 동안 무엇을 하려 하지 말고, 대통령 직속으로 교육위원회를 만들고 여야 정치권과 교수, 초·중등 교사, 전문가들을 모아 국가 교육 대계를 바로 세우는 논의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만든 교육 정책을 적어도 5년간 그대로 유지한 뒤 보완 작업을 하고 10년 단위로 큰 방향을 바꾸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책의 일관성, 신뢰성,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조 전 장관 사태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조 전 장관 임명 전에 문 대통령에게 임명은 절대 안 된다는 간곡한 요청을 했습니다. 조 전 장관을 임명하면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그걸 듣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합법적 불공정’을 없애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조국 사태는 합법적 불공정 문제가 아니라 권력을 이용한 불법, 부정, 치부요 사취입니다. 공직자는 깨끗해야 한다, 공정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식을 뒤집고 엄청난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실망을 넘어 절망을 준 거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 대통령의 인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문 대통령이 저런 분이었나 하는, 신뢰에 의문을 들게 하는 실언을 한 것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진영의 시각으로 사태나 사물을 보기 때문입니다. 나와 뜻이 다르면 가혹하고 엄정하게 대하고, 내 편이면 무조건 감싸는 것입니다.”

김 전 의장은 문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대입제도 개편을 꺼낸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의 자녀들이 ‘부모 찬스’를 이용, 탄탄한 스펙을 쌓아 명문대에 입학한 것에 대한 젊은층의 분노가 폭발하자 조국 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입 ‘정시확대=공정’이란 카드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한 번이라도 생각했으면 이런 졸속, 아니 졸속이라는 표현조차 어울리지 않는 정책을 내놓을 수 없다”며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질타했다.

―그럼, 문 대통령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 측근들은 5년 단임제 정권임을 빨리 인정해야 합니다. 1987년 단임제 개헌 이후 웃으며 청와대를 나온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문 대통령도 자신 임기는 이제부터 지는 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왜 실패했느냐 하면 자기 임기가 5년 단임제임을 잊고, 마지막까지 권력을 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20년 정권론, 100년 집권론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나라와 대통령을 망치는 허황된 얘기입니다. 간신배들이나 하는 망상에 불과합니다. 내년 4월 총선이 끝나면 당이 대통령 말을 안 듣기 시작할 겁니다. 그 전에 대통령이 서운하다 생각하지 말고 당과 정부, 국회에 권한을 넘겨야 합니다. 청와대 힘이 세질수록 더 불행해집니다.”

―국회가 일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그런 국회에 권한을 넘겨도 될까요.

“국회에서 왜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느냐 하면, 일을 안 해도 공천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여당 의원은 일로 평가받지 않고 청와대에 얼마나 잘 보이느냐로 평가받습니다. 야당은 당 대표 등 실세와 연결된 동아줄을 잡고 있느냐, 없느냐로 공천이 좌지우지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회에서 일 잘하는 것과 공천하곤 상관없으니까, 일을 안 하는 겁니다. 여야 간 대화가 사라지고 협상 정치가 실종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일하는 국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법률안 통과 건수로 따지면 우리 국회가 선진국 국회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국회의장 때 100개가 넘는 법안을 3분마다 하나씩 처리하느라 의사봉을 쉴 새 없이 두드려 팔이 아픈 적도 있었습니다. 법안 처리 건수가 아니라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인 심의와 토론, 토의 등 이런 과정이 생략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런 과정과 절차가 철저하게 진행돼야 일하는 국회가 됩니다. 제헌의회에선 법률안을 놓고 읽으면서 토론과 심의를 하는 ‘독해(讀解)’ 절차가 1독해, 2독해, 3독해, 4독해까지 할 정도로 철저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독해 절차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법률안을 소위원회에서 적당히 합의한 뒤 전체 회의에 올려 통과시키고 있으니 법률안 처리 이후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대통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십니까.

