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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4 파이낸셜뉴스] "尹-安, 단일화 간만 보다 패배하면 역사의 죄인될 것"

[원로 정치인에 제20대 대선을 묻다]


김형오 前 국회의장
찢긴 민심 통합한다면서 우리끼리 합치지 못하니…
단일화 기회 아직도 남아
윤석열의 통큰 결단 필요
권력은 움켜쥐려할수록 새
尹 '서툰정치'에 국민 열광
문재인정부 잘못 걷어내고 미래 제시땐 정권교체 가능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23일 서울 마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보수진영 원로로 꼽히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1단계 단일화 실패를 지적하면서 "서로 간보기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젠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며 "너무 시간을 끌고 있는데 단일화 열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김 전 의장은 23일 서울 마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단일화를 안해 만약 정권교체를 하지 못한다면 이분들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김 전 의장을 포함해 강창희·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포함, 국민의힘 전직 국회의원 191명이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단일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가운데, 김 전 의장은 해당 성명서를 직접 작성하기도 했다. 야권 단일화를 위해 윤 후보를 향해 "나눠갖는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통큰 결단을 주문했다. 안 후보를 향해선 "안 후보가 말하는 다당제는 대통령제에선 통하지 않는다. 다당제 논리로 완주하려 한다면 자기 목적도 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두 후보간 단일화에 희망은 있다"며 "이제 윤 후보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명예와 명분, 인격을 충분히 고려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담=정인홍 정치부장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를 촉구했는데.


▲단일화는 정권교체를 위한 필수과업 중 하나다. 안철수 후보도 정권교체한다고 나섰다. 우리끼리 정권교체 한다면서 이 사람, 저 사람 막 나오면 어떻게 되겠나. 우리 시대에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이 정권으로 갈기갈기 찢긴 민심을 통합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끼리 통합도 못하면 어떡하겠나.

-단일화 여지는 있나.

▲지난 일주일간 양 후보 쪽에서 말은 뱉어놓고 진전이 없는게 참 유감스럽다. (두 후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서로 간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 너무 시간을 끌고 있는데 단일화 열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1단계는 실패했지만 정치는 생물이니 불가능은 없다. 확률적으로 사정이 더 어려워지고 시간이 촉박하지만 지금 양 후보가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야권후보 단일화를 안해서 만약에 정권교체를 하지 못 한다면 이 분들은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다.

-두 후보간 지향점에 차이가 있어 보인다.

▲안 후보 쪽에선 다당제를 말하는데, 의원내각제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대통령제에선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려면 양당제 밖에 안된다. 안 후보 얘기는 의원내각제에서 통하지 대통령제에선 안된다. 지금 안 후보는 대통령제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여론전을 하는 것이다. 다당제 논리로 끝까지 완주한다고 하면 자기 목적도 살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양 진영 내부에선 단일화 반대 목소리도 있다.

▲후보들 주변에, 특히 당 핵심에 단일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아 있다. 결국 먹을 양이 적어지니까, 밥그릇 챙기기에 바쁜 것이다. 정권교체가 되느냐 마느냐 하는데도 내가 얼마나 먹을 수 있느냐 문제로 대세를 놓치는게 말이 되나. 양쪽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지지율에서 앞선 윤 후보가 단일화 정국에서 어떻게 해야하나.

▲핵심은 권력은 나눠가질수록 자기에게 더 힘이 실린다는 것이다. 내가 청와대 근무와 국회 의정활동을 통해 경험해보니 권력은 움켜쥐려 할 수록 새더라.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지금 구체적으로 협상할 필요가 없다. 단일화로 윤 후보가 집권한 뒤 만약 안 후보를 배제한다면 국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서로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여야 집권 후 거대야당이 협조를 한다.

-단일화가 가능하다는 것인가.

▲분명 단일화 희망은 있다. 윤 후보의 결단이 필요하다.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것은 윤 후보의 결단에 달려있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명예와 명분, 인격 이걸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일부 후보가 지난 번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윤 후보를 겨냥해 도를 넘는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인격을 깔아뭉개는 바람에 국민들의 지탄을 받지 않았나. 두 후보도 후보단일화를 하겠다면 인격과 명예는 철저하게 보호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그 진정성을 신뢰할 수있다.

-이번 대선은 어떻게 보나.

▲시대적 흐름을 담아내는 대선이 돼야 하는데 지금 후보들은 당장 눈앞의 현실적인 것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이번 대선 화두는 정의와 공정과 미래다. 문재인 정권이 집권 초기 공정과 정의를 핵심 국정가치로 내세웠지만 5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어떤가. 오히려 불공정과 정의롭지 못한 정권으로 전락하면서 국민을 갈라치기하지 않았나. 현재 대한민국은 미래를 잃어버린 나라가 됐다. 5년 후, 10년 후 대한민국이 잘할 수 있는게 뭔지에 아무도 대답 못한다. 5년 단임제를 하다보니 중·장기 계획들이 사라졌다.

-정권교체 명분이 높은 상황에서 윤 후보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 후보를 제1야당 대권후보로 사실상 발탁했다. 참 이런게 정치권에서 드물다. 윤 후보를 만든 첫번째 주역이 문 대통령이고, 두번째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여당 인사들이 이렇게 만들었다. 정치인은 역경과 고난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대표적인게 YS(김영삼)와 DJ(김대중)다.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탄압을 받았지 않았나.

-제1야당에서 윤석열을 내보낸 것의 의미는.

▲윤 후보가 대통령을 하려했던 사람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서툰 면이 있다. 정치 입문 1년도 안된 윤석열이란 사람이 왜 압도적인 당원들의 지지를 받았을까. 그것은 국민의힘 당원들을 필두로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식상해있다는 것이다. '좀 서투르면 어떠냐. 정치인 흉내내지 마라.'면서 정치를 안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새 정치를 보여달라고 초짜배기를 국민의 부름으로 부른 것이다.

-윤 후보에게 새 정치 방향을 조언한다면.

▲정치만큼 지극히 현실적인 게 없다. (윤 후보가) 문 대통령을 거부했기 때문에 국민적인 각광을 받았듯이, 이 정부에서 국민들이 싫어하는 것을 걷어내면 된다. 거창한 게 아니다. 이 정권에서 잘못한 걸 걷어내면 된다. 대표적인 게 북한과 중국 문제, 부동산 이슈 등이다. 그외 여러 분야에서 잘못된 걸 걷어내야 한다. 이 정권이 잘못한 것을 뒤집어 바로 잡으면 된다.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존중하는 대한민국이 지속돼야 한다. 586과 같은 몇명 되지도 않는 사람들로 인해 자유민주주의 기본 정신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그냥 지켜지는 게 아니다. 국가 안보를 튼튼하게 다지겠다는 각오가 된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있는 돈 다 쓰고 자식들에 부채만 넘기는 것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고 희망을 제시하고 중·장기적으로 발전 가능한 성장동력을 개발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

■ 김형오 전 국회의장 약력 △75세 △경남 고성 △서울대 외교학과 △한나라당 원내대표 △국회의원(부산 영도)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제18대 국회 전반기 의장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22-02-24  파이낸셜뉴스]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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