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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오가 만난 세상/김형오의 문화 카페

사진과 함께 하는 ‘이스탄티노플’ 역사 기행 3

사진과 함께 하는 이스탄티노플 역사 기행 3
                     - 3중 성벽 어딘가에 박혀 있을 대포알을 찾아서

 

▲황금문(알튼카프)! 황제의 대관식 또는 전쟁 승리의 개선문 등 의식용으로 사용했던 비잔틴 제국의 자존심. 이 문을 통해 옛 황궁까지 이르는 10여 킬로미터의 길(‘승리의 길’)이 나 있다.
마르마라 해를 끼고 세워졌던 성벽은 끝 부분에서 작은 비상문을 꼭짓점 삼아 육지 쪽 3중 성벽으로 이어진다. 사진은 육상에 세워진 제1군문인 황금문을 성 바깥쪽에서 찍은 모습이다. 성문과 외성 쪽 출입구를 보고 싶었으나 문이 잠겨 있었다. 어떻게든 들어가 보려고 여기저기 출구를 찾아 헤맸으나 허사였다. 내성 쪽은 사진 찍을 곳이 마땅찮아 정면 사진이라도 찍으려고 공원묘지를 헤치며 들어갔지만 나무들로 뒤엉켜 있어 돌아 나왔다.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밖에….


◀역사학도인 니사가 건네준 프린트물 속의 황금문.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던 2중 성문과 입구의 화려한 모습을 아쉬운 대로 상상할 수 있다. 쌍두 독수리 문양이 새겨진 깃발을 높이 치켜든 채 준마를 타고 저 문을 통해 의기양양하게 개선(凱旋)했을 비잔틴 황제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이 그림 ①②와 위 사진 ①②는 동일 건물. 전면(全面)을 똑같은 모양과 크기의 흰 대리석 수백 장으로 장식한 황금문은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이다. 황금이 어디 있었는지는 물어보지 못했다.


▲황금문을 지나서 우뚝 솟아 있는 내성벽의 주탑. 무화과나무들이 발돋움을 하며 성 안을 넘겨다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위풍당당한 주탑에는 키가 한참 못 미친다.


▲성곽 탐사를 하던 도중 어느새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백라이트와 헤드라이트를 켠 자동차들이 벨그라드카프(제2군문)를 통과하고 있다. 성문 안쪽으로는 마을이 형성돼 있다. 둘러보고 싶은 성곽은 아직도 여럿이건만…. 갑자기 마음과 발길이 조급해졌다.


▲까마득한 성벽 위를 걸어가며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 남녀. 저렇게 한적하면서도 아슬아슬한 길 위에선 자연스럽게 손잡을 일도 많이 생길 것 같다. 페가에 문(실리브리카프) 근처 어디쯤에서 마주친 풍경이다.

 


▲내성과 외성․해자가 있던 자리를 뚜렷이 구분할 수 있다. 밭을 일군 부분이 해자가 있던 곳. 역사의 현장이 바로 이런 곳이구나, 하고 느끼기에 충분했다. 일하는 틈틈이 허리를 펴고 고개 들어 성벽 너머 하늘을 바라보면 피로가 금방 풀릴 것 같은 느낌이다.


▲창살과 자물쇠로 가로막힌 내성과 외성 사이 공간도 채소밭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티븐 런치만의 책(147페이지)에 따르면, 높이가 약 12미터인 내성벽(주탑 높이는 18미터)과 7.5미터 가량의 높이를 지닌 외성벽 사이에는 폭 12~18미터에 이르는 통로가 나 있었다.


▲페가에 문 안쪽 마을 성벽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양떼들. 양들은 보기와는 달리 심보가 고약해서 겨울에는 남들 추우라고 떨어져 자고, 여름에는 남들 더우라고 붙어서 지낸다는데, 정말인가? 불볕더위인데도 하나같이 몸을 밀착시키고 있는 이 양들을 보면 그런 것도 같다.


▲복원된 모습이지만 3중 성벽의 위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1천 년 동안 누구도 무너뜨리지 못했던 성벽 아니던가. 무화과나무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고, 대를 타고 오르는 토마토 줄기에도 올망졸망 토마토들이 매달려 있다.


▲노점 좌판 위에 밭에서 갓 따온 싱싱한 야채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당근‧가지‧고추‧토마토‧배추(?)…. 아마도 해자를 메운 밭에서 수확한 것들이겠지? 이런 재료들로 식탁을 차리면 몸 안의 피가 한결 정갈해질 것만 같다.


▲아름답지 않은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원해지고 가슴까지 개운해지는 이런 풍경들이 ‘이스탄티노플’에는 도처에 널려 있다. 셔터를 누르면 ‘그림 같은 사진’이 나온다. 고도(古都)의 실체를 느끼기 위해 찾는 이는 우리 말고는 없는 것일까.


▲2중 성문 맨 안쪽 성문 벽에 매달아 놓은 대포알. 저 정도 크기라면 1453년 전쟁 당시에는 작은 대포알에 속했으리라. 성문 통과 가능 높이는 2.5미터이고 폭은 2.9미터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그 옆에 세워져 있다.


▲아랍어로 표기된 글자라서 해독을 못하는 게 아쉬웠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봐도 정확한 뜻을 아는 이가 없었다. 1453 파노라마 박물관에서 보았던 성벽에 박힌 대포알 아닌가?

