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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있는 그녀가 최악의 크리스마스를 보낸 사연.

3일이라는 긴 연휴 끝에 또 다시 한 주가 시작됐습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과 인사를 하는데 친한 여자 선배의 얼굴이 영 말이 아니더군요.

"선배, 크리스마스 잘 보냈어요? 솔로도 아니고 애인 있는 사람 얼굴이 왜 그렇게 죽상이에요? 너무 아쉬워서 그래요?"

나의 질문에 선배는 기다렸다는 듯이 "지금껏 살아 오면서 올해가 최악의 크리스마스였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남자친구도 있는 그녀의  최악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전 날부터 당일까지, 1박2일
을 시간대 별로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선배는 임의로 K양이라고 하겠습니다.)


24일(크리스마스 이브)

만남(오후 6시 30분) :
최대한 일을 일찍 끝내고 6시 30분 쯤 남친과 만나기로 한 K양.
특별한 날이라고 평소 잘 신지도 않은 뾰족 부츠까지 신고  지하철 역에서 남친을 기다리고 있는데 저멀리서 남친이 오는 모습이 보이더랍니다.
근데 혼자가 아니라 남친의 회사 후배와 함께 오는 것이 아닙니까?

워낙 자주 봤고 K양을 친누나처럼 따르던 후배였지만 K양은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그 후배와 만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죠.

저녁을 먹기 위해 자리를 이동하는 도중에도 K양의 남친과 그 후배는 회사 얘기를 하며 앞장서 걸었고 K양은 가뜩이나 잘 신지도 않았던 뾰족 부츠 때문에 아픈 다리를 끌고 쫓아가기에 바빴다고 합니다.

1차 저녁식사(오후 7시 30분) :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그런지 음식점마다 사람들로 넘쳐났고 K양과 그녀의 남자친구, 남자친구의 후배가 저녁을 먹기 위해 힘들게 찾아간 곳은 외진 골목 안의 작은 삼겹살 집이었습니다.

삼겹살은 아니지만 춘천에서 우연히 찾은 맛집, 춘천닭갈비 사진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자료사진입니다.^^


오붓한 둘 만의 저녁식사를 생각했던 K양은 그렇게 좁은 삼겹살 집 안에서 남자친구와 남자친구 후배의 입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삼겹살을 구워야 했죠.

"고기를 굽는 족족 입으로 가져가기 바쁜 남친과 그 후배를 보고 있으니깐 정말 입맛도 싹 없어지더라.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였어."

2차 술집(오후 9시) :
삼겹살 집에서 고기와 간단하게 폭탄주를 말아서 먹은 남친과 남친 후배.
여기서 그 후배와는 그만 헤어질 줄 알았다던 K양은 다음 장소인 치킨집까지 그 후배와 함께 해야 했습니다.

여긴 제가 좋아하는 옛날 통닭집이에요. 가마솥에 튀긴 닭똥집이 서비스에요. 저의 개인적인 자료사진입니다.


치킨을 정말 좋아하는 K양을 배려한 선택이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친과 남친 후배, K양은 치킨이 정말 맛있다고 소문난 치킨 전문점으로 자리를 이동했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곳에서 K양의 일행은 남자친구의 후배 두 명을 더 만나게 됩니다.
가뜩이나 한 명의 후배도 얄미워 죽겠는데 후배가 세 명으로 늘어난 것이죠.

"입사 초기 생활담부터 시작된 대화는 모든 이들의 자기 자랑과 푸념, 그리고 회사 동료 뒷담화까지 끝없이 이어졌어. 정말 누가 남자들이 말이 없다고 한 거냐?"

저녁식사 때 마신 폭탄주에 이어 뒷담화를 안주로 한 맥주까지.
2차 술자리에서
남친과 남친 후배들은 더 이상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돼가고 있었습니다.

3차 선배집(저녁 11시) :
마지막으로 얼큰하게 취한 이들이 선택한 종착지는 회사 선배의 신혼집이었다고 합니다.
워낙 남친의 후배며 선배, 선배부인 등 모두와 친했기 때문에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여자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게 아닌데.

마침 2차 술자리 근방에 이사한 지 얼마 안된 선배의 신혼집이 있었고 남친과 남친 후배들은 모두 그곳으로 집들이(?)를 간 것이죠.

잔뜩 술과 술안주를 사들고 선배의 집으로 쳐들어간 남친과 남친 후배들은 그곳에서 술을 마시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K양도 어쩔 수 없이 남친 선배의 작은방에 설치된 트리와 함께 눈물의 크리스마스 이브 밤을 보내야 했다고 합니다.


25일(크리스마스 당일)

K양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남친과 남친 선후배, 그리고 술과 함께 했다면 크리스마스 당일은 무척 깔끔했습니다.

전 날의 숙취로 느지막하게 일어난 남친과 남친 선후배와 함께 감자탕으로 해장을 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고 하네요.

"내가 이벤트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크리스마스가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날 하루만이라도 분위기 좋은 곳에서 둘이서 이야기하면서 보내자는 건데 눈치도 없이 매일 만나는 후배들하고 이렇게 보내야겠냐는 말이지. 그냥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솔로들끼리 모여서 술 마시고 놀으라지, 흥!!"

큰 이벤트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단둘이 함께 있는 시간을 원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친구와 선후배들에게 잘하는 남자친구의 리더십과 친화력에 반했던 K양.
하지만 그녀는 크리스마스에도 자신보다 선후배를 더 챙기는 남자친구에게 단단히 실망했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는 커플들에겐 정말 특별한 날입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이후 이별을 생각하는 커플들도 있는 걸 보면 모든 커플들이 크리스마스에 행복한 것은 아닌 것 같네요.

특별한 날일수록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은 서운함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친구도 좋고 선후배도 좋지만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날에는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애인 혹은 가족부터 배려하는 것은 어떨까요?


                                                                                                                     Posted by 포도봉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