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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8 동아일보] 김형오 “백범, 치부조차 모두 드러낸 인간적 투사”

[2018-06-28 동아일보] 인터뷰


김형오 “백범, 치부조차 모두 드러낸 인간적 투사”



69주기 추모식에 ‘백범 묻다…’ 책 헌정

김형오 前 국회의장의 김구 예찬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7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백범일지에는 자기를 본받으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숱한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같은 전철을 밟지 말라는 간곡한 뜻이 담겨 있다”며 “이는 두 아들뿐만 아니라 온 겨레에게 전하는 당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이 나라가 거저 생긴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얼마나 많은 눈물과 아픔으로 일구어졌는지를 지금 세대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26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백범(白凡) 김구 선생 제69주기 추모식에서는 ‘백범 묻다, 김구 답하다’라는 책 한 권이 영정에 헌정됐다. 저자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현 백범 김구 선생 기념사업협회장·사진). 


김 전 의장은 27일 “백범을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도 드물다”며 “좀 더 친숙하고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백범을 알리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백범 묻다, 김구 답하다’는 ‘백범일지(白凡逸志)’를 재구성한 책. 보통사람들이 백범에게 가진 의문과 지적을 왜 그때 그렇게 했는지 백범이 직접 답하고, 여기에 저자가 설명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제목의 ‘백범’은 백정과 범부, 즉 평범한 백성을 의미한다. 백범이 답하는 부분은 백범일지를 토대로 했다. 



김 전 의장은 “처음 책을 의뢰받았을 때는 내가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는지, 해도 되는지 고민이 많았다”며 “위대한 보통사람의 삶을 짧은 글에 잘 담을 수 있을지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먼저 공부를 시작했고, 출간된 백범일지가 300여종이 넘어 다양하게 각색·편집된  관련 서적 수십 권을 놓고 씨름하느라 출간까지 3년여가 걸렸다고 한다.

 
김 전 의장은 “백범일지를 공부하면서 치부조차 솔직하게 드러낸 백범의 인간됨에 감명받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백범이 일지에서 “감옥에서 굶주린 창자를 움켜쥐고 있을 때 음식 냄새가 코를 찌르면 젊은 아내가 몸이라도 팔아서 아침저녁으로 맛있는 음식이나 사식을 넣어주면 좋겠다는 더러운 생각까지 났다”는 고백까지 했었다는 것. 김 전 의장은 “백범을 냉정한 투사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한편으로는 보통사람이면 밝히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사건과 생각까지도 숨김없이 고백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에서 백범 가족과 동아일보의 인연도 소개했다. 백범은 일지에서 ‘1925년 상해에서 두 손자를 키우시던 어머니는 내 짐을 덜어주려고 네 살배기 막내 신을 데리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하셨다. (…) 내가 노자를 조금밖에 못 챙겨드려 인천항에 내리자마자 여비가 떨어졌다. 어머니는 동아일보 인천지국을 찾아가 사정을 얘기하셨다. 그러자 지국에선 상해 소식과 어머니의 딱한 형편을 기사로 읽었다며 서울행 차표와 여비를 드렸고, 서울에서 다시 동아일보 본사를 찾아가니 역시 사리원까지 보내드렸다고 한다’고 적었다. 


김 전 의장은 “1932년 1월 8일 이봉창 의사의 의거가 있었지만 일제의 보도통제로 국내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못할 때 동아일보만 호외를 네 번이나 발행하고 이 의사 사진과 집을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추모식에서는 ‘백범 묻다…’ 외에 기념사업협회 차원에서 출간한 ‘백범의 길, 조국의 산하를 걷다(국내편)’도 헌정됐다. 백범이 국내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시절 거쳤던 장소와 사건들을 일일이 답사해 정리한 것이다. 김 전 의장은 “내년은 백범 추모 70주기,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내년에는 상하이에서 충칭까지 백범이 중국에서 활동한 지역을 중심으로 2부를 낼 계획이며, 3부는 북한 지역의 노정을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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