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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훈의 눈물과 김현식 그리고 라디오스타

김현식은 천재적인 가수였다. 그의 대표곡 <내 사랑 내 곁에>는 따라 부르다보면 절로 목이 메는  ‘눈물샘 자극형’ 노래 가운데 으뜸일 것이다.  1958년생, 아마도 그가 생존해있었다면 우리 나이로 쉰 두 살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가 떠난 지 19년째인 2009년 늦가을, 대한민국 이곳저곳에서 <김현식 추모>열풍이 감지되고 있다. ( 그는 1990년에 너무도 일찍 이 세상을 떠났다.)


“새끼손가락 걸며 영원하자던 그대는 지금 어디에,  그대를 사랑하며 잊어야 하는 내 맘은 너무 아파요” 로 시작되는 그의 히트곡 <추억 만들기>를 한 방송국 콘서트에서 열창하던 후배가수 김장훈은 눈물을 쏟고 말았다.
     

 

이 모습을 본 네티즌들은 숙연해짐과 동시에 선후배 사이의 끈끈한 정을 인터넷 세상에서 높이기리고 있는 중이다.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에서는 가수 이승철과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전태관이 김현식의 생전의 모습을 회고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후배가수들에게 김현식은 ‘정많고 화끈했던 현식이 형’으로 남아있었다.


그런 가운데, 김현식의 아들 김완제가 가수로 데뷔했다는 소식에 인터넷 세상이 또 한번 후끈 달아올랐다.  ‘불멸의 가수 김현식의 아들이 가수가 되었다‘는 소식은 촉촉한 단비처럼 반갑기만 하다.

                      ▲'언제나 나를 최고라고 말해준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감동적이지 않은가?



가수 김현식과 후배 김장훈의 눈물 덕분에 떠오르는 영화 한 편이 있다. 
박중훈, 안성기 주연의 <라디오 스타>.


이 영화에 까메오로 출연한 바 있는 김장훈이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하고 , 스타 가수의 쇠락과 부활을 그린 감동 스토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를 생각나게 한 원인은 아마도 ‘눈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착한 영화‘였기 때문이리라.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일급수의 눈물을 오랜만에 흘려볼 수 있었노라” 며 극찬에 극찬을 되풀이했지만, 이상하게도 영화는 200만명 관중 동원에 만족해야만 했다.  2006년 가을 개봉 전후 ‘1,000만명 같은 200만명 동원’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던 영화 <라디오 스타>를 감상해보자.



- 갑(甲)과 을(乙)의 관계성에 대한 최루성 고찰 <라디오 스타>

 

대한민국에서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이 있다.


“옛날엔 내가 갑(甲)이었노라....헌데 지금은 을(乙)이 되고 말았노라...그리하여 무시로 씁쓸한 마음이어라....”


(직장인 또는 사업자들은) 짐작할 것이다. 갑과 을이란 말에 담긴 형언하기 어려운 그 무게감을.


                ▲ 어느 누구에게나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은 있다.  그런데, 정말일까?  

영화 속 주인공 최곤(박중훈)은 88년도 가수왕이었음이 일생 최대 영예인 ‘추억을 먹고 사는’ 한물 간 인물이다. 영화 초반 그는 과거에 자신이 갑(甲) 중의 갑(甲)이었음을 내내 붙잡고 살아가며, 주변사람들과 사사건건 충돌하는 나약하고 불쌍한 인물로 그려진다.


반면, 최고 인기 가수였던 주인공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보살피는 매니저 박민수(안성기)는 그야말로 을(乙)의 입장을 대표하는 인물. (물론 2009년 현재 연예계는 ‘노예계약‘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기획사쪽에 주도권이 넘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 속 1988년도는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


아무도 찾아주는 사람들이 없어서 미사리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며 생계를 이어가는 퇴물 가수 최곤(박중훈)은 자신이 을(乙)중의 을(乙)로 퇴락해 있음을 끝까지 인정하지 못한다.


이 때 그를 지지하며 이끌어주는 인물이 바로 매니저인 박민수(안성기).


