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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난 일요일 오후, 팝콘과 자몽주스를 양 손에 들고 어두컴컴한 극장에 들어섰다. TV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고들이 끝나자마자 시작된 영화는 팝콘 밑바닥이 보일 때까지 '딴생각'을 못하도록 필자를 영화속으로 빨아들였다. 

좀 지루하다 싶으면 잠깐씩 조는 버릇이 있는 필자를 오랜만에 '단 한 번도 졸지 않고 끝까지' 몰입하게 해주었던 영화 <의형제>.


                               

김기덕 시나리오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는 영화다>를 연출한 장훈 감독은 송강호, 강동원을 앞세워 (애써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한국사회의  불편한 진실 '분단국가의 첩보원'과 '다문화가정 구성원'문제를 고소한 팝콘처럼 잘 튀겨서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었다.

나흘 만에 너끈히 100만관객을 동원했다는 이 영화 <의형제>는 두고두고 아껴보고 싶은 소설책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특히 영화나 다큐멘터리 창작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루려다간 큰 코 다칠법한 묵직한 주제를 <코믹>과 <다이나믹>을 섞어 잘 비벼낸
영화 <의형제><공동경비구역 JSA>처럼 비장하지도 않고 <웰컴 투 동막골>처럼 배꼽을 잡게하지도 않는다. 때론 애달프고 때때로는 관객들을 웃기면서 그저 제 갈길을 갈  뿐이었다. 

<의형제>는 두 영화의 장점만을 골라 송강호라는 연기파 배우와 꽃미남 강동원을 간판으로 내세워 자몽주스처럼 상큼하게 관객몰이를 하고 있었다.

줄거리 소개는 생략한다. (직접 가서 볼 만한 영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
대신, 특징적인 사진 몇 장에 두런두런 이야기를 붙여나가보자. 그게 더 재밌을 것 같으니까... 



#1. 리얼하고, 한국적이며, 입체적인 차량추격씬

 
몇년 전, 영화 <매트릭스>의 차량 추격씬이 세상에서 가장 화끈하다고 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었다.   그런데,,,,,<의형제>의 차량추격씬은 매트릭스보다 훨씬 더 리얼하고 한국적이면서 매력적이다. 마치 3D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입체적 느낌을 주는 이 부분은 영화의 백미라고 해도 좋을 듯.

한국의 <다세대주택>사이의 <좁은 골목길>에서 <승용차>로 <오토바이>를 추격하는 장면은 왠지모르게 낯설면서도, 리얼하고 나이내믹하다. 

(누구든지 이 추격씬을 유심히 살펴보고 어떤 기법이 쓰였는지 좀 알려주길 바란다. 뭔가 색다른 기법이 쓰인 것은 분명한 것 같은데, 정확하게 파악이 안된다. 솔직히... )


#2. 남한 정보원 - 북한 첩보원의 동고동락



옛날(?)영화 <쉬리>는 남한 정보기관요원 한석규와 북한공작원 김윤진을 연인 관계로 설정해 클라이맥스를 비장함으로 장식한다. (탕! 탕! 탕!)

기억나는가?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서로 총구를 겨누고 마주한 사랑하는 남녀의 눈빛과 표정을? 아마도 <아이리스>의 김태희와 이병헌도 <쉬리>의 그 장면을 무척이나 의식하고 연기에 임했을 것이다. (안 그래요? 병헌씨,태희씨??) 

<의형제>에는 자신이 속했던 공동체에서 버림받은 두 남자, 즉 국가정보원에서 해고된 송강호와 배신혐의로 북한에서 버림받은 강동원을 한 집에 살게한 뒤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절대로 함께 살아서는 안될 것 같은 두 사람을 같은 공간에 두면서 그들 각각이 지닌 '내밀한' 스토리를 하나하나씩 친절하게 관객들에게 설명해나가고 있다. 

그러다보니........물론 재미도 있었지만, 다소 느슨해지는 긴장도가 감지되었다. 어느 잡지에 실린 영화평처럼  '느와르가 코믹으로 점프하는 듯한' 느낌??


#3. 장훈감독의 속마음? < 버림받은 북한공작원 = 한국 다문화가정 구성원들 >




위 사진 속 인물은 장훈 감독의 전작 <영화는 영화다>에서 소지섭, 강지환을 디렉팅하는 봉감독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고창석이다. 고창석은 이 작품에서 베트남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베트남 노동자들의 두목으로 스크린에 등장한다.

고창석의 연기를 칭찬하려는 게 아니다. 물론 그의 연기는 탁월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장훈 감독의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일 것이다. 남과 북에서 각각 버림받은 주인공들(송강호,강동원)과 한국에 돈 벌러와서 고생하는 베트남 노동자들,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여인들을 인간적으로 보듬어내려는 그 푸근한 태도 말이다. 

