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 속으로/신문/방송기사

[2026-04-09 한국경제] "장동혁, 강성층 골목대장 못 벗어나…당장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국민의힘 미래를 묻다

김형오 前 국회의장, 국힘 지도부에 ‘쓴소리’

권위적인 정치인 행태 답습 안돼
지도부, 당권 욕심 버리고 쇄신을

무도한 민주에 말도 못하는 국힘
20년前 천막당사 기개 되살려야

한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에 쇄신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지도부가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솔 기자

이토록 보수 정당의 존재감이 없던 적은 없었다. 국민의힘 얘기만 나오면 다들 한숨부터 쉰다. 6·3 지방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반목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참패는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구에서도 밀리고 있다. 놀라운 건 위기감의 실종이다. 윤석열 비상계엄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당 체제를 지탱하던 한 축이 무너질 조짐이다. 합리적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받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에게 8일 국민의힘이 가야 할 길을 물었다.

김 전 의장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본사를 찾아 약 두 시간 동안 쓴소리를 쏟아냈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가 무너질 지경인데 보수 정당이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김 전 의장은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마음을 비우고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고 했다. 이제라도 집단 지도 체제로 전환해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떼기 사건’으로 존폐 위기에 몰린 2004년 박근혜 대표의 ‘천막 당사’ 시절 30명 넘는 중진이 잇달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게 보수 정신이고 실천이라고 했다.

▷지방선거 판세를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 상황에선 누가 봐도 국민의힘의 참패가 예견됩니다. 주변 보수 지지자들만 해도 정치에 대한 실망을 넘어서 환멸과 무관심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선거 패배를 넘어 국민의힘의 존재 가치가 없어질 위기에 몰렸습니다. 선거도 문제지만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검사를 고발하는 등 편파적인 조사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들춰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빠진 상황인데 국민의힘은 힘도 못 쓰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요.

“국민의힘은 보수가 지향해야 할 이념과 가치를 지키려는 처절함과 끈질김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제주 4·3사건에서 국가의 폭력만을 부각했는데, 그 사건의 발단은 대한민국 수립을 저지하려는 남로당의 무장봉기였습니다. 한쪽 면만 보면 안 돼요.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말 한마디 제대로 했다는 소리를 못 들었어요. 정치집단으로서 역할을 포기한 행태입니다. 계엄 후 우왕좌왕하다가 국정 주도권을 뺏기고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어주더니 이젠 사법부가 와해되는 지경인데 반성도, 책임의식도 없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 비판이 많습니다.

“진정한 리더십은 자기편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선거를 위해선 아직도 ‘윤어게인’을 외치는 강성 지지자를 자제시켜야 하는데 장 대표는 오히려 끌려다니고 있어요. 당원들은 강성이 주류일 수밖에 없고 그 부분은 민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핵심 지지층 뜻에 무조건 따른다는 식의 행보는 정치가 아니라 골목대장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요즘같이 너도나도 다 잘난 세상에선 리더가 자세를 낮춰야 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군림하려 했고 말 안 듣는 이준석을 자르고 한동훈까지 내치고는 나락으로 떨어졌어요. 장 대표는 젊고 국회의원이 된 지도 4년밖에 안 됐어요. 권위적인 기성 정치인 행태를 답습해선 안 됩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입으로는 우클릭하면서 발은 왼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기업을 옥죄는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킨 것은 물론이고 최근 상법을 개정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면서 배임죄는 그대로 뒀습니다. (노동조합과 소액주주 등이) 마음껏 기업 경영자를 고소·고발하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여당의 정책 추진력을 호평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예전엔 싸움이나 하고 아무것도 안 됐는데 지금은 일사불란하게 가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유토피아가 아니잖아요. 언제나 반대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지금 민주당이 하는 대로 두면 선동 정치와 포퓰리즘의 만연, 그리고 독재로 가는 정치의 타락과 민주주의의 후퇴가 우려됩니다.”

▷야당의 견제가 소용없다고 합니다.

“열심히 하는데 국민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웃기는 소리입니다. 누가 들으면 ‘저 사람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라고 생각할 겁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얼마 전까지 국민의힘에 ‘내란 동조 세력’ ‘없어져야 한다’는 무도한 발언을 했는데도 못 들은 척하고 있어요. 야당이 이렇게 만만하니까 민주당이 이른바 ‘검찰 조작기소 국정조사’와 같은 터무니없는 일도 마음대로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대장동 일당이 1조원 가까운 공공이익을 편취한 것을 눈감아 주겠다는 것입니다.”

김 전 의장은 자신이 2016년 국민의힘(옛 새누리당)을 떠난 사람이라고 강조했지만, 정 대표의 발언을 옮길 때는 노기를 감추지 못해 눈썹이 떨렸다.

▷국민의힘이 신뢰를 되찾을 방법이 없을까요.

“20여 년 전 한나라당의 위기 때 박근혜 당시 당 대표는 자체 당사를 팔고 천막 당사를 차려 쇄신을 시도했습니다. 지금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과 그 이후 대처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해야 합니다. 한국 정치에서 두 달은 굉장히 긴 시간입니다. 지도부가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선거에 패배하면 당권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중진 의원, 초선 의원들이 나서 실질적 집단 지도 체제를 구축하고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2026-04-09 한국켱제] 기사원문 >>바로가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