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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 막걸리 민족주의 & 영덕대게

(* 뭔가를 주장하고자 하는 글이 아님을 밝혀둔다. 이 글은 최근의 '포천 막걸리 사태'를 통해 상표권, 지역주의, 세계화 등등에 대한 단상을 두서없이 나열한 내용이다. 마음을 열고 한 번쯤 생각해볼 가치는 있을 듯 하다. )
   


#  일본시장을 파고든 함흥냉면  ‘모리오카 레이멘’


기독교의 복음성가가 울려 퍼진다.   ‘에이멘, 에이멘, 에이멘, 에이멘,에이멘....할렐루야~’


잘 들어보니..... 아니었다.   ‘레이멘 레이멘 레이멘 레이멘 레이멘......’ 이다.


짧은 일본어 실력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보니, 에이멘이 아니고 레이멘이다. (*레이멘= 냉면의 일본어 발음)

한 TV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복음성가가 아니라 ‘냉면 찬가’였던 것.

 

그 냉면은 바로 모리오카 냉면 !


냉면의 일본어 발음 ‘레이멘’을 일본 냉면 매니아 한 사람이 복음성가 멜로디에 맞춰 개사해 부르는
노래였던 것이다.
  <누들로드>, <스파이스루트> 등 초대형(?) 음식 다큐멘터리가 쏟아져나오기 직전,
MBC스페셜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모리오카 냉면>은 일종의 휴먼 다큐에 가까운 흐름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낯선 타국땅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낸  재일동포 1~2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다큐멘터리는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 모리오카 냉면  (일본어: 盛岡冷 (もりおかれいめん)


모리오카 레이멘은 일본 이와테현 모리오카 시의 유명 요리.
모리오카 시에서는 대표 특산물로 선정하고
'냉면지도'까지 만들었다.
한국의 냉면과 달리 메밀을 쓰지 않고 전분과 밀가루로만 만들어 식감이 쫄깃쫄깃.

 

                       ▲ 모리오카 냉면. 먹어본 사람들은 한국의 '쫄면'같다고 입을 모은다.

1954년 재일동포 1세인 양용철 (일본명:아오키 테루히토(青木輝人))씨가 고향인 함흥의 냉면을 모태로 하여 모리오카에 냉면집 ‘식도원’을 연 게 시초. 매운 맛을 좋아했던 양씨는 한국식으로 깍두기를 듬뿍 넣어서 판매했지만,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던 일본인들에게 판매 초기에는 외면 당했다.

이후,
식도원의 냉면이 인기를 끌자 다른 재일동포들도 '삼천리’,‘명월관’,‘뿅뿅사'등을 열었고, 현재도 많은 냉면집이 모리오카시에서 성업 중이다. 일본손님들을 위해 매운맛과 순한맛을 선택할 수 있으며, 한 그릇에 850엔 정도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 모리오카 냉면 소개 (짧은 동영상 보기) 

 

* MBC스페셜 <모리오카 냉면> 다시보기




# 미국 사전에 실린 한국술 '소주' 


그런가 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술 소주(soju)가 미국의 유명 사전에 실렸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2008년 7월)

미국의 대표적 영어사전 출판사인 메리엄 웹스터가 소주 등 100 여개의 새 단어를 ‘대학사전’(COLLEGIATE Dictionary) 최신판에 수록했다고 한다. 이 사전에 소주는 ‘쌀로 증류한 한국의 보드카’라고 실렸다.
 
어디 그뿐인가. 한식 세계화를 화두로 한 언론의 보도는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열기가 느껴지는 기사
몇 개만 살펴보자.




# 일본에서 '맛꼬리'가 되어버린 막걸리

그런가하면, 이런 일도 있는 모양이다.
 
최근 막걸리가 국내외에서 인기가 높다고 하더니 , 일본에서 '포천 막걸리' 상표권을 선점한 모양이다.

                                               ▲ 막걸리가 일본에서 '마꼬리'가 되어버렸다.


한국이 넋을 놓고 있는 동안, 일본 기업 '청풍'이 지난해 11월 일본 특허청에 ‘포천 막걸리’와 ‘포천 일동막걸리’, ‘일동막걸리’ 상표 등록을 했다고 한다.

온오프라인에서 '네탓 내탓'이 오가고 있지만,  특정 지명을 상표로 등록하지 못하게 한 정책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리적표시제(GI)’를 도입했으나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인터넷에서도, 신문.방송에서도 다들 일본의 '얍삽함'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 한국 막걸리의 앞날은 이 흐릿한 사진처럼 될지도 모른다.


비단 막걸리 뿐 아니라, 다른 제품을 놓고도 일본과 한국은 대립중인 모양이다.




# '영덕 대게' 인가, '울진 대게' 인가, 아니면 '포항 대게'인가?

시야를 국내로 돌려보면, 이런 일도 있다.
대게를 놓고 벌이는 경북 지자체 사이의 이른바 '대게 원조 논쟁'이다.

                                             ▲ 울진대게를 광고하는 대형 구조물



                                          ▲ 영덕대게 축제를 알리는 포스터의 일부


영덕과 울진이  대게를 놓고 치열한 '상표' 전쟁을 벌이더니, 최근에는 포항까지 가세한 형국이란다.



한 울진 주민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소개하며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한다.

'선점당한 브랜드는 아직까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라는 내용이 의미심장하다.

                                         ▲ 울진 주민이 인터넷에 올린 글 (일부)


21세기를 살아가는 전 세계인이 마음속 깊이 새겨야할 화두가 아닐까 싶다. 



                                                                                                           - Posted by 백가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