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로그 | 미디어로그 | 방명록  

'죽어도 여한이 없다' 할 순간을 3가지 꼽으라 한다면, 저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우선 '내가 아끼는 사람이나 불쌍한 사람이 나로 인해 근심 잊고 행복해 하는 순간'.
두 번째가 '내가 혹은 내가 응원하던 사람(혹은 집단)이 숙원을 달성하는 순간'.
마지막으로 '멋진 공연 삼매에 빠져 있는 순간'


▲ 어느 업체가 무상으로 제공한 손세정제팩. 팩의 가운데를 접으면 톡~하고 세정액이 튀어나옵니다.


몸을 홀대했더니 온몸이 종합병원으로 둔갑해서 링거에 의지하는 상황까지 갔습니다. 
겨우 정신이 들자 회복기의 몸을 간신히 추스려 평소에 좋아하던 이승철의 콘서트장으로 달려갔죠.

여전히 불편한 몸 때문에 2시간의 공연은 견디기 힘들었지만, 마음만큼은 행복했습니다.
이것이 '삶의 에너지'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해 준  콘서트~!

이승철의 <로맨티카>

지금부터 그 환상의 무대로 빠져 보겠습니다.




공연 직전, 무대 양 쪽에서 나오는 동영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러 걸그룹이 각각 한 팀씩 등장하며 "평균 연령 21.X세",  "평균 연령 22.X세"라고 나오다가
마지막에 40대의 이승철이 등장하자 삼촌-조카뻘 나이 차이 때문에 폭소가 터졌습니다.

곧이어 동영상을 통해 2009년 골든디스크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는 이승철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제가 1989년, 2004년 그리고 올해 수상했는데, 10년 뒤에 이 상을 다시 타겠습니다."


미소년 같던 이 양반이 내년이면 데뷔 25주년을 맞는다니, 정말 세월은 화살과 같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그리고 이어진 동영상에서 그룹 <부활>시절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쭈욱 펼쳐졌습니다.



▲ 드디어 공연 시작???


강렬한 음악과 함께 댄서들이 힘찬 춤사위를 발산하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습니다.


(공연 중에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노래하고 연주하는 모습을 찍을 수 없었던 점 이해바랍니다.)


▲ 공연을 위해 조명이 꺼지기 전후의 모습


오프닝 이벤트가 끝날 무렵, 무대 뒷편에서 서서히 떠오른 한 사람.

바로 이승철이었습니다.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로 강렬하게 시작한 무대로 잠실실내체육관 전체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이승철이 <검은 고양이>를 부를 때, 간주 중에 레이저를 난사한 부분은 화려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또, 그가 한 팔을 들고 관객석을 향해 회전하며 인사하는 장면은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했죠.

<가까이 와봐> 를 통해 가수와 팬이 하나 되는 무대로 빼놓아선 안 될 백미였죠.


이승철은 20여년간 자신의 곁을 지켜준 스탭들과 팬클럽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신나는 곡을 3연타로 터뜨린 이승철은 돌연 분위기를 바꾸었습니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잔잔한 음악이 깔린 뒤, "It's hard"가 화면에 뜨자
저는 이번 곡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렸죠.

<사랑 참 어렵다>

그렇게 한동안 조용한 분위기로 이어지는가 했으나 그것은 제 예상과는 달랐죠.
곧바로 제가 좋아하는 <이 순간은 언제까지나>로 분위기 전환~!

"끝없이 반짝이는 잠실에서~"

제 옆 자리에는 40대로 보이는 부부가 있었는데, 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부부싸움이 일어난 겁니다. 
아주머니는 한껏 흥이 났건만, 아저씨는 공연에 적응을 못하는 눈치였죠.

참다 못한 아줌마의 한 방~!

"놀러 왔으면 제대로 놀다 갑시다. 쫌~!"

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마구 쳐다보니 눈치가 보였던 아저씨.
 "에라~ 모르겠다." 하시더니 그 다음부터는 박수치고 폼 잡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ㅎㅎㅎ

그렇습니다. 공연장에 와서 양반 행세하고 간다고 해서 누가 대접해주고 알아주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 이승철은 공연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좋은 곳에 쓰고 있더군요


이승철의 콘서트는 국내에서 지금껏 5년 연속 최다관객 매진 중이라고 합니다.
그는 20년 동안 자신의 콘서트 때문에 120여명의 스탭들이 매년 설 명절을 제대로 보낸 적이 없는데, 
이런 최고의 스탭들이
 있어서 자신이 더 빛날 수 있었다며 공적을 돌리는 미덕도 빠트리지 않았죠.

