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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에 사원을 짓는다면?"


모로코 페스에 있는 '살아있는 세계문화유산' 올드 메디나는
그 풍경마다 시대상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지난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세계문화유산에 X칠이 되어 있는 까닭은? )

그 가운데 지난 번에 자세히 다루지 않았던, 특히 기억에 남는 명소 3군데를 선정했습니다
.



내부가 아름다운 '부 이나니아 신학교'





지금 우리가 들어가려고 하는 곳은 '부 이나니아 신학교'입니다.

14세기에 부 이나니아에 의해 세워진 메린 왕조 최대의 신학교로서 무어 양식의 대표적 건축물입니다.
지금은 모스크(사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1층에는 교실, 2층에는 기숙사로 쓰인 작은 방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원에는 마노와 대리석이 깔려있고
벽 전체에 타일 모자이크와 회반죽의 세밀한 조각이 가해져 있어서
섬세하고 화려한 느낌을 줍니다.

섬세하고 정교한 무늬가 담긴 사원의 모습을 좀 더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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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이나니아 신학교'에는 한 가지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왕이 한 여성 예술가를 사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왕의 사랑을 믿지 못한 일부 사람들이
"왕은 그 여인을 육체적으로 탐닉하려 했을 뿐"이라며 루머를 퍼트리기 시작한 것이엇죠.

이 소식을 들은 왕은 마을의 쓰레기장에다 건물을 짓고 
그녀의 예술솜씨를 뽐내게 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사람들은 왕의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을 칭송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문득 타지마할이 떠오르더군요.




비린내가 진동하는 페스의 명소 '태너리'




'과거에 가죽제품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그 질문에 답을 해줄 곳이 있었으니 바로 '태너리'입니다.

태너리은 가죽을 염색하는 작업장이자, 페스 올드 메디나의 명소로
특히 사진작가나 사진매니아들이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가죽염색법을 고수하고 있는데
여기를 직접 찾으시는 분들은 작업장 특유의 비린 냄새를 잊지 못할 겁니다.

염색하는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가죽을 벗겨서 석회석 성분이 있는 물에 담근다고 합니다.
그 물에 담그는 이유는 땀구멍이 열려서 염색하기 용이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석회성분은 몸에 좋지 않을 텐데, 염색 재료로 괜찮을까?'란 질문에 대해 
가이드는 석회 활성성분은 하루가 지나면 사라지는데다
보리를 빻은 뒤 그걸 물에 걸러서 푸른 물에 담궈두면 남아있는 석회의 나쁜 성분을 흡수해버린다고 합니다.




그 다음 천염염료로 염색을 하는데  노란색은 샤프란, 빨간색은 석류를 원료로 한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정에서 자연염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염색장 사람들의 건강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가이드는 말하더군요.

그러나 제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뜨거운 햇볕에 그을리고 비린내에 찌들며 
강도 높은 육체적 노동을 하고 있는 일꾼들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좀 더 이곳의 염색에 대해 첨언하자면
양가죽은 약해서 석회물에 담그면 견디질 못한다네요.
그래서 양가죽은 이중으로 덧대어서 제품을 만들거나 안가죽 형태로 쓰인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염색에 제일 많이 쓰이는 것은 소가죽입니다.

태너리 사진 몇 장을 더 담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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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유물이 인상적이었던 바트하 박물관


19세기 말에 왕궁으로 건축된 전통공예박물관인 바트하 박물관은
내부에 무어풍의 정원이 있습니다.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를 가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몇몇 목재 물품들을 살펴볼까요?




가죽신을 만들기 위한 나무틀입니다.
나무틀마다 크기가 조금씩 다른 걸 봐선 그 당시에도 사이즈별로 신발을 만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절구통과 빨래판이 보이네요.
빨래판의 생김새는 만국 공통인가요?




의식주는 생활의 기본이죠?
의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직물을 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실을 뽑아야 하겠죠?




모로코를 비롯한 아랍 세계의 건물 내부를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느껴지더군요.
외부는 단조로운 형태에 그치고 있지만
내부는 굉장히 화려하고 섬세한 무늬로 장식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자면, 건물을 만든 목적이 안에서 생활하기 위한 것이므로
외부를 어떻게 치장하느냐보다 내부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놓느냐가
더 실용적이고 더 중요하다는 것이 아랍인의 철학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모로코, 튀니지 등에 가서
유적지를 가든, 관공서에 가든, 호텔에 있든 건물의 수수한 겉모습 때문에 실망했지만 
건물 내로 들어가서
화려한 내부 장식을 보고는 감탄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페스의 올드 메디나륻 둘러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랍인들은 우리가 보는 겉모습과 달리

우리가 알지 못했던 무궁무진한 지혜와 예술성이 잠재해 있다는 것을.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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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Phoebe 2010.01.31 11: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죽 만드는데는 인도 여행 프로에서 봤는데 냄새가 지독하다던데요.
    먼 나라인데도 빨래판이 비슷한걸 보니 친근감이 오네요. ㅎㅎㅎㅎ

    • 칸타타~ 2010.01.31 1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각기 다른 땅에서 살지만
      기본 생활에 해당되는 것일수록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더라구요.

