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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시즌 박한이에게 불어닥친 3가지 과제

"외야수 주전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으려나?"

올 시즌 불안해 보이는 박한이를 두고 팬들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삼성 라이온즈는 부상자와 군 입대자의 복귀로 그 어느 때보다 두터운 선수층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전 경쟁도 뜨겁고, 기존의 주전이었던 선수들조차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선동열 감독도 확실한 주전은 없다고 못 박은 상황에서 2중고, 3중고에 처한 이슈메이커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박한이입니다.

그는 2000년대에 입단한 세대 중 리그에서 가장 화려한 야구 인생을 보냈습니다. 2001~2002, 2004~2006년에 걸쳐 모두 한국시리즈에 출전하였는데, 삼성의 新중흥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시기에 그는 1번타자와 주전 외야수(주로 중견수)의 중책을 맡아 동년배 선수들이 누릴 수 없는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죠.

그렇지만 지난 명성과 업적은 앨범 속 사진과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현재 삼성은 작년에 20-20클럽을 달성한 3번타자 강봉규, 최근에 급성장한 예비 1번타자 이영욱, 장타력이 돋보이는 4번타자 최형우가 떡하니 외야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경찰청에서 맹활약하며 복귀한 조영훈, 신예급인 배영섭, 오정복, 안성필도 도전장을 내민데다 내외야가 모두 가능한 강명구, 조동찬까지 외야 3자리를 놓고 경쟁자가 겹겹이 쌓이는 추세입니다. 군입대한 우동균은 실질적 경쟁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이런 가운데 박한이가 주전 외야수로서 살아남으려면 여러 난관을 돌파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에게 과제들은 무엇일까요?




12초룰을 극복하라

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 경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로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올 시즌부터 12초룰을 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룰이 시행되니 가장 시선이 집중되는 선수가 바로 박한이입니다. 타격 준비 동작이 요란한 그는 한 타석에 서기까지 20~30초를 보냅니다.

문제는 삼손이 머리칼을 길러야 힘을 쓰듯, 그가 그 요란한 동작을 취하지 않으면 집중하지 못하는 증세(?)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경기 시간을 줄여야 하고, 룰이 그렇게 바뀌었으니, 그도 변해야죠.

보다 간결해진 동작을 몸에 익혀 과거와 같은 타격솜씨를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득 노마 가르시아파라의 타격 직전의 특이한 동작을 떠올려봅니다.)





급감하고 있는 장타력의 회복

170 → 156 →139 →134 → 128 → 117 → 104

이것이 무엇이냐구요? 2003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박한이의 안타수 추이입니다.

단 한 번도 어김없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더욱 주목할 것은 장타력의 급감입니다.

2004~2009년 사이 그의 홈런, 2루타의 개수 추이입니다.

홈런 :16 → 9 → 6 → 2 → 4 → 2 (개인최다 16개)
2루타 : 26 → 21 → 21 → 12 →17 → 28 (개인최다 34개)

비록 작년에 2루타가 많이 늘어났지만 줄어든 홈런수를 감안했을 때 2005~2006년 수준보다 장타력이 나아졌다고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장타력이 급감하고 출전 경기수도 줄어들면서 득점, 타점 역시 줄어들고 있습니다.

득점 : 81 → 62 → 89 → 68 → 57 → 48 (개인최다 113득점)
타점 : 63 → 59 → 43 → 27 → 41 → 36 (개인최다 63타점)

매년 전지훈련 때마다 그는 장타를 보다 많이 날리겠다고 공언해왔지만, 막상 시즌에 들어가서는 그 다짐은 공수표가 되어버렸습니다. 

과연 박한이는 이번 시즌 몇 개의 홈런을 날릴 수 있을까요?





'정신병자'에서의 탈출

다른 선수들에 비해 넋나간 주루플레이를 많이 한 덕택에 안타깝게도 그의 별명은 '정신병자'입니다.

현 삼성 라이온즈 김응룡 사장이 감독시절에 박한이가 산만한 경기자세로 어이 없게 아웃되는 것을 목격한 뒤, 기자들에게 이야기한 것이 별명이 되어버렸습니다. 문제는 해마다 본헤드플레이를 통해 경기의 흐름을 끊는 경우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잦다는 것입니다.

문득 작년 대구 LG전이 떠오릅니다.

LG 최원호가 5회말에 승리투수 요건을 코 앞에 두고 2사 만루 2-3 풀카운트에 몰리며 극심한 난조에 빠졌을 때였습니다. 박한이가 1루에서 견제사를 당하는 바람에 경기 양상이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접전으로 흘러갈 경기 분위기가 단숨에 삼성의 대패로 굳어져 버린 것이죠. 그날 선동열 감독도 패인에 대해 주저않고 '박한이의 견제사' 때문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에는 수비에서도 집중력을 잃어서 팀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실 박한이는 한 때 리그에서 손꼽히는 중견수로서 2005년에는 보살 11개로 1위였습니다.
(보살에 대해 쉽게 말하자면 수비수가 송구를 해서 주자를 잡아내는 것입니다.)

줄어가는 도루 능력, 늘어가는 수비 불안, 어이 없는 주루플레이는 박한이가 '정신병자'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외야 포지션 경쟁이 치열한 이 때에 박한이가 이런 오점들을 떨치지 않으면 서서히 자리잡혀가는 외야 구도에 빨간불이 켜지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스포츠과학이 발달되고 선수들 몸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선수들이 맞이하는 전성기 연령대도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20대 중후반을 전성기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30대에 접어들면 은퇴를 준비하는 시기라고 했지만, 요즈음에는 30대가 넘어서고 전성기를 맞는 선수들도 늘어났습니다.

그에 비해 박한이는 이제 갓 30살을 넘겼을 뿐인데도 최근 5~6년간을 보면 퇴조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1998년 아시안게임에서 함께 뛰었던 또래의 강봉규, 신명철이 작년에 급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FA계약 선수가 된다는 것은 곧 베테랑 선수가 됨을 의미합니다. 베테랑이 된다는 것은 혼자만 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후배 팀원들을 이끌어가며 팀의 리더격이 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경기에 임하는 자세와 성적 뿐만 아니라 팀원에게 임하는 태도가 보다 성숙해져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작년에 그도 탤런트 조명진과 결혼했고 머지 않아 아이를 낳게 되면 아버지의 역할도 맡게 될 것입니다.

과연 그가 선배인 양준혁, 진갑용, 박진만의 뒤를 이을 만한 삼성의 베테랑이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