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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라의 의상 논란, 과연 옷 색깔만 문제인가?

FC서울 홈경기에서 티아라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 비단 의상의 색상 뿐일까요?

최근 티아라가 서울-전북의 경기의 축하공연을 위해 상암경기장을 찾았는데, 그때 입은 의상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습니다. 축구장에서는 축구에 맞는 생각과 행동하는 것이 에티켓입니다. 스포츠에 있어서 색은 피아를 구분하는 기준이며, 동질감을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특히 상대를 놓고 경쟁하는 스포츠의 경우, 그 색은 절대적인 가치를 지닙니다.

우리가 지난 월드컵에서도 붉은 물결을 이뤘던 것도 대한민국을 부각시키고 선수들과 팬들이 하나가 되고자 하는 마음의 발로였습니다. 그건 비단 국가대표 경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스포츠가 그렇습니다.
FC서울의 빨강색(혹은 검정색, 빨강색이 어우러진 줄무늬), 수원 삼성의 푸른색은 그 구단의 자존심과 같은 색입니다..




그런데 FC서울의 축하 공연을 위해 초청받은 티아라가 전북 현대의 상징색과 같은 의상을 입고 나왔으니 서울팬들로부터 야유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만일 이 공연이 전북 현대의 홈인 전주에서 열렸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특히 그 경기는 FC서울의 올 시즌 홈 첫 경기(개막전)였습니다.

사실 의상 문제는 티아라 각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소속사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대체로 의상은 코디들이 책임을 지는 편이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보도에서는 티아라 의상의 색상만 꼬집었는데요. 한 가지 더 거슬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하이힐입니다. 사람이 다니는데 있어서 잔디에 가장 해로운 것이 하이힐입니다. 그래서 천연잔디 경기장을 사용하는 스포츠에는 하이힐을 신고오는 것은 절대 금기시됩니다.

하이힐로 인해 잔디의 굴곡이 생기게 되면 보기 흉한 것은 둘째로 하더라도 선수들의 부상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그것은 곧 팬들과 구단에게 걱정거리를 안기는 것이죠. 그곳은 공연장이 아니라 축구장이니까요.

실제로 요즈음 프로야구에서는 시구자가 짧은 치마와 하이힐을 신고 등장하면 바로 야유를 받습니다. 특히 하이힐은 금기시되는 패션 덕목 중 하나입니다. 유명가수인 머라이어 캐리도 메이저리그 경기 시구에서 하이힐을 신은데다 형편 없이 공을 던지는 바람에 곱절로 야유를 받은 바 있습니다. 그라운드 상태는 선수들의 부상과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까요.

야구는 5회말을 마치고 혹은 매 3이닝을 마칠 때마다 경기장 정리를 합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매번 공수교대할 때 공격측의 1루 코치, 3루 코치들은 자기 선수들의 수비에 도움이 되게 스파이크로 슬쩍이나마 땅을 고르게 해놓고 덕아웃으로 들어가죠. 내야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도 플레이 하나 하나가 끝날 때마다 자기 앞에 있는 흙을 고르게 관리합니다. 다 이유가 있는 것이죠.




물론 힐을 잠시 신고 다닌 걸로 그라운드 상태가 엉망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경기장 상태에 대해 애지중지 하는 분위기에서 그 질서를 반하는 느낌을 주는 것이 불쾌하게 여겨지는 건 당연한 것입니다. 역지사지로 생각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예인 역시 자신이 서는 무대가 누군가에 의해 방해받기를 원치 않을 것입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장판으로 방바닥을 꾸몄는데 누군가 신발 신고 들어와서 발자국을 남긴다면 분명히 유쾌하지 않을 겁니다. 공연을 마친 뒤, 파이고 짖눌린 잔디 상태를 보며, 경기를 치를 선수들은 무슨 생각이 들까요?

그만큼 경기장의 상태는 선수들에게 예민한 것입니다. 그것을 살피는 것은 높은 수준의 경기를 펼치기 위한 전제이며, 그것은 곧 팬들에게 만족스러운 경기를 보여주기 위한 조건이 됩니다. 

축구의 경우에 얼마나 잔디를 따지냐 하면, 잔디상태를 볼 때 잔디의 잎이 넓으냐 좁으냐, 잔디를 어떤 높이로 깎았느냐까지 살핍니다. 왜냐하면 드리블할 때 공이 굴러가는 정도가 다르고, 경기 중에 쌓이는 피로도도 달라지기 때문이죠. 그에 맞게 스파이크도 달리 신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경기에 관계된 선수, 팬은 예민하게 신경을 쓰는데 초대된 손님이 하이힐을 신고 와서 잔디구장을 누비는 건 빨강, 노랑 원색 옷을 입고 문상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 시구하는 김연아(좌), 윤아. 야구 모자, 홈 유니폼, 운동화가 야구팬들에겐 동질감과 친밀감을 선사합니다.



저는 스포츠 경기장에서 공연하고자 하는 연예인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단순히 노래 한 두 곡 부르고 가는데 그치지 말고 그 스포츠에 녹아들고 함께 참여하면서 스스로를 알리는 기회로 삼으라고 말입니다.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는 여자 연예인의 시구가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치마와 하이힐을 피하는 것은 기본이고, 홈팀 유니폼을 입고 정교하게 시구를 하거나 혹은 또 다른 퍼포먼스를 펼쳐보여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TV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을 팬들이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연예인에게도 플러스가 됩니다.

야구 뿐만이 아니라 다른 스포츠 경기에 공연을 맡게 되더라도 그 스포츠와 함께 어우러지며 공연도 펼치는 그런 문화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냥 노래 몇 곡 부르거나 마이크 잡고 인사하고 나가버린다는 인상을 주기보다는 이 스포츠 축제에 같이 호흡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인다면 팬들은 더 큰 호응으로 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스포츠 경기에 공연하는 연예인들이 그에 걸맞는 준비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