(이번 서울 공연 1회당 7천명 X 4일 = 이번 콘서트 투어 서울 관객 2만8천명)

또한 이승철은 팬클럽에 대한 고마움도 장난끼 섞인 표현으로 대신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전성기 때엔 뽀송뽀송하던 소녀팬들이 자신을 맞아주었었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더니 지금은 팬클럽 회장 나이가 마흔이라고 하면서 팬클럽 이름이 '새침떼기'라고 탄식하더군요.

그러자 팬들로부터 박장대소가 터져나왔죠.


어쩌겠습니까? 이승철 당신이나 당신의 팬인 우리들이나 이젠 같이 늙어가는 처지인 것을 ㅋㅋㅋ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 나라에도 머지 않아 3대가 같이 볼 수 있는 공연이 탄생할 것 같습니다.

(규모 있는 팬클럽을 가진 가수 중에 조용필 다음으로 가장 오래된 팬클럽을 가진 가수가 이승철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서로 헤어져야 할 시간


역시 이승철을 말하는 곡이라면 <마지막 콘서트>, <희야>죠.

이번 공연에서 <마지막 콘서트>의 전주는 하모니카 연주로 꾸며졌습니다.
열광적인 분위기는 어느 새 사라지고 고요함만이 가득한 가운데 
서서히 흘러나오는 이승철의 감미로운 목소리.

노래가 흐르자 저는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노래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죠? 피아노 간주.
그리고 클라이막스 "밖으로 나가 버리고오오오오오오오오~~~~~~~~~~~~~~~~~~~~"

(전성시절 이 부분에서 영화 <파리넬리>의 한 장면처럼 여학생들이 실신했다는 전설이 있는 것 아시죠?)

클라이막스 부분을 부를 때 이승철의 파워나 호흡이 예전만 못하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콘서트>를 통해 언제든 팬들을 만족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감동의 콤보 <듣고 있나요>는 가느다란 조명으로 묘한 분위기로 이끌어간 가운데
이미 <마지막 콘서트>에 흠뻑 빠져든 팬들을 감동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사로잡아 버렸습니다.
곡 중간에 살짝 허스키한 창법으로 애절함을 극대화시킨 건 절묘한 테크닉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그리고 노래 마지막에 "그대 지금 듣고 있~나요" 라고 살짝 흐느끼는 부분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 곡에 빠져들었던 사람이라면 이 말 안 하고 못 배겼을 겁니다.

"와~ 정말 이건 최고다~!"


▲ 콘서트 마치고 모두 함께 인사할 때 모습. "그냥 여기에 눌러 앉아서 즐기면 안 되나요?"


공연의 모든 장면을 일일이 설명할 수 없어서 나머지 부분을 간추려 정리하는 정도로 마칠까 합니다.
뭐~ 백문이 불여일견 아니겠습니까?

빠른 템포의 <희야>에서 한 쪽 팔을 올리고 엔딩할 때, 이승철의 실루엣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장면 보면서 노래를 잘하는 가수 이상으로 '팬을 매료시킬 줄 아는 가수'임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오늘도 난>에서 노래하다 말고 이승철은 코믹한 뻣뻣춤을 춰서 관객들을 웃기기도 했습니다.
참~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노래들도 나왔고,
곡명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열광의 도가니에 다시 한 번 빠트릴 뽕짝 2곡도 등장했었죠.

어느 콘서트에서든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세션맨들의 장기자랑인 각 포지션별 솔로 연주도 볼거리죠.
아~ 특별히 어느 커플을 위한 이벤트도 있었네요.

어휴~ 아직도 이야기할 것이 많아서 정리가 안 됩니다.
어쨌건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많은 곡이 팬들의 가슴 속에 간직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승철 콘서트가 멋진 무대 매너만큼이나 감동적이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위 사진은 최근에 시작한 MBC 일밤 <단비>의 한 장면입니다.
아프리카에는 더러운 물로 인해 질병을 앓거나 혹은 먼 곳으로 물을 길어오다가 사고를 당하여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그런데 일밤 제작진에서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우물 파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죠.

