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 희망탐방

미군 장교 마다하고 한국 이등병 된 사연


12월 16일,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의 육군 21사단 백두산부대 위문, 격려 방문에 동행했습니다.
백두산부대는 전군을 통틀어 가장 높은 곳에 있고, 가장 긴 작전구역을 담당하고 있으며 북한과 가장 근접한 최전방의 육군부대입니다.

부대를 소개받고, 신병교육대대 병영식당에서 장병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잠시 그 모습을 보시면..

김형오 국회의장 옆에 자리한 최만득 이병입니다. 국회의장이 외투를 벗는 가운데, 수많은 사진기자 앞에서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최만득 이병의 표정이 참 인상적이네요.^_^ 웃고는 있지만, 많이 긴장했을 것 같아요.


이날의 식단이었습니다.
훈련병부터 원★,투★★,쓰리★★★,포★★★★ 는 물론이고 국회의장까지 같은 식단이었지요.


훈련병들에겐 햄버거와 콜라가 특식으로 제공되었습니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저도 훈련병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밥 다 먹고 이거(햄버거, 콜라) 또 먹을 수 있겠어요?"
"예, 두 개도 먹을 수 있습니다!" (내꺼 달라는 거야? 난 햄버거가 없는데? 나도 콜라 마시고 싶은데?)

아..그렇죠. 이들은 훈련병이니까요.
다만, 예전의 제 아픈 기억(☜클릭)이 떠올라서.. 변기가 막히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제가 앉은 자리에는 특식 없이 식판밖에 준비되지 않아서, 밥과 김치만을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왜냐면 치킨은 앞에 앉은 훈련병에게 주고 싶었거든요.

앞에 앉은 훈련병은 숟가락으로 치킨을 분해(?)하고 있었습니다.
'살이 없는 부위여서 그런가...'

마침 제 식판에는 닭다리가 있어서, 제게 있는 치킨 두 조각을 맞은편에 앉은 훈련병에게 건냈습니다.

나: "이거 먹어요."

훈련병: "앗..카..캄샤햡뉘댜."

음?? 발음이 좀 이상한데?? 몸이 조금 불편한 친구인가??

나: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괜찮아요. 억지로 먹진 말아요."

훈: "아.. 아뉩뉘댜. 너뮤 먹교쉽습뉘댜."

나: "....혹시 외국에서 살다 왔어요?"

훈: "예...저는...미귝에서 왔습니다."

저는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아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이 훈련병의 이름은 양슬기.
태어난지 2개월쯤에 미국에 이민을 가서 성장하였다고 합니다. 나이는 24살이어서 동기들보다는 조금 많은 편이지만 자신은 한국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동기들이 한국말이 조금 서툰 양슬기 이병을 잘 챙겨주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한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2년제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미군 장교가 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을 지키고 싶어서 시민권까지 포기하고 일반병사로 입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가 있겠지만, 시간관계상 깊이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이미 미군에서 장교로 복무 중인 동생은 내년에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을 앞두고 있어서 걱정도 되고, 만나보고 싶기도 하다고 했습니다. 또한, 자신도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친 이후에 미국으로 돌아가 다시 미군 장교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훈련소에서 지시사항을 알아듣는데 무리가 없느냐는 질문에 입대 전에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나름 공부하고 와서 한국어 발음을 제외하면 큰 어려움이 없다고 했습니다.

사진 한 장 찍어도 괜찮겠냐고 묻자, 좋은데 신문에 나가는 것은 싫다고 했습니다.

"왜요? 전 기자는 아니니까 신문에는 안 나가는데..(블로그에 올릴 건데.....;;;)"

그러자 갑자기 영어로 뭐라고.....이야기하는데, 대충 뜻은 사람들 눈에 띄고 싶지 않다는 의미였습니다.
영어로 이야기하는 양슬기 이병 앞에서 급긴장...!
제 표정을 본 양이병도 당황했는지 옆에 동기에게 통역을 부탁했는데..
 
양이병: "야, ahgoqhreoghqoiqohgqhnvbjqktr 이걸 한국말로 뭐라고 하지?"
동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어...."

;;;;

"아, 그러니까 사람들 관심 받는 게 부담스럽다구요?"

"네, 네. 그거입니다."

"알겠어요. 신문에는 절대 안 나갈 거예요... 블로그에 올릴 거니까..."

<양슬기 이병, 사진 올려서 미안해요. 너무 기특하고 대견해서...;;;>

양슬기 이병의 부모님과 동생분, 양슬기 이병은 건강하게 군 복무를 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해낼 것입니다.

내일(18일, 금요일) 신병교육대를 수료한다고 하는데, 자대 생활에서도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군 생활 하시길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양슬기 이병, 만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  양슬기 이병의 아버님께서 내용 수정을 요청하셨습니다.  **
양슬기 이병은 전역 후, 미군 장교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군 장교가 되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의사소통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_^
(양이병, 날씨 추운데 건강히 군 생활 하고 있죠?? 오늘 눈이 많이 오는데..눈 치우느라 고생하겠어요..ㅠㅠ)
2009. 12. 30.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