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후, 잠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무렵 이상한 목소리가 나를 잠에서 깨웠을 때 옆자리 팀장님인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작은 목소리는 이렇게 말했다.
"나한테 블로그 하나만 만들어 줘!"
"뭐라고?"
"블로그 하나만 만들어 줘."
나는 스무 살 때 저조한 방문자수 때문에 블로거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했다.
그 뒤로는 블로깅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포스팅 해 본 것이라고는 군대에서 수집한 보아 사진을 올렸던 것 밖에 없었던 것이다.
....
"난 블로그를 할 줄 몰라."
"괜찮아,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자유롭게 포스팅 해 줘."
....
나는 예전에 포스팅한 보아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냐! 안 돼! 보아는 1986년 11월 5일생에 키는 162cm이고 체중은 45kg, SM엔터테인먼트 소속에 2000년에 데뷔했잖아. 이 사진들은 인터넷 검색으로 전부 찾을 수 있는 것들이잖아!"
나는 깜짝 놀랐다.
내 포스팅을 이해한 사람은 이 아이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포스팅을 했다.
그 아이는 포스팅을 자세히 들여다 보더니 말했다.
"아냐, 이 포스팅엔 재미가 없잖아."
나는 다시 포스팅을 했다.
내 어린 친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이것 봐! 이건 드라마 내용 짜집기잖아. 캡쳐화면 밖에 없는걸.."
그래서 나는 또 다시 포스팅했다.
"이건 너무 성의없잖아. 난 사람들이 꾸준히 검색해서 오래오래 조회 수 올려주는 컨텐츠를 보고 싶단 말야."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빨리 퇴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링크를 걸어서 아이에게 내밀었다.
"이건 다음뷰야. 네가 보고 싶어하는 내용이 이 속에 있어."
그때 아이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이게 바로 내가 바라던 거야. 이 블로거들에게 추천을 많이 주어야 할까?"
"왜 그런걸 묻니?"
"..나도 추천을 받고 싶거든.."
"한번으로 충분할거야. IP가 겹치거든.."
이렇게 해서 나는 어린왕자를 알게 되었다.
...다음 이 시간에...(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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