이승철은 지난 17년 동안 매년 수익 일부를 심장병 어린이를 도와
올해로 100명의 심장병 어린이가 혜택을 받았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이승철은 이번 콘서트에서 심장병 어린이 돕기와 함께
아프리카 오지 사람들을 위해
우물을 파기 위한 모금도 함께 기획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승철과 일밤이 같이 하는 것인지는 저도 자세히 모릅니다. 어쨌건 좋은 일이란 공통점이 있군요.)




지난 주에 일밤 <단비>에서는 우물 1호가 탄생했더군요.

이번 이승철 콘서트에서도 심장병 어린이 돕기와 함께 아프리카 우물 파기 수익금 모금을 위해
DVD, CD 한 장씩 담긴 책자와 가방을 함께 팔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아래 가방의 그림은 이승철의 따님이 그린 것이라고 하네요.
저 그림처럼 우물 속에 핀 사랑이 생명을 살리는 일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두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 언급했던 3가지가 하나로 모여 금상첨화가 되는 느낌입니다.

한껏 즐긴 공연의 수익금으로 아프리카 사람들의 숙원인 우물을 만들 수 있다면
물 때문에 고생하던 그들도 더 이상 걱정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런 아름다운 이면을 통해서 이승철의 공연이 보다 멋진 이유가 설명되겠죠?





집에 도착해서 좋은 일에 쓰일 '가방과 책자'를 살펴보고 있던 중
문득 이승철이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








[사족] 이승철을 연호하는 팬들 (동영상 - 잠실실내체육관 1~3층)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보안세상 2009.12.28 11: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승철님은 정말 노래를 쉽게 부르시는 것 같습니다

    엠씨더맥스의 이수님도 그렇고...

    일반인들이 노래방에서 부르면 1절부터 가성 들어가죠 ㄷㄷㄷ

    • BlogIcon 칸타타~ 2009.12.28 13: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죠.
      힘을 빼고 부르면서 음을 넘나드는 것이 자유자재더군요.
      그러면서 감정이입까지 완벽하니.
      게스트 없이도 혼자서 거의 풀로 소화하는 체력도 프로였습니다.
      물론 힘을 빼고 노래를 부르니 스테미너 조절도 되는 것이겠죠.
      몸매를 봐도 자기 관리를 잘한 것 같더군요.
      (요즈음도 담배를 피는지는 모르겠지만)

  2. BlogIcon Phoebe 2009.12.28 12: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젊은 시절에 한창 인기가수였는데
    아직도 여전히 좋은 노래 들려주고 계시네요.^^

    • BlogIcon 칸타타~ 2009.12.28 20: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90년대 초중반까지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이승철인데
      지금은 완숙미가 더해지니 더욱 음악적 역량이 풍부해진 느낌입니다.

  3. 2009.12.28 15: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채민 2010.02.10 01: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두 이승철씨의 공연을 봤는데 그때의 감동을 디테일하게 간결하게 잘 쓰셨어요^^
    공연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느낄수 있을것 같습니다.
    자신의 위치에서 팬들의 사랑을 사회에 환원할 줄 아는 진정한 스타 , 노래로 승부를 거는 이승철씨이기에
    부동의 공연예매 1위를 하시는거겠죠^^

친한 친구와 함께 3박 4일의 일정으로 중국 상하이 여행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머물던 숙소 뒷편의 모습, 전 이런 모습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_^)

짧은 기간동안 즐겁고 유쾌한 추억이 많았지만, 이른바 '꽃뱀' - 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꽃지렁이' 정도의 표현이 적절하겠네요  - 이라고 할 수 있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 상술과 소매치기를 경험했습니다.

그 사연과 나름의 예방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꽃지렁이~

도착한 날, 상하이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낮잠을 좀 잔 후에 저녁 5시쯤 되어서 숙소를 출발했습니다.
상하이 중심가인 '신천지'라는 곳에 이르러 신세계(新世界)라는 커다란 간판을 바라보며 "저 신세계가 한국 백화점 신세계냐 아니냐"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여인 두명이 다가왔습니다.

유창한 중국말로 우리에게 말을 걸길래, 저는 영국본토 발음으로 답했습니다.
"아이 캔 낫 스피크 차이니즈. 아임 어 코리안."

