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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 롯데는 왜 하필 김태균을 선택했을까?

'지바 롯데는 왜 FA 김태균(한화 이글스)을 선택했을까?'

김태균에 70억 이상의 거액을 배팅한 지바 롯데의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왜 지바 롯데는 김태균을 선택했을까요?

▲ 사진 출처 http://www.sanspo.com/baseball/images/091114/gsi0911140506000-p1.jpg


지바 롯데의 현실

최근 10여년간의 퍼시픽리그는 니혼햄, 세이부, 소프트뱅크(구 다이에)가 3분하는 양상이었습니다. 그런 틈바구니 속에 2001년 긴데쓰와 2005년 지바 롯데가 일본시리즈에 진출했었던 것이죠. 2005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지바 롯데는 이후 단 한 번도 일본시리즈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올 시즌 퍼시픽리그 팀득점을 살펴보면, 기관총 타선을 자랑했던 니혼햄이 팀 득점 689득점, 홈런왕 타카무라를 앞세운 세이부가 664득점으로 각각 1,2위를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지바 롯데가 620득점으로 3위에 올랐습니다.

이런 팀 공격력을 갖고도 지바 롯데가 성적이 나지 않은 것은 투수쪽에 문제가 가장 큰 부분이었죠. 그런 한 편으로 흥미로운 것은 퍼시픽리그 순위는 팀 실점, 팀타율과 비교적 일치했다는 점이죠. 결국 투타가 모두 신통치 않았다는 것입니다. 투타 밸런스를 갖춘 실속 있는 경기운영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니까요.

순위 팀명 승률 득점 실점 홈런 타율 평균자책점
1위 니혼햄 0.577 689 550 112 0.278 3.65
2위 라쿠텐 0.538 598 609 108 0.267 4.01
3위 소프트뱅크 0.532 600 591 129 0.263 3.69
4위 세이부 0.500 664 627 163 0.261 4.01
5위 지바 롯데 0.446 620 639 135 0.256 4.23
6위 오릭스 0.394 585 715 118 0.274 4.58



지바 롯데가 한국 야수들에 눈을 돌린 까닭은?

(1) 한국프로야구의 FA 사정

올 시즌 투타 성적이 모두 좋지 않은 지바 롯데는 한국의 많은 선수들을 두고 왜 김태균을 선택했을까요?

지바 롯데 입장에서 한국프로야구(KBO)의 인재를 통해 팀을 보강하는데 있어 투수보다 타자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타선 보강이 급했을 뿐더러
한국에 FA 자격을 갖춘 매력적인 투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최근 몇 년간 손민한, 박명환 정도를 제외하곤 거물급 FA투수가 없었고, 이 투수들 역시 FA 계약 후, 부상 등으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습니다. 올해 역시 FA 자격을 취득해 시장에 나온 투수가 없었습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FA 시장이 열린 뒤, 몸값에 걸맞을 만큼 활약한 선수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투수보다는 야수가 조금 더 신뢰도 높은 활약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2) 한국야구의 성장을 인정한 일본

지난 1~2회 WBC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한일 간의 야구 수준 격차에 대한 일본의 인식이 달라졌던 것도 일본야구가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데 한 몫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임창용의 선전도 그 분위기를 높이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 속에 지바 롯데로서는 김태균, 이범호 등에 신뢰를 갖고 욕심을 부려볼 수 있었던 겁니다. 더구나 김태균은 장타력, 정확성, 타점생산능력을 겸비한 선수였습니다. 거기에 지난 WBC에서 맹활약하며 자신의 가치를 한껏 올려놓은 상태였죠. 리그에서도 뇌진탕 부상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고 말이죠.

▲ 사진 출처 http://www.sanspo.com/baseball/photos/091113/gsi0911131056000-p1.htm


(3) 지바 롯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4번타자

지바 롯데가 김태균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지바 롯데 타선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지바 롯데가 비록 팀 득점과 팀 홈런 면에선 리그 상위권에 속하지만, 타선의 무게감을 놓고 보면 중심타선이 위력적이지 않았죠. 야구는 중심타선의 폭발력과 집중력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전체 타선의 강도가 결정되니까요.

