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떡장수 할머니 잡아먹은 호랑이
김형오
<떡장수 할머니가 산길에서 배고픈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할머니는 살기 위해 떡을 한 움큼 주었습니다. 다 먹고 난 호랑이는 다시 말했습니다. “떡 두 개 주면 안 잡아먹지.”…>
출처: 비룡소 그림책 표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전래 동화입니다. 요즘 민주당 행태를 보면 바로 이 떡장수 할머니 잡아먹은 호랑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미 FTA에 민주당이 어떤 태도를 보였습니까. 처음에는 ‘농민 보호대책 없는 FTA는 없다’고 매달리지 않았나요. 물론 한나라당 농촌 출신 의원들도 같은 입장이었지요. 사실상 농축산 대책만큼은 여야 없이 진지하게 임했지요. 저 같은 도시 출신이 보기엔 과도하리만큼. 이번에 추가 협상하면서 다시 1조원 더하여 22조원 이상 들어가게 돼 있지요. FTA에 가장 반대해야 할 농축산 종사자들이 상대적으로 조용한 건 이 때문이랄 수도 있겠지요.(난 야당 시절인 17대 4년간을 농수산위에 있었기에 이 부분 조금 압니다.)
이렇게 되니 그 다음엔 미국이 FTA 처리하기 전엔 절대 우리가 먼저 할 수 없다고 하였지요. 정부 여당은 시간을 끌면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으니 우리가 먼저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했지만 콧방귀도 안 뀌었지요. 결국 우리는 민주당의 완강한 태도로 어물어물하다 재협상을 안 할 수 없게 되었고 자동차 등 일부 분야를 손해 보게 되었지요. 미국 의회 처리와 동시에 우리가 하자고 했지만 이번에도 요지부동이었지요. 미국이 상하 양원을 쏜살같이 통과하자 이번엔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한국이 처리할 차례인데 다시 끝장 토론을 들고 나왔지요. 참 머리 좋은 분들이 그 당엔 많이 있더군요. 다만 그분들이 자기가 했던 말을 좀 기억했으면 좋으련만 약간의 건망증이 있는 것 같아요. 여러 형태의 토론이 국회 안팎에서 진행되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이견이 서로 접근하거나 타협된 게 없었지요. 나는 4일간 계속된 국회 토론회장에 매일 참석하였지만 토론자 간에 자기 말만 하는 토론은 처음 봤습니다. 반대측 토론자들은 애초부터 합의하거나 타협할 생각은 없이 토론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말꼬리 잡기로 시간을 때우려 했지요. 자기 말만 하고 나가버리는가 하면, 또 어떤 분은 사흘 내내 같은 말만 되풀이하면서 정부측이 아무리 해명해도 아예 들으려 하지 않더군요. 귀는 실종되고 입만 무성했습니다. 토론 종결을 선언하자 그때부터 사무실 점거와 의사 방해 작전을 펼쳤지요. 상임위장을 기습 점거한 다음 거기를 본부 삼아 반 FTA 전선을 구축한 것이 벌써 며칠째인가요. 십여 일을 훌쩍 넘겼습니다. 목적을 위해선 불법‧편법‧폭력 등을 쩨쩨하게 따지지 않는 그런 통배짱을 가졌더군요. 그리고 이번엔 ISD 조항을 들고 나왔습니다. 각국의 투자자가 그 나라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면 국제중재재판에 의뢰할 수 있다는 것인데 왜 이것이 사대주의고 대미 굴종 불평등 조약이며 우리의 사법주권을 포기한 것인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인이 소송을 제기하면 무조건 미국 법정 서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할까요. 참 말도 잘 만들어 냅니다. 우리 국민들은 정부 말은 안 믿어도 야당 말은 쉽게 받아들이더군요.
ISD와 관련해 얼마나 많은 허위 사실들이 유포되었는가요. 이에 대해 하나씩 그 거짓말이 들통 나자 이번엔 총체적으로 불평등하다는 옹고집입니다.(물론 아직도 유언비어를 믿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대통령이 국회로 직접 가서 국회가 통과시켜 주면 3달 안에 ISD 재협상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이번엔 또 대통령 말 못 믿겠다, 직접 양국 정부의 장관급 이상이 각서를 써오라고 다그칩니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요구를 들어주면 또 다른 조건을 내걸고 어깃장을 놓습니다. 자동차 문제 제기, ‘10+2 재재협상’ 주장, ISD 쟁점화 등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요구를 사실상 모두 들어 주었지만 민주당은 애초부터 타협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리도 정부와 한나라당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만 묘하게 찾아내어 요구하는지요.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가며 국가적 체면이나 국제관례마저 무시한 채 오로지 정부 골탕 먹일 사안만 용하게 찾아냅니다. 야권 통합을 구실로 오로지 자기 체중 불리기에만 FTA와 ISD를 이용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부 여당은 호랑이 앞의 떡장수 할머니 꼴입니다. 불쌍한 떡장수 할머니 ! 할머니가 호랑이 앞에 자기 몸을 기꺼이 내준 것은 사랑하는 손주들에게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을 희생한 것입니다. 그래도 호랑이는 성이 차지 않았지요. 그러나 결국 호랑이는 죽고 맙니다. 손자손녀는 해와 달이 되었지만.
민주당 호랑이님. 여러분은 이제 대통령의 국회 약속으로 할머니까지 잡아먹었습니다. 참 많이도 얻어먹고 잡아먹었습니다. 이제 그만 할 때가 지나지 않았나요. 더 이상 무리하면 수수밭에 ‘똥꼬’ 찔려 죽게 됩니다. 이쯤에서 그치면 여러분은 배부른 호랑이로 남게 되지만 여기서 더 나가다가는…. 더 이상 말 안 해도 알 사람은 알 겁니다. 이래도 모르는 사람의 운명은 뻔하지요. 힘센 호랑이도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호랑이님, 제발 이쯤에서 멈춰주세요. 더 이상은 줄 떡도, 물러날 곳도 없습니다. ♠
'국회의장실록(제도개선등) > 김형오의 말말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가한 소리 작작해라, 암각화는 숨넘어가기 일보 직전이다" (3) | 2011.11.23 |
---|---|
FTA 비준안 통과 후 김형오 의원의 트위터 내용 (4) | 2011.11.23 |
민주당은 제국주의적 망상에서 벗어나라 (7) | 2011.11.17 |
선거를 위한 ‘봄’이 아닌 미래를 위한 ‘봄’을 생각하자 (3) | 2011.11.13 |
한미 FTA 처리, 시기·방법 분명히 하자 (10) | 2011.11.04 |