               ▲ Video  Killed  Radiostar?   '무비스타'가 아닌 '라디오스타'란 말의 의미를 아는가??


- ‘삶은 결코 甲과 乙의 구조로만 이루어져 있지는 않다‘


우여곡절 끝에 강원도 영월의 조그만 방송국 라디오 DJ로 일하게 된 왕년의 가수왕 최곤(박중훈)은 그곳에서 역시나 을(乙)의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만나 더욱 더 좌절하게 된다.


               ▲ '물먹은 인생'들이 시골 한 방송국에 모였다. 그런데 '물먹은 인생'이란 뭘까??

그 인물들이란 다름아닌 이런 부류들.


-춘천이라는 갑(甲)의 도시에서 PD로 일하다 사고를 내고, 을(乙)의 도시 영월로 좌천된 PD (최정윤)


-춘천방송국으로 옮기는 게 꿈인 영월방송국의 기술직 직원들. (부장과 직원)


-노래를 사랑하지만 , 영월이라는 지역적 한계속에서 꿈을 키우는 락그룹 (노브레인)

               ▲ 락 그룹 <노브레인>의 출연은 이 영화의 감초 역할이었다고나 할까??

-어릴 적 가출해 다방 여종업원으로 살아가는 여자 1.2


이런 부류들과 함께 어우러지던 왕년 가수왕 최곤(박중훈)이 결국 발견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사랑’ 이었다.  

라디오 DJ로 지역적 명성을 키워가던 최곤(박중훈)이 드디어 사람냄새를 맡기 시작했던 것.


     ▲영화속에서 가출 후 다방 여종업원으로 일하는 인물. 누가 이 사람 앞에서 갑과 을을 논할 수 있단 말인가? 



- <라디오 스타> 속에 살아 숨쉬는 ‘의리’와 ‘휴머니즘’

   

영화 후반부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최곤(박중훈)이 서서히 삶을 갑과 을의 구조로만 보던 시각을 벗어던진다는 점이다.


평생 단 한 번도 갑(甲)으로 살아보지 못했던 평범 그 자체인 인물들의 삶 속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바로 ‘있는 그대로의 인간’에 대한 사랑이었을 것이다.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과 작가가 강조하는 바가 바로 이 점이다)


서울의 방송국 DJ로 스카웃 제의를 받을만큼 일에 인정을 받게 되면서, 그가 깨닫게 된 점은 바로 이런 것이었을 터. 영화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주인공 최곤(박중훈)의 속마음은 아마도 이런 되새김질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갑이었던 내가 을로 퇴락했다. 그러나 다시 을에서 갑으로 도약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영월에 와서 보니 , 단 한 번도 갑의 삶을 살아보지 못했던 인물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과 함께 살다보니 그들의 삶 속에서 끈끈하고 아름다운 정이 느껴진다. ”


               ▲ 왜 울어? 갑(甲)이 아니어서??  (박중훈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더욱 성숙해졌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철부지 가수왕 최곤(박중훈)이 김밥장사를 한다며 떠나버린 매니저 박민수(안성기)를 방송중에 울먹이며 찾는 대목이다.  



영화의 마지막은 참 아름다웠다.


비가 내리는 영월의 방송국 처마 밑. 떠났던 매니저 박민수(안성기)가 돌아온다. 애써 못본채 하는 최곤(박중훈)에게 다가간 박민수(안성기),  갑자기 우산을 펼쳐 최곤(박중훈)의 비막이를 해준다.

               ▲ 두 남자의 이야기는 우산 속에서 마무리된다. 박중훈이 직접 부른 노래와 함께...

그리고 노래가 흐른다.  바로, 이 노래가........


“이젠 당신이 그립지 않죠. 보고 싶은 마음도 없죠. 사랑한 것도 잊혀 가네요, 조용하게

 알 수 없는 건 그런 내 맘이 비가 오면 눈물이 나요. 아주 오래전 당신 떠나던 그날처럼 “


 

 

그나저나..................가수 김장훈은 이 영화에서 아주 나쁜 후배로 잠깐 모습을 내비친다.

                                                
                                               나쁜 후배! ^^



                      
                                                                                                                         posted by 백가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