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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현과 김기덕의 '영화는 영화다'


11월 6일 저녁 열린 < 46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이 인터넷 세상에서 단연 화제다.


명품 연기력을 자타가 공인하는 김명민이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나, 출연작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무리한 체중감량을 한 탓에 시상식에 나오지 못했다는 소식에서부터, 레드카펫을 후끈 달군 아름다운 여배우들의 섹시한 드레스 사진까지 인터넷 세상은 온통 대종상 소식으로 가득하다.

 

그 중 유독 눈길을 끄는 이름의 여배우가 있었다.


홍수현!


           ▲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홍수현. 최근 그녀는 '노출 드레스'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2000년대 초중반 브라운관에서 톱스타의 인기를 누리다 돌연 사라졌던 그녀가 최근 화려하게 컴백했다.

잘 알 것이다. 잊혀졌던 여배우가 시청자나 관객 앞에 돌아왔을 때 흔히 벌어지는 현상은 바로 ‘과감한 노출로 시선 사로잡기’라는 것을.... ('서머타임'이란 영화가 대표적이랄까?)
 


홍수현 그녀 또한 그 점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요즘 인터넷에선 '홍수현'이란 이름 석 자가  심심찮게 인기검색어로 떠오르곤 한다.

맞다. 그녀의 노출 심한 옷차림 때문이다.


그녀는 이번에도 역시나 과감할 뿐 아니라 보는 사람들에게 온갖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드레스를 입고 대종상 시상식장에 나타났다. 물론, 팬들은 열광했다. 21세기엔 그런 과감함도 일종의 ‘팬 서비스’인 것이다. ‘사라졌다 나타난‘ 수많은 여배우들이 관객들의 뇌리에 꾸준히 각인시켜온 게 바로 그런거니까..... 


대종상 시상식에서 또 하나 특이했던 점은 시나리오상을 받은 작품이었다.

                                                                                     ( 시나리오상 - 김기덕, 장훈, 옥진곤, 오세연)


바로 <영화는 영화다>라는 저예산 중대박 영화.  이 영화는 ‘한국영화계의 이단아‘ 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를 맡고, 그의 조연출이었던 사람이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 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를 맡은 <영화는 영화다>. 
                 저예산으로 대박을 이끌어낸 영화다. 김기덕이란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서였을까?


홍수현은 참 오랫동안 사라졌다 다시 나타날 때 바로 이 영화 <영화는 영화다>를 선택했다. 그녀 역시 이 영화에서 과거에 다른 여배우들이 했던 바를 답습하고 있었다. 짐작할 것이다. 그게 바로 ‘과감한 노출!’이라는 것을.


영화는 매우 짜임새 있고 훌륭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영화평을 물었을 때, 십중팔구는 홍수현의 노출, 좀 더 구체적으로는 홍수현이 소지섭에게 자동차 안에서 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제일 인상적이었노라며 동문서답을 해대고 있었다. (보는 눈은 다들 비슷한 모양이다.)


그럼 지금부터... 김기덕, 홍수현, 소지섭의 <영화는 영화다>를 감상해보자. 
 

영화를 보는 내내 김기덕 감독의 흔적을 찾으려고 애쓰는 심리상태가 감지되었다. 한국 영화계의 악동(?)이자 세계 영화계의 거목(?)인 김기덕 감독. 결론적으로 말해, 그의 조연출 출신이 메가폰을 잡아 15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영화는 영화다>라는 작품에서 ‘김기덕’의 냄새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김기덕의 냄새’는 영화 말미에 불상(佛像)으로 한 남자를 때려죽이는 장면에서나마 겨우 그 자취를 드러낸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그의 작품에서 변함없이 드러났던 냉소와 비아냥은 별로 없었다. 그저 잘 만든 한 편의 ’유사‘ 조폭영화였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김기덕은 조폭영화를 만든다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연출을 제자에게 맡겼을까?‘ , ’이 영화는 김기덕표 조폭영화의 예고편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김기덕이라고 조폭영화를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는 거니까......


         ▲ <영화는 영화다> 촬영 현장. 강지환은 이 영화에서 거만하지만 나약한 수타역을 잘 소화해냈다.

어쨌거나 6억 들여 만든 저예산 영화치곤 썩 잘 만든 영화였다.

<영화는 영화다>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강패, 수타 두 사람의 이름에 주목하라!  ....강패 = 깡패, 수타 = 스타 )



‘조폭 강패(소지섭)가 영화배우 수타(강지환)가 출연한 영화를 보다가 영화배우라는 직업을 동경한다. 이후 강패는 수타의 상대역으로 실제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 촬영장에서는 수타를 동경해온 강패의 리얼한 액션이 문제가 됨과 동시에 찬사를 받는다. 한편, 수타는 강패에 대한 멸시와 동경이라는 혼재된 감정 속에 촬영에 임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괴로워한다.


