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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감독의 큰 거 한판 ‘전우치‘


살다보면, 말 한마디로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재주를 지닌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이나 ’위트(Wit)'라는 찬사로는 부족한 그들만의 현란한 ‘말발’은 ‘타고난 게 아닌가’ 라는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아마도 영화감독 최동훈도 그 중 한 사람일 것이다.  그의 ‘말 만들기’ 실력은 시인(詩人)이 되었어도 성공했을 만큼 발군이다.


초대박 히트 영화 <타짜>에서 김혜수의 입을 빌려 튀어나와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든 

“나 이대 나온 여자야~” 라는 대사를 기억할 것이다. ( 최동훈은 서강대 나온 남자다. ^^ )



잘 기억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인터넷에 공개된 <타짜> 시나리오 일부를 옮겨본다.
( 시나리오를 읽으며 영화를 상상하는 맛도 쏠쏠하다. 찬찬히 읽으며 영화를 떠올려보시길.... )

 

35. 정마담 술집.


내실1, 고광렬이 패를 돌리는데, 어설픈 동작, 손에서 패는 자꾸 빠져나가고, 순서도 갈리고, 사람들은 에이! 하며 짜증을 내지만, 고니가 보기에, 고광렬은 왼손에 낀 반지로 자기가 돌리는 패를 비춰보고 있다.

  

고광렬 : (패 쪼이며) 땡이냐? 땡이냐? ...옳지 옳지  헉! 니미 개패네. 몰라! 질러먹어. 화투가 패로 치냐? 돈으로 치지.


고광렬이 쎄게 배팅을 하자 고니가 가볍게 죽어준다.

남자2는 힐끗 고광렬을 보고 고민하다 죽고, 남자1만 레이스를 고민한다.


고광렬 : 빨리 합시다. 돈 딸 시간도 없는데...

남자1 : (옆사람에게) 돈으로 으악을 지르네.  

고광렬 : 무서우면 죽으시던가. 좆이 무서우면 시집을 가지 말아야지. 

남자1 : 확인!

고광렬 : 화투에 침을 발라놨나? 왜케 안 떨어져. 이겼다. 크하하 이런 패로 먹었어? 광렬아 이 사회가 아직 정의는 살아 있나보다.


고니는 그런 고광렬을 재미있게 바라본다.

다음판. 패를 받고 쪼이는데 역시 호들갑스러운 고광렬.


고광렬 : 광렬아~ 높은 거 하나 떠라. 오늘 너 끗발 좋을거야. 여기 있는 돈 다 따고 중고차도 한대사고 자 광렬아! 중고차다 중고차! (두번째 패 보다가 숨이 막힌듯) 크으윽~ 호! 호! (높은 패라는 걸 아예 드러내며) 

남자1 : 아가리 좀 닥치고 합시다.  

고광렬 : 돈딸라고 치나? 재밌자고 치는거지.

남자1 : 죽어.

고광렬 : 또 내가 먹어? 크크크 (돈 챙기려는데)

고니 : 천만원 올려놔도 되죠?

고광렬 : 받으신다고? 


고니가 패를 까자, 고광렬 흠칫 놀라더니, 패를 까지 않고 낑낑대는데, 갑자기 비상벨!

고광렬 멈칫. 고니가 문쪽을 돌아본다.

홀에선, 종업원들이 카페문을 잠그려는데, 경찰들이 밀고 들어온다. 


정마담 : 왜 이래요? 새삼스럽게.

사복경찰 : 고발이 들어와서 우리도 좀 그래. 며칠만 들어갔다 와.

정마담 :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어떻게 그런 델 들어가.  

사복경찰 : 정마담! 좀 봐줘. 우리도 힘든거 알잖아?       



복도를 점거하면서 내실문을 하나씩 따는 경찰들.

내실 사람들은 내실 캐비넷, 책상 아래 숨기 바쁜데, 이미 경찰 서너명이 내실로 들어왔다.