그러자 우리만큼 짧은 영어로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들은 근처의 작은 도시 출신인데 자신들도 상하이에 처음으로 관광을 왔다며 함께 다녀도 괜찮겠냐고 물었습니다.
어차피 말도 안통하고, 어설픈 영어지만 중국인 가이드로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그러자고 했습니다.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현지인의 친절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고, 혹시 문제가 있더라도 남자인 우리가 달리기는 더 빠를 것이라는 생각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지요.

지도를 살펴가며 번화가를 쭉 걸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길가의 중국어 간판에 대한 설명부터 중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 연예인, 한국 드라마 이야기도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시내 중심을 벗어나 걷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동방명주 (사진출처☞ 여기)

이제 헤어질 때가 된 것 같아서 말을 꺼냈습니다.
"우리는 이제 동방명주를 보러 갈꺼야. 너희는 어디로 가니?"
"동방명주? 지금 이 시간에 거기까지 걸어가긴 멀어."
"괜찮아. 우린 빨리 걸어갈 수 있어. 뛰어갈 수도 있어."
"아냐. 우린 거기까지 못 가."
"그래. 그럼 너흰 너희 가고 싶은 곳으로 가. 우린 동방명주 보러 갈께."
"그럼 차나 한잔 하고 가자."

친구와 저는 상의를 했습니다. 오래동안 걸었더니 우리도 다리가 아팠거든요.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약간의 경계심도 있었기 때문에, 그녀들이 이끄는 곳으로 가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 그럼 저기 보이는 스타OO에서 차 한잔 하고 가자."
"스타OO? 거긴 커피숍이잖아. 거기서 파는 것은 커피야. 너희에게 중국의 차를 소개해 주고 싶다."

우리가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길가에서 조금 떨어진 허름한 찻집을 가리키며 "저기 어떠냐?"고 했습니다. 솔직히 차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중국 문화를 소개해 주고 싶어하는 현지인의 친절을 거절할 명분도 딱히 없었습니다. 게다가 즉석에서 결정한 곳이니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으악! 이게 뭐야!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곳은 허름한 TV가 한대 놓인 곳에 4명의 인원이 일렬로 벽을 보고 앉아야 하는 좁은 방이었습니다. 노래방도 아니고..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메뉴를 가져오길래 저렴한 가격의 녹차를 주문하고, 그녀들도 마실 것을 주문했습니다.
뻘쭘하게 앉아서 추억의 영어단어를 끄집어내며 약 10분을 보냈습니다.
할 말도 없고 더 이상 꺼낼 영어단어도 없어서 이제 정말 일어나자고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말을 꺼냈습니다.

"그래. 오늘 참 반가웠어. 나중에 또 지나다 만나면 아는척 하자. 우린 이제 동방명주에 가봐야 할 것 같아."
"벌써? 그러지말고 맥주 한잔 하는게 어때?"
"아냐. 우린 오늘 도착해서 지금 많이 피곤한 상태라 술을 마실 수 없어."
"딱 한잔만 하면 되잖아."


이러는 사이 다행히(?) 멀쩡하던 친구의 바지가 갑자기 찢어졌습니다.

'야, 나 바지 엉덩이 터졌어. 빨리 들어가자!'
(옆에 그림이 제 친구는 아닙니다. 할로윈 코스튬 보고 따라 그린 그림이예요. 친구야, 미안~ ㅠㅠ)

"미안해. 우리 지금 꼭 들어가야겠다."

아쉬워하는 그녀들을 뒤로하고 계산서를 받았는데 무려 여행경비의 1/3에 해당하는 요금이 나왔습니다.
그녀들이 마시던 차에 들어있던 찌끄레기가 인삼이었답니다.

"뭐야! 너가 이거 시켰어? 이건 우리가 계산할 수 없어!"

그러자 문 밖의 종업원들이 우르르 몰려왔습니다. (앗! 이런 거였구나!)
난 어차피 중국어를 모르니 계속 그녀들을 다그쳤습니다. 한국남자 매너 없다고 소문나도 어쩔수 없었습니다.

"더치페이 몰라? 더치페이? 너희가 마신건 너희가 계산해!"

