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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잔치가 된 한국시리즈 5차전

논란의 잔치가 된 한국시리즈 5차전

"앞으로도 회자될 일 많은 5차전이겠네요."

이번 한국시리즈 5차전을 두고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또한 이번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떠올리고 싶습니다.
누구든 응원하는 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수록 판정이나 상황에 따라 예민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나 지나치게 첨예한 대립, 상대방에 대한 힐난이 지속되면
야구를 즐기는 수준을 넘어서버리니, 격한 감정과 반목은 조금 내려두시는 건 어떨까요?

자,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출처 : KBO

1. 경기 총평

논란이 있는 부분들을 제쳐두고
경기 내용만 봤을 때, 5차전은 '로페즈의 원맨쇼'였죠.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한국시리즈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일 기아의 우승으로 끝난다면 한국시리즈 MVP 0순위는 '로페즈'라고 꼽으렵니다.

지금 로페즈를 보고 있노라면, 떠오르는 선수가 있거든요.
98년 현대 정민태. 딱 그 모습이 생각납니다.
원투펀치인 윤석민까지 대구를 이뤄봐도 그 당시 현대는 정명원이 있었으니 딱 들어맞죠.

*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완봉 = 1996년 3차전 이강철 (10월 19일)
*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완투 = 1997년 5차전 김상진 (10월 25일, 1실점)
* 타이거즈가 당한 한국시리즈 마지막 완봉 = 1996년 4차전 정명원 (10월 20일, 노히트노런)

상대적으로 SK의 경우, 투수진이 바닥이 난 가운데서도 카도쿠라가 비교적 역투를 했으나
타선 지원이 전혀 없었고 정우람이 고비를 못 넘긴 것이 패인이었습니다.

SK 입장에서는 상대 에이스가 신들린 듯 던지는데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하는 거니까요. 그나마 7회에 맞이한 1사 2,3루의 기회를 살렸어야 했는데, 결국 그 고비를 못 넘긴 게 뼈아팠죠.

* 1989년 (현행 포스트시즌 체제) 이후 단일 한국시리즈에서 2승 이상 거둔 투수
1990년 김용수 2승 (1,4차전 승리투수), 1991년 선동열 2승 (1,4차전 승리투수)
1992년 박동희 2승 (1,5차전 승리투수), 1993년 조계현 2승 (1,5차전 승리투수)
1993년 선동열 2승 (6,7차전 승리투수), 1995년 김경환 2승 (4,5차전 승리투수)
1996년 이강철 2승 (3,6차전 승리투수), 1997년 이대진 2승 (1,4차전 승리투수)
1998년 정민태 2승 (1,4차전 승리투수), 1999년 정민철 2승 (1,4차전 승리투수)
2000년 김수경 2승 (1,7차전 승리투수), 2000년 박명환 2승 (5,6차전 승리투수)
2001년 이혜천 2승 (2,3차전 승리투수), 2003년 정민태 3승 (1,4,7차전 승리투수)
2004년 신철인 2승 (8,9차전 승리투수), 2005년 하리칼라 2승 (1,4차전 승리투수)
2006년 배영수 2승 (1,4차전 승리투수), 2008년 정우람 2승 (2,3차전 승리투수)


2. 논란의 바다에 뛰어들어볼까?

서두에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한 것은 "내 이야기가 정답이다." 그런 뜻이 아님을 밝힙니다. 다만 "입장에 따라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혹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걸 중심에 두고 이야기하되, 비교적 중립된 입장을 견지하려 합니다.


(1) 뜨거운 감자 - 이용규의 스퀴즈번트

이용규의 스퀴즈번트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해당되는 야구 규약은 다음과 같습니다.

6.06 다음의 경우 타자는 반칙행위로 아우트가 된다.

(a) 타자가 한쪽 발 또는 양쪽 발 모두를 완전히 타자석 밖에 두고 타격을 했을 때.

[原註] 타자가 타자석 밖에서 투구를 쳤을 때(페어나 파울 상관없이)는 아우트가 선고된다. 심판원은 고의사구(故意死球. Intentional Base on Balls)를 던질 때 투구를 치려고 하는 타자의 발(足)의 위치를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타자석에서 뛰어 나가거나 걸어나가면서 투구를 쳐서는 안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g) 노아우트 또는 1아우트에서 주자가 득점하려고 할 때 타자가 본루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비측의 플레이를 방해하였을 경우. 2아우트일때는 인터피어로 타자가 아우트가 되어 득점은 기록되지 않는다.( 6.06(c) , 7.09(a) , (d) 참조)

[註1] 본항에서 말하는 "본루에서의 수비측의 플레이"라 함은, 야수(포수 포함)가 득점하려고 하는 3루주자에 태그하려고 하는 플레이, 그 주자를 쫓아가서 태그하려고 하는 플레이 및 다른 야수에 송구하여 그 주자를 아우트 시키려고 하는 플레이를 말한다.