“유권자인 국민이 원하고, 국민적 압박이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만약 보수 대통합이 된다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합니다. 보수 대통합이 이뤄지면 총선에서 질 것으로 생각하는 여당에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온갖 방해 책동을 할 겁니다. 둘째는 보수 정당 간 주도권 싸움입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합의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라를 살리겠다는 대의명분에 입각하면 보수 대통합이 될 것이고, 소리(小利)에 따르면 통합은 물 건너갈 것입니다. 늦어도 내년 1월 중 대통합 원칙에 합의해야 합니다. 대통합이 안 되면 보수 정당에선 선거 연대론이나 연합론이 차선책으로 나오겠지요.”

―내년 총선 이슈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저는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누가 더 공정하고 정의로우며, 공평하고 도덕적이냐는 싸움이 될 것입니다. 조국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이기도 합니다. 가식과 진실의 대결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는 안보가 될 것으로 봅니다. 대통령의 첫 번째 임무이자 마지막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토를 보전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며 대통령을 조롱해도 말 한마디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 자존심이 엄청 상해 있습니다. 우리땅인 서해의 함박도에 북한이 레이더를 설치하는데 왜 가만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치 땅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습니까. 안보가 무너지면 끝장나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 전 의장은 “지역구 활동만 열심히 하는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지역구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시민의식이 성숙해서 지역을 대표해 중앙 정치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는 자기들 대표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총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리는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공수처법 등 검찰개혁 법안을 놓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격돌하고 있습니다.

“검찰 개혁은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내건 공약 사항입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왜 안 했느냐 하면 검찰이 권력의 충견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조국 사태가 터지고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려니까, 검찰 개혁을 들고나온 것 자체가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방증입니다. 공수처는 옥상옥 기관이고, 대통령 직할 부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비리를 조사하는 특별감찰관을 2년 반 동안 임명하지 않으면서 공수처 신설을 주장하는 것은 말 안 듣는 판·검사와 국회의원을 손아귀에 넣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현 정부 들어 한·미 동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미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자주국방을 하는 나라가 있나요. 우리보다 국방력과 경제력이 훨씬 높은 독일, 영국도 전부 동맹을 맺고 있습니다. 선진국이라 해도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지 않는 나라는 없습니다. 한·미 동맹 강화는 민족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존하는 길입니다. 국방비를 지금보다 두세 배 올리고 10년간 투자를 해도 자주국방은 힘듭니다. 강한 한·미 동맹이 있기에 북한이 함부로 못 하는 것입니다. 한·미 동맹을 자랑스레 생각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것이 한국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기본 축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그런 지엽적인 문제로 한·미 동맹이 흔들려선 안 됩니다.”

―한·일 관계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일본에 ‘배상을 받지 않겠다’ ‘우리 정부 돈으로 다 배상해 주겠다’고 하면서 ‘지난 과거 행동을 우리는 잊지 않는다’고 했으면 합니다. 당당하게 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침략을 당해서 피해를 봤다는 얘기만 하는데, 그게 100년 됐습니다. 다시는 외세에 침략당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다져야 합니다. ‘계속 나쁜 놈이다’, 이 말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현 정부가 이런 걸 못해서 답답합니다.”

―북한을 대하는 자세가 답답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옵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당당해야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독재적인 국가인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고 나니, 하루아침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정도로 대우가 달라졌습니다. 그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계속 저자세를 취할 경우, 북한은 갈수록 우리를 우습게 볼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그럼 전쟁을 하자는 거냐’며 ‘평화냐 전쟁이냐’ 택일하라고 합니다. 이런 억지가 어디 있습니까. 굴종은 평화가 아닙니다. 평화를 지켜낼 힘과 각오가 평화를 지킵니다. 우리가 가진 많은 장점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 유병권 정치부장 ybk@munhwa.com

 

 

 

“백범의 정치이념은 자유… 옳고 그름만 따졌던 이상주의자”

 

 

■ 백범 김구와 김형오

 

‘백범의 정치 이념은 자유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지난 2015년부터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백범(白凡) 김구 선생은 김 전 의장에게 어떤 사람일까. 김 전 의장은 지난해 ‘백범 묻다, 김구 답하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백범 선생은 ‘옳은 것이냐 옳지 않은 것이냐’부터 생각했지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를 생각하지 않은 이상주의자”라고 평했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평생 일관된 삶을 살아온 김구 선생의 삶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이 나라가 어떻게 해서 탄생한 나라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백범 사상의 정수는 무엇입니까.

