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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오가 만난 세상/김형오가 만난 사람

'존엄사' 김할머니의 별세와 고목의 회생

"국내 첫 `존엄사' 김할머니 201일만에 별세"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접속한 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기사 제목이었습니다.



"이제야 그 힘겹던 숨을 거두셨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무엇보다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할머니의 직접사인은 폐부종 등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이라고 합니다.

국내 첫 존엄사 판결에 따라 김할머니는 2009년 6월23일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죠.

의료진은 인공호흡기가 없으면 곧 사망할 것이라고 했지만
무려 201일 동안 스스로 호흡하며 삶을 이어갔습니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날로부터는 328일 가량 살아있었던 것이죠.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입니다.


김할머니가 별세하기 만 하루 전인 9일에 우리 일행은 통도사를 다녀왔습니다.

겨울철 사찰의 진중한 분위기 속에 한 해를 뜻있게 보내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우리는 지나가다 다 죽어가는 고목을 발견했습니다.


 

이곳을 오가던 관광객들이 한 마디씩 던졌습니다.

 "완전히 죽었구만"

그런데 한 아이가 소리쳤습니다.




"죽은 나무 위에 가지가 자라고 있어요."

정말 다 죽은 것 같은 나무에 새로 가지가 돋아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그마한 가지에 다가가서 잠시동안 넋을 잃고 바라봤습니다.

 "생명이란 끈질기고도 경이로운 것이구나."

비록 의식을 잃은 상태였지만 김할머니도 의학계의 여러 예측을 깨고
약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살아있었습니다.

그래도 한때는 위풍을 자랑했을 저 고목은 흉물처럼 죽어가는 가운데서도
새로운 가지를 틔워 놀라운 생명력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를 보며 저는 숨이 멎는 그 날까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잠시 고민했습니다.


일정을 마치고 차에 올랐을 때에는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김할머니나 고목의 경우와 달리 한 순간에 목숨을 잃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었죠.

예를 들면 모든 것을 포기하는 자살자들이나 비명횡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걸 보면 생명은 하늘이 정해주는 것 같으면서도
생명체의 의지, 본능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건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각자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그 소중한 생명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보람된 것일까요?


 
[  덧붙임 ]

글을 마치려고 하니 문득 영화 <잠수종과 나비>에서

눈만 깜빡이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주인공(감금증후군)이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