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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 특별기고 … 국군은 `살아서' 말한다



출처: 연합뉴스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


 모윤숙 시인이 1951년, 한국전쟁의 한복판에서 발표한 서사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는 한 구절 한 구절이 피를 끓게 한다. 요즘처럼 이 시가 절실하게 다가온 적이 없다. 연평도에서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두 해병 영웅도 시에서처럼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는 간절한 염원과 비장한 당부 속에 숨져 갔으리라. 대한민국은 순절한 이 젊은이들의 충혼을 영원히 기억하고 사랑하며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지금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고 물러설 수도 없다. 군인은 결코 전쟁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이 순간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수단은 오직 ‘총’뿐이다. 그것만이 전쟁을 막는 힘이다. 담대하게 맞서고 거침없이 응징하라. 우리 국민 모두가 그대들을 믿고 성원한다. 그러나 절대로 죽어서는 안 된다. 이순신 장군도 말씀하셨다.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살 길이 열린다.”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뒤에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죽을힘을 다해 싸워 이겨 “국군은 ‘살아서’ 말한다”는 걸 만천하에 증명하라. 훗날 그대들이 지킨 조국, 그대들이 앞당긴 통일 조국의 그날을 자랑스럽게 증언하라.


임준영 해병(해병1101기)


 11월 23일, 작렬하는 포화 속에서 두려움 없이 응전하며 조국을 지켜낸 그대들은 더 이상 기성세대가 걱정하던 ‘마마보이’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젊은이는 해병대와 공수부대(특전사)를 지원한다. 남북 분단의 화약고인 최전방 복무를 자원하는 열혈남아들도 적지 않다. 그들에게 불타는 조국애가 없었더라면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단 해병대와 특전사뿐이랴. 대한민국 국군인 그대들은 모두가 애국자이며 미래의 희망이다.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는 민주 시민이다. 나는 지난해 가을, 해군 제2함대를 방문했다가 ‘윤영하함’ 내부 벽면에 구호처럼 내걸린 글귀를 보면서 그대들의 결연한 의지를 읽었다. “오늘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내일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다.”


 나라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온 국민이 며칠째 잠을 못 이루고 있다. 특히 분신 같은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은 가랑잎 떨어지는 소리에도 예민해질 것 같다. 그러나 불안과 근심을 애써 감춘 채 입대 이후 ‘진짜 사나이’로 거듭난 아들이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전역할 날을 애타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기다릴 것이다.

출처: 연합뉴스


 ‘평화의 전사(戰士)’이며 ‘국토 수호의 천사(天使)’인 대한의 건아들이여, 오늘의 이 경험은 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고귀한 것이다. 국가를 지킨다는 게 무엇인가를 느끼고 생각하고 실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대들의 군대 생활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 성숙과 성장의 디딤돌이 될 것이며, 미래의 큰 자산으로서 그대들 인생을 빛나게 해 주리라.


 그렇다, 대한민국 국군은 살아서 말한다! 파이팅!

[2010. 11. 30. 김형오 전 국회의장 국방일보 특별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