[註2] 이 규정은 노아우트 또는 1아우트에서 3루주자가 득점하려고 할 때, 본루에서의 야수의 플레이를 방해하였을 때의 규정이고, 3루주자가 본루로 향해 출발만을 하였을 경우라든가, 일단 본루쪽으로 향하였으나 도중에서 되돌아가려고 할 경우에는 타자가 포수를 방해하는 일이 있더라고 본항은 적용되지 않는다.

(예) 포수가 공을 잡아서 주자에게 태그하려고 하는 플레이를 방해하거나, 스퀴즈 플레이때 타자가 타자석 밖으로 나와서 번트를 시도하여 공을 방망이에 맞혀 반칙타구를 하거나, 정규로 투수가 투수판에서 발을 빼고 주자를 아우트 시키려고 송구한 공(투구가 아닌 공)을 타자가 치거나, 본루에서의 수비를 방해하였을 경우 방해행위를 한 타자를 아우트로 하지 않고, 수비이 대상인 3루주자를 아우트로 하는 규정이다.

분명히 이용규가 스퀴즈번트할 당시 발이 타자석 밖에 있었고, 스퀴즈 상황이었습니다.
고의사구는 피치아웃을 의미합니다. 인위적으로 공을 버렸다는 뜻이니까요.
또한 스퀴즈 상황에서의 투수의 투구는 주자를 아웃시키는 송구의 역할을 겸하죠.

따라서, 상황을 극복한 이용규의 재치는 높이 살 만하나, 이는 오심이라고 봅니다.
단, 이에 대해 SK측에서 별다른 항의는 없었습니다.

▲ 출처 : KBO


(2) 또 한 번 터진 문제 - 김상현의 수비방해

다음은 김상현의 수비방해 논란입니다.
이 부분은 이용규건과는 성격이 다른 문제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수비방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원칙적인 야구 규약에 관한 부분보다는 관례가 더 일반화된 룰이었죠.
마치 법과 판례가 있다면, 판례가 일반화된 형국이다 그렇게 보는 거죠.

사실 김상현의 동작을 수비방해라고 하게 되면
여태까지 시즌 중에 치렀던 수많은 유사 사례들에 대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 걸까요?
더구나 김상현의 방해동작은 비교적 베이스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야구를 봐도 이런 경우는 허다합니다.)

주자인 김상현의 발이 유격수 나주환의 발을 건드렸다면
원칙적으론 수비방해의 성격을 띌 수도 있으나
통상의 병살 상황에 비해 고의성이나 과함이 도드라질 정도도 아니었죠.
따라서 수비방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게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김성근 감독의 항의에 대해 저는 그렇게 해석하고 싶네요.
김성근 감독 입장에서 판정에 대한 불신, 로페즈에 고전하는 부분에 있어서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더구나 경기는 점점 기아쪽으로 넘어가고 있었죠.
SK 입장에서는 신체적 접촉이 있었기 때문에 항의할 만한 여지는 있었습니다.
다짜고짜 "이 영감쟁이 왜 또 항의하느냐?" 그렇게까지 몰아서 보고 싶진 않구요.
어느 팀 감독이든 팬이든 자기 선수가 발에 걸리는 걸 보고 가만히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다만 퇴장건은 좀 아쉽습니다.)

▲ 출처 : KBO


4. 6차전 전망

자, 일단 기아가 한 발 앞서갔습니다.

그리고 SK에겐 또 하나의 큰 과제인 윤석민이 남아있게 됐네요.
기아로선 원투펀치의 활약만으로도 한국시리즈를 거머쥘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습니다.

6차전의 가장 큰 승부처는 뭐니 뭐니 해도 이것 아닐까요?

'SK가 윤석민을 공략할 수 있느냐?', '윤석민이 SK 타선을 봉쇄할 수 있느냐?'

1993년 한국시리즈에서 선동열과 조계현이 각각 2승씩을 합작한 전례는 있는데
과연 그게 6차전에서성사될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기아 입장에서는 끝낼 거면 6차전이 더 확률 높아보입니다.
만일 6차전을 내주게 된다면, 기아도 로페즈, 윤석민 없이 경기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SK 입장에서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으므로 총력전으로 가야 겠죠.
선발 송은범이 등판할 예정이지만, 여차하면 글로버, 이승호도 출격대기를 해야 할 것이구요.

투수전 양상이 되면 결국에는 공격이든 수비든 주루든 집중력 싸움입니다.
더구나 양 팀 투수들이 좋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는 다득점 상황이 나오긴 어렵죠.
(물론 야구는 알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6차전도 양 팀의 명승부를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