감독은  남한 땅에서 버림받은 북한 공작원과  다문화가정 구성원들(특히 베트남인)을 동일선상에 배치하고, 우리에게 그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점검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도와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보다 더 인간적으로 대해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우리도 한 때는 타국에서 그런 대접을 받았었노라고.....   


#4. 그리고,,,, 소름끼치도록 연기 잘하는 이 사람은 누구?





“명심하라우… 강성 대국의 아들 중에 나약한 놈은 한 놈도 없어야 한다.”

영화속에서 북한의 초특급킬러, 일명 '그림자'로 등장하는 이 인물이 강동원에게 강조하는 말 속에서 캐릭터의 분위기는 폭발적으로 퍼져나온다. 충무로에 이 사람만큼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의 연기는 한마디로 소름끼치도록 리얼했다.

그의 실제 이름은 전국환. 영화 <식객>의 대령숙수역으로 출연했다고 알려진 전국환이 뿜어내는 연기력은 송강호를 능가하고도 남는다 하겠다. 정말이다. 필자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는 것은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 뱀발 ♣
남아메리카 <과테말라>의 한국교포들이 현지인들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현금이 많고 부유한 한국사람들을 납치,살해하는 과테말라 사람들의 만행에 한국정부도 대책을 마련중이란다. 슬픈 일이다. 과테말라의 소식을 접하고, 이 영화 <의형제>가 과테말라에서도 상영되기를 기대해본다. 리메이크도 좋고.....


                                                                                                                
                                                                                                                     -  posted by 백가이버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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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탐진강 2010.02.10 2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무장지대에 근무했던 제게는 꼭 봐야 할 영화군요

  2. BlogIcon Phoebe 2010.02.11 0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는 평이 다들 좋네요. 꼭 봐야겠어요.
    에휴~, 필리핀도 한국 사람 타겟으로 나쁜짓 많이 한다는 얘기 들었는데 과테말라도 그렇군요.
    운동 열심히 해서 격투기라도 배워야 할까봅니다.
    어서 여러가지 대책좀 마련해 주시면 좋겠어요.


여기 석 장의 영화 포스터가 있습니다. 

<그 놈 목소리>, <살인의 추억>, <이태원 살인사건>


 ▲ 해결되지 않은 살인사건은 이렇게 영화로도 만들어집니다. 억울한 죽임을 당한 이들의 한 때문일까요??


눈치채셨겠지만, 이 세 영화에는 누구라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맞습니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범죄사건을 다룬 영화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피해자는 있지만 범인(가해자)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미해결사건(미제사건)을 다룬 영화라는 점
이지요.

<그놈 목소리>는 어린이 유괴살해사건을 다룬 영화로 2007년 개봉한 영화입니다. 유괴사건에서 흔히 나타나는 패턴대로, 범인은 수차례 전화를 걸어 가족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며 목소리의 흔적(지문이 아닌 성문과 녹음된 목소리)을 남겼지만, 끝내 잡히지 않았습니다.

<살인의 추억>은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을 다룬 너무도 유명한 영화이지요. 송강호,김상경의 열연으로 흥행에도 성공한 이 영화 덕분인지 경기도 화성에는 그동안 없었던 경찰서가 설립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범인은 아직까지도 오리무중입니다. (심지어는 외계인의 소행이라는 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지요..)

끝으로 <이태원 살인사건>입니다. 약 12년전인 1997년 4월, 서울 한 복판 미군 부대 주변인  용산구 이태원 햄버거 가게에서 무참히 살해당한 대학생 故 조중필씨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올해 9월에 개봉했지만, 그다지 대중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습니다. 역시나 이 사건 또한 범인이 누구인지를 아직까지 가려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故 조중필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다음 세상에서는 힘있고 빽있는
               집에서 태어나길 간절히 기원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 중 하나가 범인임이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
               에서도 우리나라 수사당국은 진범을 가려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진- 영화의 한 장면)


피해자의 가족들은 대부분 죽은 이의 넋을 달랜다는 의미로 끝까지 범인을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해자 故 조중필씨의 어머니 또한 마찬가지이지요.

억울한 죽임을 당하거나 한을 품은 혼을 우리는 '원혼'이라고 부릅니다. 흔히 원혼은 제 갈길을 가지 못하고 구천에 떠돈다고 하지요.  즉, 이런 사건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우주의 법칙까지 동원되어 그 해법을 갈구하기 마련입니다. '구천에 떠도는 원혼'이란 말은 일상적인 의미를 훌쩍 뛰어넘는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 수사당국의 노력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의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역지사지>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살아있는 사람들의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사담당자들도 나름대로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특히, <이태원 살인사건>의 경우에는 둘 중 하나가 범인이라는 '상식'의 토대 위에서 수사가 진행되었음에도 사건발생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진범을 가려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아쉬움이 마침내 올해 9월 영화로 만들어져 세상에 선을 보였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TV 방송국에도 전달되어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에 이르렀습니다. 10년도 넘게 지난 <이태원 살인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전파를 탄 게 바로 며칠 전 주말저녁이었습니다. (12월 19일 밤)


            ▲ 둘 중 하나는 분명 범인입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아직까지 미제사건으로 남아있습니다. 왜??
 

