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와글와글 정보마당

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19세 마술사, 하지만 현실은?

토요일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야, 우리 동네에 매직바 있는데 알고 있었어? 먹으면서 마술공연 볼 수 있는 곳인데 가 볼까?”
어차피 할 일도 없고 나이 먹고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자니 부모님 눈치가 보여 당장 나가겠다고 했죠.

그렇게 친구와 물어물어 찾아간 매직바.
‘헉! 이런 곳에 바가 있었네?’ 할 정도로 찾기 힘들었습니다. ㅠ ㅠ
좁은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자 다섯 개 정도의 테이블이 차려져 있더군요.

▲매직바는 미리 공연 시간에 맞춰 예약을 해야 한다. 테이블도 딱 다섯 개 밖에 없어서 예약은 필수인 듯.

테이블 바로 앞 공간을 비워 놓은 것 빼고는 일반 카페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빈 공간에는 오늘 공연을 펼칠 마술사들의 사진이 걸려있었구요.

8시, 시작된 공연.
마술사들이 한 명씩 나와 공연을 펼치는데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단한 카드 마술 수준이겠지'라는 나의 예상은 무참히 깨졌습니다.

▲유일한 여성 마술사인 데니의 공연. 2시간 동안 5명의 마술사들이 돌아가면서 공연을 펼친다. 

특히, 오늘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아직 고등학생인 조용호(19세) 마술사의 우산 마술이었는데요.

▲세계가 인정한 19세 조용호 마술사의 우산 마술 공연.

그 조그만 몸에서 쏟아져 나오는 형형색색 우산들하며 그 우산의 색과 크기가 순식간에 변하는데 정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저 많은 우산들이 어디서 다 나오는지 감도 잡지 못하겠더군요.

거기다 더욱 놀라운 것은 조용호 마술사의 이 우산 마술이 지난 10월 이탈리아 아바노 때르메에서 열린 ‘이탈리아매직컨벤션’에서 세계 마술사들을 누르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8월 부산국제마술대회에서 시니어부문 2위를 차지한 조용호 마술사. 조 마술사는 이 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국제마술대회의 본선진출권 3장을 따냈다. (사진출처:수원알렉산더매직카페)

‘이탈리아매직컨벤션’ 대회는 세계 3위권 규모의 국제 마술 대회로 우리나라에서 이은결과 한설희 등이 출전, 1위를 차지해 해외에 한국 마술의 우수성을 알린 무대라고 하네요.

우연히 찾아간 매직 바에서 세계 1위의 마술공연을, 그것도 바로 눈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다니 정말 이런 행운이 없더군요.

하지만 세계 마술대회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마술사가 큰 무대가 아닌 이 좁은 공간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지, 그 사연이 궁금해졌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마술사들과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아쉽죠. 공간이 좁다보니 자기 기량을 100% 펼칠 수 없고 또 관객들 바로 눈앞에서 공연을 펼치다보니 더 힘들죠. 하지만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렇게라도 해야 해요”

▲이 매직 바의 대표이자 13년 차 마술사인 이종석(제프) 마술사의 공연.

이 매직바의 대표인 이종석 마술사는 “우리나라는 프로 마술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해요. 마술사들은 공연을 통해 실력을 키워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그 무대가 없죠. 그나마 이런 공간도 없어 우리를 부러워하는 마술사들도 많아요”라고 덧붙였습니다.

13년 전만 해도 프로 마술사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취미로 마술을 하는 아마추어 마술사까지 마술인구가 10만 명 가까이 늘어나면서 프로 마술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는 더욱 좁아졌다는 것이 이 마술사의 설명입니다.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 마술사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무대에 서면서 프로 마술사들은 생업을 접어야 했죠. 더 안타까운 것은 마술의 질이 함께 떨어지면서 마술에 대한 사람들의 실망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프로 마술사들이 공연을 펼칠 무대를 만들기 위해 이종석 마술사는 3년 전 이 매직바를 열었고 세계 1위 조용호 마술사도 방과 후 매일 이 곳에서 공연을 통해 마술 실력을 키우고 있는 것.
이것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리나라 마술사들의 현실입니다.

▲오늘 너무나도 멋진 마술공연을 보여 준 알렉산더 매직엔터네인먼트 마술사들.

“마술이 마법은 아니지만 관객들이 환상처럼 느낄 수 있도록 꾸준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라며 해맑게 웃던 조용호 마술사.
좁은 무대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공연이 끝나면 다른 마술사들의 스텝으로 열심히 일하는 그의 모습에서 세계 1위의 자만심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세계에서 먼저 인정받은 그의 환상적인 마술을 더 큰 무대에서 보는, 그의 마술이 우리나라 국민들 모두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원하며 매직바를 나섰습니다.

Posted by 포도봉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