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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추태, 후배들은 과연 즐거웠을까?

# 선배가 달라는데!

예전에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가 있었습니다.
1학년 아이들과 함께 교실을 함께 사용했는데, 아이들에게 풍선을 나눠준 어느 날 우리 반 아이가 씩씩거리며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OO아, 왜 그래?"
"내 풍선이 터져서 1학년 애들한테 풍선 하나 달라는데 안주잖아요. 선배가 달라는데!"
"OO아, 저 풍선은 동생들거잖아. 선배라고 해서 후배들 물건을 마음대로 가질 수 있는건 아냐."

아이는 아마도 '선배'들에게 물건을 빼앗겼던 경험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말이죠. (아! 선배라는 이유였겠군요.)

"아무 이유 없어! 피-쓰"


# 불편한 위계질서

연예계는 선후배간의 위계질서가 엄격하기로 유명합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자신보다 데뷰를 먼저 한 '선배'에게 공손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방송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군 복무를 마친 남성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압존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압존 壓尊 [-쫀]
[명사]
1 어른에 대한 공대를 그보다 더 높은 어른 앞에서 줄임.
2 웃어른 앞에서 그 위엄에 눌려 언행을 자유로이 못함.

 


방송에서 많은 연예인들은 "선배"을 찾곤 합니다.
(물론 자막에서는 '선배'로 수정하여 표현하곤 하지만요.)

"선배님~" / "똑바로 해, 이것들아!"

대세인 '리얼버라이어티'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개인과 개인 사이의 대화라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겠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이야기 하면서도 "OOO선배님"이라고 하는 것은 고쳐야 할 부분이겠지요.
'무엇보다도 우리의 이 위계질서가 우선되어야 한다!' 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 “우리도 졸업할 때 선배들에게 이렇게 당했다” - 가해 학생들의 변명

피해학생들은 오히려 "장난이었으니 이해한다"는 반응인데, 선배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애쓰는 눈치 입니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사건은 피해학생들이 신고를 꺼려 학부모들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충주 시내를 속옷만 입은채로 소란을 피우던 아이들은 오히려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학교의 전통'이라고 했지요.

사건이 커질수록 피해학생들은 (정확히는 신고를 한 피해학생들) 무리에서 손가락질을 받고, 소외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커질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는 '뒤풀이 참가 희망자'만 받는 방법도 분명 생길 것입니다.

"추태 뒤풀이에 희망자만 참여해라,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참여하지 않으면 동질감(혹은 혜택)은...느낄 수 없다." <- 이런 방법을 쓰지 않을까요?

그만큼 무리의 동질감은 돈독해지겠지요.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어버린) 역경을 이겨낸 아이들은 더욱 돈독해졌을까요?

피해학생들 역시 내년 졸업식에 모교(중학교)를 찾아갈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들도 선배들에게 그렇게 당했으니까요. 그리고 자신들이 당했던 일들을 '추억과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대물림 해주겠지요.

문제는 이들을 제제할 특별한 대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충북도교육청은 말썽을 일으킨 학생들의 소속 학교장에게 경고조치 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기사내용)
미성년자인데다가 졸업을 했기 때문에 실제 말썽을 일으킨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내린 결정인 듯 합니다.

학생들의 치기어린 행동(충북 청주지역의 경우)에 대해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 사실 우스운 일이기도 합니다만, 그렇다고 과연 학교측에책임을 묻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보는 이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은 분명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미성년자라고 주변의 어른들(학부모, 교사)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겠죠.

일부 학교에서는 학사모와 가운을 제공하여 아이들의 태도를 바꾸어 보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아름다운 전통으로 남았으면 좋겠네요. (기사내용)

당근이든 채찍이든 확실한 대책이 없으면 내년 이맘때 쯤이면 또 다시 "졸업식 뒤풀이"는 이슈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