고니 재빠르게 경찰 두엇을 발로 차 넘어뜨리더니 캐비넷을 넘어뜨리고 내실 문을 잠근다. 

고광렬은 재빨리 식탁보로 돈을 감싸고 허리에 묶고는 창문을 타넘는데, 아찔한 난간.  

쩔쩔매는 고광렬을 놔두고, 고니는 능숙하게 난간을 타고 넘다가, 고광렬에게 손을 내민다.

무사히 도망친 둘.



 

이밖에도 최동훈이 만들어낸 명대사는 많다. (술 마시면서 남들이 하는 재치있는 말을 수첩에 받아적는다는 최동훈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 늑대새끼가 어떻게 개 밑으로 들어갑니까” - <타짜>에서 고니 (조승우)


“ 화투 ! 말이 참 이뻐요... 꽃을 가지고 하는 싸움 !  ” -<타짜>에서 정마담 (김혜수)


“ 내가 청친기 대면 진단 나와. 나 김선생이야 ” -<범죄의 재구성>에서 김 선생 (백윤식)


“ 최선수, 이 나이쯤 되니까... 사람이 사는게 말이야. 오해는 풀고, 상처는 치료하고, 감정은 씻으면돼. 근데 돈은 말이야, 그렇지가 않더라구.” -<범죄의 재구성>에서 김선생(백윤식)




감독 최동훈의 장기는 명대사만이 아니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보다도 더 머리를 굴리게 만드는 그의 치밀한 시나리오 구성력 또한 헐리우드를 능가한다.


<범죄의 재구성>의 박신양이 <오션스 일레븐>의 브래드 피트 보다 못하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 자신 있으면 한번 나와 보라구~ ^^)



2년 전, 우연히 만난 최동훈은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했다. ‘SF’와 역사물이 합쳐진 형식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며칠 전, 그의 말을 실감하게 해 준 티저포스터 (teaser poster)한 장을 볼 수 있었다.

포스터를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2년 전 그가 쓰고 있다던 시나리오가 바로 <전우치>였다는 것을....




꽤 오래 뜸을 들였기 때문일까. 그의 영화 <전우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특히 2~30대의 기대는 거의 열광에 가깝다. (물론 필자의 주변 상황을 말함이다.) 


포스터를 보고난 뒤, 인터넷 공식사이트를 둘러봤다.



-코미디/액션 

            => (붕붕 날고 뛰면서도 재밌다는 뜻이겠지? )

  

-강동원(전우치), 김윤석 (화담), 임수정(서인경), 유해진(초랭이)

               =>  (꽃미남 강동원과 임수정....연기파 김윤석,유해진이라....볼만 하겠군..)


-개봉일 12월 23일

              =>    (크리스마스에 맞춘 개봉이로군....그때까지 기다려야 되나??)


-공식사이트 http://www.jeonwoochi.co.kr/, http://cafe.naver.com/jeonwoochi

              =>   (잘 만들어놨네....<과속스캔들>처럼 공짜 시사회 팍팍 안하나?? )


  

-줄거리

   => (인터넷에 공개된 줄거리는 너무 간략하군.....엇, 그런데 이거 류승완 감독의

                           <아라한 장풍대작전>과 좀 분위기가 비슷하네....이래도 되는 거야?? )



재주꾼 최동훈이 만든 이 영화는 분명 흥미진진할 것이다. 

왜?  언젠가 만난 최동훈이 자신있게 했던 이 말 때문에....


“저는 절대 칸느, 베니스를 지향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아카데미 지향형 감독입니다.”

  

재주 넘치는 젊은 영화감독의 미개봉작에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거린다.

무릎팍도사 강호동의 우렁찬 목소리를 흉내내며 이만 줄인다.


“최동훈 감독이여, 한국영화계의 대들보가 되라~~”  



<"전우치" 티저영상, 출처 http://cafe.naver.com/jeonwoochi/227>


                                                                                                               - Posted by 백가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