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들어갈 때, 친척분 명의로 휴대전화를 신청하여 사용하다가, 군대를 전역하고 신규가입을 했습니다. 원하는 번호는 제 생년월일을 조합한 숫자로 신청했습니다.
010-XXXX-8XXX
하지만, 그 번호는 이미 누군가 사용중이여서 앞자리에 1을 더한 숫자로 신규휴대전화번호를 발급받았습니다.
010-XXXX-9XXX
그 때는 몰랐습니다...
이 결정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번호가 예전에 누가 쓰던 번호였는지,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전화나 문자메시지가 많이 왔는데, "번호가 바뀌었습니다"라고 일일이 답을 해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 동철(가명)인데. 보고 싶다."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물론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만..
동철(가명)이는 군대에서 악마같던 동갑내기 선임이었습니다.
전역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선임의 이름만 들어도 깜짝깜짝 놀라던 때였거든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이 자식이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지????' 라고 생각하다가,
'아, 나는 이제 민간인이야. 이 자식한테 꿀릴것 없어!' 라고 마음을 다잡고 매정한 답문을 보냈습니다.
"난 너 별로 안보고 싶은데.."
"난 너 보고싶은데, 사진 한장만 보내주면 안돼?"
"내 사진? 내 사진을 왜?"
"보고 싶어서ㅋㅋㅋ"
"싫어. 너가 날 왜 보고싶어?"
"사실 나 너 좋아해..."
"헉... 난 남자에 관심없어."
"미안해. 내가 이랬다고 어색해지는건 아니지?"
"흐..괜찮아. 민우(가명, 후임) 이번달 전역하면 한번 다같이 보자."
"혜영(가명)이 번호 아니예요?"
엥???? 이건 또 무슨 소리?????
"XX년 XX월에 전역한 동철병장님 아니세요?"
"죄송합니다."
"저도 죄송합니다."
이를 통해 알게 된 사실.
1. 번호의 조합으로 보아 생일이 비슷한 10살 어린 여학생
2. 이름은 혜영(가명).
3. 남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많음.
그 이후에 비슷한 문자를 다시 한번 받게 되었습니다.
"안녕? O고등학교 2학년 현준(가명)이라고 해. 축제때 동아리 방명록에 남긴 번호보고 연락하는거야. 괜찮다면 연락하고 지내고 싶은데."
이럴수가!!!
O고등학교는 제 모교였습니다. 저는 후배에게 친절한 답문을 보냈습니다.
"현준학생, 안녕? 나는 O고 XX회 졸업생 맹태라고 해. 번호가 바뀌었는데 혜영학생 찾는 연락이 많이오네."
"그리고 주변에 이 번호 연락하는 친구들 있으면 번호 바뀌었다고 좀 전해줘."
"앗, 선배님. 죄송합니다.;;;;"
"아냐, 죄송하긴. 좋은 결과 있길 바란다. 공부 열심히 하고~"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 후로 연락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잊을만하면 가끔씩 연락이 오더라구요.
전 "번호가 바뀌었으니, 주변에 널리 좀 알려주세요"라고 답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저..예전에 이 번호 쓰던 사람인데요."
전 저도 모르게 "혜영아!"라고 외칠뻔 했습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제가 번호 바꿨는데, 친구들이 이 번호로 연락했다가 혼났다고 해서요.."
"아...!" (혼낸적은 없는데..-_-;;;)
"죄송하다고 연락드렸어요. 귀찮으셨을텐데 전화 받아주셔서 감사하다구요."
"아...아니예요. ^_^;;;"
그 후로도 그 여학생을 찾는 전화가 가끔 오긴 했지만, 몇년이 지난 지금은 스팸문자나 광고성 전화만 많이 오고 있습니다. ^^;;;
동철학생이나 현준학생, 혜영학생(모두 가명) 모두 지금쯤은 고등학교를 졸업했을텐데.
현준학생은 혜영학생과 연락을 하며 지내고 싶어하던 꿈(?)을 이루었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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