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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수는 억울했다, 그렇다면 강인은?


- 두 명의 연예인을 바라보는 한 다큐멘터리스트의 고민


살다보면 누구라도 종종 억울한 일을 겪기 마련이다. 자신은 절대적으로 결백하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은 아무도 나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 우리는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원통함’이라는 생생하고 뜨거운 감정을 경험한다.


가슴에서는 불길이 치솟고 그 맹렬한 열기는 뒷목을 타고 올라와 머리 전체를 뜨겁게 달군다. 두 개의 귀 앞쪽을 지나는 혈관은 심장박동에 맞춰 불끈불끈 세상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한다. 두피가 조금만 더 얇았더라면 분명 그 혈관은 자장면 면발처럼 귀 옆에 매달려 있었을 것이다. 이런 증세를 우리는 흔히 ‘화병()’이라고 부른다.


‘홧병’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처지에서 대부분 발병한다. 한국 사회에서 연예인들은 대개 ' 니르고저 홀빼 이셔도 마참내 제 뜨들 시러펴디 못할 노미 하니라'의 주인공들이다. 맞나?  



연예인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오징어 처럼 잘근잘근 씹히는' 역할을 해주는 게 그들 , 연예인들의 일이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도 많다. 안 그런가? (적어도 '나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아닐걸....)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 글을 꼭 읽어야 한다.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최민수의 팬이 아니더라도 꼭 한 번 봐야할 다큐멘터리 한편을 소개하는 중이니까...그래서 좀 더 좋은 세상, 밝은 세상 만들어보자고 힘주어 말하고 있는 중이니까!  (얼쑤~~)


▶ 연예인 '폭행연루혐의' 무엇이 치명적인가? (한국경제)

http://bntnews.hankyung.com/apps/news?popup=0&nid=04&c1=04&c2=04&c3=00&nkey=200909161529313&mode=sub_view



-웰 메이드 다큐멘터리 <최민수 죄민수 소문>


2009년 2월 입춘 바로 하루 전,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세상에 선을 보였다. 이 다큐멘터리는 헛소문과 모함이 뒤범벅되어 한 사람을 산 속으로 내쫓은 매우 독특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21세기에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사건이다. 이쯤 되면 주인공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배우 최민수.


알다시피, 최민수는 '지난해 용산 이태원 소방서 앞 좁은 도로에서 시비 끝에 노인을 흉기로 위협하고 발로 짓밟는 등 천인공노할 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매장(?)된 인물이다. 사건 발생 7~8개월이 흐른 지금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소문‘이라는 것이 어떻게 한 개인을 사회에서 철저하게 소외시키는가를 그려내고 있었다. 물론 최민수는 법원에서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그 점이 중요하다. 혐의 없음이 법적으로 인정되었다는 말이다.)

▲ 건널목에서와 마찬가지로, 인생길에는 자주 빨간불이 켜지는 상황이 있다. 그 때 여러분들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가? 건널목이라면 간단하지만, 인생의 해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인생 신호등 옆에는 대부분 자신의 힘으로는 해결하기가 불가능해보이는 그 무언가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에게는 '헛소문'이 바로 그 무언가일 수 있다.



MBC 다큐멘터리 <최민수 죄민수 소문>은 기존 다큐문법에서 한참이나 벗어나있었다. 이른바 ‘휴먼다큐’라는 장르를 유난히 좋아하는 한국 시청자들의 입맛과 오랜 세월 다큐의 정석으로 인정받아온 ‘시사고발 다큐’의 영향력으로부터 탈출한 흔적이 역력한 작품이었다는 말이다. (어쩌면 이 둘의 장점만을 합쳐놓은 작품으로 볼 수도 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래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 그 다큐가 특별한 이유 (Osen)
http://osen.mt.co.kr/news/view.html?gid=C0907030003


<최민수 죄민수 소문>은 제목과 달리 예상외로 산뜻했다. 그리고 재미 있었다. 종합하자면, 이 다큐멘터리는 동종 장르에서는 낯설고도 험한 길을 열어젖힌 선구자적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점수를 매긴다면 95점 정도?


제작비가 수십 억 원 들어간 초대형 다큐는 논외로 하고, 제작기간 3~4개월로 추정되는 이 다큐와 유사한 타 방송 작품들을 70점대 초반으로 점수 매길 때, <최민수 죄민수 소문>은 그야말로 발군의 실력을 뽐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색깔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적으로 화이트 톤으로 통일한 점, 당시 상황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입체적으로 설명한 점, 박수동 화백의 만화 <고인돌>을 떠오르게 하는 재미난 애니메이션기법을 활용한 점, 지루함을 한 방에 날려주는 음악을 채용한 점, 현란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것만 보여주는 문자 위주의 그래픽을 구사한 점 등등 이 다큐멘터리가 보여준 미덕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아, 하나 더 있다. 심리학 교수가 방청객들을 상대로 벌인 심리실험과 그 데이터의 제시도 엄숙하지 않아서 좋았다.