  2. BlogIcon mark 2010.02.03 0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의장님의 상기 삼개국 순방을 KTV에서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장으로 오교활동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순방의 결과가 실제적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합니다.

"현재 사람이 살고 있는 세계문화유산???"




페스는 수도인 라바트에서 동쪽으로 약 200km 떨어져 있는 인구 100만의 모로코 4대 도시 중 하나입니다.

A.D.789년 최초의 왕조인 이드리스 1세가 페스강의 동쪽에 도시를 건설하면서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금 보이는 올드 메디나로 불리는 옛 시가지를 통해 이슬람 세계의 독특한 양식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약 1000여개의 미로와 같은 골목에는
8세기부터 형성된 시장, 공관, 학교, 주택가가 밀집되어 있습니다.

이 올드 메디나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럼 8세기의 자취가 남아있는 페스의 올드 메디나로 떠나 보겠습니다.




지금 보이는 문은 '부 즐루드'입니다.
페스 알발리의 서쪽 입구에 위치해 있으며, 1913년에 건립되었습니다.

우리 나라로 치면 남대문과 남대문시장이 함께 있는 풍경이라고나 할까요?




이 문은 안팎으로 아라베스크 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바깥쪽은 페스를 상징하는 청색 타일이, 안쪽은 이슬람을 상잭하는 녹색 타일로 꾸며져 있습니다.
청색과 녹색이 단조로울 수 있는 건물의 색에 개성을 불어넣는 느낌입니다.




시장에 들어서자 마자 물시계가 복원되고 있는 건물이 보이네요.
복원이 완료되면 어떤 모습일 지 궁금합니다.


그러면 모로코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시장의 풍경을 한 번 둘러보실까요?


( ◁◁ ▷▷ 표시된 부분을 좌우로 누르시면 다양한 사진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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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금빛 쟁반을 사려고 했으나 너무 비싸서 돌아서버렸습니다.
배짱 좋던 상인들은 돌아서려는 우리 일행을 보자 다급한 나머지 흥정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가격이 마구 떨어지더군요.
바가지를 씌우려했다는 느낌 때문에 구매하는 걸 포기했습니다.




원래 아랍 사람들은 대체로 사진 찍는 것에 대해 썩 내켜하지 않습니다. 
사진 찍히는 순간 자신에게서 영혼이 빠져나간다고 믿기 때문이죠.

왼쪽에 있는 상인이 가게 사진 찍어도 좋다고 허락했으나
카메라로 조준하는 순간 나머지 사람들이 난처해 하는 모습입니다.
(촬영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장을 둘러보니 가게에서 직접 차도르를 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능숙하고 빠른 동작과 손때 묻은 낡은 기계가 오랫동안 차도르를 짜온 역사를 말해주더군요.




우연히 마주친 한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었습니다.
상점 주인은 흔쾌히 관광객이 부탁한 사진을 찍어주네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녀에게 관대한 것은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ㅎㅎㅎ




길을 지나가는데 사진 한 장 찍고 가라는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한 종류의 꼬치만 팔고 있는 할아버지의 맑고 선한 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든 항상 볼 수 있는 음료를 한 가지 꼽는다면
그것은 바로 '콜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성에게 엄격한 이슬람 문화권에서
서구의 상징인 콜라에 섹시한 여자 모델까지 곁들여 보니 이색적입니다.




시장의 골목을 따라가다가 보면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좁은 골목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서 거닐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죠.

저~ 길 끝으로 가면 무엇이 나올까요?
이 시장 안의 큰 길에 나 있는 골목 곳곳을 바라볼 때면, 긴 인생의 한 줄기를 보는 듯했습니다.




마침 비석 가게가 보였습니다.




석공이 열심히 망치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끌벅적한 시장 분위기 속에도 글자 하나 하나 새기는데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비석들에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공통의 문구가 있다고 합니다.

"모든 영혼은 죽음을 맛보리라."

특별하지 않은 문구였지만,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걸까요?




사원 앞의 기둥인데 겉표면이 나무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손을 대고 소원을 말하면 들어준다고 합니다.