“희생, 헌신, 책임입니다. 백범은 살기 위해 산 것이 아닙니다. 그의 곁에는 항상 죽음이 있었어요. 백범이 1945년 귀국한 뒤 기독교 잡지 ‘활천(活泉)’이란 데에 글을 썼는데, ‘내가 만일 어떤 자의 총에 맞아 죽는다면 그것은 밀 한 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 것 같이 내가 죽은 후 나 이상의 애국자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위대한 애국자와 정치가 중에서 생각과 말, 행동이 일치된 삶을 살았던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분이 백범입니다.”


―우남(雩南) 이승만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어땠나요.

“이승만 박사와 개인적 관계는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형, 아우 하는 사이로, 1살 차인데 항상 백범이 우남을 형으로 대했어요. 두 사람은 같은 황해도 출신으로, 사이가 안 좋은 건 딱 1년간이었습니다. 백범은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했고, 우남은 굉장히 현실주의자이고 현실정치나 국제정치에 밝았습니다. 공산주의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남북 분단이 오래갈 것으로 읽었습니다. 반면 백범은 이상주의자로, 온몸 던져 독립된 조국인 대한민국만 생각한 사람입니다. 백범은 남과 북의 단독정부를 모두 반대했습니다. 백범을 자기 편의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이승만 단독정부만 반대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에요.”

 

―백범은 어떤 사람인가요.

“백범은 옳은 것이냐 옳지 않은 것이냐를 생각했지,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백범이에요. 백범은 ‘나의 소원’에서 자신의 정치 이념은 한마디로 자유라고 선언했습니다. 백범은 17살에 동학에 가담했는데, 그는 상민 출신이었습니다. 양반 귀족과 토호들의 멸시를 많이 봐 와서 백범의 의식 속에는 평등 의식이 깔려 있었어요. 다른 말로 하면 계급주의에 반대한 것이죠. 양반·귀족 계급, 나중에 프롤레타리아 계급도 반대했어요. 백범은 공산주의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술탄과 황제’ 쓰려 정계은퇴… 이젠 베스트셀러 작가

 

 

 

김형오 前 국회의장은

18대 국회 전반기를 이끈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청와대, 총리실, 국회를 모두 경험한 보수 정치권의 대표적 원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시절 사무총장을 지냈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낼 정도로 계파색이 옅고 중립적인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국회의장직을 지내고, 현역 정치를 마감할 때 나이가 정치인으로 한창 일할 때인 63세였다. 당 대표 출마와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 얘기가 나왔지만, 선을 딱 긋고 국회를 떠날 정도로 강단이 있는 정치인이다.