그러자 그녀들은 풀이 죽은 모습으로 '그럼 반반씩 내면 안되겠냐'고 했습니다. 화가 났지만, 분명 한패일듯한 문 밖의 종업원들과 영업실적(!)을 제대로 올리지 못한 그녀들의 모습에 한편으로는 동정심도 느껴졌습니다. 어쩌다 우리를 잡아서...
(우리가 돌아간 이후에 종업원들에게 혹시 혼나는건 아닐까. '꽃뱀'으로써 그녀들이 아닌, 처음 그녀들의 소개처럼 작은 도시에서 올라온 '순박한 아가씨'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반반씩 내더라도 우리의 여행경비에 비하면 적은 돈이 아니었지만, 그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계산을 하고 다시 중심가로 돌아갈때까지 그녀들은 자신들도 관광객이라는 알리바이를 지키기 위해서인지 함께 따라왔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무척이나 미안해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습니다.
(이것까지 계산된 행동이라면..으아, 정말 무섭지만 진심이었다고 믿고 싶네요.)

처음 만났던 번화가까지 와서야 그녀들은 어느 상점을 구경하겠다고 하며 헤어졌습니다. - 아마 본거지인 그 찻집으로 돌아갔거나, 다른 먹잇감을 찾으러 갔겠죠.

꽃지렁이 예방수칙

1. 여행객 티를 내지 않는다!
- 저희는 그 번화한 곳에서 지도를 펴들고 두리번 거리고 있었습니다;; 완전 먹잇감!

2. 과도한 친절은 경계한다!
- 이건 좀 슬프네요. 친절을 경계해야 하다니.
  제 생각에도 길 잃은 외국인들에게 길을 설명하기 힘들땐 직접 안내해주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이건 각자 눈치껏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3. 안내하는 곳으로 절대 (순순히) 따라가지 않는다!
- 특히 제 경우처럼 상점 같은 곳으로 안내한다면 의심해 보셔야 할 것 같아요.
  혹 그곳이 랜덤하게 선택된 곳이라고 생각해더라도 치밀한 계산일 수 있어요.
  아니면 여러 가게와 계약을 맺었을지도 모르는 일.

4. 주문 내용을 확인한다!
- 혹시 따라가게 되었더라도, 주문시 각자의 음식은 각자 계산할 것임을 확인하고,
  지불해야 할 금액을 확인한다.




2. 소매치기~

여행의 마지막 날, 상하이의 코리아타운을 구경하러 갔습니다. 느즈막한 오후였는데, 변두리여서 그런지 인적도 드문데다가 어둑어둑해지니 무섭기도 했습니다.
딱히 볼만한 구경거리가 없어서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갈 생각으로 식당을 찾고 있는데, 누군가 가방을 뒤에서 잡아 당기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이국적으로 생긴 한 청년이 제 가방 지퍼를 열고 손을 집어 넣고 있다가 저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손을 빼고 저를 앞질러 갔습니다.
어릴적 삥 좀 뜯겨봤는데도, 뒤에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바람잡이로 보이는 4~5명의 청년들이 제 뒤에서 시선을 가리고 있다가, 소매치기에 실패한 동료를 바라보며 히죽히죽 웃으며 서 있었구요. 앞질러간 청년은 민망했는지 다시 방향을 바꿔 일행들 쪽으로 돌아갔습니다.
전 황당하기도 하고, 뒤에서 웃고 있는 청년들에게 느껴지는 치욕스러운 감정 때문에 그들을 바라보고 서있다가 소리쳤습니다.

"야!!!!!!!!!"

그러자 다시 방향을 바꿔 굳은 표정으로 제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야, 야. 그냥 가자. 참어. 참어."
친구가 말렸지만 거기서 등을 보이면 너무 창피할 것 같아서 (사실 등 보였다가 맞을까봐;;)
가만히 서서 그들을 노려보았습니다.

그 청년은 제게 중국어로 뭐라고 말을 하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사과하는건가...?)

그래서 악수를 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제 친구랑도 악수 하고, 뒤따라 온 일당과도 악수 했습니다.
마치 유명인사와 악수 하듯이 소매치기 일당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저와 제 친구의 손을 잡고 악수했습니다.

(갑작스레 펼쳐진 화해와 감동의 물결?? 아, 이게 뭐지???)

후에 중국에서 오랜 시간 유학을 한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너 죽을뻔 했다'고 하더라구요.
보통 그런 친구들은 칼을 품고 다닌다고, 심기를 건드리면 정말 위험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악수까지 했으니 우린 이미 친구?ㅋㅋ

소매치기 예방수칙

1. 가방은 꼭 앞으로 맨다.
- 전 가방을 뒤로 매고 있었어요.;;; "제 가방 보실래요?!" <- 이런 의미나 마찬가지.

