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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실록(제도개선등)/해외순방

세계문화유산에 X칠이 되어 있는 까닭은?

"현재 사람이 살고 있는 세계문화유산???"




페스는 수도인 라바트에서 동쪽으로 약 200km 떨어져 있는 인구 100만의 모로코 4대 도시 중 하나입니다.

A.D.789년 최초의 왕조인 이드리스 1세가 페스강의 동쪽에 도시를 건설하면서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금 보이는 올드 메디나로 불리는 옛 시가지를 통해 이슬람 세계의 독특한 양식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약 1000여개의 미로와 같은 골목에는
8세기부터 형성된 시장, 공관, 학교, 주택가가 밀집되어 있습니다.

이 올드 메디나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럼 8세기의 자취가 남아있는 페스의 올드 메디나로 떠나 보겠습니다.




지금 보이는 문은 '부 즐루드'입니다.
페스 알발리의 서쪽 입구에 위치해 있으며, 1913년에 건립되었습니다.

우리 나라로 치면 남대문과 남대문시장이 함께 있는 풍경이라고나 할까요?




이 문은 안팎으로 아라베스크 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바깥쪽은 페스를 상징하는 청색 타일이, 안쪽은 이슬람을 상잭하는 녹색 타일로 꾸며져 있습니다.
청색과 녹색이 단조로울 수 있는 건물의 색에 개성을 불어넣는 느낌입니다.




시장에 들어서자 마자 물시계가 복원되고 있는 건물이 보이네요.
복원이 완료되면 어떤 모습일 지 궁금합니다.


그러면 모로코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시장의 풍경을 한 번 둘러보실까요?


( ◁◁ ▷▷ 표시된 부분을 좌우로 누르시면 다양한 사진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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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금빛 쟁반을 사려고 했으나 너무 비싸서 돌아서버렸습니다.
배짱 좋던 상인들은 돌아서려는 우리 일행을 보자 다급한 나머지 흥정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가격이 마구 떨어지더군요.
바가지를 씌우려했다는 느낌 때문에 구매하는 걸 포기했습니다.




원래 아랍 사람들은 대체로 사진 찍는 것에 대해 썩 내켜하지 않습니다. 
사진 찍히는 순간 자신에게서 영혼이 빠져나간다고 믿기 때문이죠.

왼쪽에 있는 상인이 가게 사진 찍어도 좋다고 허락했으나
카메라로 조준하는 순간 나머지 사람들이 난처해 하는 모습입니다.
(촬영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장을 둘러보니 가게에서 직접 차도르를 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능숙하고 빠른 동작과 손때 묻은 낡은 기계가 오랫동안 차도르를 짜온 역사를 말해주더군요.




우연히 마주친 한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었습니다.
상점 주인은 흔쾌히 관광객이 부탁한 사진을 찍어주네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녀에게 관대한 것은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ㅎㅎㅎ




길을 지나가는데 사진 한 장 찍고 가라는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한 종류의 꼬치만 팔고 있는 할아버지의 맑고 선한 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든 항상 볼 수 있는 음료를 한 가지 꼽는다면
그것은 바로 '콜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성에게 엄격한 이슬람 문화권에서
서구의 상징인 콜라에 섹시한 여자 모델까지 곁들여 보니 이색적입니다.




시장의 골목을 따라가다가 보면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좁은 골목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서 거닐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죠.

저~ 길 끝으로 가면 무엇이 나올까요?
이 시장 안의 큰 길에 나 있는 골목 곳곳을 바라볼 때면, 긴 인생의 한 줄기를 보는 듯했습니다.




마침 비석 가게가 보였습니다.




석공이 열심히 망치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끌벅적한 시장 분위기 속에도 글자 하나 하나 새기는데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비석들에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공통의 문구가 있다고 합니다.

"모든 영혼은 죽음을 맛보리라."

특별하지 않은 문구였지만,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걸까요?




사원 앞의 기둥인데 겉표면이 나무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손을 대고 소원을 말하면 들어준다고 합니다.

저는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멋지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여기는 돈을 넣고 소원을 비는 곳인데,
무료보다 유료가 소원을 이루는데 좀 더 효험이 있을까요? ㅎㅎㅎ




오래전부터 와인보다 나은 물맛을 자랑한다는 식수대입니다.
과연 어떤가 싶어 물맛을 봤는데, 특별하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외람된 이야기지만 우리 나라만큼 물맛 좋은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세계 전체를 놓고 봐도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흔하지는 않죠.





머리 높이로 문 앞에 뻗어있는 나무는 경계목입니다.

과거에 이 경계목으로 둘러쳐져 있는 공간은 신성한 곳으로 인정되었던 치외법권지역이었습니다.
설령 범죄자가 이곳에 들어오게 되더라도 치안요원들이 체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세월의 무게는 속이지 못하는 걸까요?
올드 메디나 곳곳에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나무로 된 보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보는 개인이 점포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하기도 하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정부로부터 설치비용을 지원받기도 한다더군요.




생생한 시장의 풍경은 각 시대상이 담겨있어서 그 자체가 역사고증물이었습니다.

비린내가 나는 가죽 염색장(태너리)까지 거치며 시장을 거의 다 둘러볼 때쯤이었죠.
고개를 숙이며 요리 조리 피하며 걷고 있던 찰나에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 다급히 외쳤습니다.

"(칸타타~님) 거기에 있는 X 밟았어요. 으~"

저 역시 철퍼덕하는 느낌이 감지됐습니다.
다른 발자국도 있는 것을 보니 이미 저보다 앞선 피해자들이 있었더군요.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누가 이런 문화 유적에다 X칠을 한 거야?'

속으로 투덜거리며 걷고 있는 순간, 짜잔~하고 등장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당나귀였습니다.

제가 밟은 것은 바로 당나귀의 배설물이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좁은 시장 골목에서 적재량과 기동성을 함께 발휘할 수 있는 것 중에
당나귀만한 교통수단은 없었습니다.




저는 당나귀가 지나가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착각에 빠졌습니다.
수십 년, 수백 년 전에도 어느 상인의 당나귀가 이렇게 짐을 나르고 있었을 테니까요.

실로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말이 피부로 와닿는 순간이었습니다.




(덧붙임)



여러 광고 표지판 속에 당나귀(혹은 노새)에 대한 주의표지판이 보이는 것도
그만큼 당나귀가 많이 다니고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