국회의장을 지낸 뒤 김 전 의장은 작가로 나섰다. 오스만 제국과 동로마 간 역사적인 전쟁인 ‘콘스탄티노플 함락’ 사건을 다룬 ‘술탄과 황제’란 책 저술에 매진했다. 김 전 의장은 “2009년 1월 의장직 수행 과정에서 터키의 한 박물관을 방문하게 됐는데, 그곳에서 배를 끌고 산으로 올라간 사나이 ‘술탄’의 얘기를 듣고 전율을 느꼈다”며 “국회의원 선거에 한 번 더 출마하는 것보다 책을 쓰는 것이 더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터키를 수차례 방문하고 장기간 체류하며 현장을 방문했고, 100여 권의 관련 저서를 탐독하며 책을 집필했다. 2012년 처음 출간된 그의 책은 초판 38쇄, 개정판 9쇄를 찍을 만큼 사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김 전 의장은 국회의장직을 수행하면서 여러 나라의 지도자로부터 받았던 178점의 선물 일체를 지난 9월 국회에 기증했다. 소장해온 2000여 권의 책과 5000여 점의 기록물도 국회도서관에 맡겼다. 김 전 의장은 “이번 기부를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국회의장이 관련 기록물을 남기는 관행이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에서 5선을 기록했다. 지역보다 국가 전체의 이익을 우선하는 큰 정치인으로서 의정 활동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47년 경남 고성 출생 △경남고,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동아일보 기자 △14∼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18대 전반기 국회의장 △부산대 석좌교수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2019-10-30 문화일보] 인터넷판 기사가 세 개로 나뉘어져 있어 URL 대신 문화일보 지면 원본을 그대로 실었습니다.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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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별인터뷰] 김형오前국회의장 

“힘 있어야 평화 유지...'안보우선 물밑대화' 등 對北접근 다각화를"


북한은 동포로서 통일 대상이지만

군사적 敵...만만하게 보여선 안돼

엄중한 시기, 섣부른 평화주의 금물

文대통령 '안보 퍼스트' 선언하고

野도 비난보다 국정 적극 협조를

내년 '분권형대통령제' 개헌 필요

불발 땐 엄청난 혼란·파국 올 것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호재기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심장부를 겨누겠다고 하는데 진짜 미국과 전쟁할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일본을 칠 수 있겠습니까. 노리는 목표는 결국 한국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대화를 한다고 해도 위에서는 철저한 안보 메시지를 던지면서 아래로 물밑 대화를 하는 등 다차원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김형오(70·사진) 전 국회의장은 31일 서울 도곡동 자택 인근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창간기념 특별 조찬 인터뷰에서 “북한이 ‘우리가 한국과 싸우는데 미국이 적극적으로 한국을 방어하려 한다면 너희도 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는데 우리는 남의 일 쳐다보듯 한다”며 튼튼한 안보를 시종일관 강조했다. 

5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그는 최근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한·터키 수교 60주년 기념 문화·학술 교류행사인 ‘아나톨리아 오디세이’에서 ‘역사의 새벽을 깨운 메흐메드2세’라는 기조 발표를 통해서도 국가발전을 위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오스만왕조의 콘스탄티노플 정복을 다룬 ‘술탄과 황제’의 저자인 그는 “수많은 나라와 영웅이 정복하려던 1,000년 비잔틴제국을 1453년 멸망시킨 ‘메흐메드2세’의 탁월한 전략가적 자질, 국제적 감각, 솔선수범하는 천재적 리더십, 헌신과 포용정신을 다뤘다”며 “인종·종교·국적·신분을 따지지 않고 능력별로 적재적소에 써서 오스만제국을 200년간 유럽 최강대국으로 키웠다”고 설명했다.

‘메흐메드2세의 리더십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질문에 김 전 의장은 “국가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명이 유한하다. 왕성하고 강성하기도 하지만 지도자와 국민이 잘못하면 쇠약하고 소멸한다”며 “경각심을 갖고 그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은 우리의 동포로서 포용하고 함께 가야 할 통일의 대상이지만 군사적으로는 엄청난 적대관계라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우리를 어설프게,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너희가 우리를 치면 10~20배로 갚겠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6·25전쟁 전 ‘전쟁 나면 점심은 평양, 저녁은 신의주에서’라고 했는데 다 말뿐이었고 수십년간 북한에 만만하게 보여 천안함 사태도 나고 연평도 포격도 당했지만 상응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역대 정부가 국가안보에 게을러 방산비리도 나오고 있지만 튼튼한 안보의식이 없다면 한미동맹도 소용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예로 들며 수십배 영토의 아랍권에 둘러싸여 있지만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실제 엄청난 보복을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평화는 호소하거나 애원하는 식으로 안 되며 힘을 기반으로 할 때 유지된다는 게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입니다. 미국도 한국을 지키는 것이 국가이익이 되니까 지키는 것이지 포기하는 것이 국가이익이라면 포기할 것입니다. 스스로 지키는 능력이 없는 나라는 버림받게 됩니다.” 