2. 가방 속 내용물을 꺼내기 어렵게 배치한다.
- 전 작은 우산을 가방 맨 위에 올려놓았었는데, 그것 때문에 다른 물건에 손을 못 댔더라구요.
   우산을 치우려다가 걸렸던 것 같아요.


3. 가방 열리는 부분을 몸의 안쪽으로 돌려 놓는다.
- 열리는 부분의 방향이 한쪽으로 되어있는 가방이라면, 열리는 쪽을 몸쪽으로 돌려놓기만 해도 쉽게 열지는 못하겠죠.

4. 소리가 날만한 물건을 넣어둔다.
- 동전을 조금 넣어 둬서, 가방 속 내용물을 뒤적이면 소리가 나도록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칼로 가방을 찢었을때를 대비할 수도 있구요. 단점은 내가 걸을때도 짤그랑 짤그랑 소리가 난다는 것.

5. 칼날을 넣어둔다.(비추)
- 이건 제가 유럽여행때 소매치기를 한번 당할 뻔 한 후에 썼던 방법인데요, 주머니에 스위스 군용 칼을 날을 펼쳐서 넣어 둡니다. 아쉽게도 효과는 확인 못했습니다. 오히려 제가 살짝살짝 손을 베었지만요.^_^;;; 일회용 면도날을 여러게 넣어두어도 소매치기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을것 같아요. (이런 못된 마음..흑흑)



다음은 외교통상부에서 밝힌 도난/분실 예방책입니다.
* 여권이나 귀중품은 호텔 프론트에 맡기거나 객실 내 금고 또는 안전박스에 보관합니다.
* 그날 사용할 만큼의 현금만 가지고 다닙니다.
* 현금은 지갑과 가방, 호주머니에 나누어 지닙니다.
* 식당에서는 의자에 가방을 걸어두지 마시고 식사하는 동안에는 가방을 본인 무릎 위에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 뒷주머니에는 절대로 지갑을 넣지 마시고 바지 앞주머니나 코트 안주머니에 넣는 것이 안전합니다.
* 가방을 가지고 걸을 때는 어깨로부터 가슴에 가로질러 X자로 맵니다. (<- 앞으로 매세요!)
* 특히 사람이 많은 출퇴근 시간의 기차나 버스 안에서 가방이나 지갑을 조심합니다.
* 모르는 사람이 시간이나 길을 묻는 등 말을 걸어 올 때에는 조심합니다.
* 호텔 프론트에서 체크인 및 체크아웃시 수화물은 반드시 시선이 닿는 곳에 놓거나 일행이 있을 경우 한
사람은 수화물을 지키도록 합니다.

* 범죄 피해를 당했을 경우에는 바로 경찰에 신고하시고, 대사관에 연락하셔서 도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 외국에서 외교통상부 영사콜센터 연결 방법
   ▶ 현지국제전화번호를 누르시고 800-2100-0404 를 누르시면 무료자동연결이 됩니다.
   ▶ 자동로밍폰은 안내메시지가 뜨더라구요^_^
       자세한 것은 여기로 ☞ 영사콜센터 안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한국으로 연락하셔서 120(다산콜센터?)에 문의하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안내원 분들이 무척이나 친철하게 '무엇이든' 자기 일 처럼 걱정하고, 해결책을 알아봐 주시더라구요.^^
당황한 상황에서 영사콜센터 전화번호가 떠오르지 않으실땐, 한국으로 120 전화하시는 것 잊지 마시고
즐겁고 안전한 여행 즐기시길 바랍니다^_^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대갈통 2009.11.21 08: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흐흐흐...잼잇어요...

    • BlogIcon 맹태 2009.11.21 09: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_^
      지금 보면 재미있지만, 당시에는 무척이나? 암담한 상황이었습니다.ㅋㅋ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요.

  2. 이성진 2009.11.21 16: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 정말 큰일 날뻔 했어요~ 다행이에요 이렇게 좋은 정보를..(아직 해외여행을 안나가봐서.) 저도 조심할께요~ 전 이래서 짱꼴라들이 너무너무 싫어요 읔 @.@ 중국은 절대 안갈거에요! 이젠 사람(자기들 자신)까지 짝퉁이군요.. 하긴 짝퉁물건들,음식들, 모든걸 다 그 사람들이 만드니... 나원참.. 쯧쯧. 몹씁 중국짱꼴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