지바 롯데는 올 시즌 20홈런 80타점을 기록한 타자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상위타선을 구성하는 3명의 선수가 19홈런 이상을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면면을 보면 취약함이 느껴집니다.

■ 지바 롯데 중심타자급 3명

▷ 사브로 : 타율 0.318, 22홈런 68타점 → 20홈런 친 것이 올해가 첫 시즌
▷ 오오마츠 : 타율  0.269, 19홈런 79타점 → 지난 시즌 처음 20홈런 90타점 기록
▷ 이구치 : 타율 0.281, 19홈런 65타점


이 타자들로 짜여진 지바 롯데의 중심타선 파괴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다른 팀들과 비교해보겠습니다.


순위 팀명 타율 3할↑ 20홈런↑ 30홈런↑ 80타점↑ 100타점↑
1위 니혼햄 4명 1명 0명 3명 0명
2위 라쿠텐 2명 1명 1명 1명 1명
3위 소프트뱅크 1명 3명 0명 3명 0명
4위 세이부 1명 3명 1명 3명 1명
5위 지바 롯데 1명 1명 0명 0명 0명
6위 오릭스 1명 0명 0명 0명 0명

위의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바 롯데와 오릭스가 하위권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설명이 됩니다. 확실한 강타자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니혼햄은 30홈런 타자가 없어도 타율 3할타자가 4명, 80타점 타자가 3명입니다. 세이부와 소프트뱅크는 20홈런, 80타점을 기록한 타자가 각각 3명씩이나 되죠. 라쿠텐은 30홈런 100타점 타자 1명 뿐이지만 대신 13승 이상 투수가 3명이나 되고, 선발 3인방이 41승을 거뒀습니다. 리그 최고 수준이죠.

이런 부분들은 투타에서 내세울 것 없는 지바 롯데가 왜 김태균이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더구나 경쟁팀의 영입 의사가 비춰지자, 신속하게 김태균을 영입하려 애를 쓴 것은 그만큼 지바 롯데가 처한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김태균이 3~4번에서 중심을 잡아준다면, 올 시즌 19홈런 이상 친 3명의 지바 롯데 타자들도 시너지 효과를 얻을 테니, 타선을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태균에 대한 기대치에 따라 지바 롯데는 투수력이라든가 다른 부분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여러 가지 이점이 생기는 거죠.

2005년의 영광을 누렸던 베니나 간판 1루수인 후쿠우라는 더 이상 매력이 있는 선수가 아닌 점도 김태균 영입의 이유에 더욱 힘을 싣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뼈대가 강해야 다른 것들도 쉽게 풀리는 법이니까요. 이제 김태균은 지바 롯데의 척추가 되는 셈입니다.


과연 김태균은 잘할 수 있을까?

한국프로야구 선수 가운데에서는 11번째, 타자 가운데에는 이종범, 이승엽, 이병규에 이어 4번째로 일본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그가 성공하길 바랍니다. 아니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국야구가 강하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지만 성공 여부에 대해 아직 단언할 수만은 없습니다. 분명히 그가 일본에서 성공할 실력을 갖췄지만, 해외진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 적응과 리그 적응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한화에서는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것에 비해 일본의 지바 롯데에서는 용병이 되니까요. 이 부분은 잘했을 때보다는 못했을 때 더 중요하며, 자기 관리 면에서 좀 더 강해지고 치밀해져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다행히 이승엽이 지바 롯데에 입단했을 때보다 몇 가지 상황이 좋습니다. 플래툰 시스템으로 돌리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과 김태균의 자리를 위협할 만한 타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한국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김태균 화이팅~!

(지바 롯데 진출하는 김별명. 앞으로 뭐라 불러야 할까요? 앞으로 계속 '김대박'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