김 전 의장은 “전쟁이 나면 총 들고 나가겠다는 국민을 만들고 적을 효율적으로 분쇄할 수 있는 정병을 기르고 사기를 드높이고 지휘체계를 엄정히 해야 한다”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도 반대하는 주민들께 ‘나라가 없어지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설득하고 위안을 주고 보상해서 빨리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안보 퍼스트(first)’를 통한 통합 행보를 주문했다. 그는 “한반도는 4강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세계 유일의 지역인데 북한은 이를 이용하는 반면 남한은 4강의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이 ‘국가안보와 외교 행보를 초당적으로, 범국민적으로 임하겠다’고 선언하고 여야가 모두 한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평화부터 얘기하지 말고 ‘내가 앞장서서 나라를 지키겠다’고 하며 도와달라고 하고 △여당 등 일부에서 태양이 지구 중심을 돈다는 천동설처럼 자주외교만을 강조해서는 안 되며 △야당도 비난보다는 협조하는 쪽으로 돌아서야 하고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도 사드 문제에서 중국이 우리를 만만히 보도록 자초한 측면이 있는데 국익을 위해 말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인간이나 국가나 목숨이 소멸되면 재생이 안 된다”며 “미국의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은 ‘모든 책임은 여기에 있다(The Bucks stop here!)’라는 글을 책상 위에 붙여놓고 자신을 경계했는데 우리 지도자들이 그런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법 전문에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는 말이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2,500년 전 그리스 페리클레스는 ‘행복은 자유에 있다. 자유는 용기에 있다. 전쟁이 일어난다고 두려워 떨지 말고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라’는 명연설을 했다”며 “자유는 지킬 용기가 있어야만 지킬 수 있고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자유가 확보돼야 행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페르시아-그리스전쟁’에서 그리스가 승리한 것도 결국 자유를 위해 싸웠기 때문이며 6·25 때 피란민들이 갈구한 것도 자유와 안전이라고 역설했다.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구상을 밝혀달라’는 질문에는 “안보상황이 위급한데 메시지가 흐려질 수 있다. 구상은 많이 있는데 너무 한가하게 들릴 것”이라고 전제하며 말문을 이었다. 그는 “궁극적으로 평화적 통일로 가야 하는데 남북 신뢰 형성부터 시작해 장기적으로 가야 한다”며 “‘전쟁을 서로 하지 않겠다’는 인식 하에 단계별로 가야 하며 섣부른 평화주의는 금물”이라고 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들며 “밑도 끝도 없이 통일대박이라고 한 것은 일종의 포퓰리즘적인 것”이라며 “북한을 자극해서도 안 되지만 단호한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 통일로 갈 수 없다. 엄중한 시기에 평화통일 운운하는 것은 한가하고 낭만주의적인 것이다. 냉혹한 현실을 모르는 남의 나라 사람 같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결국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하느냐’고 묻자 “북한과 미국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물밑대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화의 조건을 좋게 하려고 베팅을 세게 걸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도 물밑작업을 해가며 위에서는 국가 생명과 안녕을 책임지는 확고한 자세와 메시지로 빵빵하게 세게 하고 철저한 국방태세를 확립하면서 아래에서는 물밑대화를 하는 등 다차원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내년 6·13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붙이겠다고 밝힌 개헌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다른 대통령과 달리 식언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만약 내년 6월에 개헌이 안 되면 엄청난 파국과 혼란이 올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는 권력구조인데 대통령과 총리가 각기 역할을 분담해 책임을 지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하며 힘이 세진 국회의원의 권한에 맞춰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는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 대통령에 대해 포퓰리즘과 진영논리 탈피를 주문했다. “포퓰리즘과 진영논리는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암적인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41% 유권자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의 성심성을 믿는다”고 말했다. 또 ‘뭣이 중헌디’를 외치며 “(문 대통령이) 국가안보에 관해 확실한 주인의식을 갖고 앞장선다면 난 지지한다”며 “투철한 국가관과 애국심, 아주 영리한 국제정치를 읽는 눈, 행동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회장인 그는 “유일하게 이념과 계층을 떠나 존경받는 분으로 생각과 행동이 시종일관했다”며 “사회적 갈등이 많은 상황에서 선생의 삶과 행동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어려서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아 동서고금의 역사책을 많이 접했다”며 “시대를 개척하고 투철한 삶을 산 사람의 리더십을 다루고 싶다. 칭기즈칸 이후 중앙아시아를 지배했던 영웅이었던 ‘티무르’ 이야기를 쓸 방침”이라며 활짝 웃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2017-08-01 서울경제] 기사원문 바로가기 클릭



