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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은 아직 '썩은 준치'인가? (JS 2차전)


"명불허전", "썩어도 준치"

일본시리즈 2차전 선발투수였던 니혼햄의 다르비슈를 두고 야구팬들이 한 말입니다.

허리 부상으로 일본시리즈 출전이 불투명했던 니혼햄 선발 다르빗슈 유였지만 40여일 만에 등판으로도 "역시 에이스~!"라는 탄성을 자아내는데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비록 구속은 한창 때만 못했으나 제구와 완급조절을 통해 6이닝 7피안타 7탈삼진 2실점으로 막으며 승리투수에 올랐고, 이번 시리즈 전적도 1승 1패의 균형을 맞추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요미우리는 잇단 득점 기회를 맞이하고도 집중력 있는 공격을 펼치지 못했던 것이 패인이었죠. 비록 3회말에 내준 4점을 내줬으나 추가실점을 하지 않았음에도 경기를 뒤집는데 실패했습니다.



초반의 기회 무산, 고전의 원인 제공

경기 초반, 기회는 요미우리에게 먼저 찾아왔습니다.

2회초에 선두타자 4번 라미네즈가 2루타를 날려 선취점 기회를 이끌어냈으나, 후속타자가 연속삼진을 등하는 등 득점에 실패했죠. 다음 3회초에도 이승엽이 우전안타를 터뜨린 뒤, 작전 실패로 2루에서 아웃되어 또 한 번 기회를 무산시키고 맙니다.

야구는 흐름의 경기입니다. 2차례 찬스를 날려버린 요미우리는 3회말 2사의 고비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1,2회 모두 위기를 간신히 넘긴 요미우리 선발 우츠미는 3회말 2사까지 잘 잡아놓고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특히 니혼햄 3번 이나바와의 승부에서 패한 것이 시발점이었죠. 이나바는 9구까지 가는 끈질긴 모습을 보인 끝에 선제 좌월 1점 홈런을 날렸습니다. 우쯔미의 슬라이더를 받아쳤는데요. 왼팔이 완전히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타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손목 힘을 쓰는 요령, 정확한 타이밍, 완벽한 히팅 포인트가 합작해낸 한 방이었죠. 니혼햄의 선제포에 동요된 우쯔미는 다음 타자 다카하시에게 2루타를 맞는 등 총 5타자 연속 안타에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0:4로 뒤진 요미우리도 기회는 있었습니다. 라미에즈의 좌전안타 이후 가메이가 힘을 실었죠. 밀어친 타구가 폴의 안전망을 직격하는 홈런으로 이어지며 추격의 신호탄을 쐈기 때문입니다. 비록 2점차까지 쫓아갔으나 후속타 불발로 승부를 뒤집지 못했습니다.

▲ 다르빗슈 유 (출처 : 네이버)


다르빗슈 유, 역시 그는 에이스

이날 다르빗슈 유는 전성기 때의 구속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탓에 몇 차례 위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100km대 초중반의 느린 커브와 주무기인 슬라이더, 그리고 좌타자 바깥쪽으로 흐르는 투심 등을 앞세워 요미우리 타선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렸습니다.

좌타자 몸쪽에서 떨어지는 커브, 슬라이더는 요소요소에서 빛이 났습니다. 제가 본 이 경기의 승부처는 2:4로 요미우리가 뒤진 5회초였습니다. 3번 오가사와라는 친정팀 니혼햄을 상대로 2사 만루의 역전 기회를 잡았죠. 그러나 첫 타석에 이어 또 한 번 다르빗슈 유의 같은 코스의 변화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날 홈런을 친 가메이도 이 코스의 변화구에 헛스윙해서 낫아웃으로 기록했습니다.)

만일 5회초 오가사와라 타석에서 동점 적시타 정도가 터졌다면 니혼햄으로선 곤혹스러웠을 것입니다. 4:2로 앞서다 동점이 되는데다 역전 위기도 이어지고, 에이스 다르빗슈 유도 쉽게 내리기 어려운 입장에 처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요미우리가 못한 경기

이 경기에서 니혼햄은 3루수 고야노의 몇 차례 호수비를 포함해 비교적 안정된 수비를 과시했습니다. 거기에 카나모리, 다케다로 이어지는 계투들도 훌륭했죠.

일본시리즈 2차전은 니혼햄이 착실했던 모습만큼이나 요미우리의 엉성함을 떠올려야 했던 한 판이었습니다. 경기 초반에 니혼햄 에이스 다르빗슈 유를 공략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후속타 불발에 답답한 플레이들까지 더했습니다. 선발 우쯔미가 5타자 연속안타를 맞기까지 제대로 흐름을 끊지도 못했고, 공격에서도 3회초 1루 주자 이승엽이 2루에서 아웃되어 작전 실패, 6회초 가메이가 폭투를 틈타 쉽게 2루에 안착하고도 발이 떨어져 아웃되는 일도 벌어졌으니까요.

▲ 이승엽 (출처 : 네이버)

이승엽은?

1차전에서 쐐기 적시타를 날린 이승엽은 2차전 8번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올랐습니다. 첫 타석에서 볼카운트 2-0로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커브를 받아쳐 우전안타를 만들었습니다. 1차전 2타수 1안타 1타점, 2차전 3타수 1안타를 날려 모두 5타수 2안타를 기록했습니다. 결코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그의 이름에 걸맞는 성적이라 생각치 않기에 좀 더 잘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내일부터 도쿄돔에서 3차전이 벌어집니다. (출처 : 도쿄돔)

1승 1패의 균형이 깨질 수 밖에 없는 한 판이기도 하고, 전체 시리즈의 방향을 가늠할 경기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