한때는 수타의 애인이었던 여자 주인공(홍수현)도 강패에 대한 호기심을 섹스로 이어가며 단조로운 구성에 양념을 친다. 영화의 또 다른 한 축은 강패의 실제 직업 세계, 즉 조폭의 일상으로 그려진다. 수감중인 보스의 오른 팔인 강패와 보스의 적이랄 수 있는 박사장 그리고 수타의 부하들이 흔하디 흔한 용서와 배신의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박사장을 납치해 살해하려다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라 그를 살려준 강패, 결국 박사장과 결탁한 부하들의 배신으로 궁지에 빠진다. 수타도 믿었던 매니저에 의해 자신의 섹스비디오가 노출돼 곤욕을 치렀으나 결국 강패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영화촬영장에 복귀해 영화를 마무리한 강패, 박사장을 찾아가 때려죽인다. 살해도구였던 목이 부러진 불상(佛像)을 수타에게 건네주고 경찰에 잡혀가는 강패, 경찰차의 유리문을 머리로 받아 깨뜨리며 짐승처럼 웃는다. 수타, 눈물을 흘리며 잡혀가는 강패를 바라본다. ‘



시나리오를 쓰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조폭세계와 영화계라는 두 축을 연결시켜 하나로 결합한 김기덕의 상상력은 그나마 참신하다. 실제 세계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개연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어쨌든 영화계의 주 자금원이 ‘부동산 큰손’이라는 설이 자자한 걸 보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떠올려 볼 수 있는 이야기 구조랄 수 있다.

        

국제영화제 수상경력면에서 국내 최고인 김기덕 감독은 애초 각본에선 상영 영화와는 다른 결말을 제시했다고 한다. 첫 장면이 강패가 수타의 영화를 보는 장면이므로, 마지막 컷 또한 수타가 극장에서 그동안 강패와 함께 찍은 영화를 감상하는 장면으로 설정되었다고....


그래야만 ‘선수(국제영화제)가 선수(명감독)를 알아본다‘ 라며 김기덕은 마지막 컷을 일종의 수미쌍관 ( 뫼비우스의 띠 결말, 매듭짓기 결말)기법으로 장식하려 했다는 것.


그러나 영화에서 보여준 마지막 장면은 그와 달랐다. 수타와 강패는 같은 현장에서 처절한 웃음과 눈물 글썽이는 표정을 보여주며 알 수 없는 감정을 교환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감동은 그리 크지 않았다. 어설픈 스퀴즘(화면분할)으로 두 주인공의 표정을 부각시킨 엔딩 컷은 왠지 진부하고 어색했다. (드라마의 예고편 엔딩 컷 같았다.)


             ▲ 강지환과 소지섭의 결투장면. 갯벌에서 이 장면 찍느라 고생 참 많았다는 후문이다.

(우습게도)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라면, 여배우의 노출에 관한 기법 및 촬영기법이었다. 이는 묘하게도 최근 과감한 노출로 화제를 모으는 홍수현이 출연한 영화라는 점 때문에 더욱 의미심장하다.


여배우 홍수현이 볼에 보톡스를 맞아서 빵빵한 얼굴로 변신해 <영화는 영화다>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솔직히 그녀가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저 여배우가 홍수현이구나, 라고 깨달을 무렵 촬영장의 강패는 홍수현을 차에서 폭행하는 장면을 찍게 된다. 그 때 보여준 실제 폭행을 떠올리게 하는 시츄에이션. 강패와 홍수현의 감정라인은 대략 이런 순서다.

1. 수타의 옛 애인(홍수현)이 터프가이 강패에게 관심 표명.         (애간장 기법)

2. 자동차 안 촬영scene에서 홍수현의 뺨을 때리고 속옷을 강제로 벗긴다.

                                                                                              (하체 연상 기법)

3. 이후 강패와 침대에서 누워있는 장면                                      (성관계 연상 기법)

4. 목욕탕에서 얇은 검은색 속옷을 걸치고 강패와 키스 및 포옹     (가슴 연상기법)



주목할 점은 (누구나 아는 바이지만) 2항과 4항이다.


-하늘색 속옷을 벗겨 긴 다리에서 강제로 끌어내려 신발 끝에 걸쳐놓는 장면에서 홍수현의 하반신이 금세 연상되었다는 점. (울고 있는 홍수현의 하반신을 영화 스탭들이 큰 수건으로 가려주는 장면)


-강패(소지섭)의 욕설과 홍수현의 괴성 섞인 울음과 저항(차 조수석 뒤로 보이는 저항하는 팔과 머리카락 장면)이 합쳐지면서 묘한 기분이 느껴졌다는 점. 이는 sex에 대한 상상을 최대한 자극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성공했다는 걸 의미한다.


             ▲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친 소지섭의 눈빛은 더욱 강렬해졌다. ^^

자, 이젠 마무리다.


그렇다면, 시나리오를 쓴 김기덕이 방점을 찍으려 했던 인물은 과연 강패였까, 수타였을까?


‘자기한테 없는 것을 곁눈질하다간 이렇게 된다?‘ 라는 '근대화 산업역군의 자세'를 김기덕이 강조했을리는 만무하고,   (수타를 동경하는 강패 소지섭)


그렇다면 ‘잘난 척 하는 자는 언젠가 처절하게 굴욕적 상황을 겪을 수 밖에 없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을까?  (강패를 동경하는 수타 강지환)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는 아마도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개별영역의 소관일 것이다. 

6억원의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가 관객들에게 호평받았다는 점, 
대종상영화제에서 시나리오상을 수상했다는 점,
홍수현이란 여배우가 오랜만에 등장했다는 점   등등이 모두 인상적이었던 영화  <영화는 영화다>!

깊어가는 가을, 이런 영화는 자주 만들어져야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

  
                                                                                                     
                                                                                                                      - Posted by 백가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