부동산 대책 '강남 때려잡겠다'는 생각 바꿔야 성공


[창간 특별인터뷰] 김형오 前국회의장

규제식 접근보다 시장자율 전환해야

교육정책은 공교육 활성화에 우선을


창간인터뷰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호재기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3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동산·교육정책에 관해 규제식 접근보다 시장 자율로 방향을 전환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부동산대책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 때 실패했는데 문재인 정부도 핵심을 잘못 잡아 실패의 길로 가는 듯하다”며 “강남 부동산, 복부인, 투기꾼을 때려잡겠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절대 안 된다. 그 사람들은 한술 더 떠 법 위의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한다”고 말했다. “세계 어느 나라든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며 원망과 원한, 갈등관계로 풀면 나라가 위험해진다”며 현실을 인정하고 실수요자와 서민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거처럼 인위적으로 신도시를 만들지 말고 환경친화적 도시재생사업 등 달동네 대책이 중요하다”며 “정부에서 이면도로 등 길을 놔줘 소방차와 앰뷸런스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주차가 가능하도록 하며 집을 개보수할 때 융자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달동네 전월세자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낙후된 옛 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이 몰리며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 우려된다’고 지적하자 “전월세를 함부로 올리지 못하게 한다든지 임대주택을 더 짓는다든지 전월세대책을 따로 세워야 한다”고 답변했다.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정부 수립 이래 가장 많이 바뀐 것이 교육·입시정책인데 가장 불만이 많은 게 현실”이라며 “새 정부가 외고와 자사고를 없애겠다고 하는데 반발이 따르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정책은 학생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세워야 하는데 학생들만 상대하다 보니까 실패한다”며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관료나 정치인, 또 비판하는 사람조차 자기 자식들은 외국에 보내고 있으니 제대로 되겠나. 최소한 고교 때만큼이라도 한국에서 교육시켜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전 의장은 “일반고를 어떻게 잘 만들고 사교육을 없애고 공교육을 활성화시킬 것인가 그 대책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며 “동서고금을 봐도 사람의 욕망과 본능에 의한 우열은 없앨 수 없다. 공정한 경쟁체제로 몰고 가는 게 정부의 역할이지 ‘경쟁을 없애겠다’는 것은 엉터리”라고 비판했다.

그 대안으로는 학생, 학부모, 여야 정치권 등 온 국민이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앞으로 3년간 최소 30년은 지속될 교육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교육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국민들이 공정한 교육제도에서 각자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서열화를 반대한다’면서 전국의 모든 학생들을 줄을 세우는 수능시험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왜 하지 않느냐”며 ‘사고의 전환’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대학입시를 지금처럼 서열을 나눠 줄 세우기식으로 하면 안 되고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대학이 앞으로 3년간 준비하도록 하되 여의치 않은 지방 중소대학들은 연합해서 정부연구소에 위탁하면 된다. 필기시험 위주가 아니라 다양하게 선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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