 





▲날은 어두워져 가는데도 열심히 성곽을 탐사하는 우리 일행에게 현지인들이 한 곳을 가리키며 자꾸 저 안으로 들어가 보라 한다. 그래, 가 보자! 눈에 잘 안 띄는 벽과 벽 사이를 지나 30미터쯤 걸어가자 조금은 그로테스크한 반 지하 석굴(?)이 나타났다. 내성에 딱 붙어 있는 조그만 교회다. 출입구 옆에는 걸인들이 잠자리로 삼아 몸을 눕힌 듯 더러운 소파 위에 천 조각이 어지럽다. 이 문 안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어둠침침한 반 지하 공간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부조(浮彫)물들. 비잔틴 교회인 모양이다. 눈높이에 비잔틴 시대의 십자가가 돋을새김으로 새겨져 있다. 휴대하고 간 랜턴과 집시 풍의 사내가 빌려준 촛불을 켜들고 구석구석 발밑을 비추어가며 대리석 석곽들의 사진을 찍었다. 사내는 촛불 값으로 건네준 5터키리라(우리 돈으로 4,5천 원)를 받아 들고는 횡재했다는 듯이 신바람이 나서 맥주를 사 마시러 갔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져 내릴 것 같은 파괴된 주탑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내부 구조를 한 눈에 엿볼 수 있다. 막힌 아치형 구조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주탑의 뒤쪽(안쪽)임을 말해 준다.


▲내성 안쪽 풍경. 돌로 된 성벽과 나무로 지은 가옥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성벽의 틈 사이로 뿌리를 내린 채 자라고 있는 나무와 풀들의 저 강인한 생명력!


▲레기움 문(메블라나카프) 위 석벽 틈 사이로 잡초가 둥지를 틀고 있다. 석벽에 새겨진 글씨는 로마자 표기라서 그 의미를 알 수 없다. 다만 석벽 맨 위 앞머리의 글자가 ‘콘스탄티누스’로 시작되고 있음을 어림짐작할 수 있을 뿐.


▲콘스탄티노플 전쟁 당시의 병사들이 총검으로 무장을 했듯이 나는 녹음기‧지도‧카메라를 늘 탐사에 지참했다. 등에 멘 배낭에는 또 다른 ‘비밀 병기’들이 숨어 있다.


▲무너질락 말락 위태롭게만 보이는 성벽 아래 풀밭에서 이 도성의 시민인 듯한 한 사내가 길게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다. 1500년을 지탱해 온 난공불락의 성벽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리야 있겠느냐는 듯이….


▲레기움 문에서 톱카프(성 로마노스 시민문)를 향해 가는 길. 어느새 날이 저물어 성벽 위 조명등에 불이 들어왔다. 오른쪽 하늘로는 포물선을 그리며 한 마리 새가 날고 있다. 비잔틴 제국 깃발에 그려져 있던 쌍두 독수리의 환생은 아니겠지? 성벽 너머로 가만히 귀를 기울이자 1453년 당시의 함성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주탑을 관통한 저 구멍은 혹시 대포가 뚫고 지나간 자국? 성벽에 혹시 박혀 있을지도 모를 대포알을 찾는 사람처럼 우리 일행은 성곽 이곳저곳을 샅샅이 헤집고 다녔다.


▲톱카프로 가기 직전에 만난 외성벽의 모습. 무너짐을 방지하기 위해 철골로 버팀대를 세워 놓았다. 거리에는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했고, 저만치 성벽 너머로 모스크의 미너렛(첨탑)이 뾰족하게 깎은 연필처럼 하늘을 가리키며 서 있다.



그림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도로 보는 탐사 경로

3편에서는 육지와 바다(마르마라 해)가 만나는 지점 근처에 있는 비상문부터 톱카프 직전(갈색 사각형 부분)까지를 사진에 담았다. 1편과 2편이 지도상으로 볼 때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탐사한 기록이라면, 3편은 지도 맨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탐사한 내용이다.

*하늘색 사각형 부분1편(지도에는 없는 도시 ‘이스탄티노플’에 가다), 분홍색 사각형삼각형 부분2편(사진과 함께 하는 ‘이스탄티노플’ 역사 기행)의 탐사 경로이다.

※1453년 당시 지도에 비해 현재 크게 달라진 4가지 포인트

1. 붉은색 표시
1453년 당시 콘스탄티노플을 가로질러 흐르던 리쿠스 강은 지금은 복개되어 새 도로(아드난 멘데레스 불와르)가 나 있다.


2. 초록색 표시
성 로마노스 시민문(톱카프) 부근에서 시내로 새 길이 나 있다.
길 이름은 밀렛 자떼시(Millet Caddesi). ‘시민의 도로’란 뜻이다.


3. 파란색 표시
마르마라 해변을 옆에 끼고 기찻길이 펼쳐져 있다. 이 레일 위로 파리에서 이스탄불 사이를 오가는 오리엔탈 특급 열차가 달린다. 그 종착역 겸 시발역이 바로 시르케지 역이다.


4. 노란색 표시
마르마라해 바다 성벽은 매립으로 해안 성벽이 돼 버렸고, 또 일부는 철도와 자동차 도로 등이 생기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노란색은 바다를 매립한 부분.


※ "이스탄티노플"에 대해 포스팅한 모든 내용은 지속적으로 수정/업데이트 하고 있습니다.
   혹시 내용 가운데 오류나 다르게 알고 계신 부분이 있다면 지적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