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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영화감독이 되면?


이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보이시나요?

               ▲ 며칠 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다문화가정 어린이 초청 행사에 참석한 인도계 어린이.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한국어와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맞습니다. 이 아이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어린이들입니다. 주로 엄마쪽이 외국계인 아이들이었지요. 같은 아시아권 그 중에서도 베트남,몽골엄마를 둔 아이들은 한국 아이들과 구분하기가 힘들 정도였지만, 피부색이 다른 엄마를 둔 아이들은 한 눈에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도드라진 외모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 이 아이는 일부러 밝히지 않는다면 아무도 한국계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것 같군요.


흔히 우리는 다문화가정이라고 할 때, 미국,프랑스,독일 사람들을 부모로 둔 그런 가정을 가리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주로 베트남,파키스탄,우즈베키스탄 등 한국보다 경제력이 훨씬 뒤진 나라들과의 혼혈을 이른바 다문화가정, 다문화가정 아이들이라고 부르곤 하지요. (이것도 참 이상합니다. - -)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역사상 단 한 번도 타국에서 <다문화가정 사람들> 취급을 받았던 적이 없었을까요?  

여기 100년 정도 지난 한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이 사진 속 주인공들은 바로 한국인입니다. 멕시코 사탕수수 농장으로 이주한 , 어찌보면 한국출신 다문화가정을 이룬 최초의 인물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애니깽으로 불리며 고된 노동에 시달렸던 구한말 멕시코 한인 이주자들.


멕시코 이민자들의 슬프고도 처절한 사연은 <애니깽>이란 영화로도 만들어져 먼 훗날의 대한민국 후손들에게도 알려진 바 있습니다. 1990년 중반, 장미희가 주연을 맡았던 이 영화는 우리민족 해외이주사의 고단함을 매우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1994년 개봉된 영화 <애니깽>


이 뿐만 아닙니다. 일본, 특히 오사카 지역으로 강제로 또는 자의로 이주한 우리 한민족의 밑바닥 인생을 그린 영화도 개봉돼 충격을 던져주었습니다. 

한국계로 알려진 기타노 다케시 (비토 다케시) 가 주연한 <피와 뼈>가 바로 그 영화인데요. 역시 한국계인 최양일 감독 자신의 이야기라고도 알려진 이 영화는 정말이지 눈 뜨고 보기에 참혹할 정도의 한민족 일본 이주사의 한 단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영화속 인물 김준평은 실존인물이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역할을 기타노 다케시가 맡아 열연했습니다.
                                                                                                                            ( 2005년 개봉작. )

<피와 뼈>보다 조금 나중 세대의 재일교포 가족 이야기를 다룬 소설도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일본 최고 문학상으로 알려진 아쿠다카와상 수상작인 재일교포 유미리씨의 <가족 시네마>입니다. 가족의 정체성이 한국어와 일본어가 뒤섞인 한 재일교포 가정을 통해 재조명 되는 암울하고도 독특한 분위기의 영화였습니다.


                          ▲1998년 개봉한 박철수 감독의 <가족 시네마>의 한 장면 

지금까지 열거한 영화 속 내용으로만 보더라도, 우리 민족의 해외이주사는 결코 쉽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니 아마도 죽을만큼 힘이 들었을 겁니다. 지금도 일본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의 아픔을 담은 독립영화 <우리 학교>를 보신 분들은 여러 차례 눈물을 훔치느라 영화보기가 힘이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 2006년 개봉해 독립영화의 힘을 보여준 <우리 학교>


그런데,,,

이런 해외 이주의 아픔을 다룬 영화는 외국에도 여러 편 있습니다.

장만옥,여명 주연의 <첨밀밀 /1997년작>도 꼽을 수 있겠고, 탐 크루즈, 니콜 키드먼 주연의 < 파 앤드 어웨이 /1992년작>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주인공(탐 크루즈)은 선술집에서 복서로 생계를 이어가고,
                      여주인공(니콜 키드먼)은 닭가공공장에서 닭털을 뽑아 근근히 살아가지요. (물론 영화속에서..)
    
                                ▲ 홍콩으로 밀입국한 중국 청춘남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 <첨밀밀>


이처럼, 해외 이주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쓰라림은 고스란히 후손들에 의해 영화나 소설로 만들어지나 봅니다. 왜? 너무도 아프고 슬펐기 때문이겠지요..


다시 , 며칠 전 국회에 모였던 어린이들의 사진 몇 장을 더 소개합니다.

               ▲ 유난히도 웃음이 많았던 이 아이(이름이 줄리였던 것 같네요..)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 티없이 맑은 이 아이들의 동심에 차별과 냉대로 인한 상처가 나지 않기를....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은 현재 흔히 말하는 이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에게 어떤 기억을 심어주고 있을까요?

나중에 이 아이들이 성장해서 영화감독,소설가,다큐멘터리제작자가 되었을 때 , 이 아이들은 과연 대한민국을 어떤 식으로 그려낼까요?

부디, 이 아이들이 훗날 대한민국을 '따뜻한 배려의 나라'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나라'로 영화와 소설 속에 그려내주기를 기원해봅니다.

그 스토리와 내용의 뼈대를 대한민국에 사는 저와 여러분들이 제공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우리 모두 따뜻함,배려,협동,사랑이 가득찬 스토리를 이 어린이들에게 선물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 posted by 백가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