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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 충돌, 쇼트트랙 파문 잘 터졌다.



그 동안 쇼트트랙계에 곪아있었던 문제가 제대로 터진 걸까요?

1,2,3위를 나란히 하던 태극전사들이 결승점을 앞두고 뒤엉키는 모습을 떠올리니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잘 되었다 싶기도 합니다. 이번 참극(?)을 기회삼아 본격적으로 쇼트트랙을 비롯한 스포츠 전반에 걸친 파벌 문제에 대해 공론화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벤쿠버 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금은동을 싹쓸이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뒤엉키는 바람에 이정수 금메달 하나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현상을 두고 단순한 충돌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미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쇼트트랙 파벌'이란 키워드가 일반화되어 있을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한 시선은 더욱 깊은 곳을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쇼트트랙계의 파벌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죠.


 

실제로 각 포털 사이트의 주요 검색어의 상위권에는 이번 쇼트트랙 파문과 관련된 단어가 확연히 눈에 띕니다. '이호석', '성시백' 등 현역 선수의 이름부터 '안현수', '진선유' 등 이번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까지 긴 시간동안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해당된 검색어를 타고 들어가보면 그 간 있었던 일들에 관한 누군가가 올린 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퍼지고 있었습니다. 그 글의 내용을 살펴보니 과거 안현수, 서호진과 관련된 폭행사건, 한체대-비한체대 간의 다툼 등 누가 봐도 이전투구의 양상이 가감없이 느껴지더군요.

만일 그 글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효자종목으로 불리는 쇼트트랙의 자화상은 '추태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반도가 두 쪽 난 것도 모자라, 쇼트트랙 대표팀 안에서도 또 한 번 쪼개져 있는 현실이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금메달 하나를 더 따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스포츠가 가진 기본 정신을 망각한 것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동료의식, 동업자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항상 결과만 쫓다보니 성과만 달성하면 과정 속에 생긴 캐캐묵은 문제들을 그냥 묻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쇼트트랙 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건 간에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방치했을 때 언젠가는 더 깊게 곪아터져서 더 큰 화를 부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 응원하는 건 서로 협력하며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지 금메달을 따는 기계가 아니지 않습니까? 지난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뒤엉킨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노메달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마음까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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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이러한 파문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됩니다. 설령 이호석에서 비롯된 충돌사고가 단순한 해프팅이었다고 하더라도 우선 쇼트트랙팀의 내분 문제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 시발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정확하게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 뿌리가 어디에까지 이르는지 제대로 알아야 하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파벌 문제가 심각하다면 그 해결책을 찾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일반 국민들 뿐만 아니라 사회 지도층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깊은 인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호석의 끼어들기 충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민감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찌 보면 단순 해프팅을 갖고 파벌문제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그 해프닝 때문에 팀웍을 산산조각 내고 더욱 대표팀 내의 반목을 깊게 한다면 이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선수끼리 충돌로 인한 은, 동 획득 실패는 당장에는 악재이지만 어찌 보면 쇼트트랙의 면모를 일신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파벌 문제와 같은 구린 것들에서 자유로울 때 선수들이 흘린 순수한 피땀이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 역시 충돌로 난장판이 되는 걸 보며 이호석을 원망했지만, 어찌 보면 이호석도 피해자입니다. 선수 한 사람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