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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23-08-01] “의대쏠림 곤란…과학기술인 양성해야 미래 있다”


- 1999년 우주발사장 예산편성 공로
- 김진표 국회의장에게서 감사패
- 尹정부 우주항공정책 강화 기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최근 제75주년 제헌절을 맞아 김진표 국회의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한국의 우주 발사장 예산을 처음 편성하는데 결정적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우주 발사장이 기반이 돼 실전 인공위성을 성공시킨 나라가 됐다. 김 전 의장은 1992년 제14대 총선(부산 영도)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다. 이후 5선을 하는 동안 10년간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 상임위원회에서 일한 유일한 정치인이다. 예산 편성 당시는 야당 소속 재선 의원이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과학기술은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그는 지난 19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99년 가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계수조정 소위 위원으로 있을 때였다. 소위 위원이 재량으로 편성하는 ‘자기 예산(위원 한 명당 분배된 관례적인 편성권)’이 있다. 그래서 당시 위축돼 있던 과학기술부에 ‘꼭 편성하고 싶은 예산 하나를 제안하라’고 했다”며 “그러자 공무원들이 두꺼운 예산 관련 책을 가져왔다. 끝부분에 발사장 부분이 부록처럼 있었다. 이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다. 공무원들에게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발사장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편성하겠다고 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기부 측 반응이 시큰둥했다고 한다. 김 전 의장은 “오히려 공무원들이 ‘다른 것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이래서야 되겠나 싶어서 오히려 밀어붙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예산 편성 이후 실제 발사장이 들어서려면 십수 년이 걸린다. 편성 당시 공무원 입장에서는 발사장이 만들어지더라도 부처에 남아 있지 않는다. 미래가 아니라 단기적 사업을 선호했다는 게 김 전 의장 회고다.

예산이 편성되고 연말 국회에서 가결되자 정부는 ‘새천년’을 맞아 ‘우주 시대’를 연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예산은 김 전 의장이 편성한 타당성 조사비가 전부였다. 그는 “한국의 우주 사업은 10억 원으로 시작했다”고 웃었다.

과학기술에 대한 김 전 의장의 관심은 독서에서 시작됐다. 그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집에서 책을 읽을 때가 많았다. 과학기술에 관한 만화를 읽으며 어릴 때부터 조금 관심이 있었다”며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정무비서관을 지내고 국회에 들어가면서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우주항공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할 예정이다. 김 전 의장은 “국가우주위원장을 대통령이 맡는 것은 고무적이다. 과학기술인에 대한 사기진작책이 될 수 있다”며 “또 과학기술인으로서 자부심 자존감 사회적인 존경이 같이 가야 한다. 의대, 로스쿨 쏠림 심화는 곤란하다. 과학기술인이 (제대로) 양성돼야 대한민국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과학기술공제회법 제정, 퀄컴사로부터 3000억 원가량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기술료 미납금 회수, 통신 인권 체계를 정립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등을 이끌었다. 김 전 의장은 경남 고성 출신으로 경남중·고,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제18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지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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