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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과 황제

34. 부콜레온 황궁=『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312, 366쪽 참고 (구간 272쪽 참고)

 The Palace of Boukoleon

부콜레온 황궁 터. 어떤 조각가, 어떤 화가가 빚어낸 풍경이기에 이토록 아름답고 운치 있을까. 이 도시에서는 피사체 모두가 예술 작품이다. 오랜 세월 비와 눈과 바람과 햇살이 합작해 빚어낸 작품 앞에 서면 카메라 셔터가 바빠진다. 본래의 황궁은 첫 번째 언덕 위에 있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확장되어 바닷가로까지 나오게 된다. 마르마라 바다 앞까지 지어진 황궁은 여름 별장, 황실 연회장, 예식장 등으로 사용되었다. 서기 1000년(바실리우스 2세 황제 시대)엔 바로 이 앞바다에서 그리스 화탄 발사 시연회도 가졌다. 내 책에 화탄 제작소를 부콜레온 황궁 뒤편 으슥한 곳으로 설정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남아 있는 부콜레온 궁터는 이것밖에 없다.

 

허물어진 부콜레온 황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런 유행가 가사가 절로 떠오른다. "폐허에 서린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곳도 1453년 당시에는 마르마라 바다였다.

 

어느 것이 먼저 무너질까. 1500년을 버텨온 성벽 틈새로 이웃해 있는 판잣집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르마라 해안 성벽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누가 저 고색창연한 성벽을 액자 삼아 현대식 주택과 모스크 사진을 끼워 넣었을까? 부콜레온 궁이 있던 자리에 가면 잠시 그런 착시 현상을 일으키게 하는 장면들과 만나게 된다.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부콜레온 궁의 맨 끝 자락. 내가 서 있는 지점은 1453년 당시에는 배들이 정박하던 항구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름 위의 산책>이란 영화가 있지만, 나는 그날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 위(그 옛날 바다였던 자리)를 활보하는 경험을 했다.

 

본래 모습(상상도)을 현재 남아 있는 성벽에 씌워 그래픽으로 표현한 부콜레온 황궁 원형 복원도. 이왕이면 자동차 대신 말이 달리는 모습으로 대체했으면 더 좋았으련만…. 하기야 말이든 자동차든 이곳은 원래 모두가 바다였다.

  

3D로 구현한 부콜레온 황궁의 바다 쪽 수문 원형 복원도. 비잔틴 황제들이 머물던 곳으로서 손색이 없는 웅장하고 호화로운 모습이다.

 

부콜레온 황궁 입구 양옆으로 세워져 있던 한 쌍의 수호 동물(바로 위 사진 참고). 부콜레온(Boukoleon)이란 이름은 황소(Bull)와 사자(Lion)를 닮은 이 동물 조각상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