PD저널리즘의 약화 또는 실종을 아쉬워하던 많은 시청자들이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그것이 알고싶다>의 문제제기에 크게 공감하고 나섰습니다. 저 또한 그 중의 한 명입니다.

초창기 sbs라는 상업방송국의 이름을 널리 알린 효자 프로그램이기도 했던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의 노력과 끈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90년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JMS 정명석 사건>을 끝까지 물고늘어져 마침내 2009년, 정명석씨에게 징역 10년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도록 이끈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의 근성을 다시 보는 것 같아 든든함이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이 꼭 밝혀져서 '구천에 떠도는 원혼'이 제 갈길을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12년전 사건 당시 법정에서 오갔던 대화를 일부 옮기며 마무리합니다.


1997년 9월 20일, 서울지방법원 319호 법정

(재판관은 피고인석에 앉은 두 명의 10대 피고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여기에 앉아있는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범인인 것은 맞습니까?”
알렉스(가명) : 네
피어슨(가명) : 네

“알렉스에게 묻겠습니다. 조중필씨를 살해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알렉스 : 제 옆에 앉아있는 피어슨입니다.

“피어슨에게 묻겠습니다. 조중필씨를 살해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피어슨 : 제 옆에 앉아있는 알렉스입니다. 




여러분은 둘 중 누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분명히 둘 중 하나는 범인이 아닐까요?

(사정이 이런데도) 아직까지 범인을 밝혀내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수사기관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요?

이른바 '영구미제사건'을 모조리 영화와 PD저널리즘의 '고군분투'에만 맡겨둬야 할까요?

판단은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놓겠습니다.



*[뱀발]
최근, 유명한 남녀 탤런트 연루설로 세간의 관심을 끈 <광주 H수련원 >사건이 떠오릅니다. 이른바 '엽기수련원'으로도 알려진 이곳에서는 신도들에게 마약성분의 약을 먹게한 뒤 집단성관계를 갖게 하는가 하면, 이를 동영상으로 남겨 해당신도들을 옭아맸다고 알려져있습니다. 또한 7명의 여성들의 집단 동성애 동영상도 발견되었다는 최근 보도는 소식을 접한 모든 이들을 경악하게 합니다. 탤런트 한 사람도 연루되어있어 그 호기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JMS 정명석 사건>과 유사한 <광주 H 수련원> 원장 살해기도 및 성폭행,집단성관계,마약 투약, 동성애동영상 등에 얽힌 이 사건에 대해서도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의 카메라는 포커스를 맞추고 있을 것 같네요. 
세상을 어둠을 밝히는 <PD 저널리즘>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져가는 요즈음입니다.

                                                                                                                          


                                                                                                                        posted by 백가이버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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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포도봉봉 2009.12.22 12: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태원 살인사건을 영화로 봤었는데 너무나 어이없는 결말에, 더구나 그 결말이 현실이라는 사실에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예전에도 이태원 살인사건 방송했던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를 다시 파헤쳐 검찰이 재수사에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제작진들의 근성에 박수 짝짝짝~~입니다.

  2. BlogIcon Phoebe 2009.12.22 15: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해결 사건이라 결말은 뻔한거지만
    이 영화로 인해서 빨리 범인을 잡았으면 좋겠네요.

    • BlogIcon 포도봉봉 2009.12.22 18:51  댓글주소  수정/삭제

      ㅠㅠ 정말 하루아침에 아들을 잃은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범인이 빨리 잡혔으면 좋겠습니다. 둘 중에 하나가 범인인데 벌을 받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에휴 ㅠㅠ 정말 안타까워요.

    • BlogIcon Phoebe 2009.12.22 19: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니면 둘다 집어 넣어버렸음 좋겠어요.ㅎㅎㅎ

    • BlogIcon 포도봉봉 2009.12.22 19:20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그러니까요 피비님, 너무 답답했어요. 그나마 다시 수사한다고 하니 이번에는 정말 확실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3. BlogIcon 커피믹스 2009.12.22 20: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근성있는 경찰이 되어야 ...

  4. BlogIcon 라라윈 2009.12.23 0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렇게 안타깝고 답답한 미해결 사건들이 생기지 않아야 할텐데....
    무고한 희생자들은 있고, 범인은 없는...
    너무나 속상한 일 입니다..

    • BlogIcon 포도봉봉 2009.12.29 09: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해결 사건들의 피해자 가족분들은 정말 평생 풀리지 않는 짐을 안고 살아가실 것 같아요 ㅠㅠ
      너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