저는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멋지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여기는 돈을 넣고 소원을 비는 곳인데,
무료보다 유료가 소원을 이루는데 좀 더 효험이 있을까요? ㅎㅎㅎ




오래전부터 와인보다 나은 물맛을 자랑한다는 식수대입니다.
과연 어떤가 싶어 물맛을 봤는데, 특별하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외람된 이야기지만 우리 나라만큼 물맛 좋은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세계 전체를 놓고 봐도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흔하지는 않죠.





머리 높이로 문 앞에 뻗어있는 나무는 경계목입니다.

과거에 이 경계목으로 둘러쳐져 있는 공간은 신성한 곳으로 인정되었던 치외법권지역이었습니다.
설령 범죄자가 이곳에 들어오게 되더라도 치안요원들이 체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세월의 무게는 속이지 못하는 걸까요?
올드 메디나 곳곳에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나무로 된 보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보는 개인이 점포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하기도 하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정부로부터 설치비용을 지원받기도 한다더군요.




생생한 시장의 풍경은 각 시대상이 담겨있어서 그 자체가 역사고증물이었습니다.

비린내가 나는 가죽 염색장(태너리)까지 거치며 시장을 거의 다 둘러볼 때쯤이었죠.
고개를 숙이며 요리 조리 피하며 걷고 있던 찰나에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 다급히 외쳤습니다.

"(칸타타~님) 거기에 있는 X 밟았어요. 으~"

저 역시 철퍼덕하는 느낌이 감지됐습니다.
다른 발자국도 있는 것을 보니 이미 저보다 앞선 피해자들이 있었더군요.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누가 이런 문화 유적에다 X칠을 한 거야?'

속으로 투덜거리며 걷고 있는 순간, 짜잔~하고 등장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당나귀였습니다.

제가 밟은 것은 바로 당나귀의 배설물이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좁은 시장 골목에서 적재량과 기동성을 함께 발휘할 수 있는 것 중에
당나귀만한 교통수단은 없었습니다.




저는 당나귀가 지나가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착각에 빠졌습니다.
수십 년, 수백 년 전에도 어느 상인의 당나귀가 이렇게 짐을 나르고 있었을 테니까요.

실로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말이 피부로 와닿는 순간이었습니다.




(덧붙임)



여러 광고 표지판 속에 당나귀(혹은 노새)에 대한 주의표지판이 보이는 것도
그만큼 당나귀가 많이 다니고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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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커피믹스 2010.01.27 1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ㅎㅎ 당나귀 똥이었군요.
    똥만 조심하면 볼게 참 많네요.
    아 여행가고 싶다.

    • BlogIcon 칸타타~ 2010.01.27 1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ㅎ
      다니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아래를 보고 걷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똥은 거의 지뢰 수준입니다. 모르고 밟게 된다는~)

      아직 페스 올드 메디나 사진은 이게 전부가 아님을 밝힙니다.
      내일 혹은 모레쯤에 2탄 나갈 겁니다.

  2. BlogIcon 켄닉 2010.01.27 12: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슬람 권의 문화를 보여주는 사진이 많아서 재밌게 봤습니다.
    한국에 앉아서 이런거 감상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

    당나귀... 똥... -_-;;;
    당나귀가 무슨 죄겠습니까 ㅜ_ㅜ 밟은 사람이 슬픈거죠.
    똥만 조심하면 되는 거군요... [ 바닥 보며 가야 할지도.. ]

    2탄 기대해 보겠습니다 !

    • BlogIcon 칸타타~ 2010.01.27 12: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당나귀 똥을 밟은 건 당시에는 기분 나빴지만
      지나고 보니 행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말씀대로 못 보고 밟은 사람의 부주의함 때문이죠. ㅋ

  3. 김상홍 2010.01.27 16: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소한 아랍의 뒤거리는 우리네와 다를바가 없네요
    사람들이 착한것 같은데 자살폭탄테러에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듭니다.
    세계의 문화중 아랍에 대한 이해가 된것 같습니다.
    더운 날씨로 힘들지는 않았는지요.
    늘 건강을 기원합니다

    • BlogIcon 칸타타~ 2010.01.27 18: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말씀 감사합니다.

      편서풍대에다 지중해성 기후라 썩 춥지는 않았습니다.
      좀 춥다고 하면 늦가을 날씨였구요.
      그게 아니면 여느 가을 날씨 비슷했죠.

      사실 아랍권 나라들이 테러의 오명을 쓰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은 대체로 선량하죠.

  4. BlogIcon casablanca 2010.02.19 19: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페스도 다녀 가셨네요.^^
    미로의 모습을 아주 생생하게 설명을 해주셨네요.
    위의 댓글처럼 테러집단이라고 잘못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서 걱정이네요.
    서방의 일방적인 뉴스에 세뇌되어 있는 모습들인것 같아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