주인공으로 선정한 인물은 배우 최민수를 비롯해 총 3명. 모두 다 소문으로 인해 막심한 피해를 입은 연예계 인물들이다. 배우 우연희와 가수 박지윤은 프로그램 내에서 최민수에 비해 그 비중이 한참이나 낮았지만 , 그들 역시 헛소문으로 인한 명백한 피해자들이었다.
 
다큐에서 다룬 비중은 7대 2대 1 정도. (최민수 : 우연희: 박지윤)


▲ 산길을 걷다가 독사와 맞닥뜨렸다고 상상해보라. 당연히 겁이 날 것이다. "살면서 나는 혹시라도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타인에게 공포와 환멸의 대상이 된 적은 없는가, 또는 의도적으로 헛소문이나 무고로 남들에게 독사가 된 적은 없는가? " 를 돌아보자. 한 번도 없을까? 과연??


다큐는 ‘2008년 4월 최민수 노인 폭행사건 ‘ 보도로 시작된다. 시작만 놓고 보면 <그것이 알고 싶다>, <추적 60분>, <2580>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이 다큐가 다른 작품과 차별화되는 시점은 산속에서 칩거중인 최민수를 인터뷰하면서 시작된다. 사건 발생과 진행 그리고 최민수의 인터뷰를 섞어가며 사이사이에 소문이라는 주제를 심리학,사회학적 관점에서 끼워넣는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만약 이 다큐멘터리를 기자나 시사고발PD들이 만들었다면 십중팔구는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칙칙함, 엄숙함, 어설픈 불안감 조장으로 끝맺는 한국 시사고발 다큐멘터리의 고질적 병폐를 반복했으리라. 그러나 이 작품은 달랐다.


심각한 사건을 두려움이나 공포라는 감정토대 위에 늘어놓고 보여주는 대신에, 오히려 보는 사람들로부터 가벼운 감정tone을 이끌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난 뒤 드는 그 가벼운 느낌이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하지만 그 가벼움은 시청자들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소문이란 게 이렇게 생사람 잡는구나. 나도 조심해야지.’ ,  (계도 기능)

-‘최민수가 참 대단한 배우구나. 변명보다는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네.’ , (피해자 보호,변론 기능)

-‘소문이 진화론적으로 볼 때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로써 발전해온 것이라구? 거 참 재밌네...’ (정보제공 기능)



이 정도면 다큐멘터리가 할 일을 다 한 거 아닌가?



▲ 빨간불이 꺼지면 파란불(초록불)은 켜지기 마련이다. 단, 인생길엔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는게 문제라면 문제다.

    

- 최민수는 정말로 억울했다. 그렇다면 강인은?


다만 좀 아쉽다면,


가수 박지윤의 케이스를 최민수의 경우와 대등하게 다루었더라면 더 흥미진진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즉 , 있지 않았던 폭력행위에 대한 소문의 피해자인 최민수와 헛소문과 관련해 6년여를 방송중단중인 박지윤을 함께 다루었으면 보다 더 시청률이 높았을 거라는 말씀.  화끈한 시청률 코드임과 동시에 ‘애욕’과 ‘분노’라는 가장 원초적 감정의 변주랄 수 있는 <폭력과 섹스>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었을 거라는 뜻이다.


그러나..........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큐 마무리 부분에서 제작진이 시청자들을 향해 던진 화두(話頭)가 상당히 큰 울림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 메시지는 바로 이거다.  


- ‘ 최민수도 그 부모의 자식이며 남편임과 동시에 두 아들의 아버지다.’


- ‘당신도 마찬가지 아닌가? 자식이며 부모이며 남편이고 아내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 서로 배려하고
   조심해야 하지 않겠는가? ’ 

                                        

한 편의 잘 만든 다큐멘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 작품이 바로 그 증거다.


▶ <최민수 죄민수 소문> 다큐멘터리 다시보기                                                              
http://www.imbc.com/broad/tv/culture/mbcspecial/





그런데,, 강인에 대해서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그를 위해 어떤 식의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을까?
난 그 점이 망설여진다.  솔직히.......                                                               
                                                                                                           
                                                                                                                   - Posted by 백가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